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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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점

리뷰 총점 9.5 (7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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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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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그 여섯 번째... [눈물점] 평점8점 | e***i | 2020.10.09 리뷰제목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6편 『눈물점』을 읽었다. 앞서 읽은 『삼귀』, 『환색에도력』, 『금빛 눈의 고양이』에 이어지는 뼈대인지라 별 부담감 없이 읽어나갔다. 전작에도 그러했는데, 이 책의 제목은 첫 번째 괴담의 제목인 '눈물점 泣きぼくろ (눈 밑이나 눈가의 검은 사마귀)'이지만, 원제목은 네 번째 이야기 제목인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黑武御神火御殿'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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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6편 『눈물점』을 읽었다. 앞서 읽은 『삼귀』, 『환색에도력』, 『금빛 눈의 고양이』에 이어지는 뼈대인지라 별 부담감 없이 읽어나갔다. 전작에도 그러했는데, 이 책의 제목은 첫 번째 괴담의 제목인 '눈물점 泣きぼくろ (눈 밑이나 눈가의 검은 사마귀)'이지만, 원제목은 네 번째 이야기 제목인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黑武御神火御殿'이다. 눈물점이 소개된 작품 중 가장 흥미로운 단어이기는 하나, 내용의 전개를 보면 일본판 제목이 더 표제작으로 어울린다. 


이번 책에는 3개의 단편과 1개의 장편이 소개되는데, 이런 기이한 이야기 소재를 어디서 얻는지 대단하긴 하다. 단편은 그냥 담백했으나, 장편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장대하고 묵직하게 와 닿았다. 전작까지 화자가 괴담을 이야기함으로써 버리면, 청자는 듣고 버리는 '흑백의 방' 주인이었던 열아홉 살 오치카는 세책방 작은나리 간이치와의 결혼으로 퇴장하고,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차남 도미지로가 그 일을 이어받는다. 듣는 이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뀜으로써 흐름이 다른 느낌으로 전해졌다. 


1화 눈물점 泣きぼくろ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이다. 화자의 큰 형수가 둘째 누나의 약혼자인 고용살이 일꾼과 뒹굴다가 들킨다. 소동이 일어나지만 정작 큰 형수는 몽롱~한 얼굴로 엷게 웃을 뿐이다. 그러다가 얼굴을 한 대 맞고 제정신이 돌아왔는데, 새된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정신을 잃고 만다. 그러곤 깨어나서 전혀 기억을 못 한다. 그 모든 것이 왼쪽 눈 밑에 생긴 좁쌀만 한 점 때문이다. 흔히 요염하다고들 하는 그 눈물점. 이것이 이 사람에게 붙었다 저 사람에게 붙었다 하면서 한 가족을 풍비박산 해체해 버린다.


2화 시어머니의 무덤 姑の墓

산벚나무에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의 봄꽃이 어우러져 온통 꽃에 파묻힌 산속 마을의 괴담이다. 벚꽃이 만개한 묘지가 있는 언덕에서 꽃놀이하는 것이 마을의 관례지만, 화자의 집만은 기묘한 이유로 집안 여자들이 이 절경의 언덕에 절대 올라가지 못하게 금하고 있다. 증조모가 며느리를 구박하고 죽이려다가 실패하고, 묘지의 언덕 꼭대기에 있는 산벚나무 가지에 목을 매달아 죽은 이후의 사건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집요한 원념은 대를 이어 며느리의 목숨을 빼앗아 버렸고 가족은 뿔뿔이 헤어지고 만다.


3화 동행이인 同行二人

화자는 타인의 서찰이나 중요한 짐 등을 맡아 두 다리로 달려 전해주는 파발꾼이다. 결혼하고 옥 같은 딸을 낳고 잠시 보름달 같은 행복을 누리지만…. 딸이 두 살 되던 해의 한 겨울에 못된 고뿔이 돌아 모두 죽고 만다. 혼자 살아남은 그는 (자신의 오만과 횡포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만 같아)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다가 얼굴이 흐릿한 한 남자의 혼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저세상과 이 세상의 경계에 펼쳐져 있는 강가, 삼도천! '너는 얼굴을 잃었지만 나는 마음을 잃어버렸다.'라는 말이 가슴을 엔다.


