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과 편지
미리보기 공유하기

아버지의 사과 편지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리뷰 총점 9.5 (42건)
분야
인문 > 심리/정신분석
파일정보
EPUB(DRM) 29.39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용안내
TTS 가능?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37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아버지는 죽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j****3 | 2020.09.15 리뷰제목
저자인 이브 엔슬리, 친족 성폭력 피해자다. 그녀는 5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10대 이후로는 성적 학대는 중단됐지만 구타와 존재 말살의 시도에 시달렸다. 그런 상황에서 이브 엔슬리는 아버지에게 저항하는 몸짓을 보여줬고, 그것은 결국 알코올, 헤로인 등을 복용하면서 사는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자학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면서 다리에서 뛰어 내리고, 시속 16km로
리뷰제목

저자인 이브 엔슬리, 친족 성폭력 피해자다. 그녀는 5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10대 이후로는 성적 학대는 중단됐지만 구타와 존재 말살의 시도에 시달렸다. 그런 상황에서 이브 엔슬리는 아버지에게 저항하는 몸짓을 보여줬고, 그것은 결국 알코올, 헤로인 등을 복용하면서 사는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자학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면서 다리에서 뛰어 내리고, 시속 16km로 속도로 차를 모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 저항의 한 몸짓이었을 게다.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섹스와 알코올에 의지해 고통을 잊고자 했고 그것은 그녀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가 아버지의 울타리를 벗어나 방황을 끝내고 희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스물넷이다.

 

이 편지는 저자의 아버지를 향한 탄원서이자 소환장이다. 아버지라면 그랬을 법한 방식으로 아버지가 저자에게 얘기하도록 적었다. 아버지가 해주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를 쓰되, 저자를 통해 그의 모습을 드러낼 여지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저자와 관련이 되는 부분은 저자의 생각이 아버지의 시선으로 말해 지고 있다. 참람하다.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만 참람하다. 읽기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윤리가 무너진 일들을 그려낸다. <기록할 수 없는 상처는 없다.>는 말은 참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 글은 참된 용기를 가지고 행해지고 있는 타인의 입을 빈 독백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편지의 형태를 빌리고 있다. 화자도 죽은 지 31년이나 되는 아버지로 하고 있다. 그는 살아있을 때 사과하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불의한 일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로 살지 못했다. 그런 그의 삶이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당당하게 그려진다. 아이는 나의 소유물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아이가 5살 때(아버지가 52살 때) 놀라운 사건은 일어난다. 아버지는 아이가 자신의 보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아이의 몸을 만지는 일이 그에게 황홀감으로 다가온다. 비정상적인, 비윤리적인 일탈이 이런 일 속에서 벌어진다. 아이와 놀이를 하고 있는 중, 아버지가 눈을 뜨지 않는 시간을 오래 가져가니까 아이가 기절할 듯이 우는 모습을 통해 아이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한다. 그리고 달래는 상황에서 아이의 몸을 만지며 희열을 느낀다.

 

회사대표인 나는 내가 맺는 모든 관계에 공정함을 강조했지. 탐욕과 낭비를 경멸했고 천박한 졸부와 친해지려고도 하지 않았지. 내 아이들은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고, 고급스러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지. 그런데 너만 생각하면 그런 삶에 간극이 있었지. 네가 놀이 중 내가 없으면 까무러칠 것 같은 모습을 보고, 무방비 상태의 너를 향해 그림자 인간이 끼어든 거야. 그때가 네가 다섯 살이었어. 죄악의 문을 부수었던 거야. 너를 만지기 시작한 거지. 나를 도덕적인 존재로 정의했던 밧줄을 스스로 끊어버리고 배에서 분리되어 난폭하고 가차 없는 바다로 영원히 내던져진 거야.

