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되어간다. 농한기라 그나마 할 일도 거의 없기에 시간가는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지만 문득 오늘이 며칠인가를 따져보다가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말 그대로 시간이 화살처럼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Y2K 문제로 시끌벅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0년대의 세 번째 10년이 시작되었다니 슬퍼해야할지 기뻐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시간이 그렇게 흘렀음에도 우리 사회는 특별하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기술의 발달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우리의 일상을 규정하는 사회여건이나 그로 인한 삶의 풍경은 그다지 변화가 없다는 느낌이다. 아니 달라진 것이 있다. 나날이 늘어만 가고 심해지는 갈등과 혐오와 불평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임계점에 도달했고 어떤 형태로든 분출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때 출판사 메디치미디어는 제1회 <메디치 포럼>을 작년 12월에 열었다고 한다. ‘과학기술로부터 발생한 변화가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에서 힘의 역전 또는 관계의 역전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을 화두로 삼아, 2020년대를 맞이하여 우리가 걸어가는 길을 한번 살펴보았다고 한다. 한국사회는 항상 역동적인 사회였지만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무언가 들끓는 느낌이라며, 우리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제를 놓고 대화와 토론을 복원해 공론장을 만들어 시대의 질문을 살펴보았다는 것이다. 이 책 [힘의 역전]은 <메디치 포럼>에서 다룬 주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발표한 내용과 발표 전에 인터뷰한 내용을 더해 엮은 책이다. 주제는 기술변화 덕분에 빨라지는 사회변화를 보면서 힘의 역전이 일어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여 토론, 정치, 경제, 여성, 피해자, 균형발전, 사법개혁, 리더십 등 8가지로 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미디어 소통 비서관이 인터뷰어가 되어 각 부문의 전문가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책의 제목이 [힘의 역전]이다. 우리사회에서 힘이나 관계의 역전이 일어나고 있거나 그 징후가 보이는 것을 살펴보고자 했다지만, 단순히 그 관점으로만 본다면 선택한 주제들이 다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각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내용은 흥미로웠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경제였다. 요즘 하도 경제가 어렵다고 말들 하지만 지금까지 좋았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는지라 많은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의 반복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의 진단은 우리가 지금의 우리경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함을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는 먼저 지금의 세상은 ‘돈 쓸 사람은 줄어드는데 공급은 더 빠르게 늘어나는’ 세상이라고 진단한다. 공급과잉과 더불어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세계화 효과로 모든 사회가 양극화 되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들이 동시에 벌어지면서 사회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람들은 이기주의에 빠져 생존에만 몰두하게 된다고 한다. 바로 수축사회로 들어가는 초엽의 증상이며 팽창사회에서 만들어졌던 기득권이 해체되면서 증폭되는 갈등이 ‘힘의 역전’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그는 보고 있다.
지금의 세계는 수축사회가 되면서 모두가 살기 어려워지자 서로 장벽을 만들어 신자유주의에서 고립주의, 보호주의로 이행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에서 국가중심 자본주의로의 이데올로기가 역전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국가 간의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우리경제에서 시한폭탄처럼 인식되는 내수자영업의 침체는 최저임금인상이나 주52시간 근로제가 원인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것들이 조그마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온라인으로의 거대한 전환 때문이라고 한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변화가 수축사회와 맛 물리면서 변동의 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헌데 앞으로 온라인화는 갈수록 확산될 것이고 따라서 자영업의 침체 역시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한데 이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우리는 팽창사회에서 살았습니다. 지금은 팽창사회가 수축사회로 바뀌는 역사적 전환기라고 믿어요. 세상의 큰 흐름이 전환되면서 경제나 산업 등 모든 분야 역시 이 거대한 전환의 물줄기 속에서 재탄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큰 그림으로 세상을 보면 또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거대한 전환을 인정한 후 계획을 짜고 제대로 대응한다면 우리나라도 재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124쪽)라는 그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포럼의 첫 번째 발표자였던 최재천 교수는 우리사회에는 토론이 없다고 말한다. 토론이란 ‘싸워서 상대를 제압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나와 상대의 생각이 서로 다른지 고민하고, 자기 생각을 다듬는 자리’(26쪽)라며, 토론회에서 예리한 질문으로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거나 혹은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은 결코 토론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래 걸려도 모두 함께 대화하고 숙의를 거쳐 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우리의 미래를 낙관한다. 보수언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만간 망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토론하고, 책을 같이 읽고 얘기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서 희망의 징후를 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밖에도 관심이 가는 주제로는 올해 선거에서 한두 번의 출렁거림이 아니라 심대하고 구조적이며 오래가는 변화인 리얼라인먼트가 일어나 한국정치체제의 재편성이 될지를 살펴본 천관율 기자의 정치부분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통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균형발전론을 이야기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지역발전 부분이었다.
‘힘의 역전’이란 혐오와 분노와 갈등을 이겨내고 미래를 우리가 꿈꾸는 대로 바꾸는 전환점을 말한다. 분명 세상은 변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변화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힘의 역전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아니 그 징후가 보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홍성국 대표의 말 마냥 전환을 인정하고서 큰 그림으로 세상을 본다면 우리도 반드시 힘의 역전을 이루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팀장이라는 분께서 최재천, 홍성국, 천관율, 이수정, 류영재, 김경수, 이나리, 신수정(존칭 및 직책 생략)을만나 각자의 분야에서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고 바라는 이야기를 담았다. 메디치포럼에서의 강연 및 각자 두번 혹은 세번 정도의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내용. 이나리님을 제외하고는 대략 어떤 분들인지 알고 있었는데 이분 또한 생소하지만 색다른 시도를 하고 계신 분이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여성 직장인 유료 멤버십이라니.
