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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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일본 문화의 유형

리뷰 총점 9.1 (13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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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풍속/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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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이유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c******4 | 2015.01.27 리뷰제목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일본 일본은 지리적으로 이웃나라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특히 역사문제 인식에 있어서 이웃인 한국, 중국과의 괴리감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침략전쟁인 2차세계대전이나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쿨한 사과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주축국이었던 독일과도 대조되는 장면이다. 과연 일본은 무엇 때문에 이런 사과를 하지 못하며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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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일본

일본은 지리적으로 이웃나라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특히 역사문제 인식에 있어서 이웃인 한국, 중국과의 괴리감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침략전쟁인 2차세계대전이나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쿨한 사과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주축국이었던 독일과도 대조되는 장면이다. 과연 일본은 무엇 때문에 이런 사과를 하지 못하며 진정한 이웃사촌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것일까?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이러한 일본인과 일본문화의 본질을 파헤친다. 일본인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에 있어서의 특성과 태도를 파악하고자 시도한다. 이 책의 내용은 2차세계대전 중 미국이 적국인 일본의 진정한 모습을 파헤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가주도로 추진한 사업이라 한다. 왜 일본인은 패색이 짙을 때조차 기꺼이 전투를 수행하려고 하는지, 왜 포로가 되기보다 차라리 죽기를 자처했는지에 대해 미국으로서는 궁금해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집단적 사고 vs. 개인적 사고

저자가 발견한 일본의 특색을 정리해 보자. 한 마디로 미국인의 눈에는 일본인들이 모순적 존재로 다가온다. 일본인은 예의 바르면서도 동시에 매우 무례하다. 매우 보수적이지만 동시에 어떤 변혁에 있어서는 매우 유연하다. 매우 복종적이지만 동시에 다루기가 어렵다. 매우 충성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반역적이다. 죽을때까지 결사항전을 다짐했지만 천황의 항복 성명이 있자 바로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한다. 그들은 칼로써 기꺼이 죽음을 택하지만 동시에 국화의 아름다움에 매우 민감하기도 하다.

 

이런 일본인의 특성은 동양과 서양문화의 차이점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 서양이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구성된 사회라면 동양은 집단적 사고와 공동생활방식이 존중되는 사회이다. 따라서 일본인은 자신의 내면적 판단보다는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주변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불명예스럽게 살아가기보다는 기꺼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결국 일본문화는 각자 자신에게 알맞은 자리를 받아들이는 도덕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동서양의 인사법과 경어 사용법 차이만 생각해도 쉽게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국화 vs. 칼

이 책은 일본 문화의 핵심적 요소들인 계층적 위계질서 의식, 하지(恥)와 명예 관념, 온(恩), 기리(義利), 닌죠(人情)의 개념 등을 최초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일본 문화 분석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온(恩)'과  온가에시(는 지배 종속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의무 및 의무갚기로 거기에는

 

