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테오'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들것 같습니다.
테오는 작가의 전작 <3인칭 관찰자 시점>에 등장하는 꽃미남 신부님입니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로 모두의 영혼을 (다른 의미로 뒤흔든) 마성(?)의 남자라죠.
하지만 그렇게 빛나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과거와 가정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저히 정상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환경에서도 그는 바른 사제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갑니다만, 아무리 노력해도 살인마인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습니다. ㅠㅠ 이때 얼마나 맴찢했는지
그리고 테오 신부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베드로'가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사건이 해결되고 테오의 행방이 열린 결말로 끝나게 되는데요,
테오가 넘 매력 터지는 인물이라서 도저히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궁금해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ㅋㅋ
그 후의 이야기가 <복수전자>에 나와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어렸던 요셉이 어느덧 테오의 곁에서 든든한 일꾼(?)이 되어 있네요!
우리 사회가, 우리들의 법이 그랬다.
언제나 법은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너그러운 법이니까.
세상 꼭대기에 오르려다 바로 코앞에서 추락한 괴물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또 무슨 짓을 어떻게 저지를지 모른다. _299p
아픔을 겪은 사람들인 만큼,
인생의 소중한 것을 복수라는 허울에 투자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더 이상 무의미한 희생자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설립된 복수전자.
이곳에 오려면 꽤 까다로운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복수의 의지가 얼마큼인지 인내심 테스트를 해야 하고 각오를 보여야 해요.
설문지만 작성해도 지칠 정도의 과정을 모두 통과하면
드디어 요셉과 어둠 속의 테오를 만나게 됩니다.
의뢰인들 중에 아버지의 권력욕에 밟혀버린 사람들을 찾아서 위로하는
아들 '성우'가 등장하는데, 그의 이야기가 가장 큰 줄기기 되어 진행됩니다.
피도 눈물도 없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비정했던 아버지.
그에게 진정한 복수를 하고 싶었던 성우는 자신의 집에 불까지 질러보지만
진정한 복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복수전자'를 찾아갑니다.
전편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것까지 이번 편에서 깔끔하게 정리되는 결말이 좋았어요.
테오가 또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모습에서 다음 편에 대한 기대도 커집니다.
작가님이 이후 이야기도 내주신다면 꼭 만나보고 싶어요!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재밌게 읽었다면
테오의 이후가 궁금하다면 강추!
#테오넘좋아
#테오_요셉_햄볶자
<복수전자>를 읽기 전에,
먼저 <3인칭 관찰자 시점>을 꼭 읽어보시길.
아무리 추천한들 내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복수전자>를 읽고나면 아마도 궁금해질 거예요.
과연 테오라는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미스터리한 남자 테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작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테니.
ID : avenger321
복수는 차갑게 해야 제맛! *
* 스티븐 파인먼, 『복수의 심리학』(반니,2018), p.9. "복수는 차게 대접해야 제맛인 요리다"는 속담에서 따왔다. (25p)
갑갑한 속을 뻥 뚫어주는 복수극?
글쎄요, 제목에서 '복수'라는 단어의 뜻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네요.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서로 주고 받는 것이 '공'이 아니라 '고통'이니까.
<복수전자>는 동일한 이름의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 전파사예요.
전파사가 뭘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가게 문에 다음과 같이 적힌 시트지가 붙어 있어요.
"가전제품 수리, 컴퓨터 수리, 장난감 수리, 핸드폰 수리, CCTV 설치/ 봇, 각종 전기공사"
영화 킹스맨의 비밀본부는 멋지던데... 여기는 누가봐도 허름한 전파상이니, 완벽한 은폐 작전이란 건 인정해요.
오직 복수를 목적으로 이 가게를 찾는 사람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바로 모바일게임 중 '복수전자' 앱을 깔고, 레벨에 따라 나뉜 50단계의 복수를 성공해야 돼요.
복수 게임을 마스터해야 최종 레벨에 나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의뢰자 255. 기성우
성우가 복수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 기승만이에요.
일곱 살의 성우는 엄마를 잃었고, 그때 처음 아버지를 만났어요. 아버지의 집은 으리으리한 2층 저택이었고, 부인과 그 부인이 낳은 딸도 있었어요. 일곱 살 성우에게 새어머니와 누나가 생겼지만, 그들에게 성우는 투명 인간과 같은 존재였어요.
유명한 사학재단을 운영하던 부유한 집안의 기승만은 학교 이사장이었고, 성우에게 최상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줬어요. 아버지가 운영하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전교 1등을 놓치면 안 되는 아이였는데, 5학년 때 전학 온 현민에게 처음으로 1등 자리를 빼앗겼어요. 친구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았던 아버지도 현민이는 라이벌로 인정해줬어요. 그건 현민이 아버지가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라는 이유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 치른 시험에서 현민이가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아버지에게 현민이는 눈엣가시가 되었어요. 결국 아버지는 현민이 아버지 이수영 선생님에게 아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이에 불복한 이수영 선생님은 재단의 비합리적인 정책을 본격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고, 부당 해직을 당했어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성우는 아버지에게 부당함을 토로했지만 오히려 한심한 녀석 취급을 당했고, 가출이라는 카드를 선택했어요.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아들의 반항에 흔들리는 인물이 아니었어요. 성우는 비로소 아버지가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한 사람인지 알게 됐어요.