발표자의 다른 책이나 글을 통해 일부 접한 부분도 있었지만 최재천님의 숙의에 대한 이야기, 홍성국님의 기출간 책 제목이기도 한 수축사회를 비롯해서 제한적 함정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이수정님, 아직도 시끌시끌한 사법부 문제를 다룬 류영재님의 글(이 분이 여자인줄 이번에 알았다. 이런건 젠더감수성 문제 아니겠지.) 모두 유익하게 볼 수 있었고 최근 구입한 책 표지에 추천하신 분으로 언급된 신수정님의 글은 처음 접한 듯 한데 성장형 마인드셋 및 정렬성과 자율성 관련 조직형태 매트릭스 등 조직문화 관점에서 시사점을 담고 있었던 책이었다.
2권도 출간되어 있어서 이어서 읽어볼 예정.
최근 한국사회의 현상들을 보면 어떠한 부분은 여전히 더디고 어떠한 부분은 굉장히 많은 논의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출판사의 진단에 꽤나 공감하는 편이다. 한국 정치, 경제, 사회의 판도를 흔드는 주제들을 몇개 선정하여 이러한 주제와 관련된 변화와 속도 방향성을 진단한다는 취지로 포럼을 열었고 9명의 각계 전문가가 강연/대담한 내용을 실은 이 책을 읽으며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천관율 기자님의 선거 관련된 대담이 흥미로웠다. 총선 이전에 이루어진 대담을 총선 결과를 알고 나서 읽는데 기자님의 몇몇 예측과 생각들이 맞아떨어진 부분들도 있어서 감탄하는 부분도 있었다. 16년 촛불정국 이후 새누리당 계열의 보수 지지층이 구조적으로 흔들렸으며 이 계열의 한계성을 예측한 대목에서 기자님의 예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의 '여성 돌이킬수 없는 변화' 부분과 이수정 범죄심리학자님의 '피해자 우선주의로 바꿔라' 파트 역시 매우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대담총서를 잊지 않고 꾸준히 읽는 것이 지금 현재 사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놓지 않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힘의 역전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무슨 책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지요.
이 책은 대한민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책이랍니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각 분야 전문가 8명을 모아
메디치 포럼을 열은건데요.
2019년 12월 12일에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모였었다고 합니다.
정혜승님이 메디치포험 <힘의 역전>을 기획하였고, 8명의 전문가를 만나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메디치포럼의 프로그래머와 인터뷰어랍니다.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기획이라 우리 사회와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기르고 싶은 독자라면 주저없이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봐요.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천관율 시사인 시자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신수정 KT부사장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피곤하죠. 요즘 같은 시기엔 더더욱
그런데요. 뉴스가 많고, 날마다 위기같고, 충격적인 일이 참 많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 아이들의 살아갈 대한민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등등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현재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넓게 보면 세계도 변화는 계속이겠지요.
변화의 방향과 속도 정도는 짐작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변화도 빨라지는 만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
우리가 사는 각계 각층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까 싶어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우리에게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길 바라는 마음에
각 분야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좋겠지요.
시대의 풍경이 바뀌고 있고 불안정한 사회만 탓할 게 아니라 변화의
단서들을 찾아보면서 앞을 내다보면서 한 개인의 삶의 방향에서부터
공동체적인 미래 구상까지 참 선택해야 할 일들은 참 많겠죠.
경제 구조가 예상치 못한 구조로 바뀌는 전환이라고 봐야 한다는 점.
책의 제목에서 주는 힘의 역전만큼 강렬한 내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죠.
여상의 위상과 역할에서 역전은 아직 멀었지만 변화는 시작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쯤은 사회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기는 하지요. 그 정도 조짐이 보인
것이라면 그래도 여성들의 힘의 역전은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최재천 교수님이 토론과 대화가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죠.
토론을 제대로 배워 본적이 없다는 것. 결론을 내는 것은 논쟁이라는 것.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나와 상대의 생각이 서로 다른지, 고민하고
자기 생각을 다듬는 그런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정말 교육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자신이 하는 일의 분야에서 있었던 일들과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그런 과정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 속에서 핵심을
파악하면서 다양한 정보들을 얻게도 되네요.
포럼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사례, 더 깊은 문제 의식까지 담아 내기 위해
책으로까지 출간되었으니,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너 나아가 세상을 보는 안목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답니다.
과거를 짊어지고 현재의 고통 속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과정까지
국민들은 기대와 희망을 담은 메세지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한국 사회를 둘러싼 현실과 변화를 감지하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변화와 움직임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었답니다.
뉴스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건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게 되고, 현실에서도 계급사회가 존재하는 것,
특권이나 특혜같은 논란, 개인적인 이기심이 일으킨 물의, 갑질 등등
솔직히 걱정거리를 더 안게 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단체가 힘을 모아 움직여야
더 빠르게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역전의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책 안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쉽게 말하기 힘든 분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해주시는 얘기들을
들어보면서 긍정적 변화에 대한 부분을 찾아서 그래도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접근해보려고 했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춰서 우리가 사회를 평가하면서
힘의 역전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 한 국민으로서도 생각해보면서
배우는 마음으로 본다면 사회를 보는 냉정한 시선과 통찰력도
기르면서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무엇을 대비할지도 생각해보게끔
자극을 받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