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는 학습지를 전문으로 파는 서점 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차별화된 취향 저격 동네서점을 보면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온라인서점에서 클릭 한 번이면 바로 다음날 배송된 책을 읽을 수 있고 가까운 백화점에 가면 입점해 있는 유명 대형 서점에서 다양한 책들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세상에서 동네서점이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동네서점에 관한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은 바로 군산에 있는 동네서점 한길문고가 문체부와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거점서점으로 선정되어 서점의 상주작가가 된 배지영 작가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서점 이야기를 담은 <환상의 동네서점>이다.
지금은 종이책을 안 읽어도 아쉬울 게 없는 시대다. 책 말고도 재밌는 게 너무너무 많은 시대. 온라인 서점과 대형 쇼핑몰 안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서점이 동네서점을 재빠르게 제압한 시대. 서점이 없는 동네도 많다. 그러나 군산에는 32년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특별한 서점 한길문고가 있다. - 80쪽
휴대폰이 없던 시절 내가 사는 인천에서 약속 장소로 유명했던 동인천의 대한서림처럼 군산시에서는 한길문고가 지역 주민들에게 약속 장소로 유명했다고 한다. 30여 전 녹두서점으로 문을 연 한길문고는 중고생들이나 시위를 하러 나온 대학생들, 직장인들이 약속장소로 애용하던 서점이었다. 태생부터 군산 시민의 사랑을 받는 장소였으니 주차한 차들이 둥둥 떠 다닐 정도로 폭우가 쏟아진 2012년 8월. 10만 권의 책과 함께 물에 잠긴 한길문고를 향해 내 친구나 이웃이 닥친 일처럼 군산시민들은 너도 나도 한길문고로 달려가 복구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책은 한길문고의 상주작가가 된 배지영 작가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가득 채워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다. 초등학생 참가자들에게 1시간동안 엉덩이를 안 떼고 책 읽기를 완수하면 한길문고 도서, 문구상품권을 주는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를 개최해서 탈락자 한 명 없는 대회로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이거 원래 탈락자가 없죠?), '어른들을 위한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에서는 대회가 끝난 후 책을 읽던 테이블 위에 맥주와 해물파전을 놓고 참가자들과 함께 축제 같은 추억을 만든다.
이 밖에 작가강연회, 에세이 쓰기 모임, '뭐라도 읽고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고민 상담소' 등 동네책방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이 재미를 더하는데, 특히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소망하는 보통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아이 셋을 낳고 기르느라 문학소녀의 꿈을 포기했다가 한길문고에서 개최하는 작가강연회를 통해 수십 년만에 문학소녀의 꿈을 되찾은 순심씨, 스물 살 때는 전공 이외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다가 북클럽을 통해 걸어다니며 책을 읽는 사람이 된 민정씨(퇴근 후 집에 가면 퍼질 것 같아 밤에 걸어 다니며 책을 읽었다고 한다), 배지영 작가의 글을 읽고 용기를 얻어 네 번 낙방만에 브런치 작가가 된 동네마트를 운영하는 경욱씨, 글을 쓰기 위해서 책을 더 열심히 읽는다는 택시운전사 종근씨(독서모임도 하고 신춘문예에 글도 종종 보낸다) 등 다양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감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비하면 동네서점이 많이 줄었지만 지역문화의 한 축으로 작가 강연회, 독서모임, 북토크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갖추고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동네서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책 말고도 재미있는 것이 많은 요즘 동네서점의 미래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배지영 작가의 <환상의 동네서점>처럼 동네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닌 지역의 문화 거점으로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은 지역 주민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장소로 발전해 나간다면 동네서점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방학이나 휴가 때 책방지기의 취향을 공유하러 동네서점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도 휴가 때 휴양지나 관광지가 아닌 특별한 동네서점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제일 먼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도시의 서점은 당연히 <환상의 동네서점>이 있는 군산시의 한길문고다.
과거에는 어느 지역이든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곳이 서점이었다면, 최근에는 점점 줄어들어 서점 간판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을 통해서 찾고자 하는 책을 쉽게 검색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책의 내용이나 각종 정보들을 확인하며 주문하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에 독자들이 원하는 책들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오프라인 서점이 이들과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고 하겠다. 대형 매장을 갖춘 오프라인 서점 역시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점이 지역의 정보 유통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책들을 갖춘 지역의 서점들이 하나둘 줄어가는 한편으로,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우며 새롭게 등장하는 동네 서점들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이렇게 등장한 작은 서점들은 지역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꾀하며 지역에서 사랑방 역할을 자임하기도 한다.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여 행사를 열기도 하고, 독자들의 관심을 파악하여 정기적인 모임을 주선하는 등의 활동이 그것이다. 물론 당장 서가에 구비되어 있지 않지만, 독자들이 요청하는 책들을 주문하여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해야만 동네 서점으로서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고향이 아닌 고장에 정착하면서, 군산을 제2의 고향처럼 생가하며 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서점에 자주 들르면서 서점 주인과도 ‘후배이자, 동네사람이자, 단골로 대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서점 주인으로부터 어느 날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에 도전할 것을 제안 받았다.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서점에 상주하는 작가에게는 4대 보험과 월급’ 그리고 서점 주인에게는 ‘대관료와 강연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상주 작가는 ‘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한 권유를 받아들여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한 후 상주 작가로 선정되고, 동내 서점에서 겪었던 일들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서점을 찾는 이들에게 1시간 동안 의자에 엉덩이를 떼지 않고 책을 읽도록 하는 ‘엉덩이로 책 읽기’를 열어 미션을 완수한 이들에게 그 해의 최저 시급제 쿠폰을 지급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면서 사는 사람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에세이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작은 서점의 상주 작가로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은 물론 그들과 겪었던 다양한 사연들이 저자의 맛깔스런 필체에 녹아들어 있다. 서점은 결국 독자들이 직접 찾아와 책을 고르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하기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동네서점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운영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소중하다고 여겨진다. 더욱이 내 고향의 서점에서 진행되는 내용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으며, 나중에 군산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저자가 상주하는 서점을 직접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지방에서 근무할 때는 저녁을 먹고 시내구경을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혼자 나서는 길이지만, 영화도 보고,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저녁 산책길에서 빠지지 않은 일은 동네서점 들리기였습니다. 물론 신문을 통해서 신간 소식을 접할 수도 있지만, 서점에는 새로 나온 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요즈음에는 누리망 서점 등을 통해서 신간 소식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기도 합니다. 누리망 서점이 몸집을 불려나가면서 동네 서점들이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언젠가부터는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기보다는 누리망 서점에서 책을 사게 된 것 같습니다.
