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취업-결혼-출산 인생의 리스트 같은 일련의 숙제들.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결혼과 출산이 이제는 의문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사는 게 편한데, 난 지금이 좋은데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
30대가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묻는 질문들 "결혼 해야지?", "결혼 왜 안 해?"라는 질문들이 점점 숨이 막혀온다.
나는 결혼을 했지만 주변 지인들에게는 굳이 사명감을 가지고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싸잡아 "결혼을 왜 못했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결혼을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걸 거야"라고 여지를 준다.
결혼을 못 한 건지 안 한 건지 자신에게도 의문인 저자에게 나는 하고 싶지 않다면, 결혼하고는 못 베길 상대가 있지 않다면 결혼을 안 한 것이 맡다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지금 행복하다면!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못하게 되었다.'에서는 30대 여자라면 대부분 공감할만한 평범한 주인공의 일상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에피소드에는 주로 결혼과 사랑에 대해 본인과 주변 지인들이 출현하여 일상적인 고민들을 나열했다. 네이버 웹툰으로 시작해 책까지 낸 에세이 웹툰의 그림체는 귀엽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하다. 웹툰 중에서도 글씨가 많은 웹툰에 들어갈 것 같다. 이미 결혼을 한 나 같은 기혼자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가볍게 읽으면 좋을 공감툰.!
제목이 딱 내 상황을 나타내는 것 같아 망설임 없이 펼친 책이다.
항상 비혼을 말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가끔씩 왜 결혼을 안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당당하기보다는 황망해진다.
그게 왜 궁금하세요? 되묻고 싶다.
아주 가끔, 내 마음이 어지러울 땐 그 질문이 왜 결혼을 못했어? 라고 들리기도 한다.
표지의 주인공은 아직 무언가를 꿈꾸는 소녀같다.
흔히 결혼하고 애를 낳아야 진짜 어른이 된다고 하는데, 노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영원히 어린아이일거라는 걸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은 너무 나간 것일까. 모르겠다.
책을 펼치고 한참을 낄낄대며 웃었다.
더 이상 키스씬을 아무 감흥없이 보고, 아직도 일탈을 꿈꾸는 사춘기이며, 주말엔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만화책이나 웹소설을 웃으며 울며 보내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러다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해 우주적 고독을 느끼는 모습에선 약간 숙연해지기도 했다. 요즘 가끔씩 올라오는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자꾸 버튼이 눌리는 모습이나,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을 때 박탈감을 느끼는 모습도.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가나 결국 우리는 죽음이라는 하나의 골문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다면 나는 혼자 가뿐하게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최대한 '나'만 생각하며 살고 싶었다.
지금도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세상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이 널리고 널렸고 내가 버는 돈은 다 내 마음대로 쓰는 삶을 포기할 수 있을것 같지 않다.
하지만
"오랜만에 참여한 모임에서 내내 기분 좋게 한껏 수다를 떨며 웃고는 헤어져 집에 오는 길.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선선한 저녁 달라지는 공기가 느껴질 때.
주말 오후, 굉장히 눈부신 날 창문을 열고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낮잠을 자다가 어두워질 무렵 깼을 때.
나도 그 순간들이 다 좋지만... 외로워졌나 봐," p.239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종종 외로움이 몰려올 때면 혼자인 내가 불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어차피 함께 갈 감정이다.
그러니 이왕 결혼도 못하게 된 김에 더 즐겨야겠다고.
서평을 쓰면서 다시 책을 펼쳤는데, 역시나 웃기다.
다시 한참을 낄낄거리며 또 읽었다.
네이버 웹툰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몰랐던 상태에서 읽어 보았던 책, 전체적인 구성이 웹툰 구성이어서인지 술술 읽어내려가게 되었다. 올해 39살의 '예민희"씨가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고 갖게되는 상념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체 줄거리이다. 단순히 결혼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삶의 의미, 외로움이 나에게 가져다 주는 무언가를 웹툰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것 같았다. 그리고 39년간 살아오면서, 여자로서의, 그것도 미혼자로서의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겪게 되고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즐겁게 유쾌하게, 하지만 때로는 그닥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경험들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동창회를 마주하는 민희씨의 일상을 그리는 부분에서는 어쩜 30대의 여자들의 생각들을 직접적이면서 즐겁게 표현하였는지 무릎을 딱! 치며 읽어보았다. 애가 둘인 친구, 막 결혼해서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는 친구, 애 낳은지 얼마 안되어 못 온 친구, 결혼 전이라 부케를 받기로 한 친구 등등, 모두가 모여 즐겁게 결혼에 대한 피상적인 주제로 이야기하며 하하호호 떠들고 있지만 서로 머릿 속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한바팡의 연쇄결혼이 이어진 후에 서로의 머릿 속에서는 여러 가지 가쉽들 그리고 이야기 들 속에서 서로를 분석하고 있다는 것, 글을 읽고 있는 나 조차서도 30대에 결혼식장에서 거쳐갔던 생각들이기에 더욱 더 공감이 갔다.
<특별한 날, 초라한 마음> 글을 보자마자 특별한 날에 비참하게 홀로 보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민희씨의 모습들을 보고 더 와닿는 듯 하다. 우리는 한 살 한 살 먹어갈 수록 생일 축하를 받는 다는 것이 덜 익숙하게 되어지고, 굳이 알릴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줄거드는 것에 마음이 헛헛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날 미혼으로서 축하를 받는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나의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듯 하여 민희씨도 새롭게 결심을 하게 된다.
나도 한 때 솔로의 시절이 길었던 20대 후반에 민희씨와 같은 생각을 하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어 내려 갔다.
철없던 20대를 신나게 보내고, 30대는 뭔가 의미있게 보내야지하며 마음 먹은 순간 우리의 앞에는 결혼이라는 큰 산이 막아서고 있지 않았다 생각해본다. 모두가 이 시기에 공감하고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즐겁게 만화로 표현해주었기에 읽으면서도 그때의 나를 떠올려보게 되어 좋았다.
미혼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결혼에 관한 웹툰을 다루고 있다. 결혼을 소재로 한 작 가의 생각이 잘 묻어난 현실적이지만 유쾌한 웹툰이다. 3040 미혼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걱정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별일 없이 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미혼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을법한 일이나 앞으로 혼자서 삶을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해 같이 공감하며 읽기 좋은 책이다.
평소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 점점 나이가 들수록 결혼을 못 하게 되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의 제목에서처럼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이 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상황에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닌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에게서 듣는 말이 더 크게 와닿을 때가 있다.
결혼을 안 하는 건지 못하게 된 건지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결국은 못하게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저자.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듯한 웹툰의 주인공 예민희의 일상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는 사람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상황이든 누구나 겪을 수 있을법한 일이란 걸 깨닫게 해준다. 삶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며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