이런 일본적 정서를 이해하면 왜 일본인들이 서양인의 눈에 이중적 존재의 모습으로 보이는지가 어느 정도 이해된다. 결국 일본인의 행동과 태도를 결정하는 데 보다 중요한 것은 남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다. 일본인을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혼네와 다테마에도 결국은 자신의 본심과 바깥에 보이는 가짜마음 사이의 괴리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미국에 패하고 보인 모습은 미국의 권위와 우월성을 인정하는 그들의 진짜 모습(혼네)이다. 하지만 역사문제에 대해 한국이나 중국에 대할 때의 모습은 다테마에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 동양인인 한국과 중국에게 자신의 체면를 구겨가면서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인다. 이는 한국이나 중국이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는 결정적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속되지 않을까? 저자가 국화와 칼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일본인이란 특성에는 자신의 정신적 자유를 스스로 제약하는 작위적 의지(국화)와 함께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일본인(칼)의 모습이 동시에 들어 있다는 점을 넌즛이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가지중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르는 것이 일본인인 것 같다.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6
종이책 주간우수작 일본 문화론의 고전이자 일본을 이해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책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a******n | 2010.09.16 리뷰제목
모름지기 어떤 새로운 분야를 접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를 잘 설명해 놓은 개론서나 혹은 이른바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통해 해당 분야를 접하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물론 어떤 프랑스 철학자는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고전이라고 자괴감에 빠진 말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을 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일까?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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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름지기 어떤 새로운 분야를 접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를 잘 설명해 놓은 개론서나 혹은 이른바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통해 해당 분야를 접하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물론 어떤 프랑스 철학자는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고전이라고 자괴감에 빠진 말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을 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일까?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국화와 칼]을 일본을 소개하는 책으로 가장 먼저 꼽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책이 일본을 소개하는 가장 좋은 개론서 혹은 고전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인이 직접 쓴 책이 아니라 미국인이 쓴 책이라는 점이고 당시 태평양 전쟁 중이라 현지 조사를 할 수 없어 재미 일본인과의 면담을 통해 쓰여진 간접적 책이며 이 책은 미국 '전시정보국'을 위해 수행된 정책 연구를 기초로 발간된 책으로 러미스(C. Douglas Lummis) 같은 경우 이 책에 대해 하나의 정치적 문학이나 정치적 논문 혹은 기껏해야 미술 평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하기도 한다.(p.41)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본문 내용을 살피기 전에 먼저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볼 것이다.

 

 일단 일본인이 쓴 책이 아닌데 일본 문화론의 고전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은 마치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를 보는 듯 하다. 미국인인 브루스 커밍스가 쓴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큰 산이었다. 마치 미국인인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이 일본 문화 분석에 있거 아주 기본적인 준거가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일본인이 아닌 미국인이 쓴 책이므로 어쩔 수 없이 편견, 특히 미국적인 가치('개인'과 '자유'라는 가치)가 일본적인 가치(집단주의적 가치)보다 우월하다는 신념은 책 속에 내포될 수 밖에 없다.(p.406~407) 그래도 그나마 외국인에 의한 일본 연구 중에서는 실로 편견이 적은 편이라는 점은 많은 학자가 인정하고 있다.(p.38)

 

 이어서 이 책에서 사용한 방법론에 대한 비판(문화상대주의적 관점, 유형 분석, 비교 방법, 원격지 조사 방법 등에 입각한 문화인류학적 방법론)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글쓴이는 일본의 역사적 측면을 도외하여 당시 봉건 사회에서 근대 시민 사회로 급격히 변하던 일본 사회를 동일 평면 위에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둘째, 글쓴이가 사용하는 '일본인'은 균질적인 인간의 총체로 전제되어 다양한 계층, 지역, 직업, 연령 등의 구체적 차이가 간과되어 글쓴이는 가변적이고 동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불변적이고 정적인 것에 매달렸다는 것이다.(p.139), 셋째, 글쓴이가 구상하는 일본 문화의 유형은 너무 정적이고 통일적이며 넷째, 글쓴이가 선택한 인터뷰 대상자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 전에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한 후 미국 내에서도 주로 일본인 집단 내에서만 생활하여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 문화의 변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p.39, 43) 이런 방법론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다. 다만, 전시 상황에서 일본 문화 연구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기존에 디딤돌이 되어줄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수월한 조사 및 연구를 위해 일본 문화의 유형을 정적이고 통일적으로 여길 수 밖에 없었던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러미스(C. Douglas Lummis)는 이 책이 인류학자에 의한 전쟁 관여라는 점에서 [국화와 칼]이 [문화의 패턴]에 비해 '문화의 상대성'이라는 '자기 비판적 정신'을 완전히 상실하고 '자신감에 찬 정복자의 태도', 즉, '관용의 정신'이 표면에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p.41) 이에 대해 이 책은 비교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책이라는 반론과 함께 많은 이들은 인류학을 순수하게 객관적인 과학이라고 여기지 않으며 많은 부분 정치적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과학과 정치와의 관계는 문제가 되어 왔다. 개인적으로는 과학에 정치가 관여하여 탄생한 최악의 과학(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은 우생학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우생학으로 얼마나 많은 차별이 있어 왔는가? 또한 문화인류학이 과거 제국주의 침략의 도구로 사용된 역사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과 정치는 완전히 분리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배층·금력 의존적이며 위계 질서적인 세계 학계의 내부 구조가 바뀌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책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비판이 있지만 일본 문화의 핵심적 요소들, 특히 일본인의 에토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가령 일본인의 계층적 위계질서 의식, 하지와 명예 관념, 기리, 닌죠, 온 개념 등)을 최초로 명확하게 분석해내어 차후 일본 문화 분석에 있어 아주 기본적인 준거가 되었다는 점(p.35)은 이 책을 일본 문화의 개론서, 혹은 고전으로 높게 평가받게 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이 책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반론을 살펴 보았는바 이제 이 책에서 나타난 여러 개념을 먼저 살펴볼까 한다.

