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은 일하느라 지쳐서 퇴근 후 쇼파에 누워있고,
주말은 나가기 귀찮아서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다 보면
나는 왜 이렇게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집에서 쉬는 것도 일종의 휴식이자 에너지 충전이지만
내가 집에서 푹 자고 늦게 일어나서 딱히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 친구를 만나서 신나게 노는 사람,
연인이나 가족과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산책 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SNS로 올라오고
그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들을 볼 때면 나만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 물론 마음먹으면 알람을 맞춰서 일찍 일어날 수 있고, 오전부터 독서나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친구를 만나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떨 수도 있고, 가까운 바다로 드라이브를 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마음먹으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혼자는 외롭지만 편하고, 외출을 하는 것보다 집순이로 뒹굴 거리는 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예쁜 노란색 표지의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는
저자 본인의,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간 일상의 시간들을 기록한
그림과 만화, 글이 나와있는 에세이 형식의 책이다.
저자 소개에 나와있는 "생각보다 예민하지만 다정한 사람입니다"라는 문장이 맘에 든다.
나는 워낙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친해지고 나면 착하고(?) 다정하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그런지 저 문장만 읽어도 얼추 저자의 성격이 어떤지 느낌이 왔다.
저자의 일상은 나와도 많이 닮아 있었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일상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간혹 있는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다들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며,
스트레스 받는 날에는 매운 음식을 먹고, 치느님을 만나기도 하고, 소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고,
한 번씩 밀려드는 외로움과 우울감에 쳐지고.
자신을 살펴보며 관찰하는 일기 느낌의 책이었지만 나와도 비슷해서 그런지 공감 가는 게 참 많았다.
이런 공감들로 인해 책을 읽다가 미소 짓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마음속은 행복에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책에서는 주인공의 표정이 내내 무표정으로 나오지만 볼수록 볼매이다.
나도 표정이 별로 없는 편인데 '표정=마음'이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왼손 드로잉 부록도 실려있는데, 내가 오른손으로 그린 그림보다 더 잘 그렸......ㅋㅋ
언제나 내일을 준비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잡으려고 애썼다.
돌아보니 그간 흘러가며 쌓인 것들이 나를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멈출 수 없다.
의미 없이 보낸 날들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이 쌓여서 미래의 내가 될 것이다.
세상에서 나 자신보다 소중한 건 없다.
지나간 나와 앞으로의 내가 만나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예쁜 꽃을 피우리라 믿는다.
이 책은 만화 형식의 그림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읽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결국 한 번 더 읽고만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공감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3208. 류형정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뜻밖
어떤 책들은 프롤로그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늘 소개할 류형정의 그림 에세이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의 프롤로그가 그러했다. 오히려 그림 에세이가 아니라 그냥 에세이이면 어땠을까 하는 나름의 호기심이 발동되기에 충분했다.
타고 있던 지하철이 한강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낮은 한강과 하늘 높은 구름 사이를 지나치며 햇빛이 내 얼굴을 쏘았다. 잠시 눈을 감았는데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이대로 잠깐 멈췄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차 싶은 거다. ‘이대로 지금을 보낼 수 없어.’하며 그 순간을 사진에 담는다. 시간이 지나 사진 폴더를 보면서 ‘이딴 걸 다 찍었담.’하며 지우지 못하는 사진을 한가득 끌어안고는 나라는 인간이 이렇지 푸념하듯 혼잣말을 내뱉는다. ...(생략) 나는 소소한 것의 유쾌함 속에서 살고도 싶고, 거대한 꿈이라는 목표에서도 살고 싶다. 그 거대한 꿈이 아직 뭔지 모르겠지만 꿈을 기대하며 즐겁게 잘 살고 싶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나만의 색깔을 즐겁게 만들어가면 좋겠다. - 프롤로그 중
저자 류정형이 2020년 봄날에 쓴 프롤로그다. 내가 에세이를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는 특유의 느끼함에 있다. 일기처럼 써 내려간 수많은 에세이들엔 알 수 없는 느끼함과 유난한 허세가 가득하다. 때문에 나는 굳이 에세이를 읽을 때면 가급적 고전을 들추는 편이다. 같은 이유에서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역시 조심스레 첫 장을 넘겼다. 이어지는 프롤로그는 최근 트렌드에 맞추어 찍어낸 여느 에세이와는 다르게 담백한 문장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 책은 저자 류정형의 작고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 그는 모든 실수나 실패를 개선하기에 앞서 우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면서 하나보다 둘일 때가 더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혼자라는 것을 우선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대의 조언을 들었을 때 공감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될 수 있으나, 상대의 조언을 들었을 때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잔소리에 불과하다. 저자의 에세이는 그림과 어우러진 짧은 몇 줄의 문장으로 한 챕터를 채우지만, 단순한 문장 속에 깃든 메시지를 통해 독자는 자연스레 위로받는다.
세상 모든 것들이 빨라지고 있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자동차도,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느려야 좋은 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진지하게 사랑을 나누거나, 목표하던 것들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취미에 매진하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살아가면서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느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의 한 마디에 절실히 공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속도에만 집중한다. 말로는 강산도 옮길 기세인데, 정작 무엇을 해도 꾸준히 오래 하는 사람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빨리 이뤄낸 것에 대해 자랑을 한다. 마치 느린 사람들은 바보가 된 것 같다. 류형정의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를 읽으며 나는 바보 같아도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느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잔잔한 에세이를 읽으며 마음이 편안하다. 책의 부제처럼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조용하게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싶다.
"언제나 부정적이고 삶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믿는다.
