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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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

리뷰 총점 9.4 (4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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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인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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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20-36] 쓸쓸한 방랑자 단테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w******f | 2020.05.22 리뷰제목
13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13세기 이탈리아 정계(政界)는 교황파인 궬피(Guelfi)와 황제파인 기벨리니(Ghibellini)로 나눠 다투었다, 이후 궬피가 기벨리니를 이기자 다시 궬피 흑당(黑黨)/네리(Neri)와 궬피 백당(白黨)/비앙키(Bianchi)로 다시 갈라져 대립했다.단테가 살고 있었던 피렌체도 마찬가지였다. “13세기 피렌체의 지배권은 궬피와 기벨리니라고 불리는 두 파벌 사이를 오갔다
리뷰제목

13세기이탈리아 피렌체

 

13세기 이탈리아 정계(政界)는 교황파인 궬피(Guelfi)와 황제파인 기벨리니(Ghibellini)로 나눠 다투었다이후 궬피가 기벨리니를 이기자 다시 궬피 흑당(黑黨)/네리(Neri)와 궬피 백당(白黨)/비앙키(Bianchi)로 다시 갈라져 대립했다.

단테가 살고 있었던 피렌체도 마찬가지였다. “13세기 피렌체의 지배권은 궬피와 기벨리니라고 불리는 두 파벌 사이를 오갔다궬피는 주로 새로 형성된 수공업자 및 금융업자 계층과 하급 귀족에 기반을 두면서 교황권을 지지했고기벨리니는 전통적인 봉건 지주 귀족의 지원을 받는 가운데 이탈리아와 독일을 잇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권을 지지했다.” [p. 36].

 

처음에는 파리나타 델리 우베르티(Farinata degli Uberti, 1212~1264, 이하 파리나타)가 이끄는 기벨리니가 우세하여 1248년과 1260년의 전투에서 궬피를 이겨 추방했다이때 파리나타는 그들[피렌체에서 추방되었던 기벨리니]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고 궬피 가문을 살려두었다이 과정에서 그는 적대적 가문들을 부수고 거두는 승리보다는 함께 이루어가는 피렌체의 번영이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p. 96]

하지만 기벨리니의 지도자 파리나타의 선의(善意)는 바로 피렌체 시민들에 의해 짓밟혔다그가 죽은 뒤 20년이 흐른 후 종교재판에서 그를 이단으로 판결하고시신을 무덤에서 꺼내서 화형에 처하고그 재를 부정한 땅에 뿌렸다.

 

기벨리니에 의해 2차례나 피렌체에서 추방되었지만 피렌체가 상공업과 금융업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대내외로 세력이 커지면서 궬피가 득세하기 시작했다그러다가 1266년 베네벤토 전투에서 승리하고 지배권을 결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줄곧 피렌체를 장악했다그러나 1290년대 중반 들어 궬피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면서 부유한 상인을 대변하는 비에리 데 체르키의 백당과 국제 금융 세력을 옹호하는 코르소 도나티의 흑당으로 갈렸다백당과 흑당의 파벌 싸움은 1300년 전후로 피렌체를 혼란의 절정에 빠뜨렸다당시 교황인 보니파키우스 8세는 피렌체의 은행가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공개적으로 흑당을 지지했고이를 통해 토스카나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고 했다이런 상황에서 백당이 기벨리니의 잔여 세력과 연합하면서 정치 지형은 엄청나게 복잡해졌다.” [pp. 90~92]

 

 

피렌체인연의 시작과 끝

 

우리에게 단테로 알려진 이의 정식 이름은 두란테 델리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 12651321, 이하 단테’)라고 한다그는 흔히 <신곡의 저자 혹은 베아트리체 디 폴코 포르티나리(Beatrice di Folco Portinari, 1265~1290, 이하 베아트리체’)에 대한 지순(至純)한 사랑으로 유명하다게다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그는 당대에 유력한 정치가이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테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별로 없다따라서 그의 일생을 소개하면서 마치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주는 역사서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그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대부분 그 자신이 말해준 것이다결국 그가 남긴 글을 가능한대로 자세히 들여다보며 나름의 해석을 통해 삶과 시대를 알아나가야 한다.” [p. 18]

 

피렌체에서 단테가 맺은 인연으로는

첫 번째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신곡의 지옥편에 등장시켰지만단테가 존경하는 스승이었던철학자 겸 수사학자(修辭學者)이면서 궬피의 지도자 가운데 하나였던 브루네토 라티니(Brunetto Latini, 1220~1294, 이하 라티니’)가 있다.

궬피의 지도자 그룹에 들어간 (이후,) 그는 더 이상 보복을 일삼지 말고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주장했다이탈리아 역사가 조반니 빌라니는 라티니를 정치력을 발휘하여 피렌체를 인도하고 다스리는 방법을 잘 보여준 위대한 철학자로 평가했다작가이자 공직자로서 두 입장을 종합하는 그의 모습은 단테에게 이상적 모델이었다.” [p. 49].

 

두 번째저자가 단테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표현했던 베아트리체가 있다단테의 기록에 의한다면 그의 나이 9살과 18살에 각각 스치듯이 만난 여인이었지만그녀는 단테의 평생을 사로잡았다심지어 단테의 첫 작품인 <새로운 삶(La Vita nuova)과 마지막 작품인 <신곡(La Divina Commedia)조차 그녀와 관련된 작품이었다다만, <새로운 삶에서는 베아트리체의 여자로서의 측면이, <신곡에서는 그녀의 천사로서의 측면이 더 부각되었다는 차이는 있었지만.

 

세 번째그의 제일가는 친구이자 백당의 지도자 중 하나였던 귀도 카발칸티(Guido Cavaicanti, 1250~1300, 이하 카발칸티’)가 있다.

