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여사의 에도시대를 읽는 것은 현대시대에 살고있는 내가 그때 당시 일본사회를 느끼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지 않는 한은 실제로 느낄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이 소설을 한번 집어 들면 온전히 그 매력속에 빠져들어 그 시대 세트장 속에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짧은 이야기 여섯편. 그중에서 <피리술사>라는 책의 제목과 동명의 이야기는 조금은 아쉬웠다. 아무도 막을수 없는 무서운 존재 마구루가 등장을 하고 그것을 치지하기 위해서 불어야마 했던 손가락 피리. 일종의 휘파람일테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손가락피리라는 말로 번역했다. 대대로 전해지는 그 비법은 여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규정해두었다.
분명 야수의 존재는 흥미롭지만 내가 원하던 괴담에서는 약간 벗어난 느낌이랄까. 그런 아쉬움은 바로 뒤에 있는 <절기얼굴>이 달래준다. 탁월한 배치다. 성경에 나오는 탕자처럼 집을 벗어나 의무를 다하지도 않고 돌아다니던 장남이 어느날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차남이 맡고 있는 점포를 뺏으러 돌아온 것도 아니다. 막내의 분점에 몸을 의탁한 그.
좋은 방과 자리를 달라고 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들이 잘 볼 수 없는 창고에서 머물겠다고 하며 절기마다 자신은 하루종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체 그는 그날 하루종일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꼬마아이의 입장에서 보았기에 그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앗 하고 놀랐다. 물론 실생활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종의 판타지스러운 조건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으로 말미암아 이런 괴담들을 읽는 것이 아니었던가. 앞부분의 아쉬움을 톡톡히 덜어주는 순간이었다.
그 외에도 기담을 들어주는 용도로 마련된 흑백의 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다. 이번에는 특히 오치카가 흑백의 방을 벗어나 눈날리는 날 괴담모임에 참여를 한다. 듣는 입장이라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닫혀진 방에서 일대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모여서 한 명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다르다고 할까.
그날의 화자들은 저마다 차례를 지켜서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그저 이야기를 할뿐 그것을 통해서 무언가 사건을 해결하고 결론이 맺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은 무언가 말을 함으로써 속에 있는 맺혀있는 것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을 받기 위해서 자신이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흑백의 방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그렇다. 오래 전의 일들. 그런 일들을 왜 그랬는지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구하고 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사실들을 이 곳에 와서 털어놓는 것이다. 말을 하는 사람을 이야기를 하고 오치카는 단지 그것을 들어주는 것뿐이다. 그것 뿐인데도 사람들은 속시원해 하고 후련해 한다. 아마도 그들은 들어주는 존재에 목말라 했을 것이다.
그런 기법을 지금에 적용시켜 본다면 역시 대화에는 말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어디선가 손가락피리 소리가 들리는지도 모르겠다.다른 에도시리즈를 집어드는 순간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나는 또한번 그시절 에도시대에 빠져든 나를 발견할 것이다.
