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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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의 사랑

천선란 | 아작 | 2020년 7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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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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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한번읽고서는 바로 한번 더 읽고싶어졌다. 평점10점 | c*****5 | 2020.08.13 리뷰제목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고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시선에 필력도 더해져서 읽는동안 자꾸 감탄 했더랬다.정말 재밌게 읽었고, 책이 하는 말들을 마음깊이 새기고 싶어서한번더 읽어야지 마음 먹게됬다.-네가 자꾸 눈길을 끌었다는거.네가 특별했기 때문에 그랬던건 아니야.창피해서 돌려말했는데그냥 첫눈에 반한거였어.혹시나 오해할까봐-'그책 재미있어요?''예?''읽
리뷰제목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고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시선에 필력도 더해져서 읽는동안 자꾸 감탄 했더랬다.
정말 재밌게 읽었고, 책이 하는 말들을 마음깊이 새기고 싶어서
한번더 읽어야지 마음 먹게됬다.

-

네가 자꾸 눈길을 끌었다는거.
네가 특별했기 때문에 그랬던건 아니야.
창피해서 돌려말했는데
그냥 첫눈에 반한거였어.
혹시나 오해할까봐

-

'그책 재미있어요?'
'예?'
'읽고있는 책요. 그거 재미있어요?'
라오의 첫인상은 그랬다.
이사람 되게 기척이 없네

-

나는 내 몸의 난제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처음에는 어떤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은 무엇이라도 다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지금은 굳이 나를 무엇으로든 규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무엇도 되고, 무엇도 되지못하고,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된다.

-

비늘 조각을 보물처럼 상자에 넣어 머리맡에 두었다.
나는 라오의 비늘조각을 발견한 후에야
엄마의 말을 인정했다.
세상은 다양한데 모두가 다양하지 않은척 하고있다는걸 말이다.

-

"저 지금 외계인한테 찍힌건가요?"
(...)
라오가 내게 되물었다.
"그말은 즉 본인은 지구인이다?"
나도 모르게 기가차서 웃었다. 하지만 라오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물론 지구에 살고 있으면 전부 지구인이겠지만"
"그럼 제가 외계인이라는 거에요?"
"그게 뭐가 중요해요. 지구의 절반은 외계인이에요.
모두가 다 사람인 척 하고 있을 뿐이라고요."
"허"
"웃긴말처럼 들릴수도 있지만 이건 생각보다 중요해요.
그걸 알아야 해요. 이 지구에 같은 인간은 없어요.
모두가 다 서로에게 외계인인걸. 모두가 같은 사람인척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요."
바람이 적당히 부는 초여름의 선선한 날씨였다. 서로를 외계인이라고 소개하기 딱 좋은 날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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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어떤 물질의 사랑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i******o | 2022.11.19 리뷰제목
천선란 작가님의 책을 페이백으로 읽어볼 기회였다. 단편 여덟 편을 모아 놓아 한 편씩 읽고 생각해 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점이 좋았다. SF 소설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차갑고 암울한 느낌이 아닌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차별성을 느꼈다. 잘 모르는 분야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변화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 페이백에도 기대감을 갖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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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님의 책을 페이백으로 읽어볼 기회였다. 단편 여덟 편을 모아 놓아 한 편씩 읽고 생각해 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점이 좋았다. SF 소설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차갑고 암울한 느낌이 아닌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차별성을 느꼈다. 잘 모르는 분야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변화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 페이백에도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겨울을 맞이하며, 어떤 물질의 사랑- 평점9점 | j*****8 | 2023.12.28 리뷰제목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어떤 물질의 사랑』은 읽고 난 후 지하철 안에서, 노래를 들으면서 일상 속에서 불쑥 나에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책이었다.   바람이 유독 많이 불어서일까. '사랑'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오르는 때였다. <어떤 물질의 사랑>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사랑'을 어떠한 태도로 맞이해야 하는지 안내해준다.  참아야 했고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많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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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어떤 물질의 사랑』은 읽고 난 후 지하철 안에서, 노래를 들으면서 일상 속에서 불쑥 나에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책이었다.  

바람이 유독 많이 불어서일까. '사랑'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오르는 때였다. <어떤 물질의 사랑>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사랑'을 어떠한 태도로 맞이해야 하는지 안내해준다. 

