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열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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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열린 책

리뷰 총점 8.7 (53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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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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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간단리뷰] 내 인생은 열린 책 - 루시아 벌린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0.09.24 리뷰제목
루시아 벌린의 첫 단편 <청소부 매뉴얼>에 이어 <내 인생은 열린 책>을 읽었다.단편 특성상 하나의 작품에 깊게 이입했다가 다른 작품을 읽다보면 그 내용이 끊어지기도 하고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이 작품집 또한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자전적 소설이라작가가 살아온 삶을 유추할 수 있었다. 다양한 직업을 거쳐왔던 것 만큼 그의 단편들은 모두 힘든 생활을 하는
리뷰제목

루시아 벌린의 첫 단편 <청소부 매뉴얼>에 이어 <내 인생은 열린 책>을 읽었다.

단편 특성상 하나의 작품에 깊게 이입했다가 다른 작품을 읽다보면 그 내용이 끊어지기도 하고

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이 작품집 또한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자전적 소설이라

작가가 살아온 삶을 유추할 수 있었다. 

다양한 직업을 거쳐왔던 것 만큼 그의 단편들은 모두 힘든 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나타냈다. 


그 다음은 꿈 같았다. 환상적이었다느 말이 아니다. 모든 게 왜곡되고 조화롭지 않았다. 뚜렷이 보이는 사람도 있고 흐릿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으며 뜬금없는 상람도 있었다.  (369페이지, <내 인생은 열린 책> 중에서)


루시아 벌린의 단편소설집을 두 권을 읽었는데 모두 전자책으로 읽어 

단편 소설은 역시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무척 좋았으나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참 난감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내인생은열린책  #루시아벌린  #공진호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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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루시아 벌린《내 인생은 열린 책》 평점10점 | b********5 | 2020.06.29 리뷰제목
진짜가 나타났다! 이렇게 외치고 싶은 소설가를 만났다.저명한 비평가처럼 화려하게 표현할 자신은 없지만, 어쨌든 내게 그런 책.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루시아 벌린의 단편소설 22편을 담은 <내 인생은 열린 책>이다.모두 다양한 결을 지녔고 시대배경도 각양각색이다.블루칼라 계층과 일용직노동자부터 교수, 의사까지, 밑바닥인생부터 상류층까지 모두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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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나타났다! 이렇게 외치고 싶은 소설가를 만났다.
저명한 비평가처럼 화려하게 표현할 자신은 없지만, 어쨌든 내게 그런 책.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루시아 벌린의 단편소설 22편을 담은 <내 인생은 열린 책>이다.

모두 다양한 결을 지녔고 시대배경도 각양각색이다.
블루칼라 계층과 일용직노동자부터 교수, 의사까지, 밑바닥인생부터 상류층까지 모두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다.

하지만 루시아 벌린의 애정은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향하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
신산한 경험에 고통스러워하는 자들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유머.
무엇보다도 작품들에는 늘 이 유머가 잔잔히 흐르고, 때로 날카롭게 관통한다.
이것때문에 나는 처음 만나는 루시아 벌린에게 반했다.

한편씩, 어떤 맛일지 궁금해하는 초콜릿처럼 읽으면서, 온갖 느낌을 경험했다.
어떤 글엔 추리소설처럼 숨죽이고, 어떤 글에선 씁쓸하게 웃고, 어떤 표현에선 빵 터졌다.
짧은 글이지만 로맨스에 대한 묘사들은 가슴을 간질이기도 했다.

와 어떻게 그동안 이같은 글을 읽지 못했을까.
또한 어떻게 이렇게 '운명처럼' 만났을까.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갑자기 느낀 사랑의 감정처럼 당혹스러움을 선사한 이야기들.

빗소리를 들으면서 읽은 어떤 소설을 읽을 때는 '와 참 행복하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인생은 파란만장했고, 통렬한 아픔 가운데 생을 마감했지만 이렇게 16년이 흘러서
생면부지의 한 독자에게 기쁨을 주는 소설들을 남겨주었다.