단테는 마음에서 나와 언어로 드러나는 시()인  돌체 스틸 누오보(dolce stil nuovo)’ 또는 청신체(淸新體)’를 구사했다이러한 형식은 볼로냐 출신의 귀도 귀니첼리(Guido Guinizzelli,  1235~1276, 이하 귀니첼리’)가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단테와 그의 친구인 카발칸티가 이러한 흐름을 주도했다단테의 청신체는 그 성격상 라틴어가 아니라 고귀한 속어인 이탈리아어그 중에서도 단테가 살고 있는 지방의 언어인 토스카나어를 사용했다왜냐하면라틴어는 책을 통해 배우는 문법적 언어인 반면이탈리아어는 어머니의 음성이 그대로 젖어 들어 본능처럼 새겨진 언어” [p. 78]였기 때문이다.

단테와 카발칸티는 문학적정치적 동지이자 경쟁자였지만피렌체의 조정자가 되고자 했던 단테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1290년대 후반 피렌체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었다단테는 공직자로서 백당과 흑당 사이를 조절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그 자신은 백당 편이었지만사회 전체의 안녕과 질서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두 당의 지도자 모두를 추방하는 결정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이때 백당의 지도자에 속했던 카발칸티 역시 사르차나로 망명했다가 말리리아에 걸려 객사하고 말았다.” [p. 87].

 

 

행동하는 지식인의 영광과 몰락

 

1290년에 베아트리체가 죽은 후단테는 본격적으로 현실 정치라는 진창에 뛰어들었다물론 그 이전이라고 해서 그가 현실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다그는 1289년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기벨리니가 재기를 노리고 있던 근거지인 아렌초[피렌체 남쪽 약 90km에 위치]를 상대로 한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단테가 공직자로 나선 또 다른 배경으로는 1293년 정치인 자노 델라 벨라(Giano della Bella)가 공적 정의에 관한 법령을 제정한 사건을 꼽을 수 있다그 법령은 귀족 가문이나 기득권 세력의 공직 진출을 제한하여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공화정의 이상을 담고 있었다하지만 자노 델라 벨라는 (훗날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가 된 베네데토 카에타니 추기경에 의해1295년 피렌체에서 추방당했고그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아 프랑스에서 세상을 떠났다이로써 그를 중심으로 무르익어가던 피렌체의 시민 중심 공화정 체제는 분열되었다.” [p. 133]. 어쩌면 이때부터 그와 보니파키우스 8세의 질긴 악연(惡緣)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단테는 1295년 약제사 길드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피렌체의 정치에 뛰어들었다이듬해 6월에는 ‘100인 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했다이 때소속 파벌만 따지자면 단테는 교황파인 궬피였지만, “ ‘100인 위원회가 보니파키우스 8세의 요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단테는 교황을 지원하는 일이라면 그 무엇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단테의 반대는 보니파키우스 8세에 대한 불신에서또한 토스카나 지역의 정치적 독립권을 침범하려는 교황의 의도를 꺾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왔다.” [p. 120].

이후 1300 6월에는 6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하나로 선출되었다이 무렵 단테는 율곡(栗谷이이(李珥, 1537~1584)가 동인과 서인의 갈등을 중재하려고 했던 것처럼 자신이 속한 파벌을 벗어나 정쟁(政爭)을 해결하는 조정자의 입장에 섰다이처럼 단테는 그 자신의 성향과 파벌의 입장을 초월하여 피렌체의 질서와 번영을 이룰 더욱 보편적 권력을 구상했다(왜냐하면그가 정치에 뛰어든 것은 정쟁을 해결하면서 보편의 가치와 권력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p. 92]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테가 교황 보니파시오 8세가 피렌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외교 사절로 로마를 방문했다가 억류되는 동안훗날 발루아-카페 왕가의 시조가 된샤를 드 발루아(Charles de Valois, 1270~1325)가 피렌체로 진입흑당 정권이 수립되고 백당에 속한 가문들은 추방되었다단테로서는 정치인으로서 절정을 누리다가 허망하게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셈이다.

 

 

망명, <신곡의 시작과 끝

 

단테는 망명과 함께 <신곡을 쓰기 시작했고 죽음과 함께 끝을 맺었다. <신곡을 쓰기 전에 그는 포근한 우리 속에 잠든 한 마리 양이었다하지만 그 우리에서 쫓겨나면서 <신곡을 쓰기 시작했다그를 쫓아낸 자들이 싸움을 걸었고그것에 응전한 방식이 곧 <신곡> 집필이었다. ” [p. 45]

마치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이 귀양살이를 하면서 좋은 작품을 써냈던 것처럼. “망명이라는 사건은 단테에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불운이었겠지만세상을 널리 겪고 차분하게 생각에 잠겨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그는 감시와 추적을 피해 안전이 보장되는 곳을 찾아 전전했다. <신곡에서 지옥연옥천국으로 이루어진 내세를 둘러보는 순례자 단테는길 위에 선 유랑자 단테의 자전적 비유였다그는 이탈리아 반도를 정처 없이 떠돌며 눈으로 본 풍경을 내세를 묘사하는 데 고스란히 사용했다비평가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 1892~1957) <신곡은 내세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현세의 핵심을 놀랍도록 잘 간직하고 재현했다고 말한다그런 관찰은 바로 <신곡이 단테의 자서전적 체험의 비유라는 점과 관련된다.” [pp. 234~235]

 

어쨌든 중세의 마지막과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인 <신곡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고대부터 중세까지 면면히 내려온 문학적철학적종교적 유산의 총집결장이자 근대 문학의 심원한 원천이 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단테 스스로 중앙의 식자층 언어인 라틴어에 능통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러 지방어들 중 하나인 토스카나어로 집필했다는 점이다서포(西浦김만중(金萬重, 1637~1692)의 국문(國文가사(歌辭예찬론을 떠올리게 하는 발상이다어쨌든 <신곡> 덕분에 후일 토스카나어가 통일 이탈리아의 표준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단테가 구원을 꿈꾸었기 때문이다저자에 따르면단테의 평생 화두인 구원은 죽음 이전에 현세에서 우선 이루어야 할 천국과 관련된다미완의 인간 삶에서 이룰 천국이란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만단테에게 천국은 끊임없이 추구하는 미완의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그는 천국의 모델을 현실 정치와 사회에서 찾으려 했고그것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에 보완과 발전의 기획을 계속 적용해가려 했다.” [p. 126]