4화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黑武御神火御殿

책의 반 이상 분량을 차지하는 4화는 판타스틱한 비주얼 이미지가 머릿속을 관통하는 가히 블록버스터급 괴담이다. 길을 잃고 괴기스러운 저택에 갇혀버린 여섯 명(남4, 여2) 중 둘만 살아남는다. 짙은 안개 속에서 변화무쌍한 시간과 경관의 변화는 마치 생문과 사문이 중첩된 무협지 속의 절진에 빠진 광경과 비슷하다. 영상화해도 충분히 통할 스토리이다. 에도 시대의 금기였던 예수교와 맞물리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의 '원한'이 응집되어 있다. 저택 3년의 세월이 현실에선 3일에 불과했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黑武란 검게 빛나는 갑주를 입은 무사란 뜻이고, 御神火란 '귀한御, 신神의 불火 즉, 화산을 일컫는 의미인가 보다... '화산에는 신이 깃든다는 생각으로 섬기는 풍습은 어디에나 있지.(533쪽)

○ 이 저택은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니노야 모 님의 분노가 형체를 이룬 것, 원념이 만들어 낸 환상일세. (581쪽)


2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9 댓글 10
종이책 [서평]눈물점 - 미야베 미유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0.09.27 리뷰제목
이야기 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10p)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리즈는 계속 된다. 편집자 후기에 따르면 99화로 예정되어 있는 소설을 이제 겨우 31화까가지 진행했다고 하니 아직 길고 긴 시리즈를 더 달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안심이 된다. 아직 읽을 이야기가 많다는 소리에 말이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이 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작가님이 계시겠지? 기이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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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10p)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리즈는 계속 된다. 편집자 후기에 따르면 99화로 예정되어 있는 소설을 이제 겨우 31화까가지 진행했다고 하니 아직 길고 긴 시리즈를 더 달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안심이 된다. 아직 읽을 이야기가 많다는 소리에 말이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이 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작가님이 계시겠지?

 

기이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흑백의 방. 그곳을 지키던 오치카는 이제 없다. 자신이 힘든 일을 겪고 이 곳에 왔던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치유함을 얻었고 이제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시집을 갔다. 텅 비어버린 방. 이 곳에는 다른 주인이 들어왔다. 그는 미시마야의 차남 도미지로다.

 

듣는 사람이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의 종류도 바뀐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여자에게는 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조금은 더 버거운 이야기들이 들려오기도 한다. 도미지로의 장기인 그림이 또 하나의 새로운 특징으로 자리매김한다. 오치카와의 차별점이다.

 

눈물점, 시어머니의 무덤, 동행이인,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의 총 네편이다. 마지막 이야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이야기들은 그렇게 길지 않다. 아직 초보자인 도미지로를 생각해서일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도안 노인은 먼저 가벼운 세개의 이야기를 물어온 후 심각한 이야기를 전해온다. 심각성에도 경중이 있는 법이다.

 

눈 밑에 생긴 점처럼 보이는 것이 요기를 띠게 만든다는 눈물점은 아무래도 남자인 도미지로를 생각한 듯 하다. 거기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어렸을 때 친구라서 더욱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어머니의 무덤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에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소재라서 더욱 흥미롭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하기야 이건 서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으니 이쪽이 더 독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서 그 이후에는 다들 잘 살았으면 되었다 싶다 하면서도 죽음을 맞이한 인생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깟 꽃놀이가 뭐라고.

 

동행이인도 쉽게 읽힌다. 아이와 아내를 잃은 파발꾼의 이야기. 동행하는 사람이 아니 귀신이 어찌 그렇게 똑같은 인생을 살았는지 그들이 둘이서 마주보고 우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인생이 애달파서 같이 울음을 터뜨리게도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긴 이야기인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가미카쿠시 이야기를 표방한다.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오는 그런 일 말이다.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그는 하나의 물건을 받게 된다. 그것을 조사한다는 핑계로 오치카에게도 들른다. 결론은 자세히 알지 말아야 할 물건이라는 것, 하지만 그것을 매개로 해서 결국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러 흑백의 방으로 온다. 그는 자신이 있었던 저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세상과는 다른 공간, 그 곳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그들은 왜 그곳에 모이게 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그곳에서 빠져 나오게 된 것일까. 그들을 모은 사람은 누구인가.