공허하거나 시치스러운 감정은 1도 없는 그녀의 이야기들.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역설적으로 나의 일상을 돌볼 의지가 더욱 생겼다.

이글이 누군가의 인정을 받지못해도. 인기같은 거 없어도
내가 루시아 벌린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참 감사한 소설집
<내 인생은 열린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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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차가운 눈의 온기처럼 평점8점 | r*********s | 2020.06.22 리뷰제목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저 사는 것이다.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가장 숭고하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살아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19로 모든 게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 요즘, 그런 생각을 더 자주 한다. 그러니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고 때로 있는 그대로 즐기고 순간을 사랑해야 하는 걸까. 루시아 벌린의 단편 소설집 『내 인생은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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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저 사는 것이다.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가장 숭고하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살아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19로 모든 게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 요즘, 그런 생각을 더 자주 한다. 그러니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고 때로 있는 그대로 즐기고 순간을 사랑해야 하는 걸까. 루시아 벌린의 단편 소설집 『내 인생은 열린 책』 도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살면 살수록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니 흐르는 물처럼 나를 맡겨보면 어떠냐고. 이렇게 말하면 이 소설집엔 온통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뿐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우울과 불행으로 채워진 건 아니다. 22편의 단편 속 주인공은 저마다의 삶에서 뭔가 다른 의미를 찾으려 한다.


첫 번째 단편 「벚꽃의 계절」에는 두 살 된 아들을 키우는 카산드라의 일상을 보여준다. 반복된 일상, 매일 똑같은 시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밖으로 나오고 가게를 찾고 길을 걷는다. 그러다 같은 시각 같은 공간에서 우체부와 마주한다. 한치의 변화도 없이 기계적인 움직임, 카산드라는 우체부를 통해 자신을 발견한다. 남편과 대화를 통해 뭔가 달라지기를 원하지만 남편은 카산드라의 마음을 몰라주고 무시한다. 어떻게 보면 카산드라의 일상은 평온해 보이지만 그녀의 내부에서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내가 왜 이러지? 내가 뭘 더 원하지?’란 물음에 카산드라가 그것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 결국은 모두의 바람이라는 걸 느낀다.


22편의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여성이다. 어떤 단편들은 연작소설처럼 이어진다. 광산 기술자였던 아버지와 몸이 아픈 어머니를 둔 소녀의 인생 이야기라고 할까. 단편 속 주인공의 이름은 다르지만 어른 나이에 선택한 결혼과 임신, 육아, 그리고 이혼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그러하다. 1943년을 배경으로 한 「오르골 화장품 정리함」은 마치 흑백 영화와 같다. 거리에 모여든 아이들, 그리고 어른을 상대로 오르골 화장품 정리함을 파는 대담함. 「여름날 가끔」도 연장선이다. 근처에 제철소가 있는 마을, 아이들은 어른의 근심 걱정을 알지 못하고 돌차기나 공기놀이를 한다. 제련소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상황이 아이들의 눈에는 달리 보인다.


비스듬한 햇빛에 반짝이는 공터의 유리 조각처럼, 마을 저편으로 몰려가 흩어지는 연무가 역광을 받아 여러 색채를 띠었다. 멋진 파란색과 초록색, 움푹 파인 길에 고인 물에 자동차 기름이 떠서 생기는 강렬한 초록색과 무지갯빛 보라색. 너울거리는 노란색과 붉게 녹슨 색도 있지만 대개는 은은한 이끼 빛이 나는 초록색이 우리 얼굴에 비쳤다. (93~94쪽) 「여름날 가끔」


그런 유년 시절을 보낸 아이는 「순찰: 고딕풍의 로맨스」 속 사춘기 소녀 로라가 된다. 아버지의 지인이 경영하는 농장을 방문하며 그들 가족과 함께 보내는 동안 로라는 이상함 감정에 휘둘린다. 그것이 호기심인지, 사랑인지, 혹은 욕망인지 모른 채 빠져든다. 아픈 어머니 때문에 아이에서 여자로 자라면서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한 「이별 연습」 속 화자 ‘나’도 로라로 볼 수 있다. 칠레를 떠나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비행기 여행을 하는 ‘나’는 그곳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어머니와 자신에게 보여준 전 없는 표정. 루시아 벌린의 이런 문장을 통해 그 마음이 무언지 알 것 같다. 쓸쓸하고도 외로운 마음.