열일곱 살의 성우는 하나밖에 없는 우정을 잃었고, 안락한 집을 잃었고,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잃었어요.
끔찍한 사고... 충격에 빠진 성우는 최후의 반항을 했고, 그로 인해 정신병원에 갇혔어요. 그때 나이가 겨우 열여덟.
아버지 기승만은 당당히 국회의원에 당선됐어요.
현재 스물넷, 만으로 스물셋이 된 성우는 복수를 위해, 복수전자를 찾아 왔어요. 그리고 테오를 만났어요.
<복수전자>를 통해 진정한 복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어요.
성우는 테오에게 물었어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정작 중요한 질문은 그게 아닌데... 성우는 자기 스스로에게 물었어야 했어요. 진짜 복수하고 싶니?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에요.
성공률 99퍼센트라는 복수전자의 복수, 그 내막을 알게 되니 그들이 해낸 건 복수가 아니라 조금 다른 모양의 위로라는 걸 이해하게 됐어요.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주인공 테오가 <복수전자>를 통해 부활한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12년 후 테오의 모습이 복수전자의 주인이라서 안심이 됐어요. 테오라서 가능한 복수였어요. 차가운 복수.
"글쎄요. 원래 용서라는 건 용서받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용서하는 사람의 마음을 따르는 거 아닌가요?
용서했다고 해도 어떻게든 살면서 계속 마음으로 갚아야 하는 거고."
참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소설이 있다. 읽은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제목도 특이하고 내용도 특이했다. 바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처음 만났던 그 책 조경아 작가의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 책이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아들이자 어머니를 잃고, 자신도 죽을 뻔했던 테오는 결국 사제가 된다. 하지만 그에게 얽힌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굴레는 어딜 가든 따라붙었다. 부임한 성당에서 일어난 사고들은 결국 그로 하여금 사제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물론 친우 베드로의 죽음도 한몫을 했지만 말이다.
복수 전자는 그 이후의 이야기다. 테오는 요셉, 도팔과 함께 복수전 자라는 곳을 차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전파사나 A.S 센터, 붕어빵 가게처럼 보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복수 전자를 동명의 게임을 마지막 판까지 클리어한 후 보이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면 복수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상당히 장황한 설문에 성실히 응답하고 복수 전자 직원들(테오 혹은 요셉) 과의 미팅을 거친 후 복수에 대한 계획이 세워진다. 물론 복수에는 10가지 원칙이 있고, 심사를 통해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되면 복수 전자 쪽에서 직권으로 거부할 수도 있다.
이 책에는 여러 인물들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이야기는 아들 기성우가 국회의원이자 사학재단 이사장인 아버지 기승만에 대한 복수의 이야기다. 딱 보기에도 비리와 연관되어 있을법한 기승만은 자신의 생각에 걸리 적 거리는 사람들은 무참히 제거한다. 사학재단 이사장 시절 벌인 재단 기금을 횡령한 것을 시작으로 밖에서 낳은 아들 성우가 같은 학교 교사의 아들 현민보다 성적에서 뒤처지자 그를 내쫓는다. 물론 현민의 아버지는 승만이 벌인 일을 다 알고 있고, 그를 폭로하려고 준비 중이었으나 승만에 의해 온 가족이 살해당한다. 성우는 스스로의 힘으로 집에 불을 질러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나, 오히려 역습을 당해 정신병원에 갇힌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성우는 경찰서에서 우연히 만난 보미에 의해 복수 전자를 알게 되고 게임을 클리어한 후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요청하게 되는데...
여러 건의 복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금기하다의 260번 의뢰자 한상현의 이야기였다. 한상현의 딸은 수학여행을 가는 길에 버스 사고로 사망한다. 그 사고에서 유일한 사망자는 딸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상현의 화는 점점 커진다. 처음에 버스기사에게 향했던 화가 버스회사와 같은 버스에 탔지만 살아남은 아이들에게까지 이르렀다. 한상현은 결국 복수 전자로 향한다. 하지만 복수 전자와의 미팅에서 상현은 복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생각하는 복수를 할 대상도, 복수를 할 방법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화가 난 상현은 자신이 직접 버스회사에 폭탄을 들고 복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하지만 복수 전자로부터 들은 엄청난 이야기는 복수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데...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피해를 보게 되면 복수를 생각하게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통쾌한 복수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복수는 성공이라기에는 뭔가 아쉽다. 복수를 한다고 상황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사랑했던 사람이 살아돌아오지도 않으니 말이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복수 전자 사람들. 그들은 그 상처를 서로 보듬아주고, 또 상처받은 누군가의 상처를 위로해 주기 위해 다른 식의 복수를 해나간다. 물론 복수의 결과가 만족스러운지는 어디까지나 의뢰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전 작에 등장한 사이코패스 마 교수 역시 이 책에 등장한다. 덕분에 왠지 모를 불안감과 추리소설 못지않은 긴장감을 불러일으켜서 전 작만큼이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