지옥-연옥-천국-현실이라는 <신곡의 순환구조는 어쩌면 그런 단테의 노력을 활자화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나는 쓸쓸한 유랑자 단테를 떠올리며 그의 발길을 따라다녔다서쪽 해안에서 눈물을 삼키고사람들과 만나 삶의 의미를 모색하고외교와 행정 사무를 보아주면서 현실과 이상의 거리를 가늠하고틈만 나면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가고계속해서 길 위에 섰던 단테나도 그러했다같은 해안에서 같은 별을 보았고사람들을 만나 단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그가 마주했던 현실을 상상하고 이해하려 노력했고숙소와 자동차식당길 어디서든 자판을 두드렸으며계속해서 길로 나가 단테를 만났다피렌체에서 사랑에 빠진 문학청년으로 활동하던혹은 철학을 공부하고 정치가와 행정가로서 활약하던 단테보다 피렌체에서 쫓겨나 세상을 떠돌던 유랑자 단테에게 나는 더 끌렸다.” [p. 138] 라고 말했다.

 

나는 이 책에서 반평생 고향(=)을 잃고 영원히 떠돌 수 밖에 없는 단테의 삶을 읽으면서 엑토르 말로(Hector Malot, 1830~1907)의 집 없는 아이의 주인공 레미(Remi)이 떠올랐다한 나라의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쓸쓸했을까 

그렇기에 신곡> 천국편에서 단테의 고조부 카치아귀다가 단테의 망명을 예고하듯이 말한 부분이 고향 잃은 방랑자인 단테의 스산한 삶을 압축하는 듯 느껴졌다.

남의 빵이 얼마나 짠지

남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너는 알게 될 것이다.” [pp. 201~202]

 

옥의 티

 

p. 87을 보면

단테는 귀도의 추방과 죽음에 책임을 느꼈을지도 모른다1290년대 후반 피렌체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었다단테는 공직자로서 백당과 흑당 사이를 조절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그 자신은 백당 편이었지만사회 전체의 안녕과 질서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두 당의 지도자 모두를 추방하는 결정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이때 백당의 지도자에 속했던 카발칸티 역시 사르차나로 망명했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객사하고 말았다단테가 <신곡에서 카발칸티에 대해 취한 애매한 태도에는 경쟁 심리와 함께 그의 추방과 죽음에 대한 일정한 부채 의식이 도사린다.

 

귀도 카발칸티(Guido Cavaicanti, 1250~1300)를 귀도’ 혹은 카발칸티로 표기하고 있다하지만 동 시대에 청명체를 처음 사용한 귀도 귀니첼리(Guido Guinizzelli,  1235~1276)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오해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카발칸티로 통일해서 표기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arte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2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5 댓글 8
종이책 주간우수작 단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h | 2020.05.24 리뷰제목
단테   이 책은    이 책 『단테』는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이란 부제가 붙어있다.저자는 박상진,  단테가 살아 생전에 체류했던 곳을 단테의 흔적을 쫓아 살펴보면서 기록한 여행기 겸 단테 평전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이 책은 평전과 기행문을 더한 형식을 띤다. 평전은 한 사람의
리뷰제목

단테

 

이 책은 

 

이 책 단테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박상진,  단테가 살아 생전에 체류했던 곳을 단테의 흔적을 쫓아 살펴보면서 기록한 여행기 겸 단테 평전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이 책은 평전과 기행문을 더한 형식을 띤다.

평전은 한 사람의 일생 이야기이니 시간 순서대로 써내려가는 것이 맞고, 기행문은 한 사람의 여행 이야기이니 공간 순서대로 따라가는 것이 더 맞다. 평전의 주인공 단테와 기행문의 주인공 나를 잘 포개 놓는 일이 중요하다.> (16)

 

그런 과정에서 저자와 단테의 관계는 어떤가?

단테는 영원한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시간이 흐르는 현세를 돌이켜본다. 현세에 남은 남은 나는 그가 자꾸 돌아보던 현세를 둘러보며 그의 내세 순례길을 눈앞에 그려본다.> (205)

 

단테에 대하여

 

서양 문학의 4대 시성이라 함은 호메로스, 단테, 셰익스피어, 괴테를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곡의 저자인 단테를 한걸음 더 이해함으로서 서양 문학의 4대 시성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으로 단테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알 수 있었다.

 

단테는 1265년에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태어나서 1321년 이탈리아의 라벤나에서 죽고, 묻혔다. 그러니 인생 56년을 살았다.

그중 피렌체에서 1302년에 추방되었으니 그의 나이 37살 때의 일이다.

추방된 이후 20여년에 걸쳐 망명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신곡에 대하여

 

그가 신곡지옥편을 쓰기 시작한 것은 1305년이니, 그의 나이 40이고, 추방된 지 3년째 되는 해였다. 그가 지옥편을 완성한 것은 1314년이고, <연옥편1308년에 쓰기 시작하여 1318년에 완성했다.

천국편1316년에 시작하여 1321년 완성했다. 이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옥편> 1305(40) ~ 1314(49세)

연옥편 1308(43세) ~ 1318(53세)

천국편 1316(51세) ~ 1321(56세    

 

죽음 이후의 내세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금 여기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반추하게 하는 신곡, 고대부터 중세까지 면면히 내려온 문학적, 철학적, 종교적 유산의 총집결장이자 근대 문학의 심원한 원천이 되었다.

 

신곡을 읽는데, 이런 힌트도....

 

신곡지옥, 그 중에서도 맨 처음 만나게 되는 다음 구절을 얼마나 많이 읽었던가 

 

우리 살아가는 길 반 고비에

나는 어느 어두운 숲속에 서 있었네

곧은길이 사라져버렸기에

 

, 이 거친 숲이 얼마나 가혹하며 완강했는지

얼마나 말하기 힘든 일인가!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새로 솟는구나.

