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만물이 솟아난다. 겨우내 잠자던 생명들이 꿈틀꿈틀 봄의 기운을 받아 일어난다. 생명의 기운을 받아 다시 봄은 더해가고 더해진 봄은 또 생명들에게 기운을 보탠다. 이곳에 가도 봄이 솟구치고 저곳에 가도 봄이 솟구친다. 그러니 봄에는 몸이 근질거린다. 봄기운을 쐰 생명들은 몸도 마음도 솟구쳐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도시락을 싸 들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아 하아 봄을 들이마시며 즐긴다.
햇빛 반짝 빛나는 날이다. 나무 대부분은 새싹을 달고 있다. 나뭇잎보다 꽃을 먼저 다는 벚꽃은 분홍 꽃을 활짝 피웠다. 참새 한 마리 오도카니 앉아 있는 밑으로 나비가 소풍을 나온다. 바구니에 먹을 것을 들고 자리 잡은 곳은 꽃이 활짝 핀 벚나무 아래다. 마침 긴 나무의자도 있고 비어 있어 안성맞춤이다. 나비는 주섬주섬 바구니에서 먹을거리를 꺼낸다. 참치김밥에 따뜻한 보리차. 소박하지만 소풍에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나비는 콧노래를 흥얼흥얼 기분이 좋다.
바람 살랑 부는 날이다. 아지도 산책을 나온다. 아지보다 앞서 참새 한 마리가 벚나무 쪽으로 날아간다. 참새 한 마리 오도카니 앉아 있는 벚나무다. 아지는 안경을 끼고 책을 한 권 들었다. 책을 좋아하고 벚나무 밑 나무의자를 자주 찾나 보다. 나비가 있는 것을 보고 ‘오늘은 누가 있네?’ 생각한다. 아지가 나타나자 나비가 바구니를 나무의자 밑으로 치워 자리를 비워준다. 아지는 자리에 앉아마자 책을 펼치고 나비는 보온병 뚜껑에 보리차를 따라 마시며 아지를 훔쳐본다.
활짝 펼친 화면 위쪽으로는 온통 분홍 벚꽃이다. 벚꽃 속에 참새 두 마리가 있고 나무 아래에는 나비가 김밥을 먹고 아지가 책을 읽는다. 그때 꽃잎이 팔랑팔랑 떨어지고 꽃잎 하나가 나비 콧잔등에 내려앉는다. 옴찔옴찔, 킁킁! 나비는 아랫입술을 내밀고 후우 바람 불어 꽃잎을 날려 보낸다. 그런데 그만 꽃잎이 살랑살랑 날아가 아지의 콧잔등에 내려앉는다. 아지도 옴찔옴찔, 킁킁! 후우우 꽃잎을 날려 보낸다. 꽃잎이 살포시 내려앉은 곳은 나비의 도시락이다. 민망한 상황이 되었다.
햇빛 반짝 빛나고
바람 살랑 부는 날
"김밥 드실래요?”
“아이쿠, 고맙습니다!”
나비가 먼저 용기를 낸다. 당황해하고 있을 아지에게 김밥을 먹을 같이 먹지 않겠느냐 손을 내민다. 아지에게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말인가. 아지는 진정으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인사한다. 비로소 인연의 길이 환히 트이는 순간이다. 벚꽃 속에 있던 참새 두 마리는 어느새 가깝게 날고 있다. 나비와 아지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때 꽃잎 하늘하늘 날아다니고 참새 두 마리가 함께 날아간다. 팔랑팔랑 살랑살랑 봄이다. 나비와 아지가 떠난 나무의자에 참새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고 꽃잎이 축복처럼 난다.
팔랑 팔랑. 강아지와 고양이가 봄을 즐깁니다. 이야기보다는 봄냄새가 물씬 나는 그림이 너무나 귀엽네요. 꽃잎 하나로 서로가 정을 나누는 고양이와 강아지.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은 그림이 중요하잖아요. 이 책은 보면 정말 봄 풍경을 보는 것만 같아요. 팔랑팔랑 꽃잎이 맺어준 인연을 강아지와 고양이가 소중히 이어나가기를 바랍니다. 팔랑팔랑. 천유주 글그림. 이야기꽃
천유주 작가님은 식물을 정말 아름답게 그리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 마음' 에서도 '팔랑팔랑'에서도 잎사귀하나하나 정성껏 그려놓은 것이,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봄도 아닌데 살랑 살랑 두근 두근 봄바람 나게 만드는 책이에요.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0
《팔랑팔랑》
천유주
이야기꽃
2015.3.9.
어느덧 돌림앓이가 확확 퍼지는 별이 됩니다. 처음에는 조그맣던 부스러기가 차츰 커지면서 뭇사람이 앓는데요, 이런 돌림앓이가 퍼지는 까닭은 쉽게 찾아낼 만해요. 좁은 곳에 지나치게 많구나 싶은 사람들이 몰린데다가 풀도 나무도 없고, 흙도 숲도 밀어내면서 시멘트랑 아스팔트로 닦아세우고, 자동차가 끔찍하다 싶도록 넘치며, 화학약품에 젖은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면서, 서로서로 이웃이 되기보다는 밥그릇을 챙기는 길에 서기 때문인걸요. 우리는 어느 하나라도 가볍게 여기면 그만 앓으면서 주검길로 가요. 잘 봐요. 주한미군이 머물던 자리는 아주 망가져서 깨끗이 씻자면 한참 걸린다지요. 군부대가 있던 곳은 하나같이 더러워요. 핵발전소가 있던 자리는 앞으로 어떻게 치워야 할까요? 《팔랑팔랑》은 모든 앙금도 바쁜 일도 내려놓고 나면 우리가 어떤 몸짓이며 마음이 되는가를 들려줍니다. 나비가 날듯, 꽃잎이 바람을 타듯, 우리 숨결도 팔랑팔랑할 적에 부드러우면서 아름답겠지요. 팔랑거리는 눈빛이며 손짓일 적에는 저절로 춤사위가 되겠지요. 서울이 나쁠 수 없습니다. ‘작은 서울’이면서 ‘숲 서울’로 가면 아름답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