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딘성으로 가는 길  :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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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딘성으로 가는 길 :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

리뷰 총점 8.7 (7건)
분야
역사 >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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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악연을 인연으로 평점10점 | a******9 | 2019.01.23 리뷰제목
베트남 전에서 전사한 아버지의 사망 장소를 찾는 딸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 딸이 베트남에서 본 것, 느낀 것을 바탕으로 현지의 교육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얘기가 더해진다. 그러다 어쩌다 우리는 먼 이국 베트남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파월장병으로 선발된 이들의 심정은 어떠했는지, 실제 전쟁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 등을 설명한다. 아울
리뷰제목

베트남 전에서 전사한 아버지의 사망 장소를 찾는 딸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그러면서 그 딸이 베트남에서 본 것느낀 것을 바탕으로 현지의 교육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얘기가 더해진다그러다 어쩌다 우리는 먼 이국 베트남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는지파월장병으로 선발된 이들의 심정은 어떠했는지실제 전쟁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 등을 설명한다아울러 그 장병들이 전쟁을 사유로 베트남 민간인들을 학살한 사례가 소개된다자기방어적으로 얘기해도 가해자가 된 피해자들의 행위가 나온다우리는 이런 일이 벌어졌던 과거를 그냥 묻어둘 수 있겠는가묻어둘 일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책은 던진다.

   

이런 희망을 품어본 적이 있었다. 1980년 5살육이 벌어지던 광주의 현장에 있던 공수부대원들이 공개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그 사실을 사죄하기를 바라는 희망그리고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이 땅의 사람들을 핍박하고 죽였던 일본제국주의자들과 그 후손들이 무릎 꿇고 잘못을 빌기를 바라는 희망그 사죄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되어 역사에 반성의 사실을 무한히 기록하기를 바라는 희망그런데 아직 그런 일은 생기지 않고 있다안타깝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사죄해야 하는 책임을 베트남에게 지고 있다일부 민간단체 차원에서의 사과는 여러 차례 이루어진 바 있고 한국의 대통령도 베트남 방문 시 등에 사과의 뜻을 표한 바 있다하지만 실제 베트남 전쟁 시 학살 행위를 저지른 당사자들의 직접 사죄는 성사된 일이 없다아직 살아있는 학살 참가자들이 진정으로 그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한다면 적어도 살아있는 학살 피해자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더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그런 길을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기를 바래본다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가해자의 자리에 세울 수 있을 때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전쟁은 참혹하다특히 사람에게죽였던 사람들이나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나 지독한 공포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모두에게 전쟁은 참담한 결과를 낳는다죽였던 사람들이 겪는 참담한 결과란 그들에게 던져진 전쟁 후 외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자신을 옹호하기 위해 저지른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죽임을 당한 이들을 비하하거나 전쟁의 의미만을 강조하면서 놓아버리는 올바른 인간다움으로 인해 그들이 인간의 길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것 역시 그들 스스로에게 참담한 결과를 낳게 된다베트남 전에 참전했던 한국군들도 희생자였다다른 의미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그런 희생자그렇지만 희생만 부각시키고 가해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 희생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전 후 무너져 내렸던 일본이 한국전쟁 특수를 발판으로 하여 경제 및 사회 재건에 성공했다는 역사의 평가가 있다일본을 돌아볼 때 한국전쟁의 참화를 기회로 살아났으면서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과거 반성에 인색하다고 하는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긴 식민지 기간과 광복 후 3년 여의 전쟁 등으로 인해 궁핍한 경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은 베트남 전쟁 참전을 통해 경제 발전의 한 기틀을 마련했다속된 말로 참전 병사들의 피 값으로 공장을 지었다그렇게 보자면 지금 한국이 누리는 발전된 환경 이면에는 베트남 어디에선가 이름 모를 이국인들의 총알에 희생되었던 사람들의 죽음이 놓여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이런 측면에서도 한국 사회는 지속되는 반성과 사죄의 길을 가야 하리라 본다 

 

가해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피해자로서의 파월 장병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 베트남 현지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던 점, 베트남인들의 용서를 구하는 한국 민간단체들의 활동을 볼 수 있었던 점 등은 이 책이 주는 장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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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빈딘성으로 가는 길』 베트남 전쟁의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꿈꾸다 평점10점 | h****n | 2020.01.18 리뷰제목
지은이: 전진성펴낸이: 김현태펴낸곳: 책세상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봤을때 엄청난 전쟁의 피해를 입은 한민족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침략자로서, 가해자로서 등장한 사건은 베트남 전쟁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현재 아랍의 호르무즈해협 파병문제로 찬반여론이 시끄럽다. 이런 시점에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파병한 베트남 전쟁에 대한 과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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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전진성

