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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리뷰 총점 9.2 (95건)
분야
소설 > 북유럽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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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실버로드:사라진 소녀들,스티나약손,마음서재 평점9점 | p******0 | 2020.04.24 리뷰제목
사라진 딸. 딸을 찾기 위해 모두를 의심하고 무슨 짓이든 하는 아빠. 이 문구만 본다면, 너무나 익숙한 소재라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버로드>는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힘이 단단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괜히 스웨덴에서 판매 1위를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몰입
리뷰제목

 
사라진 딸. 딸을 찾기 위해 모두를 의심하고 무슨 짓이든 하는 아빠.

 

이 문구만 본다면, 너무나 익숙한 소재라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버로드>는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힘이 단단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괜히 스웨덴에서 판매 1위를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 넘치는 전개가 매력적이었다.

이런 류의 소설은 누가 범인인지 모를 때 흥미로운 법. 그런면에서 <실버로드>는 대단했다. 등장 인물 모두가 의심스러웠다. 심지어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아빠 렐레까지도 순간순간 혹시 이 사람이 범인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이 들었다. 딸아이가 아르바이트에 늦을까봐 일찍 버스정류장에 데려다 준 것을 끝으로 아이를 다시 못 보게 된다. 그 아이를 버스정류장에서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제일 먼저 범인으로 지목당한다. 제일 마음 아픈 사람인데 용의자 취급을 당하자 폭주한다. 아내마저도 그를 탓한다.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끊었던 술과 담배만이 그를 위로해 준다.

 

p. 13

 

"설마! 하지만 내가 담배도 없이 무슨 낙으로 살겠니?"

렐레를 바라보는 리나의 연푸른색 눈동자에 꾸짖는 기색이 감돌았다.

"날 찾아야지. 날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빠뿐이야."

 

리라는 사라졌지만 렐레는 아이가 옆에 있는 듯이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아빠의 절절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범죄소설임에도 잔인하거나 인상을 찌푸리게 하기 보다는 안타까움, 슬픔, 짠함 이런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점 역시 이 소설의 매력으로 꼽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전혀 다른 서사로 보였던 실종된 아이를 찾는 이야기와 메야라는 아이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것 역시 매력적이었다. 사라진 소녀 리라는 딸바보 아빠 밑에서 잔뜩 사랑을 받고 성장한다. 메야는 엄마가 고등학생 때 실수로 생겨 태어났고, 늘 남자에게 의지하려고 하던 엄마 때문에 엄마의 남자들에게 성추행을 당하며 자란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 속에서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웠던 메야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의 보호 속에서 자란 리라가 사라진 것도 이 소설에서 궁금증을 더 일으키는 요소이다.

 

p. 22

배가 너무 고프다 못해 아프지만 않았어도 메야는 그 삼각형 방에서 영원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에서 살든 메야는 허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도록 배에 한 손을 올린 채 방문을 였었다.

 

메야의 엄마는 토비요른이라는 남자를 인터넷에서 알게 되었고 무작정 딸을 데리고 그 남자 집에 살러간다. 부자인 척 허세를 떨었지만, 실상은 또 달랐다. 심지어 토비요른의 비밀 공간에는 각종 포르노 잡지와 몰래 찍은 여자 사진들이 즐비하다. 가족이 필요하다 생각한 메야는 그곳을 떠나 새롭게 사귀게 된 남자 친구 칼 요한에게로 간다. 칼 요한의 가족은 자신의 가족보다 훨씬 좋아보인다. 비로소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안심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름을 깨닫지만 어찌해야할지 알 수는 없다.

렐레는 학교 교사이다. 리나를 잃고 3년 간 헤매느라 제대로 출근도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다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메야를 만나게 된다. 메야가 집을 나가 다른 곳에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메야의 엄마를 만나러 간다. 토비요른 같은 사람이 아이에게 무슨 일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도 하면서 말이다. 이는 자신의 딸 리나가 사라진 것처럼 메야도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지금 그렇게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조금의 의심도 넘기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정작 메야의 엄마는 경찰이 개입되는 것도 싫고 자신도 아픈 사람이라고 하며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보며 분노를 느낀다.

