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페미니스트이자 비혼주이이자 양성애자인 작가가 동거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쓴 책이다.
동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아니며, 동거 그 자체가 완성형이라는 점.
이제 우리사회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
등을 자신의 동거 에피소드를 통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의견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재미있게 읽혔다.
만약 내가 결혼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비혼주의자가 되었을까? 동거를 했을까? 결혼을 했을까?
등등의...... 지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씩 해본다.
사랑의 결말을 한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제도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기혼도 미혼도 아닌 그 너머의 이야기, 즉 동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요즘은 전과 다르게 동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 동거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라는 제도권 바깥의 삶에는 굉장히 안좋은 시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여러 애인들과의 동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신혼이라고 둘러댄 이야기, 애인과 헤어지면서 책을 다시 분류할 때, 등등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나 또한 아직은 동거에 대해서 크게 어떤 포지션을 취할 생각은 없다. 부정, 긍정도 아닌 밍숭맹숭한 누룽지같은 입장이랄까... 하지만 결혼 전에 몇달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삶의 방식이 다른 것에 놀란다고들 많이 말한다. 그런 점에서 결혼 전 동거는 서로가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알아가는 과정으로서 참 좋은 것 같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리다고 규정할 수 없다. 동거 또한 그 중의 하나이다.
다만 내가 생각했을 때 누군가 어느 것을 하고 있다고 할 때,
예를 들어 동거를 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그 사람을 맞고 틀리다고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외국은 동거의 개념이 관대하고 사실혼으로 인정해주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대체 언제 그렇게 될까?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장만춘 지음
동거는 결혼을 위한 계단도 대안도 아닌 그 자체로 완성된 상태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동거를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이 있는 것도 아니며,
동거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동거를 일탈도 아니며 완벽한 연인을 찾기 위한 실험도 아니고
그 자체로 완성된 상태라고 한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 사람의 가족까지 책임지지 않는 것,
개인의 행복을 위해 동거를 선택한 것이다.
결혼을 선택한 사람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했을 것이다.
동거 또한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다.
동거는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
연인의 주변에 신경쓰는 것 보다 한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단지 그와 함께 있고 싶은 것이지,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에 들어갈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동거만 하며 살겠다는 저자도 20대 때에는 결혼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틀에 박힌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이 책은 동거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에게
'이런 삶도 있구나'라고 생각을 넓혀주기도 한다.
그리고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애인의 집에서 어릴 적 사진을 보며
그의 어머니와 웃고 싶기도 했지만,
언젠가 결혼할거라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나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러지 않았다.
언젠가 동거를 선택한 사람에게 왜 결혼을 안하고
동거만 하느냐는 질문을 안 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동거하는 애인의 고향에서 어머니와 웃고 떠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혼이든 동거든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네 통장과 내 통장이 따로일 때 서로 주고 받는 선물이
좋다는 것, 등
4번의 동거를 한 저자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집필의 의도를 이야기한다.
‘이 글이 결혼생활에 대한 비난이나 제도 안에 들어간 사람에 대한 반발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 제도 안에서 안정적 가정을 꾸리는 이들을 응원한다. 그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는것처럼 퀴어 커플을 비롯한 동거인들도 생활동반자법을 통해 인정받아야 하고, 동거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선택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에서부터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까지'
내가 가장 공감하는 첵터는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 미칠 것 같아’이다.
25년이상 한 남자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결혼 직후부터 혼자 있고 싶어 미칠때가 많았다. 엄마아빠에게 벗어나고 싶어 선택한 결혼이 또 다른 감옥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나는 그런 선택을 했다. 남편을 너무너무 사랑한 건 아니였다. 엄마아빠보다 남편이 훨씬 나를 자유롭게 해줄수 있다고 믿었으니까...하지만 결혼은 함께사는 것이다. 애초부터 독립적이고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인 나는 결혼하지 말았어야했다. 불쌍한 우리남편이 나를 만나 수십년 고생이다.
하...그렇다고 이혼하기는 싫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고, 경제 공동체로 묶여 있기에 지금 이혼하면 정리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 귀찮고 힘들다. 그냥 이 상태에서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뿐이다. 은퇴 후에 집에 있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니 요즘은 더욱더 간절하다. 이 남자 어디도 안 가나??? 나는 나 혼자 잘 나가 돌아다닐 수 있는데 이 남자 눈치가 보여 실천이 안 된다. 참 불편한 족쇄다. 경제형편이 나아지면 집을 두 채로 나누어 떨어져 살면 좋겠다.
가끔 엄마에게 호텔숙박권을 선물한다는 작가의 마음이 갸륵했다. 가끔 혼자 있을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하고 다른이에게도 배려하는 마음이 역시나 동거예찬론자로 적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론이다. 동거의 다음 스텝은 결혼이 아니다. 비혼주의자인 내 딸이 동거를 하겠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딸이 바로 나인데. 동거하겠다는 그 의도와 마음을 알기에..‘그래 하고 싶은대로 해. 하고 싶은 거 하면 반은 성공한거야. 그 다음일은 그 다음에 생각해 보자’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내가 지금 그러고 싶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