참아야 했고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많았지만 내 삶도 어쨋든 삶이라서,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다.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고 상처와 포근함이 있었다. 내가 지나쳤던 모든 사람과 사랑이, 실은 지나친 게 아니라 그렇게 내 안에 굳어져 내가 되었다는 것을 라오에게 말하며 깨달았다. 너무도 평화로운 오후였다. <어떤 물질의 사랑> 83p.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는 사랑이 눅진히 녹아들어 있다. 사랑이 안겨주는 감정들은 나를 단단하게 하기도, 무너지게 하기도 한다. 사랑이 끝났다고, 모든게 끝난건 아니다. 그 사랑은 다음 사랑의, 다른 사랑의 밑거름이 되어 '나'를 완성시킨다. 지금의 '나'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삶', 그 자체가 사랑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알에서 태어나 배꼽이 없는 라현은 살아가며 수많은 혼돈과 맞닥뜨리지만, 그(그녀)에게 엄마는 무신경하고 시니컬한 태도로 일관한다. 몇 발자국 물러나, 있는 그대로의 라현을 받아들이는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정상이라고 착각하는 것들에 억지로 하나를 맞췄다가 너를 영영 잃을 것 같았어. 그럴 바에야 그냥 너는 너 자체로 살아가는 게 더 맞겠다 싶었어. 배꼽이 없으면 어때. 틀린 것도 아닌데 ." <어떤 물질의 사랑> 86p.  

우리는 다른 의미의 라현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결여되고, 결핍된 무언가를 가지고 산다. 라현에게 없는 것은 '유형'의 배꼽이고, 우리에게 없는 것은 '무형'의 배꼽이다. 라현에겐 눈에 보이는 배꼽으로 나타난 것이고, 우리에겐 드러나지 않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나 역시 ('무형의') 배꼽이 없는 사람이다. 배꼽이 없는데, 어떻게 배꼽이 있는 것처럼 살 수 있나. 태어난 그 자체로 살아가면 된다. 배꼽 따위 없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 나는 나대로 산다. 틀린 건 하나도 없으니까.

 

몸에서 비늘조각이 떨어지는 라오와 사랑을 한 엄마.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사랑을 한 엄마는 마침내 만난 라오와 떠나기 전, 라현에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라현아, 끊임없이 사랑을 해. 꼭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니어도 돼.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존재를 만나. 그 사람이 우주를 가로질러서라도 너를 찾아올 사랑이니까." <어떤 물질의 사랑> 87p.

향초를 켤 때, 은은한 불에 서서히 초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좋아한다. 초가 녹아내리며 응축된 향이 사르르, 은근히 코를 찌르는 순간을 기대한다. 그렇게 편안한 느낌이 좋다. 사랑도 그렇다. 천천히 스며드는 사랑을 선호한다. 그 사랑이 저 먼 우주에서 왔을지라도.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보자. 나에게는 '나의 우주'가 있다. 내 우주는 보라색이다. 내 우주에는 주로 백예린, 권진아, 박지윤의 노래가 나오며, <스위트홈>, <하울의 움직이는 성>, <장화, 홍련> 등이 상영된다.

반면, 'S의 우주'는 주황색이다. S의 우주에는 멜론 탑백이나 발라드가 무한반복되며, <이터널 선샤인>, <범죄도시>, <존윅> 등이 상영된다.

'나의 우주'와 'S의 우주'는 색도 다르고, 나오는 노래도, 상영되는 영상도 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각자의 우주는 서서히 경계를 흐릿하게 지우고, 서로의 우주를 닮아갔다. '나의 우주'에선 'S'와 함께 보기 위해 <범죄도시>가 상영되기도 하고, 'S의 우주'에선 '나'를 위해 백예린의 노래가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우주는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의 우주'는 점차 'S의 우주'를 닮아갔고, 그렇게 '우리의 우주'가 탄생했다.

 

사랑은 이렇게 정리해보도록 하고, 이 소설들을 통해 천선란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걸까. 아래의 작가의 말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 인생의 방향은 내가 정한다. 그 방향이 옳든, 옳지 않든 노를 쥐고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비록 제자리걸음을 할지라도, 묵묵히 노를 저어보자.