펴낸이: 김현태

펴낸곳: 책세상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봤을때 엄청난 전쟁의 피해를 입은 한민족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침략자로서, 가해자로서 등장한 사건은 베트남 전쟁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현재 아랍의 호르무즈해협 파병문제로 찬반여론이 시끄럽다. 이런 시점에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파병한 베트남 전쟁에 대한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호르무즈 파병도 미국의 권유 또는 압력에 의해서 진행되는 사안이기에 더욱 신중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한민족의 역사를 보면 요동 정벌이나 대마도 정벌 등이 있지만 이는 현재 우리가 말하는 파병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베트남 전쟁, 서로 다른 고통의 기억. 이 끝없는 악몽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스스로는 가해자의 자리에 세울 수 있을 때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꿈꿀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빈딘성으로 가는 길』은 이전에 베트남 전쟁을 다루었던 많은 책들과 많이 다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대부분 베트남 전쟁 참전기 또는 소설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베트남 전쟁에 참여해 이러저러한 전공을 올렸고 몸바쳐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내용. 베트남 전쟁 참여 후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또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자랑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베트남 전쟁의 참전에 대한 기억들이 대부분이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수많은 베트남인들을 죽인 한국은 단순히 참전군인이었을까? 죄가 없는 무고한 양민들을 죽인 사례가 없었을까? 있다. 그것도 여러 사례가 있다. 그에 대한 사죄를 베트남에 사죄했을까? 안했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정식 사과를 듣지 못했다고 분노하듯이 베트남 사람들도 분노하고 있을까? 아니다. 내가 아는 한 베트남에서 대한민국에 정식 사과를 요청한 적이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도이모이라는 정책을 택한 후 지금은 눈부시게 경제발전을 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아시아의 하와이로 각광받는 관광지가 된지 오래되었다.

 

 

대한민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분명히 침략자이고 가해자였다. 이것은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에게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을 인정하고 사과를 요청하는 대한민국이 왜 베트남에게는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을까? 이것은 모순이다. 그런 내용들이 담겨있는 책이 바로 『빈딘성으로 가는 길』이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세우고 운영하고 있고, 많은 한국인들이 베트남 관광에 나서고 있다. 공장과 관광으로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역사에 한 부분에 침략자와 가해자로서의 흔적이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베트남 참전군인들이 아직도 살아있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그들에게 베트남전쟁에서 침략자와 가해자였다고 하면 어떨까? 많은 군인들이 죽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아직 서슬이 퍼렇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면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강제로 파병된 부대는 극소수였다. 대부분이 지원병이었다. 그런 그들이 피해자일까? 피해자가 맞다.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과 그들이 처한 사회, 경제적 위치는 어쩔 수 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므로 침략자이자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런 묘한 위치에 있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빈딘성으로 가는 길』에 실려있다.

 

 

호르무즈 파병도 전투병이 되고, 전쟁이 벌어지면 제2의 베트남 전쟁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전의 파병부대와는 다른 호르무즈 파병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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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빈딘성으로 가는 길』 우리가 외면해왔던 베트남 전쟁을 되새기면서 평점9점 | a********k | 2018.06.20 리뷰제목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보내고 여전히 사과받지 못한 채다. 유독 망언을 지껄이는 일본 정부 탓에 일제강점기와 관련하여 수많은 문제와 불만이 산적되어 있다. 그 탓인지 우리는 우리가 피해자란 의식이 상당히 크다. 실제로 우리는 분명 피해자가 맞기도 하고. 하지만 알아둬야할 것은 우리가 가해자로써 다른 나라에 저지른 죄가 분명히 있고, 그 과정에서 선량한 다른 국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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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보내고 여전히 사과받지 못한 채다. 유독 망언을 지껄이는 일본 정부 탓에 일제강점기와 관련하여 수많은 문제와 불만이 산적되어 있다. 그 탓인지 우리는 우리가 피해자란 의식이 상당히 크다. 실제로 우리는 분명 피해자가 맞기도 하고. 하지만 알아둬야할 것은 우리가 가해자로써 다른 나라에 저지른 죄가 분명히 있고, 그 과정에서 선량한 다른 국가 사람들이 다쳤으며, 또 그 과정에서 우리 나라의 선량한 국민들이 다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거론하거나 이야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예가 바로 베트남 전쟁이다.

