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예전에 나왔던 많은 책들이 새로운 표지를 입고 다시 시장으로 나온다. 지금의 상황을 반추해보기 좋아 반가운 경우도 있고, 또 너무 장삿속 아닌가 싶은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걸 구분하기는 쉽지 않고, 또 구분한다고 해서 상당히 주관적인 느낌이 너무 많이 작용한다.
마크 제롬 월터스의 《에코데믹, 끝나지 않는 전염병》도 이미 2004년에 번역되어 나왔던 책이다. 2003년에 원서가 나왔다. 그래서 에필로그에야 사스(SARS)를 부분적으로 회고하는 내용이 담겼을 뿐이다. 그후 전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지나갔고, 우리의 경우는 메르스(MERS)의 혹독한 경험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 19다. 물론 이 책이 다시 우리를 찾아오게 된 경위는 코로나 19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의 내용은 지금의 코로나 19를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될까, 그게 이 책이 오로지 장삿속에 다시 판을 찍게 되었는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일 될 터이다.
수의학 전공인 저자가 다루는 질병은 여섯 가지다. 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 DT104,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웨스트나일뇌염. 모두 시대를 풍미한 질병들이다. ‘풍미’란 말이 너무 가벼워 보일 정도로 인류에게 끔찍한 경험을 안겨주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질병들의 공통점은 인류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는 점 외에도 인수공통전염병(zoonotic disease)라는 점이다. 즉, 인간 외의 동물을 숙주로 하고 있는 병원균 때문에 나타나는 질병들이다. 나아가 이 질병들은 단지 동물들과 질병을 나눠 갖는 것뿐만 아니라, 생태적 변화, 즉 인간이 환경을 헤침으로써 인간에게로 전파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공통점도 갖는다. 저자가 얘기하는 에코데믹(ecodemic)이다.
지금의 코로나 19도 이 에코데믹의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의 트럼프 등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만든 바이러스라는 의심을 공공연하게 내비치지만, 아직 근거는 분명하지 않은 듯 하고, 다른 동물 매개체를 통해서 인간에게 전파된 게 더 믿을 만하다. 어떤 동물인지는 왔다갔다하지만(박쥐? 천산갑? 어류?) 어쨌든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별로 위험하지 않은 바이러스가 동물의 몸 속에서 변이를 갖고 지금의 코로나 19로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변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역시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아직은 그런 데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는 듯 하다), 동물들과의 접촉의 많아지는 상황 자체가 생태계의 변화라고 아니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분명 코로나 19에 편승해서 다시 세상에 나온 책이지만, 전혀 의미가 없는 책은 아니다. 사실 코로나 19에 대한 이해라는 당장의 필요가 아니더라도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질병들은 지금도 여전히 연구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는 질병들이다. 더 중요한 건 이것들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경험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전염병이 낙후와 야만의 덫이었다면, 오늘의 전염병은 문명과 개발의 덫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 WHO에서 코로나 19 특효약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회색 전망을 내비쳤다. 예전만큼 그리 공신력이 있어 보이진 않아 이런 우려가 기정사실로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다만, 따지고보면 일반 감기도 뭐 특효약이 없는 셈이라서, 코로나 특효약이 없다는 말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오히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의 말에 더 믿음이 간다. 현재로선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신경쓰고, 방역 수칙을 제대로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게 전염병 예방의 지름길이다.
판데믹, 전염병학자나 병리학자가 아니면 좀처럼 들어볼 수 없었던 용어가 이젠 매우 대중적인 어휘가 되었다. 조상님들이 무서워하던 호환이 지금의 교통사고라면, 마마는 코로나19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환경파괴의 후유증이 얼마니 심각한지 깨닫게 되었다면 다행이지만,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사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수의학에 일가견이 있는 언론학자 마크 제롬 월터스는 '생태병 혹은 환경전염병'이라 불리는 '에코데믹'이란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환경전염병의 대표적인 예로 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 DT104,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웨스트나일뇌염 등을 언급하면서, 인간의 개발 탐욕과 항생제 남용이 만들어낸 환경전염병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요점은 DT104가 동물, 먹이, 식량 생산, 국제 무역 등이 뒤얽혀 있는 복잡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서로 얽혀 있는 많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인공 사료와 집약 농업을 통해 동물들의 자연 생태를 교란하고 지구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것이 다시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111쪽)
널리 보면 지구와 인간의 건강은 하나로 이어져 있고, 가까이 보면 가축과 인간의 건강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령 천연두는 소의 돌연변이 수두바이러스에서 유래했고, 감기는 말에게서 유래했고, 홍역은 개에게 디스템퍼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 그 벌로 전염병이 창궐한다. 항생제 남용, 지구온난화, 삼림파괴 같은 생태계 파괴는 환경전염병의 창궐을 야기했고, 이들 전염병 역시 양과 소(광우병), 침팬지(에이즈), 사슴과 다람쥐(살모넬라), 생쥐(한타 바이러스), 모기(뇌염) 등이 숙주나 매개체다.