<환상의 동네서점>을 골라든 것도 어쩌면 동네서점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조금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더해서 이 동네서점은 저의 고향동네에 있는 서점이기도 하답니다. 제 고향은 항구도시 군산입니다. 군산에서는 비가오더라도 물에 잠긴 대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2012년에 자동차가 둥둥 떠다닐 만큼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고, 군산의 지역 특성상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살펴보니 2012년에는 하루 432mm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난리가 난 지역은 아마도 난개발 탓으로 배수에 문제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옛날이야기는 접어두겠습니다. <환상의 동네서점>은 그런 물난리 속에서 피해를 입은 한길서점 이야기입니다. 물난리가 났을 때 마을사람들이 나서서 수습에 도움을 주었다는 서점입니다. 요즘 세상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서점과 마을사람들 사이의 평소 관계를 알려주는 이야기 같습니다.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이 모이던 장소라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습니다. 군산에서 시위가 있었구나 싶어서입니다.
<환상의 동네서점>은 한길서점에 상주한다는 작가 배지영님의 수필집입니다. 동네서점에 상주하는 작가가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습니다. 문화체육부와 한국작가회의가 함께 시작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배지영님이 한길서점의 상주작가로 활동하시면서 하신 일,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환상의 동네서점>에 담았습니다. 동네서점이지만 작가 강연회, 독서회, 독서대회,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면서 직장은 강원도 원주로 다니고 있어서, 한길서점의 글쓰기 수업에 참가할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써놓고 보니 배지영님의 첨삭지도가 필요한 구절이군요)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책도 여러 권 내보았고, 신문이나 블로그에도 다양한 글을 쓰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수필이라고 할 정도의 글은 아직 써보지 못해서 지도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회사에서 책읽는 모임을 만들어보았습니다만,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참입니다. 책 읽는 모임에 대한 조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고는 부모님 기일과 양 명절이나 군산에 가보게 됩니다. 그것도 오가는 시간만 많이 들지 머무는 시간은 많지 않은 형편입니다. 한길서점에서 주관한 작가 강연회는 주로 소설이나 수필집을 내신 작가 중심으로 진행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저도 한번 강사로 나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주로 건강에 관한 책과 독후감으로 책을 썼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책을 만드는 작업을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향 동네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년에 옮길 예정인 직장 근처에는 동네서점이 두어 곳 있습니다. 저녁 산책길에 동네서점 탐방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동네서점과 연계해서 독립출판이나, 독서치료 등 좋은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배지영, 한길문고 그리고 <환상의 동네서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인 '동네서점 상주작가'는 상주하는 작가에게는 4대 보험과 월급을 주고, 작가는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직업이다. 배지영 작가는 <우리, 독립 청춘>, <소년의 레시피>,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 등의 책을 썼으며 1987년 군산에 세워진 녹두서점이 한길문고로 이름을 바꾸고 군산의 서점으로 자리 매김하던 중 한길문고의 상주 작가가 된다.
<환상의 동네서점>은 한길문고에서 상주작가로 일하면서 기획한 프로그램과 경험담을 기록한 책이다.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 에세이 쓰기 모임, 북클럽 등을 통해 군산의 문화살롱으로 자리매김한 한길문고. 날이 갈수록 동네서점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 속에서 한길문고가 어떻게 군산의 대표적인 서점으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 지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또한 상주 작가로써 저자가 열심히 노력하여 기획한 프로그램이 그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론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는 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에세이답게 술술 읽히는 경험담은 언뜻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싶기도 하지만 서울에서도 작은 서점들이 살아남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작금, 군산이란 소도시에서 한길 문고가 사랑받으며 살아남고 그 속에서 문화가 꽃 피워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항상 도전해보고 싶었던 북클럽, 에세이 쓰기 모임 등은 내 주변에서도 많지만 정작 발을 디디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문턱에서 뒤돌아섰던 기억과 함께 다가오는 의미는 무척 컸다.
우리 집 근처에도 무척 작은 동네 서점이 하나 있다.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작은 공간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서점을 눈여겨 보면서 과연 이 곳은 어떤 곳일까? 하는 흥미가 있었다. 물론 한길문고와 이곳은 서점의 크기부터 다르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되기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생각보다 내 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동네 서점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용기를 내서 그 곳에 들어가보면 어떨까. 그 동안 생각만 했던 것들을 조금은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작가가 직접 기획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강의를 듣고 꿈과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는 군산 사람들과 그곳을 방문할 행동력과 용기를 가진 다른 곳의 사람들이 부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