  

자신의 행위를 은근히 정당화하는 생각으로 저자(이브)는 화자(아버지)를 몰아간다. 책 속에는 화자와 저자가 늘 교차하면서 용서와 사과를 구하고 있다. 화자는 자존심으로 무장하도록 하고 저자는 그것을 통해 화자를 그물 속에 몰아넣는다. 아버지의 에비(저자)를 만지는 일은 지속된다. 그러다 어느 날 소유의 한계가 경계의 선을 넘는다. 아이는 두려워하게 되고 깊은 상처를 안게 된다. 하지만 저항은 한계가 있다. 아버지의 욕망은 미묘하게 작용한다. 가족들도 눈치를 체면서도 그냥 묻혀 지기를 원한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는 깊은 상처를 입고 나락으로 떨어져 가고, 성의 본질에 대해서도 잘못 인식하게 된다. 10살 때 한 번은 학교 운동장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속옷을 벗기게 되는 일이 일어난다. 학교에 간 아버지는 크게 노하게 되고, 아이는 반항을 한다. 그 후 아버지의 만지는 일은 없어졌지만 대신 소유물에 대한 강한 통제로 폭력이 행해지게 된다.

 

아버지의 지난 시절도 이야기 된다. 아버지는 회사를 경영하고 사회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결혼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나이가 많아진다. 그것은 가정적인 상처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장에서 폭력에 시달리면서 성장했던 불우한 시간들이 가정과 자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결혼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 후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결혼 적령기는 넘겨도 한참이나 넘긴 상황에서 엄마를 만난다. 그것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엄마를.

 

그때 네 엄마가 내 인생에 발을 들였다. 바람둥이 독신 남성으로 사는 나날에 신물이 날 즈음, 귀여운 악동이 무정한 악한으로 빠르게 나이 들어가는 시기였지. 쉰 살을 앞둔 그 무렵까지 내가 맺어온 관계는 길어야 몇 달이었어. 스스로도 그랬지만 다른 사람들, 특히 누나들은 걱정이 컸지. 나 역시 운명의 상대를 찾으려 했지만 솔직히 결혼과 가정을 꾸리는 일이 두려웠단다.

  

아버지는 말한다. 우리의 결혼은 지위와 권력을 획득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공평한 협정이었다고. 작은 사업장을 여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사장이고 엄마는 비서인 그런 공간이 가정이라고. 그런 가운데 자녀는 끔찍한 존재로 인식한다. 그러면서도 자식을 3 명이나 나아 기른다. 그런데 아버지는 자식이 각자의 인격이 박탈된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잘못된 사고를 가진 괴물로 나타난다. 그것은 소유물에 대한 권한을 생각하게 되고, 자식을 하나의 물건처럼 인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여 자녀의 몸을 노리개로 여기게 된 것이다. 불의의 일을 당연시하면서 자녀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성장을 괴팍하게 하도록 만들어간 것이다. 저자는 그런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일반인과 다른 성장을 한다.

 

아버지는 아이를 인형처럼 여기면서 바라본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할 때는 그림자 인간이라고 자신을 명명한다. 물론 저자가 부여한 아버지의 다른 면이다. 아버지는 아이를 보면서 너는 되돌아온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내 정자와 내 살로 만들어낸 열정의 산물이었어. 너는 소명이었고 초대였으며 숭고함을 부르는 거친 기도였다.”라고 한다. 아마 저자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자신을 향한 마음을 미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아버지에 대한 용서의 마음이 많이 담겨진 표현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 정신은 온전했어. 나는 특권을 누리는 고압적인 남성이었다. 세상을 넘어선 곳, 세간의 평가와 책망을 넘어선 곳에 살고 있었지.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언가를 조종하고 승리를 거두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어. 너는 나의 아이였다. 나의 소유물이었지.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행동해야 했어. 그렇지 않을 때 규율과 처벌을 실행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었다. 바로 내가 키워진 방식처럼 말이다.

 

아버지의 아이에 대한 마음이 잘 드러난 단락이다. 그리고 왜 그런 괴물이 되었는가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저자의 상상력 속에서 나온 괴물이 된 아버지에 대한 변명이다. 어떤 얘기로도 미화될 수 없고 변명이 될 수 없는 행위의 아버지를 용서하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드러난다. 그것이 이렇게 아버지를 화자로 등장시켜 스스로 변명과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딸의 아프고도 지극한 배려가 보인다.

