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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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리뷰 총점 8.4 (1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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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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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 에세이 평점10점 | s*****a | 2020.03.05 리뷰제목
이번에 읽은 책은 주제 사라마구의 에세이『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눈먼 자들의 도시』의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다. 100쇄 기념 에디션도 읽고 다른 소설들도 읽어봤지만 그의 에세이는 처음이다. 그에게는 이야기를 묵묵하게 풀어내는 힘이 있다.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여서 호기심이 생겼다. 주제 사라마구가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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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주제 사라마구의 에세이『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눈먼 자들의 도시』의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다. 100쇄 기념 에디션도 읽고 다른 소설들도 읽어봤지만 그의 에세이는 처음이다. 그에게는 이야기를 묵묵하게 풀어내는 힘이 있다.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여서 호기심이 생겼다. 주제 사라마구가 출생에서 16세까지 다뤘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 책이 더욱 궁금해졌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거장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집필한다면 오히려 그 작품을 쓴 부근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유년시절이라니! 그래서 더욱 이 책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에게 유년시절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이 책『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을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주제 사라마구.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1982년작『수도원의 비망록』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나는 이제는 이 책이 나올 때가 되었고 내가 이 책을 읽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였다면 생소했겠지만, 그의 소설 작품들을 접하고 나니 '주제 사라마구'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런 글을 쓴 소설가의 삶이 실제로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에세이는 작가의 삶이다. 작가가 주인공이 되어 펼쳐내는 이야기다. 이 책의 배경은 포르투갈이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도 낯설지만, 특히 1920~1930년대의 포르투갈이다. 그 점에서 거리감을 느낄까 살짝 저어되었지만 일단 펼쳐드니 수채풍경화를 보는 듯 그의 글에 빠져들어가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유년 시절의 기억을.


한때 나였던 아이는 훗날 오만한 키를 가진 어른이 되어 살피듯 풍경을 대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소년기 내내 늘 풍경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 스스로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풍경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야! 장관이구먼! 전망이 멋져! 이런 말을 하지도 않았고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교회 종탑에 오르거나, 20미터 남짓의 물푸레 꼭대기에 기어올랐을 때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린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공간을 감상하고 샅샅이 살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언제나 가까이 있는 사물과 존재를 구별하고 시선을 고정하는 것이었다. 즉 그가 직접 만질 수 잇는 것이나, 소년이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그의 영혼이 재빨리 간파하고 흡수하길 요구하면서 제공된 것들에 눈길을 주었다 (소년이 자기 내부에 '영혼'이라는 보물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17쪽)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섬세한 관찰력과 유머 감각으로 그려낸 소년기의 에피소드 모음집'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이렇게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책의 앞으로 가서 보니 2006년작이다. 그때까지 유년시절의 기억이 섬세하고 이렇게 풍성할 수 있다니, 소설가는 역시 다른가보다. 틈틈이 꺼내어보고 들춰보며 기억하고 다듬고 추억하고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쉬지 않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감정의 파편들과 감각적 기억들이 다양한 색채를 뿜어내며 스파크를 일으킨다.  



주제 사라마구는 자신의 소년기에 대한 서정적인 초상화를 그려나간다.

 

이 시적인 산문집은 사라마구가 가진 독특한 이력의 완벽한 종결부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그것이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냐고 누군가 말할 수 있다. 아마도 그 이유 때문에 책 제목을 '작은 기억들'로 바꾸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작은 소년이었을 때의 작은 기억들. 단지 그것을 기록한 것이다. (50쪽)

주제 사라마구는 이 책에서 유소년기의 일, 오직 출생에서 16세까지만 다루었고, 연대기 순서에 따른 기록이 아니라 기억의 선착순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물론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유년시절을 소환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신기할 따름이다. 그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에세이도 읽어보기를 바란다. 독특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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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상상할 수 밖에 없는 기막힌 집필!! 평점10점 | c******k | 2020.03.09 리뷰제목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주제 사라마구 에세이 ㅣ 박정훈 옮김해냄출판사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던 주제 사라마구, 전 처음들어보는 작가였지만알고보니 너무나도 유명하신 소설가이시더라구요.수도원의 비망록으로 노벨문학상까지 받으셨다고 하니, 그책도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너무나도 낯선 포르투갈의 지명과 사람이름들을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에세이에 빠져 드는 이유는
리뷰제목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주제 사라마구 에세이 ㅣ 박정훈 옮김

