15-16
다른 하늘, 다른 태양 아래서 우리를 둘러싸던 모든 것이 녹아내리고 본질적인 나 자신이 드러나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16
다른 곳에서 뭔가 다른 것을 경험하고 일상적 자아를 벗어 버리고 싶은 갈망, 그 욕망을 아무래도 내팽개칠 수 없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이 가진 본질적인 욕구로, 궁극적으로는 우리 안에 살고 있는 이질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60
아파트에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서 가끔은 읽고 있던 책이나 잡지를 내려놓은 채 밝은 빛 속에서 눈을 끔벅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때론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66
어느 새 당신은 더는 먼 곳을 그리워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그 자체로 충만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집에는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이 있으니까. 호텔에서 제공하는 베개가 아닌 내 몸에 딱 맞는 베개가 놓은 깨끗한 침대, 비가 오건 햇볕이 쨍쨍 내리쬐건 상관없이 필요한 옷이 모두 진열된 옷장,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깨끗한 물. 그리고 잘 열리고 잘 닫히며 열린 하늘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
124
세상은 스스로를 낭비하고 소비하지만, 그것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며 그저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따라서 지구상의 공간을 당연하게 여기고 우리의 권리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162
인간의 진정한 임무는 자신의 삶과 행동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다.
164
완벽한 평화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165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185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여행 안내책자와 삽화집, 여행사의 카탈로그 같은 것을 참고해 어디든 여행해 보라. 꼼꼼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고, 그 모든 것을 가장 눈부신 색으로 칠하되, 장 데 제셍트처럼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곳엔 가지 말라.
209-210
아무리 일상이 우리를 통제하고, 스트레스가 우리를 갉아 먹고 삶이 악취를 풍긴다 해도 언제나 가능한 일이 또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가 집에서도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1부_ 외로운 행성에서
2부_ 14일 일정으로 집에 체크인합니다
작가의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베를린 거리를 거닐고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독일의 풍경이 자연스레 그려지며 작가의 집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 같은 향기, 같은 골목을 공유하는 듯한 기분이 들곤한다. 책에 자주 나오는 작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작가는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한다. 얼마나 자주 떠나길래 이렇게 여행 관련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걸까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본 사람이 장소에 대한 설명도 잘한다는 것을. 단순한 묘사는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는 여행을 자주 다녀 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설렘 가득한 분위기가 실려있다. 그래서 글을 읽는 나도 쉽게 그 곳을 떠올리며 상상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확실히 작가가 여행을 많이 다녀봐서 그 지역의 분위기, 느낌 등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2부에서는 집에서 2주동안 휴가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준다. 첫째날부터 14일째가 되는 날까지 하나씩 주제를 정해 말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사일째-진정한 산책은 어슬렁거리다 흥미로운 것이 보이면 멈추는 것'이라는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것이 나를 가장 놀라게 했다. 그동안 아름다움과 모험을 찾아 비행기를 타고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다니던 내가 너무나 진부하고 시시할 것 같은 우리 동네에서 날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뭐든지 천천히 시간을 갖고 보다보면 편견에 가려진 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름다움과 신비하고 재밌는 것은 나로부터 멀리 떨어진 저기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재미를 느끼기엔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고. 하지만 결국 작가는 산책을 하며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익숙함에 가려진 재미가 여유를 갖자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그랬다. 매일 똑같은 등하굣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고 재밌는 일은 적어도 집 주변을 벗어나야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느긋하게 집 근처를 걸어다니다가 생각보다 신선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굳이 멀리가지 않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주변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분홍과 하늘이 조화롭게 어울렸고 보기만 해도 여행의 설렘이 느껴지는 듯 했다. 내용을 잘 드러낸 표지가 아닐까 싶다.
?책 표지에 '여행의 설렘과 행복을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만나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이 책이 말하는 바를 딱 함축해놓은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이 문구에 저절로 공감이 될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머물게 된 집이 식상해지고,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떠나기 어려워지면서 항상 머무는 주거 공간을 색다르게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같은 장소더라도 바라보는 방식을 달리하면 얼마든 낯설게 볼 수 있음을 느낍니다.
특히 저자가 지구와 환경, 소비패턴과 현대인의 삶 등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라면 집으로 체크인할 때 집안일에 신경 쓰지 말라는 구절이었죠... 여러모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