 

아버지에게 물리적인 고통을 당하던 아이는 대항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웃음을 잃고 기이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되는 일이다. 엉뚱한 행위를 하는 아이가 되는 일이다. 그래서 머리칼을 잘랐다. 드레스 입기를 거부했다. 남자애처럼 옷을 입었다. 하룻밤 사이에 변해버린다.” 마약을 하다. 술을 마신다. 몸을 함부로 굴린다. 여러 가지 자학적인 행위를 한다. 심지어 죽으려 한다. 이 모든 행위들이 아이가 순수하고 예쁘다고,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를 향한 도전이고 저항이다. 그런 아이에게 아버지는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기르는 자녀이기를 포기한다. 아이가 잘못 되는 것을 오히려 기뻐하고, 사라져 주길 원한다. “네가 돈도, 세상의 존경도, 미래도 없이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난 즐거웠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가족들에게서도 죄인처럼 된다. 물론 같이 살 수가 없다. 학비나 기타의 도움도 거절당한다. 법적으로 아버지가 부자니까 사회적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가 없는데, 아버지는 그런 아이를 도우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망가져서 사는 삶을 즐겁게 바라본다. 저자의 눈에는 아버지가 그렇게 인식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버지는 자자의 성장에 고통만 안겨준 존재다 이런 사람에게 스스로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이 책이다. 그런 기회 자체가 아버지에 대한 진한 마음의 표현이다. 죽은 지 31년이나 된 영혼을 구천에 떠돌게 만들면서 자식에게 사죄하도록 만들어 나가는 저자의 필력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참 용감한 저자의 모습을 우리는 읽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지명도를 얻은 저자의 비참한 자기 성장을 토로하는 글이다 비록 아버지의 입을 빌어 말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우리는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그녀의 비명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그녀의 설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 글을 읽고 있는 내가 비참해 진다. 속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브 엔슬리의 아버지가 무척이나 저주스럽다. 인간을, 더구나 아버지를 이렇게 모욕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놓고 있음에 저주스런 마음까지 된다. 세상의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된다.

1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7 댓글 2
종이책 [아버지의 사과편지] 마지막 사과 평점10점 | h******o | 2020.08.23 리뷰제목
1.이브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이 책은 이브에게 그런 짓을 한 아버지가 쓴 가상의 사과편지다. 아버지는 무덤에서 쓰는 건지, 과거 혹은 이래에서 쓰는 건지 (p.17) 잘 모르는 상태에서 편지를 쓴다. 저자 이브는 이 편지들을 아버지의 관점에서 써내려간다. 그래서 그런지, 편지는 너무 생생했고 그 어느 편지보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브의 아버지는 막
리뷰제목


 

1.

이브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이 책은 이브에게 그런 짓을 한 아버지가 쓴 가상의 사과편지다. 아버지는 무덤에서 쓰는 건지, 과거 혹은 이래에서 쓰는 건지 (p.17) 잘 모르는 상태에서 편지를 쓴다. 저자 이브는 이 편지들을 아버지의 관점에서 써내려간다. 그래서 그런지, 편지는 너무 생생했고 그 어느 편지보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브의 아버지는 막내로 태어나 특별한 선물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태생이 오히려 자신을 옭아맨다. 부모님은 오히려 그렇기에 더 가혹하게 대했고, 그의 가족들은 그를 특별히 대한다. 그 점은 오히려 아버지를 가짜로 여기게 했고, 아버지는 점점 더 고립되어갔다. 매력은 아버지의 장점이었지만, 그 매력을 통해서 그는 철저하게 가면을 만들어갔고, 그 와중에 엄마를 만났다. 그리고 태어난 이브. 아버지의 가면은 이브에게로 향한다.

