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을 처벌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그가 이미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의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그를 지금 없애 버리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데 있는 것이다"/25쪽
어쩌면...
이럴수가...
법이,재판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서술. 아니 사례들이 등장한다. 알 수 없는 이름과 사건들 속에서,본능적으로,아니 동물적으로 감지되는 건,법을 창조하는 자들이 누구인가를 들려주려 하고 있다는 사인에 대한 신호다.지식인에게 차를 준비해 주었다고 말한 똘스또이의 딸에게 주어진 형량이 강제 노동 3년,그러나 돈을 준 누군가는 보호 관찰에 석방..이라는 방식은 누가봐도 부조리한 상황.21세기에도 이런 상황은 사라지지 않았다.법이 이상한 방식으로 자라나고 있는 중인 거다.그런데 아직 유아기 수준 정도의 사례를 보여준 것 이라며,솔제니치 선생은 이제 소년기로 넘어가자고 한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재판 기록에서 언급된 건 언론과 결탁한 마녀사냥 같은 이야기다. 그 남자의 자살 보다,언론과 법이 결탁할 때 마주하게 되는 상황 "세젤니꼬프 동지는 경제생활 지에 여론을 들끊게 하고 있는 수도의 파국적 생태에 관한 풍설에 대해서 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고 새롭고 무시무시한 소문들을 열거한 다음...."/68쪽 무엇을 생각해도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가 쏟아져나온다. 이미 각오(?)하고 읽기 시작한 <수용소군도>가 아니던가..그런데 탁월한 작가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도 쓸수 없는 그곳의 생활이 그려진다.톨스토이가 쓴 <부활>도 온전하게 담아낼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지 않던가...1권에서 체포,숙청,신문,기관원에 대해 모든 것을 풀어놓았다면,2부에서는 이후 법이그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형무소생활의 모든(?)것이 그려진다.형무소로 가기까지도 고행,그곳에도착해도 표현하기도 힘든 고행의 연속...영화에서 그려지는 호송방식을 보면 솔제니친선생께서는 너무 낭만적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참담함을 넘어 참혹..어쩌면 잠깐 언급했지만..이 기록은 '인간쓰레기' 들에 대한 보고 일수도 있겠다 싶다.소설의 전반부는 법의 판례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매우매우 힘들었다는 뜻이다.) 후반으로 넘어오면 다시 문학적의 감성으로,인간으로서의 참다운 삶을 살아야 할 이유를 들려준다.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다녀온 기분이다.이런 고난 끝에 내가 얻은 지혜가 있으니..부디 당신들은 그 지혜를 가슴에 깊이 새길수 있기를 바란다고... 힘겨운 <수용소 군도>읽기를 멈출 생각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삶의 모든 수수께끼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다.환영을 찾지 말라.재물과 명성을 쫓으려 하지 말라.그런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애써 축적된 것이지만 단 하룻밤 만에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초연한 태도로 삶을 살아 나가라.불행을 두려워할 것도 없고 행복으로 가슴 태울 필요도 없다.그것은 매일반이 아닌가? 괴로움도 영원한 것은 아니고 즐거움도 완전히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다른 사람에 대하여 부러운 생각을 품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좀먹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두눈을 똑바로 뜨고 마음을 깨끗이 하라(...)"/418쪽
이 책에는 허구의 인물이나 허구의 사건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이나 지명은 모두 실제 이름 그대로 표기 되었다. 머리글자로 쓴 이름들은 그 개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에서이다. 만약 이름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면 인간의 기억력이 그 이름들을 다 기억해 내는 데 모자라기 때문이다.
솔제니친은 이 책의 서문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남겼다.총 6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11년동안의 수용소생활에 관해 방대하게 담겨져있다. 이 책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 힘듬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용소군도 2권에서는 1부 내용이 연결되면서 2부로 이어진다.
1부의 8장부터 12장의 내용은 기관 뒤에서 그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소비에트 법률과 재판 제도가 중심이 된다.
저자는 유명한 재판의 사례를 통해 부당한 재판의 허상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2부는 형을 선고받은 죄수가 수용소로 가는 장면을 묘사한다. 매우 비인간적이고 열악한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제도와 시스템 뒤에 가려진 인간의 악랄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화가 난다 화가나!
더불어 어떤 상황에 처해졌을때, 혹은 어떤 편에 섰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소름돋는다.
#수용소군도2
#알렉산드로솔제니찐
#열린책들
수용소군도 2권. 1권과 마찬가지로 종이책으로 구매했다. 이북으로 읽을 엄두가 안 난다.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글을 쓴다고 하면 너무 괴로울 것 같은데, 솔제니찐은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어떠한 사명감으로 정말 '목숨을 걸고' 글을 썼을 것이다. 그러한 작가의 절박함이 잘 드러나서인지 글에 자꾸 몰입된다. 너무나 잔인하고 가혹한 기록들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