 

 가장 먼저 '온(恩)'이란 개념이 등장한다. 글쓴이는 5장과 6장에서 일본 사회에서의 지배 종속 관계가 자기에게 주어진 온에 대한 온가에시(

 

 

 이어서 이 책에서 좀 더 생각할 것을 찾아보면 글쓴이는 일본인은 지도처럼 정밀하게 미리 정해진 세계, 각자의 사회적 지위가 고정된 세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지만 이런 계층적 위계질서가 고정되지 않고 유연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p.103~105) 즉, 고리대금업자나 상인들이 자신의 아들을 사무라이 집안에 데릴사위로 보내는 '무코요시(壻養子)'를 통해 상류 계급 신분을 획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에서는 각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끼리 혼인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세 유럽에서처럼 봉건제도를 붕괴시킬 강력한 중산 계급이 발생하지 않았고 상인과 하층 사무라이 간의 동맹 관계가 이루어진 것이며 이런 동맹 관계가 봉건 질서를 가진 막부를 무너뜨린 동맹이 되었다는 점을 글쓴이는 지적하고 있다.(p.106) 사실 나는 유럽에서는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가 봉건 신분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혁명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당시 일본에서는 유연한 신분 질서가 있었고 상인과 하층 사무라이 간의 동맹 관계로 강력한 중산 계급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왜, 그리고 어떻게 메이지 유신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는 명확하게 알려주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메이지 유신 당시 '존왕양이(尊王攘夷)'의 기치를 내걸었던 존왕파가 승리하여 1868년 왕정복고가 일어났으므로 당연히 지독하게 보수적인 고립주의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왜 오히려 반대로 개항과 개혁을 했는지는 역시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궁금한 점은 다른 책을 통해 채워야 할 듯 하다.

 

 또한 글쓴이는 유럽이나 아시아 어느 나라든 향후 10년간 군비 지출을 하지 않는 나라는 군비를 지출하는 나라를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이 군국화를 국가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경제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해 아시아의 통상에서 중심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p.400~401)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본이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소비하지 않고 경제 발전에 투자하였기 때문에 세계에서 손 꼽히는 경제 대국이 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찌 되었건 경제 강대국이 된 것은 분명한 바 글쓴이의 통찰력이 놀랍다. 이에 대해 좀 더 첨언하자면 우리 나라는 미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 국가와 중국, 러시아로 대표되는 대륙 국가 사이에 있는 나라로 우리 나라의 국력을 감안했을 때 국방비를 근처 4대 강국보다 많이 투자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붇기를 하는 것 보다는 천문학적 국방비를 경제/문화 발전과 동아시아 평화 정착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까?