 

p. 306

손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갔고, 머릿속이 분노로 쿵쿵 울렸다. 할 수만 있다면 저런 부모들은 모두 없애버리고 싶었다. 자식을 위해 싸우지 않는 부모들, 자신의 고통에 푹 빠져서 자식을 돌보지 않는 부모들.

 

렐레 역시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아이만큼은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게 하겠다고 다짐했던터라 더 용서할 수 없었으리라. 이처럼 장르는 스릴러, 추리 이쪽이지만 계속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부모의 역할, 그리고 그 가족에 위기가 생겼을 때 극복하는 힘은 무엇일지에 대해서. 그리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들을 보면서 가족이란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작가의 의도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가족이란 끝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었다.

 

그와 함께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불행과 악은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받을 수 있었다. 앞선 우리 세대들이 다음 세대들이 아픈 환경에 놓이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진실 찾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마음을 모으다 보면 다음 세대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장르 소설 특유의 긴장감과 스릴, 몰입감에 가족을 생각해보게 하는 메시지들까지 가득했던 <실버로드:사라진 소녀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2
종이책 실버 로드 : 스티나 약손 평점10점 | l*****0 | 2020.04.22 리뷰제목
몇년 전부터 스웨덴 작가의 소설들이 자주 눈에 띄네요.이 책도 스웨덴 출신의 작가가 쓴 스릴러 소설입니다.아래 표지만 봐도 뭔가 좀 으스스하면서도 얼굴을 숨기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나요?이 책 '실버로드'는 스웨덴에서 태어난 작가가 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하였지만 고향을 그리며 쓴 소설이라고 하네요. 스웨덴 북부의 마을에서 사라진 소녀.그 소녀를 찾기 위해 3년째 온
리뷰제목

몇년 전부터 스웨덴 작가의 소설들이 자주 눈에 띄네요.

이 책도 스웨덴 출신의 작가가 쓴 스릴러 소설입니다.

아래 표지만 봐도 뭔가 좀 으스스하면서도 얼굴을 숨기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나요?
이 책 '실버로드'는 스웨덴에서 태어난 작가가 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하였지만 고향을 그리며 쓴 소설이라고 하네요.


스웨덴 북부의 마을에서 사라진 소녀.
그 소녀를 찾기 위해 3년째 온 동네를 수색중인 아빠 렐레.
그리고 스웨덴 여기저기를 떠돌다 인터넷으로 사귄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 동네로 오는 실리에와 그녀의 딸 메야.
이 소설은 이 둘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단지 같은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없는 이 둘의 이야기가 나중에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렐레는 계속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며 조금이라도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다짜고짜 찾아가 자신의 딸, 리나의 행방을 묻습니다.
메야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그러던 중 칼 요한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칼 요한의 가족은 정부를 불신하고 세상의 종말을 대비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 동네에 캠핑온 또 다른 소녀가 사라집니다.
렐레는 자신의 딸이 사라진 것과 같은 유형의 범죄라 단정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단서가 없기에 같은 범죄라 인정하지 않습니다.

메야는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 칼 요한의 집에서 살게 됩니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면서 가족의 정과 노동의 즐거움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지요.
하지만 정부를 불신하는 비르게르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마야가 집 밖으로 나와 남자와 여자가 다투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 목격으로 사라진 소녀의 행방을 알게 되고, 자신의 학생인 마야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 확인차 가정방문한 렐레.
이제 이 둘의 이야기가 하나가 됩니다.

오랫만에 보는 스릴러였습니다.
주말에 봤어야 했는데, 평일에 보기 시작해서 낮에 계속 머리속에서 아른거려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장을 보고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약간 흥분 상태인 것 같습니다.
이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 스릴러를 보는 것 아닐까요.