해냄출판사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던 주제 사라마구, 전 처음들어보는 작가였지만

알고보니 너무나도 유명하신 소설가이시더라구요.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노벨문학상까지 받으셨다고 하니, 그책도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너무나도 낯선 포르투갈의 지명과 사람이름들을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에세이에 빠져 드는 이유는 주제 사라마구의 특유한 집필 때문인듯 싶어요.

너무나도 상세한 묘사, 책의 '나' 가 정말 내가 되어서

그 장소에서 실제로 보고 겪는 일처럼 생각을 하게 되요.

 

 

 

 

처음에 10장정도는 읽기 힘들었었요.

너무나도 다른 단어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뭔가를 묘사하는 듯

주변배경을 설명하는 듯한 말에 낯설더라구요.

 

그런데.. 그 묘사들이 세밀해서 정말 제가 보고 있는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주제 사라마구 저자의 이사람의 일대기도 찾아보기도 했어요

 

유년기 시절의 기억들을 더듬어서 낸 책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히 기억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주제 사라마구는 엄청 관찰력이 풍부한 사람이였던것 같아요.

지금 당장 내가 보고 있는 것들처럼 수십년전의 기억을 더듬어서

책을 낼 정도이니까요!!

 

유년기를 보내면서 숨기고 싶었던것들 불안한것들, 그리고 좋았던것이

그대로 책에 많이 녹아져 있었어요.

 

노년의 신사가 어릴때를 회상하는 만큼 저도 어렸을때가

자동으로 생각되네요.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생각나더라구요.

하지만 주제사라마구처럼 눈에 막 보이듯 생각나지 않는다는것 ㅋㅋ

그것이 바로 작가와 저와의 차이이겠죠.

 

 

 

 

같은 집에 여러가족이 사는 집의 구조도 참 특이했어요.

그 시절엔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많았나보더라구요.

방 두개를 쓰는데 하나는 방으로 하나는 부엌으로 쓰고,

부엌에는 밖으로 나가는 계단이 따로 있는데 좁았다고 해요.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현관을 들어오면 계단으로 올라가게 구조가 되어 있어요.

 

실제로 내가 그 집에 올라가고 살펴보는것처럼 꽤 자세한 설명들!!

그리고 앞에는 푸른 초원이 있고, 새들이 날라다닐것 같은

시골풍경이 펼쳐질것 같아요.

 

 

 

 

 

주제사라마구의 책을 처음 읽어보면서 또 살펴보면서 느낀것이 있어요.

살아가면서 유년기 시절을 많이 그리워 했고, 계속 생각했다는것,

그런 관찰력 있는 시절을 보냈기에 여러 작품을 낼 수 있었던것 같아요.

 

노년의 신사가 쓴 과거의 나의 모습

여러가지 사건을 접하면서 과거의 내가 대처하는 모습들이

의연했어요.

 

많이 접하지 못하는 나라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는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옛 기억을 쫓아 작가를 더 잘 알수 있어서 좋았어요