(신곡, <지옥, 11-6) (145) (신곡, <지옥, 박상진 역 민음사.7)

 

이 구절을 읽고 읽고 몇 번을 읽었지만, ‘우리 살아가는 길 반 고비를 그저 인생 중반의 일로, ‘어느 어두운 숲속에라는 말을 그저 지옥을 막연하게 묘사하기 시작하는 장소로 상정한 숲으로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단테의 생애와 연결시켜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자의 이런 해설, 지옥의 입구를 환하게 밝혀주는 등불이었다.

 

망명의 출발지이자 신곡서두에 나오는 어두운 숲의 배경이 된 카센티노 숲을 거쳐

 

피렌체의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기간은 단테 인생의 뾰족한 봉우리였다. 그야말로 우리 살아가는 길 반 고비”(지옥11)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그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로 내달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망명의 고달픈 삶의 어느 지점에서 그는 더욱 드높은 희망을 찾아낸다.> (137)

 

단테가 내세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지리적인 표현으로 신분과 정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158)

 

신곡에서 특정 장소를 두고 아름답다고 묘사한 예는? (195)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어디에 등장하는가 

 

지옥의 문신곡지옥편> 3곡의 첫머리에 등장한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말로 끝나는 문구가 새겨진 문이다.

 

그 문은 또한 프랑스의 유명한 조각가 로댕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지옥의 문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단테의 형상을 가져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그 비틀려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세는 물론이고 골똘히 생각에 잠신 얼굴에서 우리는 삶의 이편과 저편을 오가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15)    

 

이와 같이 지옥의 문의 일부로 제작된 생각하는 사람은 이후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와 더 크게 제작되어 기념비적인 조각 작품으로 자리매김되었다. (14)

해서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을 찾아보았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지옥의 문>에서 그 아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단테인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한 구절도 있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의 조선 시대 작가들에의 심금을 울린 구절이 있다.

31 운동 이후 식민지가 현실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이추강, 변영로, 전영택 등 많은 작가들이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갈 곳 없는 지식인들의 처지를 단테와 나누고자 했는데(202) 바로 다음과 같은 구절이다.

 

남의 빵이 얼마나 짠지

남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너는 알게 될 것이다.

(천국편, 1758-60) (202)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가장 기뻤던 것은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었을 때였다.

 

단테는 신곡세 편의 마지막 문장에 별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그의 순례길은 언제나 별을 향한 상승이었다.> (193)

 

신곡 세편- 지옥, 연옥, 천국 -을 읽었는데 각 편의 마지막 문장을 따로 읽었지, 그것들을 함께 모아 비교해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으니, 이런 문장, 카프카의 말대로 나의 생각을 깨는 망치 같은 글이었다.

 

해서 각 편 마지막 장면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마침내 우리는 둥글게 열린 틈을 통해

하늘이 실어 나르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

(신곡, 지옥편, 354)

 

이 더없이 성스러운 물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새로 돋아난 잎사귀와 새로워진 나무로

다시 살아나고 순수해져서,

별들에게 올라갈 열망을 가다듬었다.

 (신곡, 연옥편, 300)

 

하지만 내 소망과 의지는 이미, 일정하게

돌아가는 바퀴처럼,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시는 사랑이 이끌고 있었다.

(신곡, 천국편, 293)

 

단테 그가 자꾸 돌아보던 현세를 둘러보며그의 흔적을 쫓았던 저자가 보여준 단테, 이제 신곡속으로 들어가, 새롭게 단테의 뒤를 따라갈 자신감을 부어준 책으로 이 책을 기억하고 싶다. 그간 혼자 읽어가는 길에 베르길리우스 같은 인도자가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 책 훌륭한 안내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참고하기 위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신곡색인을 만들어 본다.

 

지옥편

1(145,179), 2(242), 3(204), 13(30), 10(94,97), 14(32), 15(34,47,211), 17(36), 18(121), 21(170), 22(101), 23(27,187), 24(33), 25(5), 26(60), 29(111,125), 30(155), 31(104,123,186), 34(41).

 

연옥편

2(42,75,200,201), 3(197), 5(114,116,118,119,211), 12(56,127,128), 14(158,159,161,187), 19(194,196), 24(76).

 

천국편

1(239), 9(149), 13(125), 17(202,211), 33(175).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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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피렌체에서 라벤나까지 단테의 문학 여정을 함께 하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6 | 2020.06.07 리뷰제목
너무나 평범하지만 제 취미는 독서입니다. 남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취미란에 주저없이 늘 독서라고 적었습니다. 그렇다고 조선 시대 김득신이나 최근 여러 책을 펴내고 있는 김민식 pd, 이동진 평론가처럼 다독가도 아닙니다. 그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즐겨보는 수준입니다. 그래서그런지 독서하는 범위가 좁아서 즐겨보지 않
리뷰제목


 너무나 평범하지만 제 취미는 독서입니다. 남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취미란에 주저없이 늘 독서라고 적었습니다. 그렇다고 조선 시대 김득신이나 최근 여러 책을 펴내고 있는 김민식 pd, 이동진 평론가처럼 다독가도 아닙니다. 그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즐겨보는 수준입니다. 그래서그런지 독서하는 범위가 좁아서 즐겨보지 않는 분야의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데 특히 고전 읽기를 힘들어 합니다. 