 

읽는 재미가 쏠쏠한 이야기. 누구나 무서운 이야기,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아한다. 그 이야기가 계속 되길 그리고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계속될지가 또 기대되는 시리즈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6
종이책 구매 괴담 읽는 재미 [외국소설-눈물점]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j***6 | 2020.10.14 리뷰제목
따지지 않고 나올 때마다 구해 보는 이야기책이다. 앞서 나온 책들과 배경이나 인물들이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일어나는 사건은 책마다 편마다 독립적이라 굳이 순서를 따르지 않고 읽어도 괜찮다. 단편인 듯 장편 같기도 하지만 매 이야기마다 친절한 설명을 거듭 해 주고 있어 나처럼 기억력이 훅 떨어지는 독자라도 읽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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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지 않고 나올 때마다 구해 보는 이야기책이다. 앞서 나온 책들과 배경이나 인물들이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일어나는 사건은 책마다 편마다 독립적이라 굳이 순서를 따르지 않고 읽어도 괜찮다. 단편인 듯 장편 같기도 하지만 매 이야기마다 친절한 설명을 거듭 해 주고 있어 나처럼 기억력이 훅 떨어지는 독자라도 읽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 하나가 이게 아닌가 싶다. 친절한 반복 설명. 희한하게도 아무리 반복되어도 지겹거나 성가시지 않는다는 것. 


이번 책에는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괴담, 신기하기만 한 게 아니라 좀 무섭다. 많이 무섭다, 고요히 생각해 보면. 그러나 나는 고요히 생각하는 쪽이 아니다. 읽고 금방 잊는다. 마치 소설 속 괴담을 듣는 역할의 주인공처럼, 금방 읽고 금방 잊는다. 버리지 않아도 잊혀진다.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는 것도 있다. 무서우니까. 그래서 이 작가의 괴담집을 읽고 나면 곧바로 다른 이야기책을 읽는다. 흥미 위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이 안성맞춤이다.


살면서 유령을 본다는 이야기. 유령이 있나 없나 하는 문제와는 관계없이 그냥 본다는, 봤다는, 느꼈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보기만 했다면 또 다행인데 그 유령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면, 다치거나 망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면,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을 텐데 여러 모로 난감하고 황당한 일이 되지 않을까. 그저 그런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수 있을 뿐인 걸까.


일본의 유령 이야기 혹은 괴담은 우리의 이야기와 좀 다른 면이 있다. 아마도 우리네 민족성이나 고유 문화와의 차이로 인한 것일 텐데, 읽을 때마다 납득이 안 되는 점이다. 내가 읽은 글로 알게 된 바는 일본의 유령이나 원혼이 막무가내로 나타나고  저지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앞뒤로 맺힌 이유나 사정이 없다. 그러니 더 무섭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유 없이 유령의 공격을 받는다는 점,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벌을 받는 것 같은 점, 단지 해당 인물을 안다는 이유로 같은 시간에 지나간다는 이유로 원혼의 지배를 받는다는 게. 어쩌면 일본 사람들의 종교적 가치관이나 정서에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건 아닐까. 주어진 상황이라면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거부하겠다거나 바꾸겠다거나 물리치겠다는 의도를 살릴 기회가 없다고 체념하는 태도.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이 생각을 좀 오래 했다.  


