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슬리에세이의 책을 읽었다. 먼슬리 에세이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더라.
나는 왜 이제 알았을까?
식욕편만 봤을 뿐인데 너무 매력적인 에세이라 다른 편도 궁금해졌다.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식욕참기가 대단히 힘들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새벽에도 무언가 먹고 싶어 팬트리를 뒤적거린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GQ Korea에서 11년간 음식과 술을 담당하는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11년 동안 음식과 술에 관련된 기사와 화보를 담당했으니 음식과 술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많을 것 같았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음식과 술에 대한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술 중심의 문화공간 '라꾸쁘'를 운영하고 있다는데, 직접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다.
잡지사 에디터라고 하면 엄청 멋진 커리어우먼이 생각난다.
특히나 음식과 술을 다루는 에디터라니. 생각만 해도 멋지다.
우리 눈에는 부럽고 꿈의 직장 같을지라도 그녀만의 애끓음, 스트레스, 초조함은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저자는 멋진 기사를 쓰기 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공수하고 먹고 마셨다고 한다.
채소만 40만 원어치를 구매한 적도 있고, 온갖 종류의 버섯을 구해 소인국의 한 장면처럼 음식 화보를 연출한 적도 있다.
4박 5일간 국수만 먹으러 떠난 적도 있다고 하니, 정말 치열하게 일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시간 덕분에 더 즐겁게, 더 신나게 먹을 수 있다고 고백하니 이보다 더 부러울 수가 없었다.
저자에게 번아웃, 무기력증이 왔을 때 라꾸쁘 양진원 대표가 한 가지 신박한 해답을 툭 던졌다고 한다.
자기 전, 새벽 배송을 신청해놓고 눈뜨자마자 "먹어야지!" 생각하고 침대에서 일어나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진짜로 그 제안을 실천했다.
딸기 스무디의 힘으로 자리에서 힘껏 일어났다고 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나도 너무 지치고 힘든 날이면 나를 위한 근사한 밥상을 차려먹거나 주문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풀리고 활기가 불어넘친다.
먹는 일만큼 즉각적으로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동인도 없다는 점에 격하게 동의했다.
요즘 시대에는 혼밥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
나도 혼자 자취할 때, 낮에는 거의 혼밥을 즐겼다.
혼밥이라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대충 먹으면 나를 너무 대충 대하는 기분이 들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리 혼밥이라도 제대로 챙겨 먹고 예쁘게(?) 챙겨 먹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의 기준에서 혼밥은 집이 아닌 곳, 누군가의 시선이 있는 상태에서 홀로 앉아 차려진 밥만을 앞에 둔 식사를 말한다.
혼밥에도 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기분전환이 되며 나를 소중히 대하는 기분이 든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못 먹어본 음식이 많을까.
아직 먹어야 할 음식이 많은데, 매일 새로운 메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늘 새로운 메뉴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한번 들어간 식당은 두 번 잘 가지 않았다.
요즘은 삶에 치여서 그런지 매번 먹는 것만 먹고 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음식들을 놓치고 살았던가...
나의 잠자고 있는 식욕을 건들어버린 책이다.
우리가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것도 결국은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먹는 자가 결국 일류다.
제대로 먹어본 자가 쓴 에세이, 나의 잠자는 식욕을 깨워버린 책이다.
*책을 무상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힘들때먹는자가일류 #손기은 #드렁큰에디터
어느 한 분야에 대해 책 한권 쓸 수 있다면 그는 그 분야의 전문가다. 음식과 술의 전문가.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하지만 나는 음식과 술에 큰 관심이 없다. 술은 가끔 와인 1-2잔 정도. 그것도 달달한 걸로. 음식은 안먹어도 그만 먹어도 그만. 떡볶이를 제외하고 크게 먹고 싶은게 없다. 예전엔 하루 종일 먹지 않아도 괜찮았었다. 반면 Y는 음식에 진심인 편이다. 정성스럽게 한끼를 준비해서 먹고(맛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맥주나 소주 한잔과 먹는 야식도 꽤나 고심해서 고른다. 스트레스는 음식으로 푼다. 그런 Y를 만나 나도 식욕이 많이 늘었다.
나에겐 사실일지도 모르는 편견이 하나 있는데 ‘잘 먹는 사람은 성격도 좋다’라는 것이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나와 다른, 잘 먹는 Y를 보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Y를 만나기전에 책을 읽었으면 작가의 말들을 이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 만나 읽은 책은 재밌고 반가웠다.