언젠가 나의 꽃이 피리라는 것을."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43p>
노오란 표지가 봄날의 개나리를 닮았다. 이번에 만나본 저자는 처음 접해봤는데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라는 제목을 본 순간
왠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작가일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꾸준히 일상의 느슨한 간격을 그리고 쓴다는 류형정 저자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귀여운 그림과 함께 덤덤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냈다.
간단한 그림이지만 그 속에는 삶을 살아가며 느낀 기쁨과 슬픔, 번뇌와 상처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었고, 무심코 써내려간 듯 해 보이는
문장 속에는 결코 가볍게 읽고 지나갈 수 없는 공감가는 문장이 많아 눈길을 자주 머물게 만들었다.
부정적인 삶 가운데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 꽃 피울 자신을 응원하며 느리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저자의 삶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또한 이 책은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자신을 돌아볼 틈도없이 하루하루를 바쁘게만 살아온 내 모습을
반성하게 만들었고, 남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나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소망도 생겼다.
일단 내버려두자 일단 하면 어떻게든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괜찮다며.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후회는 없을 거라고, 알 수 없는 인생이 인생의 묘미고 알 수 없기에 다가올 내일이 더 재미있을거라고 다독인다. (p.33)
출발선에서 탕- 하고 시작하는 것은 맞지만 누구나 같은 출발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의 속도가 다 같은 것도 아니다. 멈추든 뛰든 걷든 나만의 출발선 앞에서 늘 준비되어 있음을 되새겨야지. 나만의 속도로 계속 갈 수 있으면 좋겠다. (p.64)
낯선 사람을 소개받으면 순식간에 아래 위를 체크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남들의 그런 시선은 참 불편하지만 곧 나도 그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잘 꾸미든 꾸미지 않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싶지 않은데 잘 되지 않는다. 쉽게 불편함을 불평하지 말고 낯선 시선의 불편함을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p.146)
밥상 위 그릇에는 물을 담을 수도 술을 담을 수도 반찬을 담을 수도 있다. 그건 선택도 아니고 그날그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나의 작은 그릇에는 작지만 소중한 마음이 담겨 있다. (p.208)
나는 숨 쉬고 있는 지금을 기뻐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기진맥진해 누워만 있고 싶다. 웃기지 않는 시답지 않은 말장난을 좋아하고, 버리고 간 가구에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하며 감성 터지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공감되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나의 우선순위로 둔다. 그러다 보니 자잘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나는 소소한 것의 유쾌함 속에서 살고도 싶고, 거대한 꿈이라는 목표에서도 살고 싶다. 그 거대한 꿈이 아직 뭔지 모르겠지만 꿈을 기대하며 즐겁게 잘 살고 싶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나만의 색깔을 즐겁게 만들어가면 좋겠다.
아무것도 아닌 날처럼 흘려보낸 일상의 이야기들. 읽어보면 알테지만 작가가 그린 캐릭터는 표정이 없다. 그래서 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떤 기분일까, 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꾸만 궁금해져서 귀여워서 관심을 두고 쳐다보게 된다. 작고 다양한 것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다양한 색깔의 하루하루. 작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렇게 모아놓으니 뭔가 특별해 보인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술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장을 보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 좋을 것 같았지만 혼자 있어 편한 것과 동시에 심심함도 얻었다. 하지만 뭐 어때, 혼자여도 괜찮은 하루다. 저자는 말한다. 아무 의미 없이 그냥 흘러가는 것 같은 시간도, 모두 지나고 나면 의미가 있다고, 그런 날들이 모여 소중한 지금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언제나 부정적이고 삶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나는 믿는다. 언젠간 나의 꽃이 피리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틈에서 필 수 있으니 나를 많이 들여다봐야지.” 책의 제목처럼 오늘도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언제나 부정적이고
삶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믿는다.
언젠간 나의 꽃이 피리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틈에서 필 수 있으니
나를 많이 들여다봐야지.
p.43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예민한 사람입니다만…」의 저자 류현정의 새로운 책 <나만의 새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를 만나보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적어온 삶의 흔적을 그림과 함께 담은 '만화 에세이'이다. 이야기에서 중심이 되는 내용만을 간결하게 그려 깨끗한 느낌의 만화를 보여주고 있다. 만화의 주된 스토리는 저자의 '외로움', 30대 작가의 '꿈'이다. 그리고 우리들 '삶'이다. 저자가 살아온 날들을 바탕으로 우리들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이룬 것은 적지만 미래가 있어 푸른 청춘의 일상을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어 편안하다.
꿈꾸며 나는 닥쳐올 것들을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을 넓히고 있다.(p.133)
바다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바라본다(p.117)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취업, 퇴사, 그리고 인간관계 등에서 느끼고 바랐던 '마음'을 담은 51편의 그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따뜻하다. 때로는 눈물짓게 하고 때로는 미소 짓게 하는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계속 이어진다.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들려주면서 우리들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보여준다. 잠시나마 자신의 마음을 바라본 일이 있는가?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길 바란다.
이 책이 가진 매력들 중에 가장 독특하고 특별한 매력은 「부록」에 있다. 권말에 있는 「부록」은 저자가 불편한 오른손을 대신해서 왼손으로 그리고 쓴 18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왼손으로 그린 작가의 그림은 나의 오른손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아마도 삶을 대하는 작가의 진실한 '마음'이 담긴 그림인 까닭에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심플한 일상이 지루해서 무력감에 빠진 당신에게 삶의 의미를 보여줄 것이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 적 없는 당신에게 자신만의 삶의 색깔과 향기를 찾게 해 줄 책<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를 만나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