촘촘하게 전개되는 묘사가 마음에 든다. 이야기책 읽는 맛이다. 세상에 있거나 말거나, 있어도 내 사정은 아닐, 오로지 이야기만으로 읽히는 글. 앞으로 더 많이 쓰겠다고 하니 독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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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눈물점》 미시마야 시리즈의 새로운 막이 오르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r*******n | 2020.09.30 리뷰제목
"대개의 사람들은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거짓말을 잘하지는 못하는 법이에요. 게다가 큰 거짓말을 하려면 큰 기량이 필요하지요."오카쓰도 날카로운 말을 한다."그러니 만일 도련님을 거꾸러뜨릴 만한 큰 거짓말쟁이를 만나시거든 대인을 만났구나 하고 소중히 여기도록 하지요."만약 거짓말 뒤에 절실한 이유가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그 이유까지 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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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사람들은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거짓말을 잘하지는 못하는 법이에요. 게다가 큰 거짓말을 하려면 큰 기량이 필요하지요."
오카쓰도 날카로운 말을 한다.
"그러니 만일 도련님을 거꾸러뜨릴 만한 큰 거짓말쟁이를 만나시거든 대인을 만났구나 하고 소중히 여기도록 하지요."
만약 거짓말 뒤에 절실한 이유가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이유까지 들어 보면 어떨까요? 특이한 괴담 자리의 듣는 이로서는 더없이 뿌듯한 일이 되지 않을까요?"       - '눈물점' 중에서, p.27~28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그려내는 시대 미스터리물은 벌써 꽤 많이 출간되었다. 미야베 월드 2막으로 출간되는 시리즈가 이번 신작으로 스무 권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흑백의 방'에 이야깃거리를 가진 손님을 초대해 괴담을 들어주는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는 <눈물점>으로 여섯 번째 작품이 되었다. 2012년에 출간되었던 <흑백> 이후, <안주>, <피리술사>, <삼귀>, <금빛 눈의 고양이>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12년을 이어오고 있는 시리즈이다. 특히나 이번 신작에서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물이 바뀌면서 새롭게 시리즈가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시마초에 자리 잡은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 그곳의 주인장 이헤에의 조카딸인 소녀 오치카가 그 동안 흑백의 방에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했었다. 듣고 버리고, 이야기하고 버리고. 손님은 이름을 대지 않아도 무방하며 세세한 부분을 숨겨도 상관없다는 것이 규칙이다. 한 번에 한 명, 또는 한 무리의 이야기꾼이 가게 안쪽에 있는 흑백의 방에서 독특한 괴담을 풀어낸다. 마주 앉아서 귀를 기울이며 듣는 이도 단 한 명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결코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흑백의 방을 찾아와 괴이하고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듣는 역할을 맡아 온 오치카가 올해 봄에 시집을 가게 되어, 다음 듣는 이는 이헤에의 차남 도미지로로 바뀌게 되었다. 도미지로는 솔직하고 마음씨가 착하지만, 그 동안은 빈둥빈둥 지내며 부모에게 얹혀사는 한량 같은 인물이었던 터라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는 분위기가 꽤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자부로는 놀라서 숨을 멈추었다. 때마침 안개가 크게 후퇴하자 벚나무 숲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꽃보라가 춤을 춘다. 어제로 매화의 만개는 끝나고, 오늘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다니. 역시 이곳은 이 세상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이 완전히 다르다. 음식이 하룻밤 만에 썩어 버리는 이유도 그 탓이 아닐까. 두려움과 당혹으로 심장이 목구멍을 지나 튀어나올 만큼 세차게 두근거린다. 그런데도 만개한 벚나무 숲의 풍경은 얄미울 정도로 아름다워서 진자부로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 왜 우리는 이처럼 이상한 장소에 갇히고 말았을까.      -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중에서, p.465~466

 