 최초의 근대 시인이라는 단테의 [신곡]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고전 중에 하나지만 제가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의 고전이 아니기에 감히 읽을 생각을 못 했습니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단테×박상진》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부산외국어대학교 이탈리어과에서 문학과 예술, 동서양 고전, 문명론을 가르치고 있는 박상진 교수로 단테의 [신곡]을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서도 다수 펴낸 단테 연구의 권위자로 책 속 곳곳에서 전문적 역량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박상진 교수와 함께 단테의 행적이 담긴 이탈리아 이곳 저곳을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신곡]이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단테×박상진》은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평전과 기행문을 더한 형식을 띈 인문학 여정기입니다. 단테 평전이기도 하고 저자 박상진의 기행문이기도 한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단테의 글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단테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별로 없다. 따라서 그의 일생을 소개하면서 마치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주는 역사서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대부분 그 자신이 말해준 것이다. 결국 그가 남긴 글을 가능한 대로 자세히 들여다보며 나름의 해석을 통해 삶과 시대를 알아나가야 한다. 그것이 '단테×박상진'이라는 구도의 의미다. - 프롤로그 중 p.18 



 단테의 생애는 크게 피렌체에서 태어나 청신체라는 문체를 통해 새로운 문학 운동을 주도하고 공무에 뛰어들어 전투에도 참여하며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했던 망명 전과 첨예한 정쟁에 휘말려 기나긴 망명길에 올라 문학적 성취를 이룬 망명 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망명 전(1265 ~ 1302)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1265년 일찌감치 면직 산업이 발달하면서 경제적으로 번영했던 피렌체에서 태어난 단테는 피렌체의 경제적 번영을 눈으로 목격하지만 향후 [신곡]에서 부와 권력의 급격한 증대에 따라 부패가 만연하던 피렌체의 암울한 모습을 예언하기도 합니다.

 문학과 지성에 뛰어난 자질을 가졌던 단테에게 처음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있으니 베아트리체라는 여인입니다. 단테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여인이기에 열렬한 사랑을 나누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평생 아홉살과 열여덟 살에 딱 두 번 보았다고 합니다. 딱 두 번만 보았을 뿐이었지만 첫 눈에 단테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베아트리체는 집안에서 정한 정혼자가 있었기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결혼 삼년 만에 스물넷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죽게 됩니다. 베아트리체가 죽을 즈음 단테는 몸이 아팠다고 합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때 이미 단테는 그녀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베아트리체의 이른 죽음은 단테에게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자 그의 문학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한 상징적 존재로 그려졌을 것입니다.  [신곡]에서 단테를 안내하는 사람 두 명 중 한 명이 베아트리체였으니깐요. 만약 나중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여행 갈 일이 생긴다면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난 폰테산타트리나타 다리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단테가 [새로운 삶]에서 묘사했던 운명적 만남을 상상하면서.... 



 실천적 지식인었던 단테는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데 피렌체의 궬피와 아레초의 기벨리니가 맞선 전투에 참가하는가 하면 보편의 가치와 권력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피렌체의 최고위원이 되는 등 정치에 깊숙이 관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공적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단테와 달리 강력한 권력 지향을 보이며 교황권 확대를 위하여 골몰하던 보니파키우스8세와는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충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황제권과 교황권을 조율하기 위하여 로마를 방문했던 단테는 교황에 의해 억류되었다가 직권 남용에 의한 부정부패와 재물 강요, 교황의 지원 요청에 대한 반대 등으로 추방 선고를 받고 됩니다. 단테 인생의 뾰족한 봉우리였던 피렌체의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기간이 막을 내리고 인생의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인 망명의 세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교황과의 충돌 끝에 피렌체에서 추방되어 망명을 떠나기 전까지 인생 전반기의 단테는 결단력과 자기 주장이 강하고, 추진력이 강했던 인물로 지식인이자 실천가로서 피렌체의 영광을 위해 노력을 다한 현실 정치인었습니다. 그동안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단테가 뛰어난 정치 역량을 보여주었던 정치인었다는 점은 일 안 하는 국회라는 수식어와 함께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우리나라 20대 국회 의원들의 모습과 비교가 됩니다. 국민의 선택을 다시 받은 21대 국회의원들은 20대 국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망명 후(1302 ~ 1321)

 단테 [신곡] 서두에 나오는 '어두운 숲'의 배경이 망명의 출발지인 카센티노의 숲일 것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아펜니노산맥 북쪽에 있는 카센티노의 숲은 온통 수풀과 나무로 우거져 완전히 차폐된, 발길이 닿지 않은, 하지만 미로처럼 얽힌 오솔길들을 통해 쉽게 서로 연결되는, 그래서 자체로 완결된 세계를 이룬 곳으로 단테가 여기를 헤메다 올려다본 언덕 위의 빛은 단테에게 구원이자 은총의 상징이 되었을 것입니다.

 망명과 함께 파노바에서 머물던 단테는 르네상스를 선도한 화가였던 조토 디본도네 만나 함께 지내게 되는데 이때 조토의 그림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으며 <지옥> 집필에 착수하게 됩니다. 단테의 글에서 보여주는 풍부한 도상성과 조형성, 현세주의와 이교도적 경향은 조토의 그림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조토 디본도네를 잠시 소개하자면 서양예술계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같은 대가들이 존경을 표한 서양 회화의 아버지이자 회화의 흐름을 바꾼 선구자로 중세 회화에 3차원의 공간을 도입하고 배경을 정교하고 상세하게 묘사했을 뿐 아니라 인물에 풍부한 감정까지 담아낸 중세 대표화가로 단테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조토 디본도네를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올 1월에 제가 쓴 리뷰 "조토 루트를 떠나는 중세 미술 여행(http://blog.yes24.com/document/12026200)"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깨알 홍보.ㅎ)



 <지옥>에 이어 <연옥>까지 완성한 단테는 끝내 고향인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의 조카인 귀도 노벨로 다 폴렌타의 호의를 받으며 라벤나에서 말년을 보내며 베로나에서 강연도 하고 베네치아에 외교 사절로 파견되기도 합니다. 

 1321년 여름 단테는 라벤나의 귀도 노벨로가 베네치아로 파견한 사절단으로 베네치아에 갔다가 중간에 말라리아에 걸려 라벤나로 복귀하지만, 병세가 끝내 호전되지 않고 20년간의 망명 생활을 뒤로한 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단테는 죽음으로써 [신곡]에서 꿈꾸던 천국, 죽음 이후의 내세 여행을 진정으로 떠나게 된 것입니다.



