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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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글그림 | 이야기꽃 | 2020년 4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2 (5건)
분야
어린이 유아 > 어린이 그림책/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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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F(DRM) 15.68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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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보듬] ‘섬’이 아닌, ‘문’으로... [문] :: 이지현 평점8점 | t********7 | 2017.09.07 리뷰제목
2015년 <수영장>이라는 작품으로 미국일러스트레이터협회 금상을 수상한 이지현의 작품, <문>을 봅니다.  낡은 자물쇠로 채워진 문은 거미줄까지 쳐져 있어 스산해 보입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문은 사람들에게 잊혔거나 발견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닫힌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풍경이 그려질지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문의 뒤편이 궁금하지만 선뜻
리뷰제목

 

 

 

 

2015 수영장이라는 작품으로 미국일러스트레이터협회 금상을 수상한 이지현의 작품, 을 봅니다.

 

낡은 자물쇠로 채워진 문은 거미줄까지 쳐져 있어 스산해 보입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문은 사람들에게 잊혔거나 발견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닫힌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풍경이 그려질지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문의 뒤편이 궁금하지만 선뜻 열기에도 두렵습니다

 

그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빨간 벌레 한 마리가 그 문을 지나쳐 날아갑니다. 문은 닫혀 있는데 어디서 날아온 건지 궁금해질 무렵, 빨간 벌레는 열쇠의 위치로 소년을 인도해옵니다. 마치 숙명처럼 소년은 그 열쇠를 바로 쥐어 듭니다. 쥔 채로 멈춰 서서 빨간 벌레를 눈으로 쫓아갑니다. 열 걸음정도 벌어졌을 때까지 소년은 멈춰 서있습니다. 간격을 좁히며 쉽사리 따라가지 못한 걸 보면 소년은 분명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가도 될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보여주려는 건지, 혼란스럽지만 곧 용기를 냅니다

  

 

 

 

 

 

 

그런데 광각의 프레임으로 바뀌면서 주변 사람들의 심상치 않은 표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성이는 사람들, 얼굴에는 경계와 의심, 불안감, 분노와 호전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집니다. 마치 얇은 껍질로 몸을 둘러싼 채 단 한 발자국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연함까지 보이는 표정입니다. 무미건조하고 고독하게 떠 있는 같습니다. 그에 비해 소년의 표정은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는 다를뿐더러 빨간 벌레는 색까지 있습니다. 작가는 분명 이 둘 사이의 극명한 비교로 뭔가를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이지현의 전 작품, <수영장에도 형태와 색, 구성, 표정등을 통해 대조적인 묘사를 했습니다. 텍스트가 빠진 여백을 비교 구도를 채워 넣어 메시지를 보다 선명하고 쉽게 알려주려는 의도입니다. 작가의 그림책은 그런 틀린그림찾기를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소년은 드디어 문을 열었습니다. 소년이 있던 흑백의 세계에서 문틈으로 보이는 문 뒤편은 색이 회복된 원색의 세계였습니다. 두고 온 세계를 돌아보며 걷던 소년은 ‘Gary Koooo’라고 쓰인 첼로 하드케이스를 든 종족과 부딪힙니다. 그런데 생김새도, 말도 모두 이질적입니다. 소년은 당혹스러웠고 두려웠습니다. 그에 비해 부딪혔던 종족은 비교적 평정심을 유지한 채 오히려 소년을 걱정해 줍니다. 정확히 읽을 수는 없지만, “얘야! 너 정말 괜찮니, 안 다쳤어?”정도로 읽힙니다. 소년은 허둥지둥 자리를 피합니다.

 

경계심과 두려움에 휩싸인 소년은 나무 뒤로 숨어 다닙니다. 아직은 이 세계를 신뢰하고 수용할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소년에게 문 뒤의 세계란 직면하기에는 낯설었고, 받아드리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무너진 건 좋은 친구를 만난 후 부터입니다. 소년은 배가 고팠습니다. 새 친구는 소년의 곤란함을 먼저 읽고 가족들에게 인사를 시켜주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줍니다. 신나는 놀이를 즐기던 소년도 어느덧 자기만의 원색을 찾아갑니다. 이제 이질적인 모습이나 언어 따위는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다름을 다름대로 받아들이면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교가 세워진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친 이의 안녕을 걱정해주고, 허기짐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놀이를 즐기는데 외형과 언어는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걸 기준으로 가치판단을 하는 흑백구분이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중요한 건,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이었습니다. 적어도 소년이 몸 담았던 세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소년 역시 그 세계에서는 흑과 백의 선택을 강요받는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친구의 종족을 신뢰하고 공감하며 함께 어울리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 친구를 따라 구경하는 마을의 모습은 더욱 그랬습니다. 각양각색으로 지어진 문들과 다종다양한 이들의 행복한 모습입니다. 각 문들의 모습도 다양합니다. 기구가 오르고, 눈이 떨어지고, 작물이 심겨있고, 달이 떠 있습니다. 시냇물이 흐르며 책이 가득 차 있기도 합니다. 결혼을 앞둔 신부의 문은 예쁜 창살무늬가 장식되어 있고 그 안에는 정원이 가꿔져 있습니다. 신랑의 문은 파란 하늘과 구름이 보입니다.

은 다른 세계와의 경계이면서 통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다양한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기도 합니다. 다양할 뿐더러 활짝 열려있어서 서로간의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모습입니다

 

많은 하객이 모인 후, 결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신랑, 신부의 모습이 이곳에서는 당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훨씬 크게 생긴 신부가 작고 귀엽게 생긴 신랑을 안아 올리는 진풍경까지 벌어집니다. 생각해보니, 결혼이란 같이 닫혀있던 이 활짝 열리고 배우자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최고의 잔치 같습니다.

 

이제 소년의 세계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소년은 전과 분명 다르게 살 것 같습니다. 문을 나오면서 열쇠를 문에 꽂아둡니다.

문 너머의 세계를 좀 더 많은 사람이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도 많은 들이 모노플의 세계에 정박하지 말고, '문'을 열고 대항해로 나가기를 희망해봅니다.  [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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