도미지로를 찾아온 첫 번째 손님은 그의 어릴 적 친구인 하치타로였다. 어린 시절 두부 가게를 운영했던 집이었는데, 지금은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그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당시 그의 가족은 스물네 살부터 일곱 살까지 팔남매에 각각의 아내와 남편, 약혼자까지 함께 두부 가게 마메겐에서 함께 일하며 먹고 살았던 대가족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첫째 형수가 둘째 사위의 방에서 몰래 나오는 광경이 목격되고, 이후에는 둘째 형수가 셋째 누나의 남편을 덮치는 일이 벌어진다. 이상한 건 정작 당사자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였는데, 첫째 형수와 둘째 형수의 얼굴에 생긴 눈물점이 의혹의 대상이었다. 크기는 점만 한데 사람의 피부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면 얼른 종적을 감추는, 마치 벌레와도 같은 눈물점에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매년 묘지로 조성된 언덕에서 꽃놀이를 하는 것이 관례였던 벚꽃 마을에서 유일하게 여자들만 그 꽃놀이에 갈 수 없었던 사정, 길 위를 달리는 파발꾼을 뒤따라오는 정체 모를 괴이한 존재의 비밀, 가마카쿠시를 당해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는 대저택에 갇히게 된 각기 다른 신분의 세 사람에게 벌어진 일까지 이 작품에는 단편 세 작품과 중편 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번 책으로 31화까지 이야기를 했고, 괴담은 99화로 완결할 예정이라고 하니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녀의 에도 시대물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레인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호러라는 장르에는 죽음을 의사 체험하게 함으로써 일상의 빛남을 거꾸로 조명하는 효과가 있다고, 자신에게 괴담은 그런 소중한 감정을 환기시키게 만드는 장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미야베 월드 2막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오싹한 괴담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스로를 용서하고 치유 받게 되거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이해를 받게 되는 따스하고, 인간적인 느낌을 안겨준다. 가슴 속에 맺혀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평온을 얻게 되거나,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위를 통해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기분이 뭔가 위로도 되고, 일상에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이 시리즈를 이리 오래도록 찾아서 읽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미시마야 시리즈의 다음 편을 이미 올 초부터 월간지에 연재 중이라고 한다. 도미지로가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손님을 맞아, 어떤 괴담을 듣게 될 지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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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야기 듣는 사람이 바뀌고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22.08.21 리뷰제목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서는 특별한 괴담자리를 마련했다. 이야기를 하는 곳은 흑백방이다. 이번이 미시마야 변조괴담 여섯권째다. 지난번까지는 미시마야 주인인 이헤에 조카 오치카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부터는 듣는 사람이 바뀌었다. 미시마야 둘째인 도미지로다. 지난번에는 도미지로와 오치카가 함께 이야기를 들었던가. 바로 바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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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서는 특별한 괴담자리를 마련했다. 이야기를 하는 곳은 흑백방이다. 이번이 미시마야 변조괴담 여섯권째다. 지난번까지는 미시마야 주인인 이헤에 조카 오치카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부터는 듣는 사람이 바뀌었다. 미시마야 둘째인 도미지로다. 지난번에는 도미지로와 오치카가 함께 이야기를 들었던가. 바로 바뀌면 안 되니 그 자리를 물려주는 형식으로 했나 싶기도 하다. 오치카는 결혼하고 미시마야를 떠났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으로 가지는 않았다. 일본도 옛날에는 친정 사람이 시집에 가기를 꺼렸나 보다. 이 책 본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이야기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에는 오치카와 오치카가 결혼한 사람 간이치가 잠깐 나온다. 여기에는 이야기가 네편 담겼는데 마지막이 가장 길다.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 흑백방에서는 이야기 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 그런 게 말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까. 자신만 아는 일을 누군가한테 말하면 마음이 풀릴지 어떨지. 지금까지 본 걸로는 이야기 한 사람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이야기를 보면서 도미지로가 스물둘이라는 걸 알았다. 스물둘이라니. 에도 시대 스물둘과 지금 스물둘은 아주 다를 것 같다. 조선시대도 스물둘은 적지 않은 나이였겠다. 오치카와 함께 이야기를 듣다가 처음으로 도미지로 혼자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눈물점>이 시작이다. 이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은 도미지로 어릴 적 친구기도 했다. 두부가게 막내아들이었다. 하치타로 식구는 열세해 전에 일어난 일로 뿔뿔이 흩어졌다. 점이 사람을 아주 다른 사람으로 만들고 안 좋은 일을 하게 했다. 그 점은 누군가의 원한이 담긴 거였을까. 하치타로 식구가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때 죽은 사람은 아버지 하나였다. 눈물점이 있는 여자는 아버지가 아는 사람이었을지. 첫번째에서는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구나.

 

 앞에서 수수께기라 했는데, 그게 풀리기도 하고 풀리지 않기도 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앞뒤가 맞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시어머니 무덤>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이다 해야 할까. 시어머니가 다 며느리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 텐데.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리 편하지 않은가 보다. 아니 이건 어느 나라나 비슷할까. 시어머니는 죽어서도 며느리가 좋은 꼴을 못 보다니. 이 이야기를 한 사람은 아들이 혼례를 앞두었다. 어쩌면 자신도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에서는 집안 사람이 죽고 흩어졌다. 단 한사람인 오하나만 남았다. 오하나는 자신이 어릴 때 살던 곳 저주가 자신한테 들러붙지 않았을까 했다. 도미지로는 오하나 마음을 잘 풀어주었다. 그런 거 보면서 스물두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미지로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을 자질이 있는가 보다. 도미지로만 있는 건 아니구나. 호위를 맡은 오카쓰와 차와 과자를 준비하는 오시마도 있다. 도미지로가 이야기를 듣고 버리는 방법은 그림 그리기다.