 산고덴초, 카센티노, 카말돌리, 베네치아, 파도바, 볼로냐, 카라라, 리구리아 해안, 베로나, 라벤나 등은 피렌체 망명 후 단테가 전전했던 도시들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 박상진과 함께 단테의 행적을 따라 떠난 이탈리아 주요 도시들로의 여정일 것입니다.

 베아트리체를 만났던 산타트리나타 다리, 단테가 철학공부를 했고 거장들의 무덤에 있는 산타크로체성당, 연옥을 오르는 모티브가 되었던 산미니아토알몬테성당, 피렌체 복귀를 도모했던 산고덴초성당, 단테의 흉상이 있으며 <지옥>에서 진한 역청을 뒤집어쓴 채 마귀들에게 매를 맞고 있는 참단한 죄인들의 모습의 모티브가 된 베네치아 부두, 단테가 묻힌 라벤나 등.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이야기 했듯이 단테×박상진》는 단테의 평전이자 기행문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테×박상진》를 통해 단테의 [신곡]이 100% 내세의 이야기이지만 단테의 현세 경험을 반영한 이야기라는 것을 저자가 단테의 발자취를 따라 다니며 경험한 체험을 통해 생생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옥의 끔찍한 고통의 현장을 참고 견디며 연옥을 거쳐 결국 천국에 오르게 된다는 단테 [신곡]의 내용이 내세를 다룬 이야기이지만 단테가 현세의 경험을 투영했던 것처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현세의 삶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코로나 19라는 지옥으로 인해 녹록치 않은 삶의 연속이지만 이 어려움을 견뎌낸다면 연옥을 거쳐 희망이 넘치는 현실의 천국이 기다리지 않을까요? 20년간 망명 생활 속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도 [신곡]이라는 최고의 걸작을 죽기 전에 완성한 단테처럼 말이죠....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아르테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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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단테] 2021_077 평점10점 | g************1 | 2021.09.30 리뷰제목
2021_077   읽은날 : 2021.09.14~2021.09.22 지은이 : 박상진 출판사 : 아르테       "최후의 중세 시인인 동시에 최초의 근대 시인"       부끄럽고 무식한 소리이긴 하지만, 단테란 사람도 단테의 신곡도 관심을 두고 살지 못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학창시절 필독서의 목록에서나 봤음직한 책 제목이 다 였던 단테의 신곡을 언젠가는 한번쯤 읽어봐야지 생
리뷰제목

2021_077

 

읽은날 : 2021.09.14~2021.09.22
지은이 : 박상진
출판사 : 아르테


 

 


 

"최후의 중세 시인인 동시에 최초의 근대 시인"

 


 

 

부끄럽고 무식한 소리이긴 하지만, 단테란 사람도 단테의 신곡도 관심을 두고 살지 못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학창시절 필독서의 목록에서나 봤음직한 책 제목이 다 였던 단테의 신곡을 언젠가는 한번쯤 읽어봐야지 생각만 해볼정도였다.

 

그러던 차에 2018년 쯤인가 무슨 바람이 불어선지 도서관에서 단테의 신곡을 빌려왔다(지옥, 연옥, 천국의 합본 약 1000페이지에 달하는).

처음 몇장은 단테와 신곡에 대한 해설들이니 읽기 어렵지 않았지만 정말.. 지옥편을 읽기 시작하면서 1곡도 다 못 읽고 책을 덮었었다. 그리고 그냥 반납을 했던 나였다.

 

그럼에도 뭔지 모르게 책을 좋아한다면서, 고전은 아는것도 없고, 읽은 것도 없으니 이 두꺼운 [신곡]은 꼭 읽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은 뱃속 깊은 곳에서 계속 꿈틀거렸다.

그렇게 욕망은 숨겨두고 용기 내지 못했던 나는 몇년전 TV를  통해 소개된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이라는 책읽어주는 프로그램 덕분에 신곡을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다시 타올랐고 결국 책을 구입했다.

 

그러나...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도 처음 몇장만 읽고 덮어두었다. 아~~ 내가 이 산을 넘어야 고전의 길로 갈수 있을텐데.. 왜 이리 어려운걸까 하며 또 책장에 고이 모셔두길 2년여 시간이 흘렀다. 나와는 절대 가까워질 수 없을것 같았더 책을 북클러버 모임 도서로 추천하고 함께 읽자고 해서 이번달에 드뎌~~~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2021_070]을 읽었다. 박수~~~

 

북클러버 활동 덕분에 함께 읽고 리뷰를 써야 하는 기한이 있으니 숙제하는 마음으로 읽게되었고, 집중해서 읽으니 또 읽을만했다.

그럼에도 뭔지 모르게 어려운 느낌이 들었던것은 1300년 중세시대와 단테가 살았던 피렌체라는 도시의 정치상황등을 전혀 모르고, 철학, 종교, 천문학, 그리스신화등 너무나 많은 내용들과 엄청난 사람들의 이름들(지옥에서 부터 천국에 이르기까지... 단테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 신화속 인물, 성경의 인물등)과 낯선 지명들이 걸림돌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단테의 신곡을, 그리고 단테라는 사람에 대해 언제 또 찾아가며 읽겠나 싶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인 [단테 X 박상진]을 구입해서 읽게되었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의 지옥편을 읽고 난 후 [단테]를 읽었다. 읽고 나니 신곡의 지옥편의 이야기들(사람들, 지명, 정치상황, 신화속 이야기등)이 명료하게는 아니지만 이해하는데 도움은 되었다.

 

본 책인 [단테] 를 쓴 박상진교수님은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 하고 단테에 관한 연구와 책을 쓰고 번역하신 분이신듯 합니다. 이책 저책 보다보니 민음사에서 출판된 신곡의 번역을 박상진님이 하셨더라구요. 역시나 단테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한 저자의 글이라 그런지 읽는 내내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이 여행에서 나는 가능한 대로 단테의 시선이 머물렀던 대상의 흔적을 찾아 헤맸고, 그것이 그의 언어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햇볕이 나른한 오후에 먼지 날리는 길을 달리고, 해가 저무는 해변에서 하염없이 황혼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산길을 돌아 나타나는 조그만 식당에 앉아 글을 썼고, 어둠이 내리는 여관방에 앉아 다음 행선지를 구상했다.