 

무릎 위에 앉은 너를 끌어앉자 모든 경계가 녹아 사라졌더구나. 금기를 넘어, 법을 넘어, 더없는 행복의 은하수가 위아래로 출렁거렸어. 천국이 모두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계속해. 계속하면 안돼. 계속해. 이래선 안 돼. 이건 네 권리야. 이건 죄악이야. 이건 너무 지나쳐……. , 에비. 그때 그만두어야 했는데. - p.72

 

아버지는 이브가 다섯 살 때 이브에게 성추행을 하였고, 아버지가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하고 돌아오자, 이브는 아버지에게 차갑게 대하고 아버지는 분노가 치밀어오르게 된다. 이브가 남자애들에게 수모를 당했을 때 오히려 아버지는 이브를 위로하기보다는 혼냈으며, 결국은 이브를 소유물로 여기며, 정신적 학대 육체적학대를 자행하게 된다. 온전치 못한 상태로 성인이 된 이브는 결국, 누구에게나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기행을 범하게 된다.

 

네가 다섯 살 때 죄의 경계를 넘어 내게 찾아왔던 그림자 인ㄱ란이 이번엔 나를 지옥으로 이끌고 있었어. 물론 내가 그렇게 자란 탓에 폭력적인 처벌에 거리낌이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건 훨씬 더 끔찍한 일이었찌. 고백하기조차 힘든 일이야. - p.113

 

아버지는 이 모든 과정을 편지로 풀어내며, 결국엔 아버지는 이브에게 마지막 사과를 한다.

 

이브.

이 말을 하게 해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여기 앉아 미지막 시간을 보내도록 해주렴. 이번에는 제대로 할 숭 ㅤㅣㅆ도록 해주렴. 너의 온화함에 기대어 빝틀거리게 해주렴. 나약함을 무릅쓰게 해주렴. - p.185

 

2.

누군가에에게 받지 못한 사과가 있다면, 마음은 처절히 무너질 것이다. 사과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는 처지라면, 더더욱 힘들 것이다. 더욱 비참한 것은 상대방이 사과할 마음조차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다는 것이다. 이브의 아버지는 과연 이브에게 사과를 못하고 떠난 것일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브는 아버지의 사과편지를 온전히 받고 싶었을 것이리라. 그 마음이 이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 아닐까. 절절하게 울리는 사과편지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사과받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느낌. 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처했을 상황, 아주 끔찍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엔 이렇게 아버지의 사과편지를 쓸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저자의 도전에 경의를 표한다.

 

 

한 편의 시를 읽듯이, 이 아침, 머리가 맑아지는 사과편지를 읽었다. 비록, 그 안에 담긴 중심 내용은 비참했지만, 참 아름다운 사과의 풍경이었다.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게 해주신 푸른숲에 감사드립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2
종이책 아버지의사과편지 평점10점 | g********6 | 2020.09.02 리뷰제목
?이 책에 대해서는 멈추지 않고 말하거나 아예 말하지 않는 것 두 가지만이 가능할듯하다. 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학대 등 온갖 폭력들로 고통받아온 이브 앤슬러가 '만약 아버지가 나에게 사과편지를 쓴다면'을 가정하고 쓴 글이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편지를 쓰듯이. 저자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지 오래다. 왜 저자는 영영 받을 수 없는 사과편지를 써야만 했을까? 아버지를 이해
리뷰제목
?

이 책에 대해서는 멈추지 않고 말하거나 아예 말하지 않는 것 두 가지만이 가능할듯하다. 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학대 등 온갖 폭력들로 고통받아온 이브 앤슬러가 '만약 아버지가 나에게 사과편지를 쓴다면'을 가정하고 쓴 글이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편지를 쓰듯이. 저자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지 오래다. 왜 저자는 영영 받을 수 없는 사과편지를 써야만 했을까?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니다. 그녀 스스로가 비로소 자유로워지기 걷위해서다. 상처를 기록함으로서 더욱 더 그녀 자신이 되기 위해서다.

?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괴물이 된, 그런 자신을 돌아볼 기회조차 걷어차버린 가해자. 끝끝내 살아남아 자신이 겪은 일들을 기록해내며 성찰과 자유로 향하는 생존자. 이 책을 읽으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넘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쳐버린 사람과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고자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브 앤슬러가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집요하게 파괴당한 '이전의 삶'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 계속 무너지고 미끄러지며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렸을 '이후의 삶'. 그저 책을 읽었을 뿐인 나도 읽은 뒤 며칠 간 일상생활이 어려웠는데 당사자인 저자는 어떠했을 것인가.