 

 세번째로 찾아온 사람은 파발꾼이었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때는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을 보고 파발꾼 자질이 있다고 여겼구나. 그런 거 재미있지 않나. 가메이치가 처음부터 파발꾼을 하지는 않았다. 땜질 직인인 새아버지를 우습게 여기고 소방수가 되려 했는데, 선배와 크게 싸우고 달아나다 파발꾼이 되었다. 파발꾼 일은 처음부터 잘 배우고 아내를 얻고 곧 딸도 얻었다. 그때서야 가메이치는 새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돌보려고 힘들었다는 걸 깨닫는다. 가메이치가 조금 철이 들었는데 그때 아귀 고뿔이라는 게 퍼졌다. 아귀 고뿔은 가메이치만 남기고 다른 식구를 모두 저세상으로 데리고 간다. 가메이치는 왜 자신만 살았나 하면서 파발꾼으로 달리고 달렸다. 그러다 불이 난 찻집을 지나다 우는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는 그냥 달렸는데, 자기 뒤에 얼굴 없는 남자가 따라 오는 걸 깨달았다. 가메이치는 어머니 새아버지 아내와 딸이 죽어서 자신도 죽고 싶다 생각했는데, 요괴 같은 걸 보고는 무서워했다.

 

 사람은 슬픈 일, 누군가 죽으면 자신은 왜 살아 있나 여기고 슬픔에 빠지겠지. 슬픔에 빠져도 시간이 가면 조금 나아지기는 한다. 하지만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가메이치를 따라오던 얼굴 없는 남자가 그랬다. 그 사람은 가메이치가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걸 알아본 거겠지. 가메이치는 그 사람이 성불하게 도와주고 살아가기로 한다.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자기 탓을 하겠지만, 그것도 오래 하면 안 되겠다. 이 이야기를 보니 슬픔에 빠진 사람한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다그쳐도 안 좋을 것 같다. 누군가한테 슬픈 일이 생기면 슬퍼할 만큼 슬퍼하게 두는 게 좋을지. 이것도 아닐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슬픔과 함께 살려고 해야 하는데, 그런 걸 남이 알게 하기는 어렵기도 하다.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데. 가메이치는 자식 같은 사람을 도우며 살았다. 그건 괜찮은 거구나. 자신이 죽은 사람을 잊지 않고 살면 좀 낫겠다.

 

 마지막 이야기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다른 이야기보다 길다. 미시마야 변조괴담에 들어가지만 책 한권으로 여겨도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시작도 다른 것보다 오래 걸린다. 이야기를 하러 진자부로가 오고도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조금 지루할 뻔했는데, 진자부로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거기에 빠져들었다. 나오는 사람이 여럿이어서 앞부분이 길었을까. 에도 시대에 말하기에는 쉽지 않은 거여설지도. 이 이야기를 보니 미야베 미유키 다른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다. 《사라진 왕국의 성》. 에도 시대니 여기에서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걸 나타내는 가미카쿠시가 됐구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낸 시간은 길었는데, 본래 세계는 사흘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곳은 원념이 만들어 낸 공간이었을까. 한국도 다르지 않은데 일본도 예전에는 예수교를 탄압했다. 한국은 천주교라 했구나. 종교와 함께 서양 문물이나 지식도 함께 들어와서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걸 받아들인 사람도 있을 거다. 종교는 종교고 지식은 지식일 텐데. 신이 모든 죄를 용서해 준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살리지는 못한다. 사람은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면 신을 원망한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힘들 때 신은 무엇을 했느냐고. 구로스케 어신화 저택은 그런 사람이 만들어 낸 곳이다. 이제 그곳은 사라졌을까. 사라졌기를 바란다.

 

 오치카가 아닌 도미지로가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 미야베 미유키는 쓰기 힘들었던 것도 썼다고 한다. 그렇기도 하겠지. 도미지로 잘 하는 것 같다. 잘못할 뻔한 적도 있지만 잘 넘겼다. 이야기 듣는 사람이 도미지로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할까. 바뀐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그건 앞으로 보면 알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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