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고독한 날 : 정수윤 번역가의 시로 쓰는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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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고독한 날 : 정수윤 번역가의 시로 쓰는 산문

정수윤 번역가의 시로 쓰는 산문

리뷰 총점 9.8 (1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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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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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날마다 고독한 날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24.08.16 리뷰제목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하이쿠,와카를 내가 접할 기회가 있기나 했을까?  '와카란 일본 고유의 시를 말한다. 일본을 뜻하는 와 (和)에 노래를 뜻하는 카 (歌)를 쓴다. (중략) 음수율은 부드럽게 암송하기 쉬운 5.7.5.7.7자를 기본으
리뷰제목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하이쿠,와카를 내가 접할 기회가 있기나 했을까?  '와카란 일본 고유의 시를 말한다. 일본을 뜻하는 와 (和)에 노래를 뜻하는 카 (歌)를 쓴다. (중략) 음수율은 부드럽게 암송하기 쉬운 5.7.5.7.7자를 기본으로 한다. (중략) 17세기 들어 서른 한자도 길다 하요 7.7을 떼고 5.7.5만 남긴 것이 하이쿠다.'- (저자의 설명) . 국어 시간에도 이태백, 두보 등의 작품이나 우리 시조를 접하긴 했지만 일본의 하이쿠나 와카를 만났던 기억은 없다. 아마 역사적인 배경, 일본과의 관계도 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싶다. <정수윤 번역가의 시로 쓰는 산문>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은 일본 와카 한편에 저자 산문을 더한 형식이었다. 저자는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시작으로 일본의 다양한 명작들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이며,장편동화를 쓰기도 한 작가이다. 일본어 공부를 했기에, 일본 문화에 관심이 생겼기에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본어와 상관없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 와카는 우리 나라의 시조를 읽는듯했다. 짧은 글에 함축된 내용이 상당한 임팩트를 주었다. 


나이 탓일까?  남편에게 보여주고는 함께 웃은 와카가 있었다. 

늙음이란 게 찾아올 줄 알았다면 문을 잠그고
없다고 대답하며 만나지도 말것을   -p166


저자는 엄마의 환갑을 맞아 함께 여행했던 추억을 이야기했다. 난 건강이 좋지 못한 엄마가 생각났고,  내 나이를 떠올렸다. 칠순을 앞둔 엄마와의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려하는 저자를 보며 부러웠다. 함께 긴 여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오래 오래 내 곁에 있어주시기만 하면 좋겠다. 없다고 대답하면 순순히 물러가 줄 늙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최대한 문고리 잡고 버텨보자. 운동하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면서. 

달콤하고 절절한 사랑을 담은 와카가 특히 많았다. 그 중 한편을 보면,

그대 위하여 봄 들판으로 나가 어린 순 뜯네
나의 옷소매에는 눈 송이 흩날리고   -p170


그해 첫 새순을 먹으면 한 해 동안 병치레 없이 건강히 지낼 수 있다는 속설이 있었던 때, 남자가 정성스레 딴 어린 순과 함께 이 와카를 선물했다고 한다. 저자는 서울과 도쿄 원거리 연애를 하던 시절, 남자친구가 자신을 위해 방 곳곳에 숨겨둔 열 장의 편지에 대한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이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 고3 딸과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던 고1 아들의 학교로 편지를 보냈던 기억이 났다.  말로 전하는 것도 좋지만 꾹꾹 눌러 쓴 글이 전하는 의미도 크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끔 그 편지를 함께 읽으며 그 날을 떠올리곤 한다. 