?

이 책의 특별함은 도저히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는 일을 저자가 해냈다는 것에 있다. 자신의 고통과 직면하고, 그 고통을 준 사람을 응시하고, '왜 그는 가해자여야 했는지'에 대해 성찰하고, 받지 못한 사과 편지를 쓰는 일 말이다. 나는 이 책이 쓰여졌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감히 품위와 숭고함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린다.

?

상처받은 이들에게. 받아야 할 사과를 받지 못한 이들에게.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지조차 못하는 가해자들에게. #비비안추천도서

?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

www.instagram.com/vivian_books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심심] 아버지의 사과 편지 평점10점 | d******5 | 2020.09.01 리뷰제목
"그는 결코 내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아버지의 사과 편지」아무런 정보없이 제목만 봤을땐 참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 이었어요. 하지만 이 책의 소개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전 이보다 더 잔인한 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은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브 엔슬러가 직접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쓴 편지형식의 글이에요. 마치 아버지가 이야기 하듯 쓰여진 이 책을 읽다
리뷰제목

"그는 결코 내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의 사과 편지

아무런 정보없이 제목만 봤을땐 참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 이었어요. 하지만 이 책의 소개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전 이보다 더 잔인한 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은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브 엔슬러가 직접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쓴 편지형식의 글이에요. 마치 아버지가 이야기 하듯 쓰여진 이 책을 읽다보면 문득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요. 온화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글을 읽다보면 어느순간 한글자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들이 나와요. 이런땐 한참 책을 덮었다 숨을 고른 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아이스크림 회사를 운영하는 제법 그럴듯한 아버지 역시 사랑을 받지 못한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자신보다 10살 많은 형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는데, 아버지는 어린시절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자신을 숨기는 법부터 배우게 되요. 그런 그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방법을 습득하기 시작하고, 자신과 비슷한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요. 정상처럼 보여지는 그런 가정을 꾸리던 그의 삶에 빛과같은 조그만한 아이가 등장하고, 사랑한다 말하며 작은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시작해요.


나는 다섯 살 때 너의 몸을 가졌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그녀에게 손을 대기 시작한건 불과 다섯 살 때 였다고 해요. 몇해가 지나면서 그 손엔 거침이 없었고, 어린 소녀는 점점 변해가요. 변해버린 소녀에게 가해진건 아버지의 학대와 폭행 그리고 방임 이었어요. 성폭행 만큼이나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삶을 보며 어떻게 이런 상황들을 버틸 수 있었나 싶더라고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게 참 힘겹게 느껴졌어요. 어린 소녀가 겪었을 끔찍한 일들이 묘사될때면 저도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더라고요. 다행히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찾아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작가이며 사회운동가로 활동중이에요. 죽어버린 아버지가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했었더라면 아마 그녀는 힘든 시간들을 더 빠르게 극복해 낼 수 있었을 거에요. 책을 덮은 후에도 그 여운이 오래 남았어요. 가벼운 책이지만 책을 덮은 후 느껴지는 무게감은 그 어떤 책보다도 더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릴께요.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eBook 구매 쓰고 나니 완성된 진실 『아버지의 사과 편지』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0.09.28 리뷰제목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왜 우리 아버지는 저런 성격인지, 왜 아버지답지 못한 존재감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지. 아마 나는 평생 단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한 호감을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래, 서로에게 무관심인 채로 살아간다면 더는 고통스럽지는 않겠지. 그게 최선이겠구나 싶었다. 포기했다고 해야 할까. 아버지와의
리뷰제목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왜 우리 아버지는 저런 성격인지, 왜 아버지답지 못한 존재감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지. 아마 나는 평생 단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한 호감을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래, 서로에게 무관심인 채로 살아간다면 더는 고통스럽지는 않겠지. 그게 최선이겠구나 싶었다. 포기했다고 해야 할까.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그 어떤 노력이나 고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살아온 세월이 참 오래다. 그래도 언제나 가슴 한구석 답답함은 있었다. 아무리 무관심하게 대한다고 해도 없는 존재는 아니었으므로. 이제 더는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포기가 아니라, 필요가 없어졌다. 그 대상이 이제 없으니까.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나를 힘들게 하는 대상과 더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느꼈는데, 아니었다. 여전히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뭔가가 남아 있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느낄 즈음, 이 책을 만났다.