 

 결국 이 책은 비록 방법론에 있어서는 비판을 받지만 최초로 일본 문화의 핵심적 요소를 명확하게 분석해 놓았다는 점에서 일본 문화 이해의 고전이라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안에 농밀하게 스며 있는 일본 컴플렉스(우월감과 열등감의 미묘한 조합)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일본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사족을 달자면 이 책은 나름 '고전'이라 수많은 번역본이 존재하고 대다수는 을유문화사의 책을 읽는 것 같으나 문예출판사의 책이 역주가 더 충실하고 역주에 다른 학자들의 의견도 틈틈히 들어가 있는 것이 좀 더 좋은 번역본이라고 생각된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2
종이책 설명되는 모순들 평점6점 | s*******r | 2015.12.20 리뷰제목
루스 베네딕트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건 1944년 이었다. 전쟁이 한창이던 그 때 '미 전시정보국'과 '전략조사국'에서는 일본을 이해할 수 있는 뭔가, 그리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비록 전쟁이 끝난 1946년 출간되긴 했으나 이는 점령지 일본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탈바꿈 한다.전시였던 탓에 루스 베네딕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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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네딕트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건 1944년 이었다. 전쟁이 한창이던 그 때 '미 전시정보국'과 '전략조사국'에서는 일본을 이해할 수 있는 뭔가, 그리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비록 전쟁이 끝난 1946년 출간되긴 했으나 이는 점령지 일본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탈바꿈 한다.


전시였던 탓에 루스 베네딕트는 '원격 타문화 연구'를 위한 기법을 특화해 일본을 연구한다. 이는 획득 가능한 문헌 자료들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하고 일본 외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인터뷰를 추가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인지 <국화와 칼>을 읽다보면 일본인이 세계 안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기 보다는 실험실 안에 고립된 타계의 생명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만큼 같은 점도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문화 비교 연구에서 이런 점은 종종 간과되곤 한다.


차이는 회자될 수록 신화화 되는 경향이 있다. <국화와 칼>이 처음 나올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차이를 경험함으로써 비로소 일본을 이해하게 됐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세상에 이런 인간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일본을 '구경'했을 것이다. 타문화간 이질감과 몰이해를 강조하는 건 어쩌면 이해를 목표로 진행되는 문화 비교 연구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책을 읽을 때 더 철저히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역사를 보면 거의 모든 국가는 봉건 사회를 거쳐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발견하는 근대화 과정을 겪게 된다. 계급이 사라지고 단 하나의 인간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근대화 과정에서 오히려 계층적 위계질서를 강화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메이지 유신 시대 일본의 정치인들이 행한 첫 번째 조치는 천황을 국가의 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었다. 봉건 시대 일본의 계층 구조는 백성이 자기 번의 다이묘를 섬기고 이 다이묘들이 쇼군을 섬기는 이중 구조였다. 개화기 정치인들은 쇼군을 제거하고 번을 폐지했다. 이로써 위계 질서는 천황을 중심으로 더욱 단순해졌으며 추가로 영주에 대한 충성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 충돌할 갈등도 근본적으로 없애버렸다.


이렇게 일목요연한 위계 질서 아래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이것이 서구 근대 국가와 일본이 다른 결정적 차이였다. 특히 이는 억압적 강제가 없다는 점에서 '권위 주의'와 구분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모두가 자기 자리를 안다, 혹은 분수를 안다는 것은 내재화된 복종이며 자발적으로 발현되므로 체제는 저절로 안정을 획득하고 꼭대기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토대를 마련한다. 이것이 바로 근대 일본의 발전과 전쟁의 밑바탕이 되었다.