누군가를 위해 눈 내리는 들판에 쪼그려 앉아 풀을 뜯는 사람, 누군가를 위해 방 구석구석에 편지를 숨겨두는 사람. 그런 작고 소소한 정성으로 우리는 산다. 즐겁게 산다. 일상이 빡빡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약간의 정성, 약간의 시구를 생각해보는 여유를 갖고싶다. - p172


당연히 일본 문학을 많이 접하니, 일본 문학에 대한 글이 자주 등장을 했는데,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재미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으면서 줄거리는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고, 문장들이 아름다웠다는 느낌은 남아있다. 그 느낌만으로 애정하는 작가가 되었는데,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에서 읊은 와카를 소개하고 있었다. 와카의 의미를 풀어서 설명해두었지만, 그 보다도 이 문장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구름을 나와 나를  따라나서는 겨울밤의 달
바람이 저미느냐 눈이  차디차느냐  - p234


사물이 모두 다르게 보여도 우리는 모두 거대한 하나이다. 우리는 모두 완전히 융합되고 뒤섞여 있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연도 인간도 국가도 인종도 정치 색깔도 서로 다른 조각의 퍼즐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이어진 형상 속에서 우리는 산다.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다들 모르는 것처럼 사는 것 같아서. -p236

덧붙여진 저자의 글은 요즘 세계의 움직임을 보면서 더 맘에 와 닿았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분쟁은 있었지만, 세계는 안정되어 있고, 평화롭다고 생각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끝날 줄을 모르고, 중동 사태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 정치가들은 민생에 관심이라도 있기나 한 건지.


하여가, 단심가등 우리의 시조도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지만 빠져들 수 있듯이 와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소개한 와카의 배경(일본인들의 역사, 문화,풍류등) 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기에 와카가 전하는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덕분에 와카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보다도 솔직 담백한 저자의 글이 더 좋았다.  일본어 원서를 읽으면서 번역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번역가가 되게 된 계기, 번역가로서 만났던 사람들, 번역가로 사는 삶 등에 대한 글을 특히 재밌게 읽었다.  오랜 세월을 아우르는 와카 65 편에는 현대를 사는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정성껏 골라낸 와카와 어우러진 진솔한  저자의 산문과 함께 한 시간은 더운 여름 날에 청량감을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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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와카 맛보기 평점10점 | w****u | 2021.03.16 리뷰제목
와카로 쓴 산문, 와카라면 일본의 고전시. 하이쿠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서문에 두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와카란 일본 고유의 시를 말한다. 일본을 뜻하는 와和에 노래를 뜻하는 카歌를 쓴다. ... 음수율은 부드럽게 암송하기 쉬운 5·7·5·7·7자를 기본으로 한다. ..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하이쿠도 와카에서 왔다. 17세기 들어 서른 한자도 길다 하여 7·7을 떼고 5·7·5만
리뷰제목

와카로 쓴 산문, 와카라면 일본의 고전시. 하이쿠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서문에 두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와카란 일본 고유의 시를 말한다. 일본을 뜻하는 와和에 노래를 뜻하는 카歌를 쓴다. ... 음수율은 부드럽게 암송하기 쉬운 5·7·5·7·7자를 기본으로 한다. ..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하이쿠도 와카에서 왔다. 17세기 들어 서른 한자도 길다 하여 7·7을 떼고 5·7·5만 남긴 것이 하이쿠다."(p7-8)
와카와 하이쿠의 차이가 음수율도 있지만, 의미와 분위기도 약간 차이가 있단다. "하이쿠는 혼자의 감각에 몰입하고, 와카는 덩굴처럼 엉킨 인연에 호소한다. 하이쿠를 재치의 맛으로 읽는다면, 와카는 인정의 맛으로 읽는다고 할까. 하지만 그래 봐야 열네 음절 차이. 한두 줄 짧은 시에 만물을 바라보는 통찰을 담는다는 개념은 일맥상통한다."(p8)

 

저자는 일본 근현대 작품을 번역하는 작가로 디자이 오사무 전집을 시작으로 다양한 일본 명작을 옮겼다. 특히 디자이 오사무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여러 작가, 특히 와카만 800여수로 구성된 장편인 무라사키 시키부 작 <겐지 이야기>가 수차례 언급하면서 와카의 맛을 잘 소개한 에세이였다. 

 

65편의 와카를 하나씩 서두에 제시하고 그 와카에 대한 배경 해설과 개인적인 신변잡기를 엮어서 어렵지 않게 다가갈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와카 안에 있는 시 정서 뿐만 아니라 관련된 일본 문화, 역사와 일본인의 정서, 311 동일본 지진과 같은 시대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눈여겨볼만 했다. 와카을 음미하고 찬찬히 산문을 읽으면서 시운을 되돌려 확인하는 느긋함을 즐길 수 있었다. 일본 고시가 이런 깊은 운치가 있는줄 알게 된 좋은 책이다. 