어디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까. 이번으로 끝나는 거라면 말하기 좀더 쉬울 텐데. 내가 첫번째 ‘흑백’과 두번째 ‘안주’를 보았지만 잊어버린 것도 있어. 이번이 세번째인데 여기에서도 짧게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 흑백방, 오치카를 말하거든. 오치카는 한해 전에 슬픈 일을 겪고 친척집인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 왔어. 미시마야 주인은 이헤에로 오치카는 조카딸이야. 이헤에는 바둑을 좋아해. 집에는 바둑두는 ‘흑백방’이 있거든. 이헤에가 집에 없는 날 오치카가 손님을 흑백방에서 대접했어. 그 손님은 오치카가 자신과 비슷한 눈을 한 것을 보고 지금까지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했어. 나중에 그 말을 들은 이헤에는 오치카가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 마음을 달래면 어떨까 생각하고 미시마야 아가씨가 백가지 이야기를 모은다고 알렸어. 그냥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고 백가지였다니, 이것을 이번에야 제대로 알았어. 괴담 모임에서는 백가지 이야기를 해. 이때 초 백자루를 켜놓은 뒤 이야기가 하나 끝나면 촛불도 하나 꺼. 백가지 이야기가 끝나고 방안이 캄캄해지면 뭔가 괴상한 일이 일어난대. 그러고 보니 이것도 괴담이구나. 언젠가 한번 백가지는 아니고 그런 것처럼 꾸미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야기가 끝나자 바깥에 무엇인가 나타났어. 백가지 이야기를 다 채우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미시마야에 오치카가 온 지 한해가 지났는데 흑백방에서 이야기를 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이야기를 하러 사람이 자주 오는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이상하고 무서운 이야기니 쉬는 시간도 있어야 오치카가 괜찮겠지. 소문을 듣고 미시마야에 바로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이야기할 사람을 소개해주는 사람도 있어. 먼저 그 사람이 이야기할 사람을 만나서 거르는 거야. 하지만 한번 사람을 잘못봐서 미시마야에 큰일이 일어날 뻔했어. 그때는 여러 사람이 도와줘서 괜찮았어. 흑백방에서는 말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는 규칙만 있어. 흑백방에서 말한 이야기가 다른 데 새어나갈 일은 없어. 흑백이지만 여기에서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아. 흑백방이니 그것을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본래 바둑두는 방이어서 그런 이름(흑백방)이 붙은 것뿐이야. 세상에는 흑백을 가릴 수 없는 일이 많지. 나는 오치카 나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어. 전에도 몇살인지 나왔을 텐데 그것은 별로 마음쓰지 않았어. 왜 그랬을까. 혼인 이야기가 오고 가서 스물은 넘지 않았을까 생각했나봐.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이른 나이에 혼인을 했는데 그걸 잊어버린 거지. 오치카가 흑백방에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을 때는 열일곱이었고, 지금은 열여덟이 되었어. 그 나이에 벌써 안 좋은 일을 겪다니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일을 겪는 건 나이와 상관없을 거야.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는. 오치카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아. 흑백방에서 오치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조금 위로받지 않았을까.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하고.
가만히 생각하니 오치카 혼자 이야기를 듣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으면 답답할 것 같아. 흑백방에서는 오치카 혼자 손님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저녁에 오치카는 미시마야 부부한테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해줘. 거기에 한사람 더 늘었어. 오카쓰는 얼굴에 마마자국이 있는 사람으로 미시마야에 오기 전에는 안 좋은 것(마)을 쫓는 일을 했어. 에도시대 때는 마마자국이 있는 사람한테는 안 좋은 것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거든. 오카쓰는 미시마야에서 일하면서 오치카가 흑백방에 있을 때는 바로 옆방에 있어. 안 좋은 이야기에는 무엇인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오치카는 바로 옆방에 오카쓰가 있다고 생각하면 덜 무섭지 않을까. 무섭고 이상한 일이라고 해도 사람이 겪은 일이야. 거기에는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도 있어. 에도시대 사람들은 신을 잘 믿기도 해서 신과 관계있는 일도 있었어. 요괴, 이승과 저승도. 이번에 오치카는 애인 사이를 갈라놓는 연못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어. 사이가 좋은 두 사람을 시샘하고 미워하는 신이 있거든. 다마토리 연못은 그곳 땅신이 몸을 씻는 곳으로 사이 좋은 두 사람이 그곳에 모습을 비춰보면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대. 그것을 사람은 어떻게 이용할까. 혼인할 상대가 자신을 진짜 좋아하는지 어떤지 알아보는 데였어. 아무리 좋아해도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그걸 꼭 혼인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믿어야지. 사람이 집착하는 것을 빼앗아간다는 말도 있어.
사람은 자신이 겪은 일, 혹은 들은 이야기를 자기 혼자만 알고 있으면 안 좋은가봐. 그걸 누군가한테 털어놓고 짐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는 듯해. 짐이라고 해서 무거운 것만은 아닐 테지만, 누군가 나와 함께 그 일을 알고 있다 생각하면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마음이 들지도 몰라. 끝까지 말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어릴 때 살던 마을에 엄청난 큰비가 오고 산사태가 일어나서 식구들과 친구들이 모두 죽었어. 그때 그 사람은 선주 가문 별장에서 지냈는데 가끔 꿈을 꾸었어. 친구와 노는 꿈이었는데 그 꿈을 꾸면 꿈에 나온 친구 시체를 찾았다는 말을 들었어. 그 사람은 거기에 있으면 친구가 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어. 얼마전에 아플 때 이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했는데 그 사람은 다시 깨어났어. 그때 꿈에서 친구들을 만났대. 친구들이 너는 아직 이쪽에 올 때가 안 되었어 했대. 그 사람이 지금까지 자기 아내한테 하지 못한 말이 있었어. 그것은 자신만 살아남아서 미안하다는 거고, 그런 자신을 친구들이 미워할거다는 거야. 누가 그런 생각을 할까. 어떤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다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자신은 죽고 다른 사람이 살았구나 하고 화내는 사람은 없을거야. 네가 살아서 다행이다 생각할거야. 누군가한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면 다르겠지만.