P14. 이 책에는 그녀가 지닌 치열함의 흔적이 초코 크로와상에 뿌려진 초코라구처럼 촘촘하게 뿌려져 있다. 먹는 이야기로 책 한권을 채운다고 라며 반문했던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세웠던, 또 허물었던 그간의 시간들이 얼마나 밀도 높고 외로운지 앍었다. 그런 중에도 사람을 웃게 하는 것 역시 그녀가 가진 따뜻함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또 한가지. 그녀 역시 성격 좋고 따뜻한 사람일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음식에 대해 진심이고, 잘 먹으니깐. 그녀는 잡지에 음식과 술에 대한 글을 싣는 에디터다. 지금은 소속 없는 프리랜서지만 책에서 그녀가 너무도 재밌고, 유쾌하게, 그리고 고생스럽게 주제를 정하고 음식과 술을 찾아다니는 내용들을 만난다.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 하고 맛집에 가서 먹어보고, 글을 쓴다. 나와 다른 직업 세계를 만나서 신기하고 그녀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놀라웠다.
열심히 먹겠다고 결심한 날엔 최선을 다해 차리고 먹는 일에 집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앞에선 무기력과 번아웃도 날려버릴 수 있다. 위스키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녀는 각종 술에 대한 글도 쓴다. 책에서도 술에 대한 진지한 글들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들도.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이란 타이틀로 책을 마무리 지었다.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과 먹는 맛있는 음식은 큰 행복을 선물한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을 만나 음식을 먹는 일이 많이 줄어 아쉽다. 곧 그런 즐거움을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래본다.
P100. 칼이나 도구를 가지고 수년감 자신을 단련해온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특유의 묵직하고 서늘한 포스가 있다. 한 분야를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통달한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짧고도 명쾌한 답. 추론이나 이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체득한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선명한 답이 있다.
P123. 태어나자마다 우리 집으로 와서 18년을 살던 뭉치는 몇 해 전 노환으로 죽었다. 뭉치의 숨이 넘어가려는 마지막 순간에 엄마가 한 일은 갈치 한 토막을 굽는 거였다. 온갖 병치레를 달고 살던 말년의 뭉치에서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이지 못해 마음 아팠다며, 갑자기 생 갈치 한토막이라도 먹여 보내고 싶었단다. 그 다급한 순간에 프라이팬을 꺼내 불을 붙이고 갈치를 뒤집어가며 굽던 엄마의 마음을 나는 너무 잘 안다.
음식은 정말 사랑이자 힐링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요즘 다이어트랍시고 먹는걸 조절한다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의외로 살을 빠지지 않고 힘들기만 하다는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음식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스스로 생각해봐도 먹는 생각이 모든 생각의 80프로 이상을 차지하는 나란 사람은 정말 힘들 때 잘 먹는 자가 일류라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보는것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반복해서 먹으러가는것도 좋아한다. 먹는것을 이렇게 좋아하니 당연히 먹는 이야기도 좋아한다. 책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 책이라면 꼭 읽어보려고하고 읽다보면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음식과 술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던 표현들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머리에 눈앞에 떠오르며 바로 먹고싶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마음 따뜻하게 맛있는 이야기를 실컷 들을 수 있을것 같아서 너무 기대가 됐다.
둥글둥글 칭찬만 받고 싶은 사람이 쓰는 따스한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정말 쉬지도 않고 편하고 재미있게 책을 읽어나갔다. 가장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먹고 마시고 놀러다니는걸 잡지에 올리는 기자라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항상 남기고 경험할 수 있다니 정말 최고였다. 실제로 나말고도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작가 또한 정말 그러한 삶이었다고 이야기하니 꿈꾸는 삶을 잠시 훔쳐보는듯 더욱 재미있었다. 갑각류로 기사를 쓰고 물리도록 먹는 이야기도, 기름진 맛이라며 다양한 기름짐을 표현하는것이 그동안 내가 참 먹는것을 좋아하면서도 깊게 알아가지는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기사들을 봤으면 또 얼마나 침을 삼키며 먹는 이야기에 집중했을까 상상도 해봤다.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그런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가 먹는 이야기만큼 또 재미있었다.
먹는것에 관련해서는 부지런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 또한 그렇지 않은가, 한달의 외식 플랜을 만들어둔다던가 음식을 주문할때 항상 다음에 먹을 수 있는것들을 시켜 먹는다던가 먹는것 만큼 만드는것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걸 좋아하니 더욱 효과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법도 자동적으로 익숙하게 알게 되었다. 또한 작가의 술과 음식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라꾸쁘의 이야기들도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도 가끔 힘들고 어려운일을 만나는데 그 만나는 순간 대하는 태도는 분명히 다른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면이 이토록 내가 먹는걸 좋아하고 그것에 이런 노력을 합니다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보기 힘들었고 그런 책도 참 만나기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너무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잔뜩 듣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서 너무 행복하고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나 또한 힘들고 지칠때 더욱 맛있는걸 먹어 스스로에게 기운을 주듯 작가의 그런 재미있는 삶을 잠시 느껴보니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구나 싶어서 반갑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