나는 나이 든 기분이 들었다. 어른이 된 느낌이 아니라 지금 느끼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은데 이제는 너무 늦은 느낌. (157쪽) 「이별 연습」


「앨버커키의 레드 스트리트」에서는 마리아가 등장한다. 그녀 역시 이전의 인물과 같은 연장선에 있다. 준비되지 않은 결혼, 임신, 육아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제3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어린 나이에 선택한 결혼, 자꾸만 멀어지는 남편과의 관계. 담배와 술로 채워지는 삶의 일부. 그래도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기에 그 시절을 견딜 수 있었고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이 그런 것처럼.


마리아를 보면 성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아내의 역할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거나 모범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마도 없었을 것 같았다. 그녀가 그렇게 말이 없는 단 하나의 이유는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165쪽) 「앨버커키의 레드 스트리트」


놓쳐버린 기회. 한 마디 말. 몸짓 하나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모든 걸 망칠 수도, 모든 걸 회복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도 그런 말을 하거나 그런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172쪽) 「앨버커키의 레드 스트리트」


표제작인 「내 인생은 열린 책」에서 클레어는 아이 넷을 둔 이혼녀였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주목했다. 그녀가 사귀는 남자까지. 클레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클레어는 개의치 않았고 아이를 돌보며 공부를 했다. 그러다 학기가 끝난 걸 자축하기 위해 외출한 날 막내를 잃어버렸다. 마을에서는 막내를 찾는 동시에 클레어와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닿지 않았다. 클레어 역시 집에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중이었다. 다행히 막내 아이는 찾았지만 모든 걸 클레어의 책임으로 몰고 있었다. 그냥 운이 나빠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코랄레스로 이사한 건 인생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였다.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그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나는 박사학위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칠 계획을 세워두었다. 그냥 좋은 선생님,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268쪽) 「내 인생은 열린 책」


루시아 벌린의 바람도 클레어와 같았을 것이다. 다정한 엄마,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 속 그녀와 루시아 벌린을 질타할 수 있을까? 그녀는 매 순간 삶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비참하거나 절망적인 기운보다는 그 모든 걸 감싸는 듯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차가운 눈을 보면서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그녀의 인생과 이야기가 그러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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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내 인생은 열린책》 반짝반짝 빛나는 일상의 편린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 2020.07.14 리뷰제목
놓쳐버린 기회, 한마디 말, 몸짓 하나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모든 걸 망칠 수도, 모든 걸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도 그런 말을 하거나 그런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떠났고, 그녀는 새 담배에 불을 붙였고, 나는 일하러 갔다.    - '앨버커키의 레드 스트리트' 중에서, p.172 십 년 전에 세라는 둔기에 머리를 맞아 무참히 살해당했다. 당시 치과 의사인 애인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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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기회, 한마디 말, 몸짓 하나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모든 걸 망칠 수도, 모든 걸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도 그런 말을 하거나 그런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떠났고, 그녀는 새 담배에 불을 붙였고, 나는 일하러 갔다.   
- '앨버커키의 레드 스트리트' 중에서, p.172

 

