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의학을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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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의학을 지배하다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과 제약산업의 사회사

리뷰 총점 10.0 (2건)
분야
자연과학 > 과학일반
파일정보
EPUB(DRM) 20.93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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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약이 질병을 정의하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 2019.11.19 리뷰제목
올해 초부터 고혈압약을 먹고 있다. 혈압이 조금 높다는 이유로 예방 차원에서 먹는 셈인데, 그렇다면 이게 고혈압약인지, 고혈압 예방약인지 애매하다. 말하자면 고혈압으로 인한 어떤 병리적 증상이 없이 혈압계에 나타난 수치 때문에 약을 처방 받고 먹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실제 증상으로 나타났을 때, 그제서야 무엇을 하는 것은 늦을 가능성이 무척 높기 때문에 미리미리 조심하는
리뷰제목

올해 초부터 고혈압약을 먹고 있다. 혈압이 조금 높다는 이유로 예방 차원에서 먹는 셈인데, 그렇다면 이게 고혈압약인지, 고혈압 예방약인지 애매하다. 말하자면 고혈압으로 인한 어떤 병리적 증상이 없이 혈압계에 나타난 수치 때문에 약을 처방 받고 먹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실제 증상으로 나타났을 때, 그제서야 무엇을 하는 것은 늦을 가능성이 무척 높기 때문에 미리미리 조심하는 것이 낫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내 혈압 수치가 왜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지 못한다.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이 수치는 과거보다 상당히 내려와 있으며, 이런 수치를 내리는 데 있어 과학적, 의학적 증거가 분명한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이 수치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는 것도 들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먹는 것이 낫다니, 또 그렇게 나도 인정하니 먹는다. 그러고 보면, 질병을 정의하는 게 어떤 병리적 증상이 아니라 혈압계 등에서 나타난 수치라는 게 조금 이상하다.

제러미 그린은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에서 바로 그렇게 수치로 제시되는 질병을 제시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그렇게 되었는지를 보고하고 있다. 현직 의사이자, 의학사()를 전공한 그는 20세기 중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미국의 제약회사와 의학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꼼꼼하게 추적하였으며, 이를 통해 질병이 약을 만든 게 아니라, 약이 바로 질병을 만들었다는 점, 또 그 질병이라는 게 수치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굉장히 독특한 양상을 띠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라 여러 논란이 있었으며, 약과 질병마다 조금씩 독특한 점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질병은, 이른바 대사질환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질환인, 그리고 수치로 제시되는 대표적인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증이다. 그리고 그 질병을 현대와 같이 취급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약으로 다이우릴(Diuril), 오리네이스(Orinase), 메바코(Mevacor)를 들고 있다. 이 약들은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었지만, 약이 개발된 후 마케팅 과정에서 적응증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고혈압 전 단계에 해당하는 혈압 수치가 낮아졌으며, 당뇨병의 경우도 그렇게 되었으며, 콜레스테롤에 대한 논쟁도 그렇게 되었다.

 

제러미 그린은 단지 제약회사의 탐욕 같은 것을 폭로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쓰지 않았다. 그는 매우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 세 가지 약의 역사를 통해서 현대 의학이 질병을 다루는 방식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약을 통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의학을 소비하는 계층이 변화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 의학이 단순히, ‘제약회사-의사-환자로 이어지는 단선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정부와 미디어, FDA에 관한 감시 기관, 시민사회단체, 과학자 등등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 얽히고 얽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역력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위의 세 가지 약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약이 질병을 정의하는 방식을 일곱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치료의 측면에서만 약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 밖에도 다른 약과의 비교라든가 복용의 편리함의 측면에서 질병을 정의하기도 하며, 신체 능력의 향상을 기대하는 측면에서도 약은 질병을 정의한다. 또한 연구 도구로서도 작용하며, 진단 검사의 도구로서도 작용한다. 그리고 규제와 정치적 운동의 도구가 되기도 하며, 또한 끝으로, 혹은 결정적으로 마케팅 수단으로서 질병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1950년대부터 시작된 이 세 가지 약의 역사에 모두 담겨져 있음은 당연하다.

 

우리는 약을 의사의 처방대로 복용하거나, 혹은 막무가내로 거부하기도 한다. 그게 옳기도 하고 그른 경우도 없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먹는 약의 의미를 조금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혈압 140/100에 고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할 것인가, 130/90부터 복용할 것인가는 어느 정도 판단에 따르겠지만, 그 의미는 매우 다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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