세상을 알아갈수록, 지구는 엉망진창이다.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인구수만큼 존재하는 사공이 산도 아닌 우주로 지구를 날려버리는 것 같다. 나 하나가 방향을 잡고 노를 젓는다고 해서 바뀔까? 내가 가는 방향이 옳은 방향일까? 이런 생각들을 언제나 하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저어야 한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작가의 말> 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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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y*******2 | 2024.07.14 리뷰제목
오랜만에 천선란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랑과 나의 사막, 천 개의 파랑, 노랜드에 이어 네 번째 작품이다.《천 개의 파랑》으로 2020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첫 소설집!정세랑의 다정함과 문목하의 흡인력을 두루 갖춘역대급 괴물 신인 작가 천선란의 첫 소설집!#어떤물질의사랑#천선란#아작 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읽고 나면 여운이 긴 편인데 각각의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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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천선란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랑과 나의 사막, 천 개의 파랑, 노랜드에 이어 네 번째 작품이다.



《천 개의 파랑》으로 2020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첫 소설집!
정세랑의 다정함과 문목하의 흡인력을 두루 갖춘
역대급 괴물 신인 작가 천선란의 첫 소설집!

#어떤물질의사랑
#천선란
#아작

 

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읽고 나면 여운이 긴 편인데 각각의 단편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감정들이 마음을 휘젓기 때문이다. 

지구는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인류애는 점점 상실되고 우리는 무엇을 옳다고 믿으며 나아가야 할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공감능력을 제거(그림자놀이)하는 사회가 되고, 이유 없이 사람을 미워하는(어떤 물질의 사랑) 사람들 속에서 우리에게 사랑이 남아있을까? 더 이상 푸른 하늘을 볼 수 없고 사막의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없는 세상(사막으로)과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 바다를 보며 우리는 뒤늦게 소중한 것을 지키게 될 수 있을까? 창 없는 고시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라면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던(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 은지의 선택에서 자본주의 앞에 생명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다. 300만 달러와 생명을 맞바꾸는 결정에서 우리는 은지를 비난할 수 있을까?

본 적도 없는 사막의 쏟아지는 별을 떠올리며 우리를 비행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고. 바다를 잃었지만 새로운 바다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고. 우주를 가로질러서라도 사랑은 찾아오고. 그렇게 엉망진창이 된 지구에서도 우리는 나아가고 있다. 길은 늘 외롭지만 천선란의 소설은 절망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디스토피아의 세상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을 (인간이야말로 지구를 망치는 주범이지만) 인간은 가지고 있다. 어떤 물질의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든 우리에게는 사랑이 있으므로.




그러나 나를 만나고 싶다면 당신도 주저하지 마시길. 당신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든 나는 이렇게 대답해줄 테니까. 그렇군요.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그럼 혹시 배꼽도 없으신가요? P. 153


작가는 소설 안에 자신이 간직해두고 있던 감정들, 분함과 억울함, 쓸쓸함과 서러움, 외로움과 기괴함을 담았다고 했다. 감정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소설. 엉망진창인 지구를 보며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나아가는 마음. 작가의 신념이 드러나는 소설은 힘이 세다. 외계인과 바이러스는 식상하고 감정을 가진 로봇 역시 진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천선란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에 그대로 잠기고 싶은 소설들이라는 김초엽작가의 추천사로 대답을 대신한다.  

<책 속 좋았던 문장>

p. 11 하지만 저는 사막에 가본 적이 없어요.
사람이 보는 것을 쓰는 건 아니잖니. 본다고 믿는 것을 쓰지.
나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생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본다고 믿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믿는 것만 본다. 그래서 보는 것만 쓸 수 있다고.



P. 24 요즘에는 그 반대 같아. 나가고 싶은데 한국에 묶여 있어야 하는……. 욕망들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동시에 끌어안을 수 없고, 그래서 그 틈으로 외로움이 쌓이는 거 같아.
(...)
네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데.
무슨 말인데?
‘모든 걸 다 모르는 척하고 싶지만 차마 눈을 감을 수 없는 그런 거잖아. 이를테면 네가 지금 눈을 뜨고 기회를 떠나보내는 것 같은. 그렇다면 네 간격에도 외로움이 생겼겠네.
리윙은 나를 가만 끌어안았다. 리윙은 그때 내 표정이 얼마나 얼떨떨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리윙이 놓을 때까지 안겨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외롭구나. 
외로움을 이겨낼 수 없을 때 사람이 덤덤해지는구나.