 

와카에 나오는 일본어를 관찰하는 글이나 산문을 보다보니 이런 방식의 옛시의 소개도 멋있다. 우리 옛시 신라의 향가, 고려시대의 고려가요, 조선의 시와 시조도 소개하는 산문이 많이 출판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현대는 시를 접하기 쉽지않아 시 정서세계에서 멀어져 음미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이든 자주 접해야 하지만 시집을 가지고 천천히 읽을 여유가 사라지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마무리, 
일본 극작가의 유명한 명언 하나가 책을 덮을 때까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건 왜 그럴까?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구절로 일상생활에서 상기하면 좋을 것 같아 톱픽으로 꼽아보았다.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재미있게(이노우에 히사시)"(p56)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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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와카. 시. 노래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h*****e | 2021.03.16 리뷰제목
달 보노라니 수천가지 상념에 쓸쓸해지네, 이 내 몸 하나의 가을은 아닐진대, 이 와카는 달에 대해 노래하는 시이며 저자는 달의 한숨이라는 부제를 적었습니다. 약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던 때 저자는 바로 그 현장에 있으면서 일본 영화 거북이도 난다를 보고 있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그 현장에서 온 건물과 세상이 흔들리고 무너지며 벽돌과 먼지와 물건들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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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보노라니 수천가지 상념에 쓸쓸해지네, 이 내 몸 하나의 가을은 아닐진대, 이 와카는 달에 대해 노래하는 시이며 저자는 달의 한숨이라는 부제를 적었습니다. 약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던 때 저자는 바로 그 현장에 있으면서 일본 영화 거북이도 난다를 보고 있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그 현장에서 온 건물과 세상이 흔들리고 무너지며 벽돌과 먼지와 물건들이 온몸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죽음이 나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가고 삶과 죽음이 쉽사리 교차하던 그 순간에 살아남았지만 머지 않아 수 만명이 쓰나미에 희생됐습니다. 한 두 사람의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인류에게는 달도 별도 정이 떨어져서 한숨을 쉬여 영원히 멀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900년 전부터 내려온 일본의 와카에서 보는 달, 10년 전 저자가 동일본 대지진에서 생각했던 달, 하나의 달이지면 생각하기에 따라 표현하기에 따라 참 다릅니다.
?
다고 해안가 내려가 바라보니, 순백 뒤덮인 후지산 봉우리에 눈은 폴폴 날리고, 이 책은 산문집이자 시집이며 노래하고 말하고 글쓰는 독특한 구성의 에세이입니다. 오래 전 와카의 노랫말을 보고 나서 저자의 산문적인 일상을 들어보자면 어울리는 듯 하면서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합니다. 일본의 후지산에 쌓인 눈을 보며 노래하던 와카는 저자가 삶을 영위하며 매일 오르는 인왕산의 배경과 사뭇 다르지만 비슷한 풍경도 떠오릅니다. 800~900년 전의 일본 와카에서 느껴지는 정취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의 냄새가 비슷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솔직하게 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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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동음이의어의 미학으로 글을 음미하며. 평점10점 | h****e | 2021.03.14 리뷰제목
정말 오랜만에 읽는 산문집이다. 산문은 읽는 것보다도 쓰는 게 더 재밌다고 여겨서 그런 걸까. 애초에 나는 시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긴 했지만 굳이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진 내가 이 책을 읽으려 한 이유는, 일본의 고전 시인 와카를 바탕으로 쓴 산문집이기 때문이었다. 일본 시를 한 번도 읽어본 적 없기도 했고, 일본어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리뷰제목

정말 오랜만에 읽는 산문집이다. 산문은 읽는 것보다도 쓰는 게 더 재밌다고 여겨서 그런 걸까. 애초에 나는 시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긴 했지만 굳이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진 내가 이 책을 읽으려 한 이유는, 일본의 고전 시인 와카를 바탕으로 쓴 산문집이기 때문이었다. 일본 시를 한 번도 읽어본 적 없기도 했고, 일본어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고독을 만끽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겠다.