십 년 전에 세라는 둔기에 머리를 맞아 무참히 살해당했다. 당시 치과 의사인 애인이 그녀를 죽이겠다고 몇 번이나 위협했었다. 그는 세라보다 열다섯 살 정도 어렸는데, 알코올중독자로 자주 그녀에게 위협을 가한 전력이 있었지만 살해 흉기도, 아무런 증거도 나오지 않아 끝내 기소되지 않았다. 청소부인 나는 원래 매주 화요일에 세라의 아들 에디의 집을 청소했는데, 세라가 죽은 후 에디가 그녀의 집으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결국 세라의 집을 청소하게 되었다. 침실을 처음으로 청소한 날에는 너무도 끔찍했는데, 그녀의 피가 튀어 굳은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다 침대 밑에서 권총과 엽총을 발견하게 된다. 공포로 몸이 얼어붙었지만, 총을 보자 범인을 총으로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나는 청소부가 탐정인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 버린다. 세라와 친구였던 나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많이 알고 있었고, 작정하고 보니 범인인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는 동안 용의자 명단은 계속 늘어났다. 판사, 경찰관에서 유리창닦이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람들이 용의자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나 역시 사건 당일 밤에 대한 알리바이가 없으니 용의자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사실 내가 세라의 죽음에 집착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건 당일에 세라는 여러 차례 나에게 전화해서 애인이 그녀를 위협한다고 말했었다. 비슷한 상황이 너무 많았음에도 그와 헤어지지 않고 끌려 다니는 그녀에게 짜증이 나 있었던 터라 당시 그녀에게 경찰을 부르라는 얘기만 하고 끊었던 것이다. 그때 그녀에게 바로 도움을 주지 못했던 자신에게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죄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이 책에 수록된 '동생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작품인데, 단 9페이지의 짧은 분량임에도 담고 있는 것들이 풍부해 마치 장편처럼 읽히는 작품이었다.

 

 

오클랜드에서는 날마다 저녁 해가 태평양으로 넘어가면 그건 또다른 하루의 끝을 의미했다. 여행은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살아온 파편적이고 불완전한 직선적 시간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행위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건은 소설처럼 우화가 되고 불멸성을 얻는다. 담 위에 앉아 휘파람을 부는 멕시코 소년. 젖소에 머리를 기대는 테스. 그런 정경은 기억 속에 영원히 변하지 않고, 해는 언제까지나 계속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법이다.     - '초승달' 중에서, p.350

 

이 책은 <청소부 매뉴얼>로 처음 만났던 루시아 벌린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이다. 그녀는 평생 77편의 단편소설을 썼는데, 전작에서 43편이 소개되었고, 이번 신작에서 22편을 만날 수 있다. 루시아 벌린은 2004년,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11년 만에 말 그대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한 문학 천재라고 불린다. 무명작가였던 소설가 존 윌리엄스가 <스토너>로 사후 20년 만에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루시아 벌린의 작품들은 상당수가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고등학교 교사, 전화 교환수, 병동 사무원, 청소부, 내과 간호보조 등의 일을 해서 네 아들을 부양하는 가운데 밤마다 글을 썼다. 세 번의 실패한 결혼, 알코올중독, 불안정한 생활 반경,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했던 삶의 경험들이 모두 작품 속에 녹아 들어간 것이다.

 

'사람들은 이따금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때가 무엇무엇의 시작이었다, 라거나 그때, 또는 그 전에, 또는 그 후에 우리는 행복했지, 라고 한다(p.218)' 라는 문장처럼 루시아 벌린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그녀가 아메리카 대륙의 여러 도시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희극과 비극이 뒤섞인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과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모습으로 공감과 이해를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루시아 벌린 특유의 반짝이는 유머와 통찰력, 담백하지만 아름다운 문장들이 더해져서 근사한 재미를 안겨 준다. '레이먼드 카버의 근성과 그레이스 페일리의 유머에 루시아 벌린만의 독특한 위트를 더한 기적 같은 일상을 만날 수 있다'는 소개 문구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면,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건져 올린 보석 같은'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루시아 벌린의 작품을 추천한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루시아 벌린의 '내 인생은 열린 책' 평점8점 | t*******1 | 2020.06.25 리뷰제목
1.루시아 벌린. 『내 인생은 열린 책』작가 이름도 책 제목도 생소했다.그런데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건 서평단 모집 글에서 이 책에 대해 엄청난 호평의 광고를 한 때문이었다.   해당 도서는 예스24 '오늘의 책'에 선정된 주목 신간입니다.   <타임>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NPR> <엘르> <보그> <나일론> <AP통신> <커커스 리뷰> 선정 2018 올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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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시아 벌린. 내 인생은 열린 책

작가 이름도 책 제목도 생소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건 서평단 모집 글에서 이 책에 대해 엄청난 호평의 광고를 한 때문이었다.

