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2년도 43번째 책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의 느낌이 훗날의 성생활에 집요하게 달라붙어 고착화된다는 것
mobile e-book : 182p
동생의 출생 시점, 남녀 차이의 발견 시점, 성행위 장면의 직접적인 목격, 부모의 성적인 구애나 퇴짜 행위 등은 아이의 성적 발달을 가속화할 수 있다.
mobile e-book : 458p
투자를 하다 보니 경제에 관심을 갖다가 결국 경제라는 것도 인간이 만들고 인간 심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생각하여 읽었습니다.
결국 유아기 즉 어린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성 관련 문제와 성격 등이 결정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책의 내용이 분석/리포트 위주여서 함축적으로 요약하기가 좀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프로이트의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아래의 링크로 남겨두었습니다.
리뷰를 읽으시는 분 모두 다(多)독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기 위한 첫 번째 도구를 찾아낸 사람이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그의 글을 독서모임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성 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라는 제목의 논문은 1905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자연스러운 성 본능이 억압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프로이트가 내놓았던 '인간에겐 영아기 때부터 성욕이 존재한다'는 과감한 주장은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여성의 성욕과 여자아이의 성 발달과정에 대한 프로이트의 주장에는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개념이 학문적으로는 지극히 혼란스러운 개념 중 하나다. 어떤 때는 <능동성과 수동성>의 의미로, 어떤 때는 생물학적인 의미로, 또 어떤 때는 사회학적인 의미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중 첫 번째 접근이 가장 본질적이고 정신분석에도 가장 많이 사용된다.
(중략) 심리학적인 의미 로건 생물학적인 의미 로건 순수한 남성성 또는 여성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개인 속에는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 성의 성격이 섞여 있고, 능동성과 수동서이 결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성격적 특성들이 생물학적 성에 얼마만큼 구속되건, 또 얼마만큼 구속되지 않건 간에 말이다.(112쪽)"
처녀성과 남근 선망
첫 결혼에서 불감증에 빠져 불행해 하던 여성이 두 번째 남편에게는 더없이 부드럽고 애정 넘치는 아내로 탈바꿈하는 사례를 들면서 여성이 남근 선망의 이면에 깔려있는 남성을 향한 적의가 첫 남자에게 다 쓰여서 소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성행위를 금기시하는 문화의 영향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터부시 하는 것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이해의 기회를 제한한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뤄지는 첫 성교가 즐겁거나 만족스러울리 없다.
여성이 첫 성교에 대해 느끼는 실망은 서로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정도로 미숙했기 때문이지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대로 아버지에 대한 최소의 사랑이 고착화된 정도에 따라 두 번째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남편이 받아들여지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어린아이의 성 발달 과정
"예비 성기기의 사디즘적 항문 단계는 아직 여자와 남자의 분화가 거론될 단계는 아니고, 단지 능동성과 수동성의 대립만 팽배하다. 소아 성기기 단계에서는 남자만 있을 뿐 여자는 없다. 여기서의 대립은 남근과 거세된 남근의 대립이다. 이후 사춘기가 돼서야 <남자와 여자>라는 성적 분화가 자리를 잡는다. 이때 남자는 주체성과 능동성, 남근을 아우르고, 여자는 객체성과 수동성을 띤다. 이제 여자의 질은 남근의 거처로 존중받고, 자궁의 상속자 기능을 한다.(267쪽)"
"여자는 생식기가 훨씬 작다는 이유로 마치 자기가 남자인 듯 여자를 경멸하거나, 또는 그러한 판단 속에서 자신이 남자와 동등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열등한>이라는 수식어가 붇을 만한 유일한 기관은 바로 클리토리스일 것이다.(287쪽)"
남성 생식기가 우선이고 여성 생식기는 남근이 없는 거세된 상태 혹은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받는 대목이 자주 나오는 데 정말 남근이라는 단어를 한 책에서 이렇게 많이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작고 크고를 따지고 작은 게 안 좋다는 잣대를 들이대는건 너무 편파적인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남자들의 성생활에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자들의 성생활은 한편으론 문화적 영향 때문에, 다른 한편으론 여자들의 전통적인 침묵과 솔직하지 못한 면 때문에 아직도 꿰뚫어볼 수 없는 어둠에 덮여 있다.(37쪽)"
"페티시는 아무 남근의 대체물이 아니라 아주 어린 시절에 큰 의미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사라져 버린 특별하고 구체적인 남근의 대체물이다. (298쪽)"
어려울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번역이 잘 되어있어서 내용 이해에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100여 년 전 정신분석학계의 한계와 프로이트의 자기 이론에 대한 집착이 독서를 방해할 정도로 뚜렷하게 드러나서 놀랐다.