이들 전염병 가운데 우리와 인연이 있는 것은 한국의 한탄강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한타바이러스다. 한타바이러스폐증후군(HPS)은 희생자가 자신의 체액에 익사당하게 되는 치명적인 감염질환이다. 그런데 우리보다도 사실 미국의 나바호 인디언들이 진작에 이 전염병을 숙지하고 있었다. 전염병학자와 의사가 첨단 장비를 갖고 한타바이러스에 달려들기 이전에 미국의 나바호족 원로들은 생쥐가 퍼뜨리는 이 감염병과 그 치료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한다. 정말 '믿거나 말거나'에 소개될 법한 내용이다.
BSE 가 감염된 동물의 특정 부위를 먹음으로써 전피되는 것 같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양과 소 사이에 이 병이 전파될 수 없어 보인다.이 유순한 초식동물이 사로를 먹지 않는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아니면 그들은 서로를 먹는 것일까? (-49-)
"콩고 분지와 아프리카에서 사하라와 접한 지역에서는 어네나 야생동물 사냥이 중요한 생계수단이 되어왔어요.게다가 지난 몇십년 동안 사냥이 더욱 심해졌죠.벌목 잡업으로 깊은 숲속까지 도로가 생겼어요.대부분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그러면 사람들이 대규모로 들어가게 되고,벌목 작업을 지원할 사회적 경제적 망이 생깁니다.수천 명이 들어가 생활한느 벌목 현장도 많이 있어요.그들의 주된 식량 공급원 중 하나가 바로 야생동물 고기입니다." (-83-)
살모넬라 감염의 마지막 단계는 이런 내성을 띤 세균들이 조리가 덜 된 고기나 다른 오염된 물건을 통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슈퍼마켓이나 들고 온 고기에고 종종 살모넬라 같은 세균들이 남아있다. 요리하기 전 고기의 포장을 뜯거나 손질할 때 육즙이 흘러 조리대나 식기를 오염시켰다가 음식에 묻어 결국 우리 입 속으로들어올 수 있다. (-94-)
"이런 모든 질병이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가장 큰 전염병의 배경인 셈이지요." 베클리가 말했다.그는 미국에서 가장 흔한 전염병인 라임병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축적되고 있는 증거들은 라임병도 인간이 자연에 일으킨 급진적인 변화가 한 원인이 되어 출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133-)
1999년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자,포코너스 지역의 강수량이 증가했고,이어서 HPS 환자들이 급증했다.또 연구자즐은 그 병이 포크너스 지역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73-)
해마다 가을이 되면 항새 떼가 번식지인 유럽을 떠나 월동지인 아프리카로 가기 위해 이스라엘 상공을 날아간다.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더 직선 항로도 있지만,이 무거운 새들은 계속 높이 떠서 여행을 할 때 상승 온난 기류, 즉 따뜻한 땅에서 올라오는 기류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동경로가 더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넓은 수면이 있는 곳은 피한다. (-187-)
인간은 인간과 동물을 차별화한다.인간이 동물보다 더 우수한 종이라고 착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착각은 오만함과 엮이게 되고,그로 인해 인간의 잘못된 행위가 인간 사회에 큰 화를 불러들이게 된다.그건 어떤 문제가 일어나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그 현상이 일어난 다양한 변수들을 모두 고려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수 있다.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문제가 일어나자 속수무책으로 전세계가 당황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질병에 의한 대확산,그것을 판데믹이라 부르고 있다.과거 낙타에 의한 질병 메르스를 기억할 것이다. 그때 당시 정부의 수반이 자행했던 어리석은 모습은 어떤 문제가 생길 때,적재적소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 고통이 국민에게 모두 돌아온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었다.여기서 우리는 질병이 왜 발생하고,어떻게 확산되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책에는 여섯가지 질병이 소개 되고 있다.광우병,에이즈, 살모넬라 DT104,라임병, 한타바이러스, 웨스트나일뇌염이다. 100년전 우리가 겪었던 혹사병과 천연두는 이제 우리의 역사속에 자취를 감춰 버렸다.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전염병에 속수무책이며, 인간의 의해 파괴된 자연환경이 그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즉 인간이 경제적인 부분을 우선하면서,자연을 파괴하려는 폭력적인 속성이 바로 질병을 전세계로 확산시키는 이유가 되고 있으며,전염병의 원인을 숙주인 동물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인간 스스로 어리석은 판단이며, 전염병은 없어지지 않고,영원히 우리가 함께 할 가능성이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즉 이 책에 나오는 여섯가지 질병은 인간의 인위적인 행위에 의한 전염병 확산이며,그 하나 하나 살펴본다면, 인간 스스로 어느정도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었다.특히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위로 초식동물이게 고단백질 사료를 줌으로서 광우병에 걸린 소를 익히 들수 있다.그건 인간이 해서는 안될 오만한 행동에서 시작되며,그로 인해 수많은 인간이 광우병에 걸려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온난화,무분별한 벌채,이러한 조건은 자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치병적인 이유가 된다.전염병은 특히 날짐승에 의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았다.철새나 세균 온상이 되는 박쥐의 경우 숙주로서, 자신을 은폐하면서,전염병을 여기저기 퍼트리는 경우가 있다.더군다나 그들이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온난화로 스스로 서식지를 떠나게 될 때,그로 인하여,또다른 형태의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즉 이 책은 환경 파괴는 필연적으로 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되며, 무분별한 자연재해가 인간에게 또다른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