 

해당 도서는 예스24 '오늘의 책'에 선정된 주목 신간입니다.

 

타임>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NPR> <엘르> <보그> <나일론> <AP통신> <커커스 리뷰선정 2018 올해의 책

 

소설가 구병모, 영화감독 박찬욱, 페드로 알모도바르 추천!

숏폼 장인의 산뜻하면서도 애수를 담은 자전소설

 

이국적인 이야기와 위트 있고 명석한 문장으로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은 루시아 벌린의 두 번째 소설집!

 

보석 같은 스물두 편의 소설들은 벌린 작품의 정수를 담고 있다.

루시아 벌린은 아메리카 대륙의 여러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의 명과 암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녀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명징하게 담아내는 재주가 있다.

 

이런 소개(특히 푸른색 문구)를 보고 어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전적으로 책 광고에 기인했다. 단순히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 기대도 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던가. 이 책은 그랬다……유감스럽게도 내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것 때문만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2.

이 책에는 모두 스물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한 권의 소설집에 어떻게 20여 편의 작품이 실릴 수 있을까? 책이 두툼한가? 그렇지 않다(이 책은 헌사와 역자 후기를 포함해도 375쪽이다). 그 이유는 극히 일부의 작품은 예외지만, 작품들 대부분이 짧은 분량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분량이 30쪽을 넘는 작품은 순찰: 고딕풍의 로맨스(38) 1편이다(우리나라 단편소설의 분량은 대개 편당 30쪽 안팎이다). 20쪽이 넘는 작품도 오르골 화장품 정리함(24), 양철 지붕 흙벽돌집(27), 오르골 화장품 정리함(24), 환상의 배(24), 1974년 크리스마스(21) 5편에 불과하다.

심지어 10쪽도 안 되는 작품도 제법 있다. [동생을 지키는 사람(9), 벚꽃의 계절(8), 딸들(8), 흙에서 흙으로(7), 초승달(6), 오클랜드의 포니 바에서 있었던 일(2), 비 오는 날(2)]

오클랜드의 포니 바에서 있었던 일(2), 비 오는 날(2) 두 작품은 겨우 2쪽 분량이다.

소설에서 분량이 무슨 문제가 될까? 나는 분량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장편(掌篇)소설의 경우 원고지 10매 안팎의 분량이고, 장편(掌篇)소설이 아니라 하더라도 짧으면서 완결성을 지닌 소설도 있다.], 문제가 되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루시아 벌린 작품들의 짧은 분량은, 그녀의 작품들이 소설보다는 수필 같은 느낌을 준다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분량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의미에서 소설이라고 하면 일정한 플롯을 가지고 있고, 그 플롯 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갈등의 발생과 해결이라는 양상을 보여준다고 할 때, 그 양상을 보여주려면 웬만큼의 분량은 요구되기 때문이다. 루시아 벌린 작품의 상당수가 소설보다는 수필 같은 느낌을 주는 데 분량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이유이다(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루시아 벌린 작품을 소설이 아니라고 부정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수록된 작품의 상당수가 내가 생각했던 소설, ,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플롯을 가지고 있고, 사건과 사건은 인과관계를 이룬다는 의미의 소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물론 모든 작품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분량이 짧지만 맨 처음에 수록된 벚꽃의 계절의 경우에는 매우 정제된 소설이라고 생각했으니까(반복되는 일상의 갑갑함. 소통하고 싶지만 소통되지 않는 남편, 그런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바람을 우편 집배원의 죽음이라는 상징을 통해 표현한 수작으로, 남편을 향해 제발 나하고 이야기 좀 해.”라고 하는 마지막 대사가 예사롭지 않은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왜 소설 같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을까.