아버지의 사과 편지. 아버지에게 듣지 못한 사과를 저자는 스스로 아버지가 되어 편지로 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1년이 흐른 후에야 소환한 거다. 저자의 성장에 아버지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대로 들려오면서, 저자가 아버지를 다시 불러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추적하는 것만 같다.


아무도 내게 이런 감정의 존재를 알려준 적이 없었기에, 어린 딸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너무나 혼란스럽더구나. 나는 사랑을 몰랐어. 숭배를 받은 적은 있어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지. 우상처럼 떠받들어진 적도 있고 누군가의 구세주 역할도 해봤지. 하지만 영혼과 세포를 키워주고 채워주는 어머니의 가슴에 안겨 달콤한 젖을 맛본 적은 없었어. 나의 몸은 달콤한 행복감을 맏아들이거나 경험한 적이 없었단다. (59~60페이지)


너의 성격을 파괴하고 의지를 꺾기 위해 난 매일같이 노력했다. 너에게서 온갖 잘못과 실패와 실수를 찾아냈지. 이런 일에 뛰어난 나는 네가 지닌 약점을 금세 파고들었어. (104페이지)


저자는 5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묻고 싶기도 할 거다. 그것도 친부에게 5살 때부터 성폭력 당하는 딸이라니. 아버지는 딸에게 설렘을 느끼고, 젊은 시절 그가 즐기던 인생처럼 딸에게 그 두근거림을 찾는다. 누군가 아버지의 귓가에 계속 속삭이기도 한다. 몇 년 후 성폭력을 멈췄지만, 아버지는 자기 눈앞에서 딸의 존재감을 없애려고, 딸을 제대로 교육하겠다면서 또 다른 폭력을 행사했다. 방에 가두기도 하고, 배고픔에 허덕이게 했다. 엄마와 오빠는 아버지의 폭력 앞에서 방관자였다. 모른 척 침묵하기도 했다. 어린 소녀에게 집은 안식처가 아니었고, 아버지는 소녀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어떻게 자랐을까. 어느 정도 상상이 되기도 한다. 가족에게 외면받고, 아버지에게 억압과 폭력으로 대해졌던 어린 소녀가 성장의 시간을 어떻게 채웠을지 그려진다. 아버지에게 반항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저자의 저항 앞에 더욱더 교묘한 폭력을 행사했으며, 술과 마약에 빠지기도 했다. 스스로 학대하며 다리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술과 섹스에 빠져 살았고, 마치 그런 것들이 고통을 없애주는 것처럼 살았다. 사람이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싶은 온갖 좌절의 몸짓을 보여줬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나 그녀만의 인생을 돌보기 시작한 게 20대 중반이다. 희곡을 쓰고, 여성의 몸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질에 대한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세계의 여성들이 받는 고통을 말해왔다. 그렇게 쌓아온 경험과 성장으로 이제 저자는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이제 가해자인 아버지는 없지만,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현실에서 사과받을 수 없게 됐다. 언젠가 아버지에게 받고 싶었던 사과는 가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완성될 수 없던 거다. 아버지의 사과를 더는 기다릴 수 없었기에, 이제 저자 스스로 전해지지 못한 사과를 받으려고 한다.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려냄으로써, 아버지의 사과로 과거의 상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온전한 삶을 만들고 싶은 거다.