가는 곳마다 단테를 만났고, 그의 언어에 스민 나무와 햇살을 보았으며, 흙냄새를 맡고 새소리를 들었다. 그는 나를 따라왔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그의 언어가 그의 감각과 조응하던 그때 그 자리를 내 마음에 들여놓았다. 나는 그와 통하는 마음의 창을 열었다. 그의 언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행복했다.

이 책은 평전과 기행문을 더한 형식을 띤다. 평전은 한 사람의 일생 이야기니 시간 순서대로 써 내려가는 것이 맞고, 기행문은 한 사람의 여행 이야기니 공간 순서대로 따라가는 것이 더 맞다. 평전의 주인공 단테와 기행문의 주인공 나를 잘 포개놓는 일이 중요하다.

 

(...)

 

여행을 하며 나는 단테의 글이 주변의 사물을 어떻게 재현했는지 관찰하고, 이를 통해 당시에 일어난 사건을 상상하고 그의 생각을 이해하려 애썼다. 이런 체험은 방에 앉아 글로만 만나던 단테를 새롭게 만나고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도 나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16-18쪽, 프롤로그 중에서)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의 가장 좋은 부분중에 하나는 바로 이 지도~!!!

단테 생애와 문학의 공간이 지도 위에 예쁘게 그림으로 그려져 있고 그곳에서의 생애를 요약한 짧은 글들이 한눈에 들어오니 예습하는 마음으로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 읽기 시작하기 좋다.

그리고 또 읽다가 지역이 나올때 앞으로 옮겨와서 읽고 비교해보는것도 좋은 한장의 지도~!!

 

 

단테의 생애는 크게 망명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

망명길에 오르기 전까지 그의 삶은 거대한 변화의 한복판에 있었던 피렌체와 그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 피렌체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문지방으로서 용광로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단테는 중세적 가치와 근대적 가치 중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를 긍정하고 종합하는 길을 모색했다.

한편 망명 시절에 전전한 곳은 대부분 피렌체 이북 지역이었다. 북동쪽으로는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지방을 아우르고, 북서쪽으로는 리구리아 해안 지역이 포함된다.

망명이라는 사건은 단테에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불운이었겠지만, 세상을 널리 겪고 차분하게 생각에 잠겨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신곡>을 비롯하여 그의 주요 작품 대부분이 이때 집필한 것이다.

(아래 지도 안 의 내용)

 

 

 

 

 

난 아름다운 아르노의

강 언저리 큰도시에서 태어나 자랐고,

- <지옥> 23곡 94-95행

 

단테는 아름다운 강과 대도시의 이미지로 고향 피렌체를 회상한다. 그러나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부와 권력의 급격한 증대에 따라 부태가 만연하던 피렌체에 대한 단테의 태도에는 애증이 교차한다.

그 내용은 <신곡> 여러 곳에 등장한다. 단테는 피렌체의 경제적 번영이 불행의 씨앗이 되리라 생각했고, 지옥에 있는 자살자의 숲에서 만난 망령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나는 처음의 수호신을 세례자로 바꾼

도시 사람이었소. 바로 그 일 때문에

 

수호신은 자신의 기술로 늘 그 도시를 슬프게 할 것이오.

만일 지금 아르노의 다리 위에

그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지 않다면,

 

아틸라가 남긴 잿더미 위에

도시를 새로 건설했던 그 시민들은

저들의 수고를 헛되이 만들게 될 것이오.

 

나는 내 집을 나의 교수대로 만들었던 거요.

 

- <지옥> 13곡 143-151행

(27-30쪽)

 

 

피렌체가 전쟁의 신 마르스를 수호신으로 삼고 있었는데 로마 가톨릭이 전파되면서 수호신을 성 요한("세례자")으로 바꾸고 마르스상을 아르노 강변에 늘어선 여러 탑 가운데로 옮겼다고 합니다. 

위에 시에서 말하고 있는 익명의 자살자는 피렌체의 수호신이 전쟁의 신 마르스에서 성 요한으로 바뀐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피렌체는 돈이 넘쳐나지만 파멸로 이어지리라 예견하면서 집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고 하네요. 자신의 집을 교수대로 만들었다는 진술은 피렌체가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단테가 이 시를 썼던 시대 상황을 알지 못한채 읽다 보니 너무 어려웠던 글들이었는데(흰건 종이요 검은건 글씨... 라는 정도?) [단테]를 읽으면서는 각 노래들 이면의 이야기들과 단테의 상황들을 설명해주고 나니 시를 접하는 마음의 눈이 조금은 여유로워집니다.

 

신곡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단테의 [신곡]을 도전하기 어려웠던 분들께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과 함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단테 X 박상진]을 읽게된다면 [신곡] 읽어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거 같습니다.

제가 지금 그런 상태랍니다.

 

 



 

덧,

<신곡> 서두에 나오는  '어두운 숲'의 배경이 된 곳도 아마 이곳일 것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아름 다운 산을 보면서.. 지옥으로 가는 길을 떠올렸다니...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3
종이책 단테를 알아가는 즐거운 여행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20.06.06 리뷰제목
단테의 신곡은 꼭 읽어야만할 것같은 부담감이 있는 책이다. 책장에 있지만 읽지는 않은 책 순위를 매겨본다면 몇 순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한 사람이 거쳐 갔거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장소를 돌아보며  생애와 작품세계를 알아가는 시리즈다. 그래서, 여행서 같기도 하고,전기, 작품 해설서 같기도 하다. 시간을 뛰어 넘고, 내가 가보지 못한 장소들을 따라
리뷰제목

 

 단테의 신곡은 꼭 읽어야만할 것같은 부담감이 있는 책이다. 책장에 있지만 읽지는 않은 책 순위를 매겨본다면 몇 순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한 사람이 거쳐 갔거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장소를 돌아보며  생애와 작품세계를 알아가는 시리즈다. 그래서, 여행서 같기도 하고,전기, 작품 해설서 같기도 하다. 시간을 뛰어 넘고, 내가 가보지 못한 장소들을 따라가며 깊이 누군가를 알아가는 시간. 여러 매력이 담겨있는 책이다. 이 책은 평전과 기행문을 더한 형식을 띠고, 단테가 남긴 글을 가능한 대로 자세히 들여다보며 나름의 해석을 통해 삶과 시대를 알아나가야 하는 것, 그것이 '단테×박상진'이라는 구도의 의미라고 밝히고 있었다.