말도 못하는 아이가 사람이 나쁜 일을 저지르려 하고 저지른 걸 알면 어떨까. 그 아이를 무서워할까. 죄를 지은 사람이라면 무서워하겠지.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건 그래서인가봐. 죗값을 치렀다고 그걸로 끝난 건 아니지만. 자신이 지은 죄가 자기 목을 조여오면 또 다른 나쁜 짓을 할지도 몰라. 약한 사람이어서 그런 거겠지만. 검은 사람 마음을 꿰뚫어보는 그 아이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이런 괴담을 하고 듣는 일은 그동안 자신한테 들러붙은 나쁜 것을 떼어내는 것이기도 하대. 오치카 혼자 흑백방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다르게 어떤 사람은 섣달에 괴담 모임을 가졌어. 그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으면 살면서 다른 사람한테 원한을 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할 것 같아. 원한 때문에 괴롭게 죽은 사람 이야기도 있었거든. 사람 겉모습 가지고 흉을 보아서도 안 돼. 괴담 모임에 간 오카쓰 얼굴에 있는 마마자국을 보고 뭐라고 한 사람이 있었어. 사람은 마음을 곱게 가져야 해. 겨울이 되어 미시마야에 오게 된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살던 곳에서 모시던 신이 오치카한테 그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러 오기도 했어. 사람이 아닌 다른 게 나타나서 무섭게 여길 수 있지만 오치카는 그것을 따듯하게 생각했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일도 슬프지만 어머니가 하던 일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아쉬워서 그 이야기를 하러 무사가 흑백방에 왔어. 무사 어머니가 한 일은 사람을 잡아먹는 마구로를 물리치는 일이었어. 그 일 무서워보여. 오치카도 그 이야기를 듣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 마구로는 원한이 모여서 만들어진 짐승이라는 말이 있거든. 사람이 살려면 그것을 없앨 수밖에 없잖아. 마구로를 없애도 또 다른 원한이 생기는 거지. 끝이 없기도 해. 무서운 것보다 슬픈 일일까. 오치카는 절기마다 얼굴이 바뀌는 사람 이야기도 들어(절기마다 남자 얼굴은 죽은 사람 얼굴이 돼. 남자는 그날 죽은 사람을 아는 사람을 만나러 다녀. 이게 늘 좋지만은 않아.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거든). 이때 이 세상과 저세상을 이어주는 상인이 또 나왔어. 예전에 나왔다고 하는데 잘 생각 안 나. 그때 오치카는 상인을 나쁘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이야기를 듣고는 그 사람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세상에는 그런 사람 있어. 선과 악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바라는 일을 해주는.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 그 상인은 언젠가 다시 나올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었어. 아니면 또 다른 사람 이야기에 나오게 될지도.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이야기도 하는 것 같아. 관계를 맺으면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 그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같은. 오치카도 그것을 조금씩 알아가겠지.
책을 읽는 것도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 이야기를 다시 다른 사람한테 하는 건 어렵지만. 오치카를 다시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까.