베트남 전쟁. 분명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다. 그러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우리나라가 군대를 파병했고, 파병간 군대들이 베트남인을 학살했고, 전쟁 중에 고엽제가 살포되어 베트남인은 물론 파병간 우리나라 사람들까지 여전히 고엽제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은 기사에서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도 고엽제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인식만 명확하지, 베트남인이 받고 있는 고통과 상처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만큼 정보도 부족하고, 일단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빈딘성으로 가는 길>은 이 책은 참전 용사들의 증언과 기억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지만 상당히 다양한 각도에서 베트남 전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즉, 우리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학살을 자행했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해준다. 마냥 우리가 가해자라곤 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미군이 하기 싫었던 쓰레기 처리(란 단어 사용은 좀 그렇지만)를 맡았고, 우리의 군대들은 시키는 대로 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군대도 여러 피해를 입긴 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본인들의 의지로 범죄를 저지른 인물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차치하고, 지금껏 우리가 외면해왔던 죄에 대해서 인지하게 해주는 책이다. 어떤 이유에서 학살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과정은 지워버리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는 잘못했고 이는 베트남인의 마음 속에 큰 상처를 냈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고,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과거사 청산보다는 현재의 경제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마지못해 참전한 것이므로 논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그런 식으로 우리의 책임을 버려주었다(?)한들 우리가 저지른 죄의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은 것이다. 혹자는 이미 사과했고 다 끝난 문제 아니냐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이는 끝난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일본은 딱히 진심으로 사과한 적도 없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고 해도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남은 상처가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는 걸 기억하자.

더욱이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한 채 덮어두고 있다. 여전히 베트남에는 한국 증오비가 서 있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후유증이 이미 단절되어 과거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현재 진행형이다. 이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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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빈딘성으로 가는 길 - 미안해요 베트남 평점10점 | j******r | 2018.06.18 리뷰제목
나의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군인이시다.어렸을 적 집에 있던 어두운 다락에서 우연찮게 꺼낸 낡은 앨범에서 나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수영바지만 입은채 바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던 아버지와 동료들. 바나나 다발을 메고서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지와 동료들. 많은 사진들 속에서 나는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그 사진들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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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군인이시다.

어렸을 적 집에 있던 어두운 다락에서 우연찮게 꺼낸 낡은 앨범에서 나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수영바지만 입은채 바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던 아버지와 동료들. 바나나 다발을 메고서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지와 동료들.

많은 사진들 속에서 나는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

그 사진들과 함께 아버지께서 베트남에서 한국에 있는 어머니께 쓰신 편지들에도 그저 부모님과 어머니와 어머니 배속에 있던 아기를 걱정하는 애틋한 감정만이 느껴질 뿐 전쟁의 참혹함은 쓰시지 않으셨다.

게다가 고등학교때까지 배운 교육에서 베트남전은 우리나라의 용감한 군인들이 미국을 돕기 위해, 베트남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파병되어 열심히 싸웠다고만 쓰여져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베트남전의 진실을 알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우연히 잡지 '말'에서 베트남전에서 행해진 고엽제피해 특집기사를 읽게 되었다. (사실 M방송사에서도 방송되었지만 너무 참혹한 모습에 상당부분 영상화하지 못했다는 자막이 나왔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몇십년, 몇백년일지도 모르는 고엽제의 독성에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물론 우리나라의 참전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헬기로 우리나라 군인들의 맨손으로 뿌리게 했던 고엽제는 단 한가지 이유였다. 우거진 밀림이 거슬려서. 베트콩들을 더 잘 볼 수 있게 하려고.

그 일이 계기로 나는 베트남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찾아보았다. (그 해에는 아마도 안정효 소설 '하얀전쟁'이 개봉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조심스레 아버지께 베트남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묻게 되었다.

아버지는 베트남전 끝무렵('72~'73)에 베트남에 가게 되었다고 하신다. 사실 너무 가기 싫어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다 가게 되신 것인데 가자마자 자다가 전갈에 물려 죽다가 살아나셨다면서 그때의 기억에 몸서리를 치셨다. 아버지의 베트남에 대한 기억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아버지는 전쟁 끝무렵이었고 후방이었고 운이 좋았다고 하셨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만약 기회가 된다면 베트남에 한번 가보고 싶으시다고 하신다.

'과연 베트남에서 아버지를 환영할까요?'

라고 속으로만 되물었다.

처참하게 쓰여진 한국군 '증오비'를 안 순간 나는 두려웠다.

베트남인들에게 명백하게 가해자인 참전군인이 과연 환영받을 수 있을런지, 참전군인이었다라는 말을 하는 순간 그들이 싸늘하고 증오의 눈빛을 보내지 않을까?



[적대감은 공포에서 오고 공포는 무지에서 오는 법이다.]