유럽문학을 제대로 읽어보는 시초가 된 주제사라마구 작은기억들

특히 중년으로 막 접어들거나 어린시절이 그리운 분들도

이 책을 읽어보면 내 어릴적 추억과 비교도 되고 회상 되서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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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어린 시절의 회상 평점10점 | 5****0 | 2020.03.09 리뷰제목
그 마을은 아지냐가라고 불린다. 포르투갈의 여명기 이래 늘 그곳에 잇다. 하지만 찬란한 이력의 흔적은 아무것도 남아 잇지 않다. 오직 마을 옆을 지나는 강만 그대로다. 그 강은 수없이 둑을 넘어 범람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강줄기의 방향이 달라진 적은 없다. - '본문' 중에서   기억 속에 박혀 있는 작은 이야기 책의 저자 주제 사라마구는 포르투칼 작가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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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을은 아지냐가라고 불린다. 포르투갈의 여명기 이래 늘 그곳에 잇다. 하지만 찬란한 이력의 흔적은 아무것도 남아 잇지 않다. 오직 마을 옆을 지나는 강만 그대로다. 그 강은 수없이 둑을 넘어 범람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강줄기의 방향이 달라진 적은 없다. - '본문' 중에서

 

 

기억 속에 박혀 있는 작은 이야기

 

책의 저자 주제 사라마구포르투칼 작가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22년 포르투칼 중부 지역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3세 때 수도 리스본으로 이주했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69년에 공산당에 입당반정부 공산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 1975년에 국외로 추방되었으며 그 후로는 생계를 위해 번역가 언론인 등으로 활동했다. 신사실주의 문예지 [세아라 노바]에서 동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1979년부터 전업작가가 되어 소설, 시, 일기,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1979년 희곡 <밤>으로 포르투칼 비평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희곡상을 받았다. 1982년에 포르투칼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역사소설 <발타자르와 블리문다>를 발표해 명성을 얻었고 이후 같은 해에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포르투칼 펜클럽상과 리스본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2년에는 포르투칼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영화화 되었다.

 

 

책의 무대는 자그마한 마을이며, 책의 내용은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자전적 이야기가 에세이 형식으로 펼쳐진다. 즉 아지냐가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사라마구는 18개월 때 리스본으로 이사를 한 후, 두 마을을 왕래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네 살 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형 프란시스쿠(폐렴으로 사망, 성탄절 전야에 매장됨)를 회상하면서 이른바 '가상기억'에 대한 개념을 탐구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한겨울 새끼 돼지들이 추울까 봐 침대로 데려왔던 일을 떠올리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새삼 느낀다. 사라마구는 일간지에 실린 기사를 해독하며 문학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처녀적 어머니가 물을 길러 마을 분수에 갔다가 아버지가 사귀자고 한 말을 들은 뒤에 마음이 온통 어수선하고 요동치던 일이 있었다. 그날 물 항아리를 이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몸을 숙여야 한다는 것도 그만 잊고 말았다. 정신이 온통 딴 데 팔린 것이었다. 항아리와 상인방이 부딪치는 순간에 모든 것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항아리 파편, 흩어진 물, 할머니의 야단, 아마도 사건의 원인을 알았다면 웃음. 내 인생도 바로 거기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부서진 물 항아리와 함께"(168쪽)  

 

아지냐가와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 가족, 친지, 이웃과의 이야기, 자신의 성인 '사라마구'의 유래, 질투와 같은 감정, 성적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는데, 작가의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낸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단어와 이야기에 매료되어 세계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난 한 대문호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사마라구의 어머니

 

 

책은 저자의 회고록이다. 다른 점이 잇다면 단지 출생에서부터 16살 때까지의 기억만을 담고 잇다. 그리고 차별성이라면 연대 순으로 기록한 게 아니라 기억의 선착순으로 글을 써냐려간다는 점이다. 10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열 개의 집을 옮겨 다녔다. 그러다보니 책의 후반부에선 전반부의 일부 기억이 틀렸다고 교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가의 소년기 기억이 성인이되고 노인이 되어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준다.

 

"도미틸리아와의 일화가 벌어진 때를 열한 살 무렵이었다고 잘못 기록했다. 실제 내 나이는 여섯 살 무렵이었고, 그녀는 여덟 살 무렵이었다"(167~8쪽)  

 

작가의 픽션은 환상적인 서사, 대담한 사건 등으로 유명하다. 이를테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눈이 멀거나,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멈추면서 아무도 죽지 않는 일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다른 형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즉 작가가 꾸며낸 픽션이 아니라 생생한 실제 이야기이자 작가의 삶 그 자체이며, 소년기의 에피소드 모음이다.