희선
☆―
영혼이 부서질 정도로 슬픈 일을 겪은 젊은 처녀에게 어지간한 위로나 격려는 별 소용이 없다. 그보다는 차라리 오치카가 이런 식으로 세상에 일어나는 신기한 이야기, 업보 이야기, 온갖 인생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이야기들에서 실을 자아내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꿰매어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17쪽)
괴이한 일을 이야기하거나 들으면 일상생활에서는 움직일 일이 없는 마음속 깊은 곳이 소리도 없이 움직인다. 무엇인가 웅성거린다. 그래서 무거운 생각에 짓눌릴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 문득 더러운 게 깨끗해진 듯한, 혹은 깨어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178쪽)
“괴담 모임을 마련해서 여러 괴담을 듣고 보니 신선의 영험함이나 요괴의 무서움과 신기함에 온몸이 절로 오그라들더군요. 사람의 지혜나 이치가 닿지 않는 일들을 알고 사람 분수를 헤아리게 됩니다. 혼백이 덜덜 떨리면 때가 떨어지고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맑아집니다. 그 고마운 효험에 선대 뒤를 이은 저도 괴담 모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207쪽)
미야베 미유키의『피리술사』. ‘우리는 왜 사랑과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또 상처를 주는가’라는 운명 철학적 질문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괴담이라는 소재로 증폭시켜 완성시킨 「미시야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가까이 다가오면 반드시 사랑하는 남녀를 헤어지게 만든다는 연못, 앞일을 예고하는 능력을 가진 산장, 사람이 감추고 있는 악행을 꿰뚫어 보는 아이, ‘마구루’라는 짐승의 퇴치해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여인의 이야기를 비롯한 여섯 편의 연작 단편이 실려 있다.
‘우리는 왜 사랑과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또 상처를 주는가’라는 운명철학적 질문에 대해 마음속으로부터 용솟음치는 강한 의구심을 괴담이라는 소재로 증폭시켜 단숨에 문장으로 완성시킨 ‘미시마야 시리즈’ 대망의 3탄.
에도의 미시마야에서 한 아가씨가 기이한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그곳에 한 사람씩 자신이 겪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온다.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짐을 부려놓은 듯 모종의 평온을 얻는 것 같다. 그 평온의 온기가 이야기를 듣는 이의 마음에도 등불을 밝혀 준다.
영혼이 부서질 정도로 비극적인 일을 겪은 이에게 어지간한 위로나 격려는 별 소용이 없으며, 그보다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들에서 실을 자아내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꿰매어 수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를 고찰해 보고자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가까이 다가오면 반드시 사랑하는 남녀를 헤어지게 만든다는 연못, 앞일을 예고하는 능력을 가진 산장, 사람이 감추고 있는 악행을 꿰뚫어 보는 아이, ‘마구루’라는 짐승의 퇴치해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여인의 이야기를 비롯한 여섯 편의 연작 단편이 실려 있다.
미미여사의 에도물은 소장하고싶은 욕구가 생기는 표지때문에 눈이 갔지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건 아직까지 못느끼고 있었다. 책장을 장식하고 있는 멋들어진 표지는 소장욕구 충만하게 만든다. 미미여사의 현대물만큼 흥미를 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피리술사>이 책은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다! 다른 에도물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싶게하는 충동이 생기는 이야기, 에도물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다. 구매는 완전 따끈한 신작일 때 사두고 지금에서야 집어들었던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날이 스산하고 추워서 그런지 따뜻한 이야기가 참 많이 땡긴다. 괴담이야기라기에 처음엔 그닥 땡기지않았다. 피철철 헐리우드풍의 귀신이야기, 밤에 꿈에 나올까봐 무서운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담기에 눈이 갔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피식 웃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에서는 나도 모르게 뭉클해져서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를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 미야베 미유키
지금처럼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알아도 관심도 없고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세상에 들려줄 딱 어울리는 이야기다. 미시마야라는 주머니 가게는 주머니를 파는 것 말고 또 한가지로 유명하다. 바로 괴담을 들어준다는 것.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다. 가슴 속에 깊은 응어리로 맺혀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위안을 받는다.
사람들은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주인공 여인은 자신도 마음의 아픔을 갖고 있다. "영혼이 부서질 정도로 비극적인 일을 겪은 이에게 어지간한 위로나 격려는 별 소용이 없다.그보다는 차라리 이런 식으로 이야기들에서 실을 장내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꿰매어 수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숙부의 따뜻한 이런 마음 씀씀이으로 시작된 괴담모으는 일은 더 마음을 가게 한다.
아~ 이책 참 매력적이다. 왜 지금 읽었나싶다. 역시 책이 안읽힐 땐 미미여사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가 갑이다! 마구 재미있는 책이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