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여름에, 7인 7색의 연작에세이 <책장위고양이> vol.1을 읽었는데,
가을과 겨울사이의 11월에 5인 5색으로 vol.2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가 도착했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을때처럼, 우선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김겨울님, 박종현님 은 낯선 작가님이고, 이묵돌님은 모르..아니 김리뷰님이라니!
세상 모든 것을 리뷰한다는 김리뷰님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그리고, 제리님도 처음 뵙고, 핫펠트님도 처음...아니, 원더걸스 예은님? 바로 검색창을 열어 내가 아는 그 예은임을 굳이 확인하고서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언젠가, 고양이
언젠가, 삼각김밥
언젠가, 북극
언젠가, 망한 원고
언젠가, 후시딘
언젠가, 눈
언젠가, 지하철
언젠가, 버리고 싶은
언젠가, 게임
이번에도 역시, 고양이라는 주제가 제일 처음이었다. 당연하다. 이 책은 <책장위고양이> 니까. 이어서, 주제별로 순서대로 다섯명의 작가의 45개의 에세이가 이어졌다. 읽으며, 누가 이 주제를 꺼냈을까 나름 짐작도 해보며, 5인 작가의 개성 넘치는 에세이를 한껏 즐겼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망설였던, 최애 필진을 꼽아봤다. 왜냐하면, 처음 주제부터 바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바로 핫펠트님!
애둘러 말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담은 글들이, 첫문장을 시작하면 마지막 문장까지 순식간에 끌려갔고, 각 이야기들이 소설같이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재밌었고, 따뜻했다. 베란다에 버려진 아기고양이를 결국 가족으로 맞이한 그녀가 봄비라는 예쁜 이름을 갖게된 아기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가며 누른 의미없을것 같던 기호와 숫자를 풀어내는 '망한 원고'편은 어쩌면 이런 생각을 했지? 라는 생각에 혼자 큭큭 웃었다. 망한 원고라니, 이렇게 재밌는데! 후시딘으로 떠올린 고1때 이름모르는 오빠와의 추억은 그 오빠가 이 글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마음씨 착하고 듬직한 오빠라면, 분명 좋은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글이었다. 눈에 대해 모두 'snow' 를 얘기할때, 자신의 시력 안좋은 'eye'를 이야기하는 그녀. 뉴욕의 지하철이야기는 3년전 나또한 뉴욕에서 지하철을 탔던 추억을 소환했으며, 게임을 '어벤져스'의 '엔드게임'으로 작가들과의 첫만남, 그리고 이 책을 마무리하는 느낌을 담아내는 에세이는 핫펠트님의 에세이가 출간되면 바로 사전예약하리라 맘먹었다.
이묵돌작가님 글은 김리뷰로 쓰셨던 글들보다 많이 순화되서, 같은 분 맞나 싶었지만 각 주제를 풀어내는 그만의 느낌은 그대로였다. 처음 스키장을 가서, 중급코스로 바로 올라갔다는 작가님...죽을 고비를 넘기고((이부분을 내가 요약하기에는...직접 읽어보셔야 한다)) 내려와 다음날부터 스키대신 보드를 타고 지금도 보드타러가신다는 그 패기?!는 역시 작가님 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시딘으로 떠올린 그의 아픈 가족사는 읽는내내 마음이 아팠고, 글이 그의 마음의 후시딘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낯선 작가님의 글들이 서로 섞이는 지점없이 각각의 개성이 뚜렷했다.
작가의 순서를 어떻게 정한건지 모르겠지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는듯한 그런 느낌으로 이 순서가 딱 좋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지어 먹어야지.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말을 해야지.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꼭 말해야지 p71 / 제리
작가란 원래 망한 원고 위에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수는 성 같은 것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같다. p118/ 김겨울
세상의 나머지와 내가 서로를 온전히 번역할 수 없고 또 서로에게 온전히 번역될 수 없다는 걸 그때보다 잘 안다. 아니 그때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가 점차 알아버렸다는 말이 맞겠다. p158 / 박종현
vol.3 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전에 도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