스티나 약손.
처녀작임에도 무척 탄탄한 줄거리와 세밀한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스웨덴의 시골을 배경으로 백야로 인한 뿌옇고 신비하면서도 약간 으스스한 숲의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작가네요.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4
종이책 [서평]실버로드 - 스티나 악손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0.04.13 리뷰제목
실버 로드는 노를란드 전원을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뻗어나간 수많은 이면도로와 연결된 간선도로다. 이곳에는 하늘을 찌를듯이 자란 나무가 늘어선 길이며 스노모빌이 지나다니는 길, 버려진 마을과 인구가 줄어든 도시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도 있다. 땅 위 그리고 아래로 강과 호수, 마실 수 없는 시냇물이 흐르고, 진물이 나는 상처처럼 퍼지며 김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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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는 노를란드 전원을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뻗어나간 수많은 이면도로와 연결된 간선도로다. 이곳에는 하늘을 찌를듯이 자란 나무가 늘어선 길이며 스노모빌이 지나다니는 길, 버려진 마을과 인구가 줄어든 도시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도 있다. 땅 위 그리고 아래로 강과 호수, 마실 수 없는 시냇물이 흐르고, 진물이 나는 상처처럼 퍼지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늪이 있는가 하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깊고 시커먼 호수도 있다. 이런 지역에서 실종된 사람을 찾으려면 평생이 걸릴 것이다. (37p)

 

한 아이가 사라졌다. 열일곱살의 여자아이다. 그날 아침 아이의 아버지는 분명 정류장에 그 아이를 내려줬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버스 시간보다 너무 일찍 내려줘서 그랬노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기다리는 시간에는 분명 누가 와도 올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가 버스에 타는 것까지 보고 갔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랬다면 아이가 사라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아니 아예 아이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후회는 언제나 자책을 낳는 법이다.

 

열일곱이었던 아이는 이제 스물이 되었을 것이다. 십대의 아이가 성인이 될만큼 지난 시간 3년. 아이의 아빠는 오늘도 길을 따라 나선다. 아이가 어디 있을지 모르니 구석구석 찾아 헤맨다. 그 아이가 있을법한 곳을 찾아서 달리고 또 달린다. 자신의 건강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고 끊었던 담배도 연신 피워댄다. 그렇게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집에는 지도가 걸려있다. 자신이 다녀온 지역은 표시를 하고 지우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찾을 수 있을까. 마음 먹고 숨긴다면, 그저 단순하게 그렇게 보아서 절대로 알 수 없는 곳에 숨긴다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한 사람의 노력으로 그것이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경찰에서도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아이가 사라진 직후에는 물론 수사를 했고 이제는 다른 사건들에 밀려 잊혀졌을 뿐이다. 3년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에게는 절대 놓을 수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아직 아이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꾸준히 따라 가는 일은 솔직히 말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것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다. 주변 환경을 이야기 하고 그 사람의 심정에 관해서 설명을 하고 그 주위의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함으로 이야기에 탄력을 불어 넣고 있다. 바람 빠진 고무풍선이 숨을 불어 넣으면 점점 커지듯이 그렇게 그렇게 불어서 점점 빵빵해지고 있다. 이제 더 넣으면 터질 것이다. 이 풍선은 터져버릴까 아니면 가장 최대치에서 멈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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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과거에 갇힌 남자, 미래가 갇혀진 소녀... 평점10점 | l****1 | 2020.04.23 리뷰제목
과거에 갇힌 남자가 있다. 한편, 미래가 갇혀져 버린 소녀도 있다. 남자의 이름은 렐레. 그는 3년 전, 딸 리나를 잃었다. 통학을 위해 버스정류장이 있는 실버로드에 딸을 내려주었는데, 그 날 딸이 사라진 것이다. 경찰이 동원되어 수색과 수사를 펼쳤지만 딸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3년 간, 렐레는 매일 밤만 되면 실버로드를 찾았다. 아내까지 포함해 다들 딸이 죽었을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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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갇힌 남자가 있다. 한편, 미래가 갇혀져 버린 소녀도 있다. 남자의 이름은 렐레. 그는 3년 전, 딸 리나를 잃었다. 통학을 위해 버스정류장이 있는 실버로드에 딸을 내려주었는데, 그 날 딸이 사라진 것이다. 경찰이 동원되어 수색과 수사를 펼쳤지만 딸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3년 간, 렐레는 매일 밤만 되면 실버로드를 찾았다. 아내까지 포함해 다들 딸이 죽었을 거라며 그 일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넬레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한 순간도 딸이 잃어버렸던 과거에서 떠나지 못했다.