P. 35 그리고 어느 곳이든 네가 나아가는 곳이 길이고, 길은 늘 외롭단다. 적당히 외로움을 길 밖으로 내던지며 나아가야 한다. 외로움이 적재되면 도로도 쉽게 무너지니까. 알겠니?

P. 153 ˝라현아, 끊임없이 사랑을 해. 꼭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니어도 돼.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존재를 만나. 그 사람이 우주를 가로질러서라도 너를 찾아올 사랑이니까.˝
˝응, 그럴게.˝
˝너는 지구인이니까. 네가 이곳에서 태어났으니까. 지구인일 수도 있고 외계인일 수도 있지만 그건 걱정 마. 이곳에 있는 모두가 서로에게 외계인이니까.˝
˝응, 알겠어.˝
˝결국 너는 너야. 끝까지 무엇이라고 굳이 규정하지 않아도 돼.˝
이 사랑은 어떤 물질로 이루어진 사랑일까. 나를 꽉 끌어안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이 미적지근한 온도의 사랑은. 엄마가 내게 마지막으로 알려준 것은 온도였다. 이 온도를 기억하고 있다가, 이런 온도의 존재를 만나야 한다고.

P. 188 하필 네가 있던 곳이 우주여서 나는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네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내가 숨 쉬는 모든 곳이 네 아래에 있었다.

P. 196 상처받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보호막이었어. 사람이 사람을 잔인하게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지쳐있었으니까.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면, 그래서 나를 비롯해 곁의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을 수만 있다면 감정을 잃더라도 모두가 감내할 수 있다고 믿었어. 세상은 더 평화로워질 거야. 분쟁과 전쟁이, 다툼과 사냥이 전부 사라질 거야. 간결하고 깔끔하게 지구가 변하겠지. 우리는 그게 간절했어. 네가 있었다면 너 역시도 수술을 받았을 거라 생각했어. 그러니까 도아야, 나는 내가 너를 잃더라도 너를 이 세상에서 지킬 수만 있다면 수술을 받게 했을 거야.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 이해할 수도 없을 거고. 내가 지금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p. 256 뒤늦은 용서는 사회 속에서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았다. 이 상황을 올바르게 헤쳐나갈 수 있는 선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래도록 불안할 것이다. 오래도록 의심할 것이다. 오래도록 용서할 것이고, 오래도록 받지 못한 용서가 토양에 쌓여 침전되고 그렇게 지구가 될 것이다.

P. 328 ˝좀 더 행복할 것 같나요?˝
˝잘하면?˝
˝행복하면 인간은 어떻게 되나요?˝
한나는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래.˝
더미가 반짝이는 창밖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
더미가 노래를 불렀다. 쳇 베이커의 ‘블루룸‘이었다. 자동차는 속도를 유지하며 연구실로 향해 갔다. 마지막 드라이브를 향해.

P. 332 세상을 알아갈수록, 지구는 엉망진창이다.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인구수만큼 존재하는 사공이 산도 아닌 우주로 지구를 날려버리는 것 같다. 나 하나가 방향을 잡고 노를 젓는다고 해서 바뀔까? 내가 가는 방향을 옳은 방향일까? 이런 생각들을 언제나 하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저어야 한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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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어떤 물질의 사랑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l********2 | 2022.11.19 리뷰제목
어떤 물질의 사랑은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으로, 여러 단편 작품들이 수록되어있습니다. SF 장르를 자주 읽어본 편이 아니어서 오히려 단편으로 분량이 길지 않는 단편들을 읽어보게 된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SF 장르다운 신선한 소재들과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장르만의 특성만이 돋보이는 작품이 아니라 생각해볼 점들도 많은 단편 모음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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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의 사랑은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으로, 여러 단편 작품들이 수록되어있습니다. SF 장르를 자주 읽어본 편이 아니어서 오히려 단편으로 분량이 길지 않는 단편들을 읽어보게 된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SF 장르다운 신선한 소재들과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장르만의 특성만이 돋보이는 작품이 아니라 생각해볼 점들도 많은 단편 모음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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