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서두에 「당신은 표지를 보고 이 책을 판단했는가? 아니면 제목이나 소제목에 끌렸는가? 이글을 읽고 있는 지금, 당신에게 직접 말을 거는 이 시도가 혹시 거북하게 느껴지는가? (p.8)」 라는 몇 가지의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질문 내용만큼 시작부터 쉽지 않다. 이 책은 「1장. 지뢰밭 사회와 사회적 가면, 2장. 평판을 좋게 혹은 나쁘게 만드는 요인, 3장. 서로에 대해 사회적, 도덕적 평가를 내리는 과정, 4장. 평가에서 벗어난 괴짜들, 5장. 우리의 삶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가」 와 같이 크게 5가지 소주제로 분류하여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기술의 발달(특히 온라인)로 인해 세상 곳곳에 사회적 고통을 유발하는 요소인 '평가'가 주는 사회적 의미를 책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특히 이러한 요소가 가득한 상황을 '지뢰밭'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짜의 나를 보여주는 SNS와 평판을 올리기 위한 가짜의 나를 보여주는 SNS 처럼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활동영역이 오프라인에 한정되었을 떄 보다 온라인까지 확장된 현 상황에서 평판에 휘둘려 우리의 행동에 보이지 않는 제약이 생기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저자는 '수치심과 죄책감', '스피트핑커'의 간접화법을 그 예로 들고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면서도 일정 부분은 개인적으로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이 4장 이었다. 상식을 파괴하는 예술가들을 대표 사례로 언급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들을 '도피 예술가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개인적으로 '도피'라고 표현한 저자의 용어 선택에는 공감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들을 '자유를 향한 예술적 충동은 타인의 평가를 포기하는 것으로 규정되기도 한다.(p.219)'고 언급하는데, 너무 극단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 아닌가 싶다. '자유를 향한 예술가의 창작의 표현 = 평가의 포기'인걸까? 그럼 '창작은 평가를 받기 위해 하는 것인가?'라고 되묻고 싶다. 그런데, 같은 장에서(4장) 저자는 미쳐 깨닫지 못한 부분은 언급하며 뼈를 때린다. '같은 맥락에서 별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의 좋은 평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은 절망적이다.(p.222)' 즉, 처음부터 내 편인 사람이 하는 좋은 평가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여 소홀히 하며, 나쁜 평가에 더 중요성을 주고 반응하게 되는데, 나쁜 평가가 듣기에는 거북스러울지 모르나 좀 더 진실한 정보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하고 보니 정말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마지막 장에서도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사례는 장례식장에서의 추도사이다.(우리나라가 아닌 서양권의 장례식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흔히 장례식을 찾은 사람들의 숫자를 보고서도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 말은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추도사에서 평가되어지는 사자(死者)의 평가는 좋은 쪽으로만 거르고 걸러진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서 많이 혼란 스럽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래왔고, 현재에도, 미래에도 내가 알고 모르는 사이에 계속해서 평가되고 평가할 것이다. 그건 우리가 의식한다고 끊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미에 평가하는 법을 알게 된다면, 그것을 의식하는 것을 언제 중단했는지도 깨닫게 될 것(p.293)이라고 말하지만, '평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존재한다면 그것이 과연 옳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꼭 필요하다. 지뢰밭 사회에서 진실은 결코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 진실하다고 보여지는 모습이 오랜 기간에 걸쳐 관객들에게 피력된다면 좋든 나쁘든 그것이 당신의 평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p.87) |
저자의 첫 질문에 답을 해 보자면 나는 제목에 끌렸던 쪽이다. '평가'라는 두 글자의 무게는 평가 받는 입장이냐, 하는 입장에 따라 받아 들여지는 의미 또한 달라져서 결코 가볍지 않기 떄문이다. 그래서 다 읽고 난 지금 역시 표지 그림은 평가 순위를 의미하는 글자까지 명시되어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대게 심리학과 관련된 도서에서 인용되는 것들은 여러 책 속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가져와 인용하거나 실제 실험을 통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번 저자는 책 뿐 아니라 이미 방영되거나 상영된 방송이나 영화 속 스토리를 상당히 많이 인용하고 있다. 기존의 심리학 도서와 굳이 차별화를 찾아보자면 이 정도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여러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 속에서 모순된 점이 종 종 등장하다 보니 어떠한 상황에 대한 결과를 하나로 단정하지 않는다. 누군가에 의해 평가가 된다는 것은 그 상황에 대해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 많이 애를 먹었다. 그래서 그 상황을 책 속에서 꺼내어 '내가 그 입장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라고 매 번 생각하며 읽다보니 책 내용이 더 어려워 져 버렸다. 책 속 사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같은 내용을 수차례 반복해서 읽다 보니 진도가 영 안 나갔지만, 그 과정에서 한 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반면 어떤 사례의 경우는 어떻게 봐도 하나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심리학 보다는 철학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결코 쉽지 않았던 책이다. 그럼에도 좋았던 점은 과거 오프라인에 한정되었던 영역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영역으로 '평가'를 주고받는 영역이 확장된 시점에서 '평가'라는 부분을 사회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접근했다는 점이다. 내 지식의 부족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주장을 제대로 이해 하려면 몇 번은 더 읽어봐야 될 것 같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이 있다.