 

 신곡을 쓴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단테였는데, 새로운 모습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정치가이기도 했다.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싶어 더 궁금한 정치가로서의 삶이었는데,  약제사 길드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했다한다. 군인으로서 전쟁에도 참여했고, 주변 도시들과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을 풀어가는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등 정치와 행정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었다. 말과 생각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깊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행동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시, 피렌체는 교황권을 지지하는  괼피와 황제권을 지지하는 기벨리니가 지배권 싸움을 하고 있었다. 단테는 자신의 성향 파벌의 입장을 초월하여 피렌체의 보편적인 가치와 권력 구상을 실현하려 했기때문에 교황의 야심에 반기를 들다가 추방되기에 이르렀다.

 

 피렌체의 최고 위원이라는 정치인생에서는 밀려났지만 망명자로서의 삶을 살게 된 단테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피렌체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을 만나고, 그 경험은 <신곡>, <새로운 삶>등의 작품을

낳게 되었다.

 

 <신곡>과 같은 작품을 썼다면 당연한 것 아닐까 생각되었는데, 철학자로서의 면모도 볼 수 있었다.아퀴나스의 스콜라 철학을 따랐고, 거슬러 올라가 아리스토텔레스와도 닿아있다고 했다.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꾀했던 아퀴나스에게 배우고, 지적 태도를 물려받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형성하기도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의 도메니코 수도원과 산타크로체 성당의 프란체스코 수도원에서 공부한 신학과 신비주의라는 개념도 <신곡>의 뼈대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의 생애에서 베아트리체를 빼놓을 수 없는데,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고 하는 그녀는 그의 작품 <새로운 삶>과 <신곡>을 가득채우고 있고, 평생에 걸쳐 영감의 샘이 되었다고 한다. 베아트리체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의 문학세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최근에 읽었던 <이탈리아 아트 트립>에서 스크로베니 예배당 벽화를 전부 감상한 이후라 그림들을 떠올려볼 수 있는데, 이젠 단테의 글을 읽으면 조토가, 조토의 작품을 보면 단테가 생각날 것같다. 망명 초기 파도바에 머물때  스크로베니 예배당에서 조토의 벽화를 보았다고 했다. 최후의 심판과 예수의 일대기가 그려져 있는데, <지옥>을 쓰기 시작한 즈음이어서 내세를 상상하는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베아트리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조토 또한 단테의 <신곡>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을것같다.

 

 단테의 내세에서 엿보이는 촉각의 효과 또는 물질성에 대한 지각은 로마에서 초기 기독교를 거쳐 조토로 이어지는 유물론적 전통에 기인한다. 사실 문자와 그림의 긴장 관계ㅡ 또는 무자의 도상성은 단테 당시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중략) 연옥에 오른 단테가 대리석에 새겨진 그림을 보면서 촉각의 이미지 또한 질감을 강조하는 것은 스크로베니예배당의 대리석을 직접 본 경험에서 기인한다. 그림을 매개로 문자화된 내세는 단테의 리얼리즘이 단순하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시각뿐만 아니라 공간의 의미를 문자에 투여하는 것. 이 진술이 조토와 단테의 관계를 압축해서 말해준다. 단테 언어의 공감각성은 조토에게 빚지고 있다.-p178

 

 이 책은 단테에 대한 이야기면서 <신곡>에 대한 글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신곡>의 많은 부분들이 인용이 되고 있었는데 그 장면들은 그냥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본인이 또는 다른 사람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세 여행기 <신곡>을 채우는 곳은 본 곳에 대한 기억과 보지 못한 곳에 대한 상상이며, 또 그 둘을 왕복하는 단테의 펜촉이다. 단테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허세를 부리지도 않으며 강요하지도 않는다.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내세는 상상보다는 비유로 이루어진다고 해야 한다. 발명으로서의 상상보다는 다시 말하기 (또는 재현)로서의 비유, 전자는 없는 것을 있게 하는 반면, 후자는 있는 것을 다시 (다른 방식으로) 있게 한다는 차이가 있다. 우리가 <신곡>에서 읽는 상상의 내세는 단테가 직접 본 현실의 비유이자 재구성이다.-p 61

 

  저자의 저 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는데, 그 말은 <신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제 인물들, 실제 사건들을 알고 있을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될것이다. 인용한 글들은 작품 해설이 없다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그래서 <신곡>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싶었다. 작품은 작가의 삶에 대한 지식이 있을 때, 작품들의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신곡>은 더욱 더 그런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듯했다.

 

 저자는 단테의 고향 피렌체, 괼피와 기벨리니의 전투가 있었던 캄팔디노,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던 몬테리조나, 20년간의 유랑시절을 시작했던 카센티노 숲, 지옥을 집필한 루니자나, 천국 집필에 몰두했던 베로나, 라벤나의 외교사절단으로 방문했던 베네치아, 단테가 묻혀 있는 라벤나를 방문했다. 그 길을 따라가는 내내 만날 수 있었던 <신곡>을 통해 단테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신곡>이지만 배경을 알고나니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도 좋았지만, 한면만 알고 있었던 단테의 여러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 클래식 클라우드를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감정이다. 저자를 따라 걸어보고 싶고, 작품 세계로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신곡>을 읽지 않았기에 저자인 박상진 작가의 시선으로만 본 <신곡>이었다. 이 책을 지침 삼아 나만의 <신곡> 으로 읽어내 보고 싶다는 목표 하나를 가져본다. <단테>,  읽기를 참 잘 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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