 소녀의 이름은 메야다. 그는 엄마가 새롭게 사귀게 된 남자가 사는 곳으로 지금 막 이사왔다. 스웨덴의 북부, 노틀란드로. 여름이 가장 짧고 겨울이 가장 길다는 그 곳은 실버로드가 있는 곳이다. 메야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심한 우울증으로 감정이 늘 롤러코스터를 타는 엄마 때문이다. 약의 힘을 많이 빌리고 있는 엄마는 늘 위태위태하다. 그 영향권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메야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엄마가 새로 만든 남자 역시 그리 미덥지 못하다. 별채에 야한 잡지를 가득 쌓아두고 있는 한심한 남자였으니까. 비루한 현실에 견딜 수 없는 갑갑증을 느끼고 있던 메야 앞에 홀연히 첫사랑 소년이 나타난다. 그 소년의의 이름은 칼 요한. 늘 갇혀있는 것만 같던 메야와 달리 너무나 자유로워 보이던 그 소년은 평범한 가정의 일원은 아니었다. 요한의 아버지는 음모주의자로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국가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히피처럼 친자연적이며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칼 요한과 그의 두 형은 정규 교육은 하나도 받지 않으며 다른 마을 사람들과 격리된 채, 자기들끼리 어울려 지냈다. 메야는 그 가족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가족 안에서 메야는 지금껏 가족이란 이름으로 맛보지 못했던 따스함을 느껴간다. 그건 흡사 백야와 같았다.


 실버로드. 그 곳은 지금 백야다. 낮에도, 밤에도 태양은 사라지지 않는다. 까만 어둠의 밤은 존재하지 않는다. 메야가 우연히 만난 칼 요한의 가족은 그런 백야였다. 하지만 그 백야 속을 매일 고통속에 사라진 자기 딸을 찾으려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어둠이 없는 백야에 비극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것이다. 고통과 죽음이 도사린 어둠은. 아니, 오히려 이런 백야라 그런 어둠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지도 모른다. 환한 빛일수록 거기에 눈이 멀어 우린 바로 가까이에 있는 어둠을 더욱 쉽게 놓치고 마니까. 렐레가 끝내 찾게 된 딸 실종의 진실이 그랬다. 만일 그 어둠을 무시하지 않고 제대로 인지하며 책임지려 했다면 실버로드에서 다시 한 번 일어난 한 소녀의 실종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구원은 지금 당장 보이지 않으니까 그것으로 괜찮다고 하는 방관이 아니라, 아무리 나와 먼 어둠이라 하여도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그 어둠을 지우려 노력한 사람들에게 찾아왔다. 실버로드는 그런 자들의 어깨 위에서 비로소 제대로 은은한 구원의 색채를 되찾았던 것이다.