 

그래요 산들산들, 그래요 산들산들. '그래요(そうよ 소우요)'와 '산들산들(そよそよ 소요소요)'은 발음이 비슷해서 이 와카의 원문 '소요そよ'는 그 두 가지 뜻을 모두 나타낸다. 소우요, 소요소요, 그래요, 산들산들,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날마다 고독한 날, 57p

 

 

일본어로 쓰인 와카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산문들이 실린 이 책은 중간중간에 동음이의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는 원래부터 언어유희나 발음이 비슷한 단어로 글을 쓰는 걸 참 좋아하는데, 동음이의어의 미학을 일본어로써 느껴보는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조금 행복했다. 고독함을 만끽하기 위해 읽은 책인데, 어쩌다가 행복을 채워버렸다. 고독이야말로 행복인 것일까.

 

일본어로 언어言의 잎사귀葉 '고토바言葉'는 말을 뜻한다. 인간이 한 그루의 나무라고 할 때 거기에 달리는 잎사귀가 말, 말, 말이라는 뜻이리라.

날마다 고독한 날, 15p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일본 노래를 해석하려 했었던 때가 떠오른다.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때는 그 노래를 너무 해석하고 싶었어서 어두운 새벽이 밝아질 때까지 그 노래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근데 그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단어가 바로 인용구에 있는 '고토바'다. 당시에는 말씀 언言자는 알았으나, 잎 엽葉자는 몰랐기에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를 한참 고민하고 사전을 뒤졌다. 그래서 결국 새벽이 다 밝아져서야 해석을 끝낼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지금 나의 '고토바'는 저때의 기억과 세월이 합쳐 잊을 수 없는 단어가 되었지만, 그 단어를 이런 식으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어쩌면 나는 14살의 새벽에 나의 '말'을 배우기 위한 발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모국어와 외국어를 배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아직도 나의 '고토바'는 조용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독하고 아름다운 산문집이다. 공허한 마음을 와카와 산문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느낀 주관적인 견해를 정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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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날마다 고독한 날] 일본어 번역가의 와카 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y | 2021.03.14 리뷰제목
번역가가 쓴 산문집을 좋아한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을 해서 그런지, 관점이 기발하고 사고방식이 유연하다는 인상이 있다. 좋아하는 번역가의 산문집 목록에 이 책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정수윤의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이다. 번역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고 생각해서 확인해보니 <장서의 괴로움>, <나는 나대로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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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가 쓴 산문집을 좋아한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을 해서 그런지, 관점이 기발하고 사고방식이 유연하다는 인상이 있다. 좋아하는 번역가의 산문집 목록에 이 책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정수윤의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이다. 번역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고 생각해서 확인해보니 <장서의 괴로움>,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읽는 인간> 등을 번역한 분이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쓴 작가 와카타케 치사코의 집에 초대받아 다녀온 이야기도 이 책에 나온다. 좋아하는 작품의 후일담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일본의 고유한 시 형태인 '와카'를 주제로 한다. 와카 한 편에 저자가 쓴 산문 한 편이 연결되는 식이다. 와카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일본의 오래된 시와 한국인 번역가의 글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지켜보는 재미를 느낄 것이고, 와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기회에 와카의 세계를 경험하고 와카를 음미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할 것이다. 나는 후자인데, 한국에서도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이 천 년 전 '오노노 코마치'라는 여자 시인이 쓴 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대 그리다 까무룩 잠든 탓에 나타났을까. 꿈인 줄 알았다면 깨지 않았을 것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어느 날 이 와카를 읽고 꿈에서 꿈으로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몰랐다면 아쉬웠을 이야기. 알고 나니 <너의 이름은>이 더욱 깊이 있는 작품으로 느껴진다.

 

책에는 저자가 이십 대 후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유학 간 이야기, 유학 생활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로 번역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 이야기, 번역가가 된 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한 이야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와카도 좋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좋아서, 오래오래 간직하며 생각날 때마다 들춰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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