프로이트의 삶과 사상에 대한 제임스 스트레이치의 글이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실려있다. 프로이트는 처음으로 꿈을 해석하고, 유아기의 성욕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고의 1차적 과정과 2차적 과정을 구분한 사람. 정신분석학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이고 최면 암시를 그만두고 자유 연상이라는 방법을 도입했다. 정신을 탐구하려는 상대방에게 단순히 무엇이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말하라고 요구하는 방법인데 심리 상담 분야 말고도 자유 연상을 자주 사용한다. 정신분석학에서 그가 이룬 업적이 상당하다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열린책들에서 펴낸 프로이트 전집은 총 15권이다. 시대가 바뀌어 그의 논문은 한번 읽고 넘어가면 충분한 것들이 되었고 그의 이론에 집착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걸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해 깨달았다.
#프로이트전집 #열린책들 #성욕에관한세편의에세이
표제작인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는 1905년에 처음 발표된 후에 20년 동안 계속해서 수정이 되었다. 책에는 이 논문 외에 프로이트가 남긴 다른 글들이 실려있는데 성욕과 관련된 내용이다.
프로이트는 성생활에 대한 아이들의 지적 관심, 성에 관한 앎의 욕구는 아주 어린 시기에 나타나며 그것을 목격했을 때 어른들이 아이를 혼을 내거나, 사실을 숨겨선 안된다고 당부한다.
"아이들은 사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생식 능력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사랑 능력을 갖춘 성숙한 존재(142쪽) "라는 그의 관점은 100여 년 전 기준으로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그러나 100여 년 전 정신분석학의 한계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많아 답답하기도 한 책이다. "내 목표는 인간 성생활의 생물학을 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얼마나 밝힐 수 있을지 알아내는 것(13쪽)"이라는 프로이트의 신념은 때로 고집스러운 집착으로 보인다.
정신심리학 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 탐구는 다른 학문과 연관 지어 이뤄지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 현상 관찰이나 상담을 통해서가 아닌 과학 기술을 이용해 인간을 탐구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힌 이 시기에 프로이트의 연구결과는 이전만큼 놀랍지도 인상적이지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또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신분석학계에서도 여성에 대한 관심과 연구 부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반증해줄 뿐이다.
2판 서문에서 프로이트가 이런 말을 한다.
"이 책이 어서 빨리 시대에 뒤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한때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제법 쓸모가 있던 이 책의 새로운 점들을 비롯해 부족한 부분까지 더 훌륭한 연구들이 나와 대체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11쪽)" 그 바람은 이미 이뤄지고도 남은 것 같다.
최근에 프로이트의 핵심 저작들을 읽고 정신분석학을 공부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침 과거에 그 작은 판형에서 벗어나서 보다 넓고 가독성 있는 크기에, 개역까지 이루어져서 프로이트 전집이 재출간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를 바로 구입했다. 이 책에는 섹슈얼리티에 관한 프로이트의 주요한 다수의 논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성적 충동이 인간의 심리 현상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현대 페미니즘 이론에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자 할 때 가장 많이 참조되는 저작이 바로 이 <성욕에 관한 세편의 에세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