피해자인 저자가 아니라, 가해자인 아버지의 시점으로 써내려간 편지는 과거를 소환한다. 처음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했던 것부터, 아버지에게 외면받으며 괴롭게 성장했던 시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아버지의 거절로 꿈을 포기해야 했던 순간, 제대로 아버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본인의 인생을 펼치기 시작했던 이야기가 현재의 저자를 만들기까지 생생하다.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의 인생을 추적하면서도 딸인 자신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데, 화자의 분위기가 참 묘하다. 저자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녀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아버지는 그 자신이 성장해온 환경에 영향을 받았던 게 딸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있었던 거다. 딸에게 준 상처에 대해 아버지가 사과하는데, 왜 아버지는 미안하다는 한마디 대신에 그가 걸어온 시간과 겪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까? 무엇보다 아버지의 그 말을 피해자인 딸이 대신 적어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원망과 분노의 대상이었을 사람의 마음을 대신 전하면서 구구절절 그의 사연을 공유한 것처럼 너무 잘 이해하고 있던 게 아닌가. 어느 순간, 피해자인 저자보다 가해자인 아버지의 서사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만 같다.


성폭력 생존자가 되어 목소리에 힘을 낸 저자는 진실을 드러내고 아버지와 화해하려고 이 글을 썼다. 가해자의 목소리를 남김없이 들려주고, 폭력의 본질을 꺼낸다. 아버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은근히 피력한다. 변명으로 여기면서도 끝까지 자기 목소리를 낸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미처 드러내지 못한 말들, 미안함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그래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딸에게 성폭력을 행사했고, 외면하고 거절했던 존재로 남아있다. 본인도 어쩌지 못한 순간들에 대해 그 근원을 설명하려고 애쓴다. 자기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아버지도 찾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딸에게 사과하려고 시작한 이야기에서, 아마도 아버지는 자기의 서사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자기 삶이 왜 그렇게 흘러왔는지, 그 자신의 성장기간 동안 만들어진 인성이나 현재 자기 삶에서 어떤 일을 만들었는지 보고야 만 시간이었으리라. 이 시간은 딸도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과거이자 아픔이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아버지의 성폭력이나 저자의 상처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없었던 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대화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던 건데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만들어지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한참 늦었지만,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던 마음으로 아버지의 사과 편지를 쓴 저자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심정으로 좌절하고 반항하고 거칠게 살아왔을 시간을 떠올리면, 어떤 방식으로든 이 상처를 지우고 다시 걸어갈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건 맞다. 언제까지 가슴 속에 묻어둔 채로, 덜 아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피해자가 원하는 건 더는 불안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 자기가 겪은 일을 다 말할 수 있는 것, 상처 입은 자신을 위해 법이 처벌해주어야 하는 것, 가해자에게 진심의 사과를 받는 것. 그리고 그 모든 바람의 끝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나는 너에게서 평범한 일상을 빼앗았다. 나는 너에게서 가족에 대한 개념을 파괴해버렸다. 네가 네 엄마를 배신하도록 만들었다. 너를 영원한 자기 증오와 죄의식 속에서 살게 했다. 나는 형제자매 사이에 위계와 불신과 폭력적인 경쟁을 조장했다. 너희 중 그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회복될 수 없었다. (180페이지)


상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이 글은, 저자가 오랫동안 묻어온 진실을 복원한다. 어쩌면 이미 죽은 사람을 불러내어 이렇게 사과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할 테지. 하지만 피해자는 안다. 피해자는 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소환해서라도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절대 사과하지 않을 아버지를 대신해서 상상했다. 상상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을 일, 상상으로라도 나를 위로하고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야만 했던 일. 이제는 자유로워져서 행복해져야 하는 자신을 위해 기꺼이 상상하고 썼을 것이다. 힘들었겠지만 생생하게 적었다. 섬세하게 감정의 민낯을 보여줬다. 추하고 잔인한, 고통스럽고 아팠던, 때로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순간들까지 모두 꺼내놓았다. 사과 한마디 없이 사라진 가해자의 진실을, 그 진실을 받아들이면서 상처에서 회복될 자신을 또 상상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을 떠난 나의 아버지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여전히 이곳에서의 모습으로 자기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지, 아니면 저자의 글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처럼 무언가 잔뜩 변명거리를 안고 말하고 싶은 표정일지. 나는 저자처럼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당신 딸로 살아가면서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당신의 존재로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고, 당신의 부재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당신을 떠올리면 고통스럽다고. 그러니 언젠가 나에게도 저자의 방식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가끔, 당신의 한 마디로 괴로운 내 마음이 위로받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2

한줄평 (5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8.8점 8.8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