                   -빈딘성으로 가는 길 p39


이 책 '빈딘성으로 가는 길'은 고 박순유 증령의 따님 박숙경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잠든 베트남 빈딘성을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엄연히 베트남전에서 무고한 베트남인들을 무참하게 학살했다.  그 학살을 감행한 참전군인들이 악해서가 아니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고도로 계획된 미국의 계략으로 인해 한국 참전군인들은 그들이 가장 처리하기 싫은 일들을 노예부리듯 시켰다. 참전군인들은 자신들의 행한 일들이 나라를 구하고, 나라를 번영하게 하는 애국의 길이라고 정말로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심지어 전쟁 끝무렵이어서 베트남에서의 하루하루가 쉬웠다는 나의 아버지도 결국 고엽제의 피해자로 위암으로 고생하셨다. (정말로 쉬운 하루였다고 믿지 않는다. 아마도 아버지도 두렵지 않으셨을까? 어둠 저편에 버린 기억들은 잊었다고 생각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일테니까.)

게다가 가스통으로 시민들을 위협하는 베트남참전군인들의 모습을 언론에서 보면 아버지는 인상을 쓰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적어도 아버지는 그들이 보수정권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또한 오랜세월 박정희정권이 참전했던 군인들의 고혈을 쥐어짜고 이용하고 버렸던 것을 알고 계신다. 사실 참전군인들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인정하기 싫을뿐.


사과와 용서


이 두 가지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누구도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며, 또한 아무리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더라도 그것을 용서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게다가 사과를 하는 사람도 용서를 하는 사람도 모두 망자의 길로 떠나갔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베트남에 사과해야 하며 그들에게 용서받아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그들을 마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수없이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요구하면서 베트남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모른 척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길 중의 하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는 늘 편협할 뿐이다. 과거로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들의 자의적인 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달리 어찌하랴. 이야기를 통해 이어붙이지 않는다면 그 파편들마저 이내 종적을 감추고 말테니. 다만 우리는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결코 완결된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늘 타인의 목소리임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유령의 울부짖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빈딘성으로 가는 길 p150~151


이번 추석에 긴 시간을 아버지와 보내려고 한다. 서로 외면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아버지는 참전군인이었고, 나 또한 아버지의 자식임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오래전에 해야 했던 말을 함께 하고 싶다.


"미안해요,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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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베트남전쟁, 서로 다른 고통의 기억 평점10점 | d********1 | 2018.06.17 리뷰제목
현재는 역사 인식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중요성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나 근현대사를 배울 기회가 정규 교과과정 뿐이었고, 그 마저도 필수과목에 비해서 짧은 시간이었다. 역사 교과서 논란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역사의 기록 중 어느 역사를 배워야하고 생략해야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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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역사 인식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중요성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나 근현대사를 배울 기회가 정규 교과과정 뿐이었고, 그 마저도 필수과목에 비해서 짧은 시간이었다. 역사 교과서 논란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역사의 기록 중 어느 역사를 배워야하고 생략해야되는 지 난감한 것이다. 그런 연유로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넘어간 사건들도 많다.

 

베트남전쟁도 그중 하나다. 월남전이라고도 불리는 베트남 전쟁은 단지 한국에서 많은 인원을 파병보낸 전쟁 중 하나로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다. 입시에 맞게 한 줄짜리 전쟁 배경과 연도만 외웠을 뿐이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고 SNS나 밤 늦게 하는 시사프로그램에서 한 번씩 보여줬던 베트남전의 실상은 한 줄로 요약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빈딘성으로 가는 길은 베트남전쟁을 여러 각도로 되집어본다. 우리나라의 입장과 베트남의 입장에서 과연 무엇이 옳고 그름이고,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의 서술이 아니라 현장에 있었던 인물들의 기억의 족적을 따라 과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사실은 꽤 충격적이고 불편하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는 영웅이 아닌 범죄자 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월남전에 많은 병력을 투입했다. 미국 다음 두 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국가의 강제 징집으로 인해 한국의 젊은이들은 갑자기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수는 돌아오지 못했다. 사상자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슬픔이 어려 있기에, 죽음에서 돌아온 자들에 대한 위로와 명예가 전해졌다. 많은 생이별과 죽음을 남긴 사건 속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도 피해자다. 그 이후로 고엽제로 많은 시름을 앓았고, 심지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입장에서 보면 사건은 전혀 달라진다. 파병을 온 한국군이 베트남 국민들에게 했던 짓을 참으로 혹독하다. 민간살인과 강간 등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일을 자행했다. 전쟁을 치루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심신을 다 다쳐버린 것이다. 한순간에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변해버린 한국군은 위로받을 대상이 아니라,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이다. 흡사 이것은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식민지 시대에 벌인 참혹한 행위나 다름이 없다.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하는 외면을 우리가 베트남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맞은 사람은 기억하지만 가해자는 기억을 지우기 쉽다.

 

과연 한국군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로만 다가서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유일한 피해자인 베트남 국민이란 해답은 존재한다. 피해자는 존재하고 악행을 저지른 자가 명확하다면 진정한 용서가 필요하다. 일본과 같은 파렴치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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