 이것이 스티나 약손이 쓴 <실버로드>의 이야기다. 스웨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가는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이다.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20대에 남편을 만나 미국 덴버로 이주했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향수 속에서 썼던 <실버로드>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장르소설 중 최고의 작품에 주어지는 유리열쇠 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루었다. 소설이 가진 가득한 몰입력은 이것이 허명이 아님을 증명한다. 개인적으로 세월호 참사 때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많이 생각나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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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실버 로드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g********r | 2020.05.05 리뷰제목
결국에는 외로움만 남았다. 사방에 그런 외로움이 있다는 사실만 남았다. (p.97) 주의사항 1 : 혼자 있을 때 읽지 말 것. 주의사항 2 : 마음이 힘겨운 날에는 읽지 말 것. 섬뜩하여 추운 느낌이 들거나 잠 못 이룰 수 있으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 3. 시간이 넉넉할 때 읽을 것. 중간에 덮을 수 없을 테니.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공포영화를 못 본다. 하나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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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외로움만 남았다. 사방에 그런 외로움이 있다는 사실만 남았다. (p.97)



주의사항 1 : 혼자 있을 때 읽지 말 것.

주의사항 2 : 마음이 힘겨운 날에는 읽지 말 것.

섬뜩하여 추운 느낌이 들거나 잠 못 이룰 수 있으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 3.

시간이 넉넉할 때 읽을 것. 중간에 덮을 수 없을 테니.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공포영화를 못 본다. 하나 잘못 보고 나면 겁이 많고 상상력이 워낙 넘치다 보니 사소한 현상에도 깜짝 깜짝 놀래서 일상생활도 어려워진다. 30년에 이르는 독서생활에서 스릴러, 호러, 범죄 등의 장르는 사랑하는 애거서와 코난도일까지 합쳐도 100권 가량 밖에 읽지 않은 것 같으니 평소 얼마나 겁이 많은지, 상상하실 수 있을 터. 그런데 이 책은 표지부터 나를 잡아 끌었다. 인상적인 데뷔작이라니. 얼마나 욕심나는 문구인가. 내가 낼 책에도 이런 문장이 붙는다면 나는 한 달을 굶어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읽었고, 이러한 주의사항을 달아둔 채 리뷰를 시작해본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현실에서 상상도 해보고 싶지 않다. 딸이 사라진다면? , 이 문장을 쓰는 거 만으로도 심장이 저밋해서, 미칠 듯 불안해져서 감히 저 앞에 의 라는 대명사를 붙이고 싶지도 않다. 아무튼 이 책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버스를 타고 간 뒤 사라진. . 그 딸을 찾는 아버지. 본문은 아버지의 시선과 어머니의 시선이 번갈아 가며 전개된다. 사실은 처음엔 조금 정신이 없다. 이리 저리 빠르게 진행되어 다소 어라, 뭐지- 했는데,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책의 마지막 장이었다. 분명 시작은 어라, 이 책 재미있나? 뭐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이 들자마자 다 읽어버리는 책이라니! 문장이 간략하고 선명하게 묘사하는 덕분에 어려운 느낌이 전혀 없고, 몰입이 대단하다. 간혹 이런 류의 책들이 문장이 너무 길어 앞의 내용이 뭐였는지 잊어버리게 까지 만드는 책도 있는데, 이 책은 그런 감이 전혀 없다. 완전히, 정말 깊게 몰입한다.

 






사실은 읽는 동안 괴로웠다. 리나 생각에 미칠 것 같았고, 불안함이 나를 엄습했다. 곁에 있다면 어떻게든 무엇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주고 싶을 만큼 나는 몰입해있었고, 아파했다. 그렇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게 있었다. 언제인가 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절망했던 적이 있었는데생각하며 한참 앉아있다가 생각했다. . 도가니를 읽었을 때구나. 하고. 어른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니 오히려 어른이 아이보다 못한 상태로 나의 실익을 위해 누군가의 존엄성을 누르는, 미치고도 이해할 수 없는 상태. 거기서 오는 분노와 좌절. (어쩌면 분노를 넘어서는 더 깊은 절망) 그리고 그런 책을 읽고 덮은 뒤 현실이 아님에 감사하는 묘한 아픔.



단순한 스릴러를 지나 생각할 거리를, 반성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이 책은 분명 큰 의의를 지닌다.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많은 생각을 남긴다. 사실은 그래서 더 힘겹지만. 집에서 혼자 보내야 할 시간이 많은 요즘, 한나절 순삭에 완전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몰입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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