독특하게도 일본은 국제 정치에서도 이 같은 생각을 고수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무력으로 점령하며 내세운 기치가 바로 '대동아공영권'이었던 것이다. 가장 우수한 민족이자 국가인 일본 아래 아시아의 모든 국가를 둠으로써 평화(?)를 회복하고 각 국가에 맞는 자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생각이 뻔뻔한 침략의 미화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실제로 '대동아공영권'을 믿었다. 그들이 자국의 위계질서를 의문없이 내재화한 것처럼 세계도 자연스럽게 그 사실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일본이 아니었다. 격렬한 저항에 부딪힌 일본의 통치자들은 진심으로 의아해했을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아시아의 국가들을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수도 모르는 뻔뻔한 미개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침략이 종종 계몽의 모습을 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일본이 승전국이 아닌 패전국이 됐을 때 아주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일본군은 전세가 완연히 기울어 패배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전사였다. 그들은 거대한 항공모함의 막강한 화력에 '천황 폐하 만세!'를 세 번 외치고 자폭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으로 맞섰다. 그들의 비행기나 배에는 구명 도구가 없었고 그런 도구의 비치를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사무라이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죽음이 당도했을 땐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것이 전사라는 위치에 맞는 올바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설령 의도치 않게 죽음을 피했더라도 그 징표는 남아 끝내 할복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발현된다.


이렇듯 그들은 결코 항복을 모르는 존재였다. 그런데 이 사나운 짐승들의 입에 일제히 제갈을 채운 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천황의 항복 선언이었다. 1945년 8월 15일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 앞에 선 천황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다. 몇몇은 자기 주인을 그 수치스러운 상황에서 구해내지 못했다는 책임을 지고 할복을 감행한다.


우스운 건 바로 여기서 부터다. 자기 주인을 위해 할복까지 감행한 그들이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정복자 미국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미국은 주인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제거되야 할 복수의 대상이었을까? 아니었다. 일본인은 자신을 패배시킨 미국을 새로운 위계 질서의 정점으로 받아들였다. 재편된 위계 질서 안에서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대던 개가 얌전한 강아지로 변해 본분을 다하고, 


이로써 체제는 무한한 안정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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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국화와 칼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d*******8 | 2020.10.31 리뷰제목
이북 상품권이 단행본에만 적용되던 작년에 뭘 살까 고민하다 마침 이 책이 떠올라서 구입하였습니다.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저자가 일본에 직접 가보지도 않았는데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명쾌하게 정리한 명저라는 평을 듣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습니다.현재 초반부를 읽고 있는데 각주가 너무 많아서 일반적인 책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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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 상품권이 단행본에만 적용되던 작년에 뭘 살까 고민하다 마침 이 책이 떠올라서 구입하였습니다.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저자가 일본에 직접 가보지도 않았는데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명쾌하게 정리한 명저라는 평을 듣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습니다.
현재 초반부를 읽고 있는데 각주가 너무 많아서 일반적인 책을 읽을 때보다 시간이 배는 걸리네요. 이북리더기로 읽고 있는지라 더 답답합니다. 하지만 이 귀찮음을 감수할 만큼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래에 감상을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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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국화와 칼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a*****1 | 2019.02.27 리뷰제목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일본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 같다..이 나라의 악행이라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껀데 그렇다고 배척할 수도 없다나 역시 그렇게 일본이라는 나라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본여행도 가고 일본어도 공부했다취업이 어려운 우리나라보다 지금 젊은사람이 별로 없다는 일본 취업도 한번쯤 염두해두고 일본어를 다시 공부해볼까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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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일본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 같다..

이 나라의 악행이라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껀데 그렇다고 배척할 수도 없다

나 역시 그렇게 일본이라는 나라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본여행도 가고 일본어도 공부했다

취업이 어려운 우리나라보다 지금 젊은사람이 별로 없다는 일본 취업도 한번쯤 염두해두고 일본어를 다시 공부해볼까 생각도 했었고..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에게 배울점은 있는거 같다.

일본소설을 읽었었는데 그 책은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우리나라도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뉴스를 봤는데 차들이 다는 도로에 큰 나무가 있어 그것이 방해가 된다고 해서 그 나무를 베었다 몇 백년 된 나무를...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몇 백년 된 나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베고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면서 일본 역사 역시 빼 놓을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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