분명 다른 작품인데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동일인이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그런 작품들은 혹 연작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 느낌을 주는 인물들의 경우 대부분 주인공의 가족이거나 지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작품 속 성격도 거의 같다. 광산 기술자인 아버지, 몸이 아픈 어머니, 이른 나이에 결혼하여 이혼녀가 된 주인공, 마약을 하는 남편 등. 이런 이유로 루시아의 소설이 허구라기보다는 수필처럼 작가의 생활 속에서 벌어진 일을 서술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런 이유보다도 근본적인 까닭은, 이미 언급한 갈등 구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의 상당수는 플롯 상의 갈등 - 해결구조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루브르에서 길을 잃다처럼 특별히 갈등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 단순한 여행기처럼 서술된 작품은 물론, 작품 속에 분명한 갈등을 가진 작품들의 경우조차도 그것이 플롯 상의 갈등, 곧 인과관계에 의한 갈등이라기보다 그냥 시간 순서로 벌어진 어떤 사건을 단순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시 말해, 인물의 성격이 사건 이전에 이미 전제되어 있고, 그런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이런저런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늘어놓은 느낌.

 

한편, 작품 속 등장인물이 많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장편(長篇)소설이 아님에도,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꽤 있었다. 이 점에서 정제된 단편소설이 아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마약을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몇몇 작품, 가령 안개 낀 어느 날, 낙원의 저녁, 환상의 배, 내 인생은 열린 책등의 경우, 영화로 각색하면 제법 흥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3.

루시아 벌린 소설 속 인물들 대부분은 어딘가 결핍된 존재로 그려져 있다. 그건,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이 대부분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일 거다.

작가 소개를 보면,

작가는 세 번 결혼에 실패했고, 알코올 중독자였으며,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온갖 일 - 고등학교 교사, 전화 교환수, 병동 사무원, 청소부, 내과 간호 보조 등 - 을 경험한 것으로 나와 있다. 작가의 삶 자체가 소설 같다는 생각이다.

작품을 작가의 삶과 연결해서 봐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아니 어쩌면 작가의 이력을 무시하고 보는 것이 더 온당한 작품 이해로 이어지는 수도 있지만(작품 외적 요소가 작품의 온당한 이해를 방해하는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작가의 생애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루시아 벌린 작품에는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 이혼녀 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의 생애를 알고 보면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과 작가의 삶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의 표제작인 내 인생은 열린 책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작품 내적 플롯 상으로 인과관계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작품이 소설처럼, 아니 소설로 읽히는 것은 작가의 직접 체험(작가의 체험 자체가 한 편의 소설 같지 않은가)에 기반한 이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정서상 수용하기 힘든 작품도 없지 않았다. 22편의 작품 중, 가장 많은 분량의 작품 순찰: 고딕풍의 로맨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작품은 제목에도 나오듯 로맨스를 다룬 소설이다. 그런데 문제는 로맨스의 상대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갓 사춘기에 접어든 10대의 로라로 아직 미성숙한 소녀인데, 로라의 로맨스 대상이 누구인가 하면, 아버지 또래로 일 관계로 아버지와도 아는 사이인 농장주 안드레스이다. 어떻게 아버지 또래인 남자를 보고 설레는 정도를 넘어, 섹스까지 하는 게 로맨스라는 것인지? 작품의 무대인 칠레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게 과연 로맨스가 될 수 있는 건지 

 

4.

비록 내게는 기대만큼의 강한 끌림을 주지 못했지만(벚꽃의 계절처럼 짧은 분량의 소품임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도 물론 있다),

이 책이 많은 언론으로부터, 그리고 저명인사들로부터 호평을 얻은 까닭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 그 이유는 작품 속 인물들이 전개해가는 작품 속 사건들이 사회의 주변부, 곧 어두운 곳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작가가 활동하던 당시의 남성 중심의 소설가들이 잘 조명하지 않은 소재, 곧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분투하는 주변부 여성의 삶의 모습을 매우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주변부에서 악다구니를 부리며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한편으로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내 인생은 열린 책이 아닌가 한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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