"무의식이 내 이성을 앞서더라도 평판을 위해 '가짜의 나'는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자"
*** 본 게시글은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평가는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수 도 있지만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다보면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수 있는것 같다.
평가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책은 시작하고 있다.
다섯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가면을 쓴 사람들
평간의 기준
신뢰할 수 없는 평가단
평가에서 자유로워지기
우리 삶이 평가받는 법
당신은 지금 날 평가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하면서 욱하는 감정이 든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타인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건 썩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역시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있을때가 있다.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누군가 나를 뜯어보면서 부족하다고 결론짓는 게 불편한 것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평가에서는 비판의 무게가 칭찬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만큼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남들의 평가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전혀 평가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잘 살기 위해서는 때에 따라서 비판도 필요하다.
평가받지 않는 삶은 네트 없이 차는 테니스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타인의 평가가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성장을 위한 건설적인 비판이라면 수용하는 자세가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 같다.
평가는 일상생활에 늘 일어나는 행위인데 저자는 평가라는 행위에 대해 철학과 심리학, 사회학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통해 평가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나 모든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평가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서 그동안 오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평가의 기술을 통해 평가안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수 있을것 같다.
당신을 완벽하게 보여줄수 있다고 생각하자 말아요.
세상 만물에는 틈이 존재해요.
그래야 빛이 새어 들어올 수 있죠
레너드 코헨 <송가> 후렴구
누군가 나를 관찰해주고 인정해주기를 원하지만 대개 겉으로 보이는 건 전체의 일부, 그것도 왜곡된 모습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진실은 내면에 있다고 하면서 저절로 드러나기만 기다리는 것도 잘못된 태도다. 지금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진정한 자아라는 일관된 현실이 내재되어 있다거나 세상에 내보이고 있는 모습은 가짜라고 생각하는 것도 실수다.
우리는 서로를 평가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평가에 언제나 신경을 쓰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평가를 우리의 의도대로 조종할 수도 없다. 평가는 언제나 본질을 빗겨가기 마련이지만, 원래부터 본질이 무엇인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자동적으로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조너선 하이츠와 어빙 고프먼의 이론을 출발점으로 필립 로스나 세익스피어 같은 각종 문학작품의 예를 들어가며 자신이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수치심과 스스로 설정한 도덕감의 선을 넘어선 죄책감의 차이, 자신의 지지자들이 내린 좋은 평가보단 자신을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내린 좋은 평가를 갈망하는 모순 등을 상세하게 집어나가는 책이다.
현암사 출판사에서 출간한 지야드 마라 저, 이정민 역의 평가받으며 사는 것의 의미 를 구매하여 읽은 후 작성하는 후기입니다.
번역도 깔끔, 내용도 흥미 + 깔끔해서 하루에 조금조금씩 읽다보니 벌써 완독했네요.
제가 이런 서적을 읽는 이유는.. 나만 이런게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큰데요
그런 목적이어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뜻하지 않은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주제의 책들이 거의 '쏟아져 나온다' 싶을 정도로 많았던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흐름이 약간 줄어든 듯 합니다. 또 전문가적인 수준이 아니라 거의 현명한 친구가 해주는 이야기 수준인 책들이 많아서 아쉬웠는데, 이 책은 그래도 괜찮은 편인 것 같아요. 균형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돕고요, 여러모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