 

초등학생 시절의 사마라구

 

"내가 작은 소년이었을 때의 작은 기억들. 단지 그것을 기록한 것이다"(50쪽) 

 

작가의 전체 인생을 다룬 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년기의 작은 기억들을 통해 우리들은 작가와 매우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된다. 소년 사마라구의 천진함, 어리석음, 기쁨, 고통, 두려움 등은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그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우린 누구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마치 못을 박아 놓은 것처럼 떼어내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카발레이루스 길의 집은 악몽에 시달렸던 시기와 관계가 깊다. 꼭대기 층에 있는 집까지 가려면 늘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 시절 나는 잠들었을 때나 깨어 있을 때나 늘 악몽으로 괴로워했다. 밤이 당도하는 것만으로 공포는 시작되었다. 사방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몰려들고, 어느 구석에 자리 잡은 괴물 하나가 발톱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 악마의 몸짓이 나를 공포의 늪으로 몰아넣곤 했다" (79쪽)

 

 

노작가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지혜 

 

이 책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 우리들은 모두 소년 소녀가 될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푸른 도마뱀의 시절로 돌아갈 것이다. 마치 초성능의 타임머신을 탑승한 것처럼. 책의 마지막은 "나는 두번 다시 푸른 도마뱀을보지 못했다"라는 문장으로 장식한다.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들은 팔십대의 노작가가 전하는 말, "너였던 소년이 이끄는 대로 내버려두거라"를 되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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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a*****7 | 2020.03.08 리뷰제목
오랜만에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어요.아버지의 부고.슬픔에 잠겨있을 친구에게 무슨 말을 전해야할 지 몰라서 한참을 우두커니 있었어요.단 몇 줄로 기록된 한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름 석 자와 나이, 가족들의 이름이 전부였어요.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족들과 어떤 추억을 쌓았는지, 마지막은 어떠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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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어요.

아버지의 부고.

슬픔에 잠겨있을 친구에게 무슨 말을 전해야할 지 몰라서 한참을 우두커니 있었어요.

단 몇 줄로 기록된 한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름 석 자와 나이, 가족들의 이름이 전부였어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족들과 어떤 추억을 쌓았는지, 마지막은 어떠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어요.

만약 나라면, 나는 그 마지막을 어떤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 아니 내게는 어떤 기억들이 남게 될까...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읽은 후, "너였던 소년이 이끄는 대로 내버려두거라."라는 문장이 가슴 속에 들어왔어요.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은 주제 사라마구의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낸 회고록이에요.

우선 주제 사라마구는 누구인가.

1922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그는 1998년 95번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예요.

이 책은 2006년 발표되었고, 주제 사라마구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요.

옮긴이의 말을 보니, 2007년 여름 멕시코시티 중심가에 위치한 북 카페에서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스페인어판을 처음 접했다고 해요.

스페인어판은 문고판 크기의 책이라서 무척 가볍고 얇아서, 배낭에 넣고 휴가를 가서 해변가에 누워 사나흘 만에 읽었더라는 그 책.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20년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으니, 옮긴이에게도 이 책은 작은 기억,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일 것 같아요.

저한테는 소설이 아닌 작가의 진짜 삶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가장 순수했던 영혼의 시간들.


"오직 나만은 알고 있었다. 운명의 해독 불가능한 페이지에, 

우연의 맹목적인 구불구불한 길 위에 나의 탄생을 마치기 위해서는

아지냐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쓰여 있다는 것을.

비록 알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었지만 말이다."  (13p)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라고 표현했듯이 주제 사라마구는 자신의 기억들을 떠오르는 대로 들려주고 있어요. 

이름에 관한 에피소드는 운명의 장난 같아요. 사라마구는 원래 아버지의 성이 아니라 마을에서 아버지 집안을 부르던 별명이었대요.

어떻게 별명이 성으로 둔갑했느냐 하면 당시 담당 공무원이 술에 취한 채 출생신고를 접수하면서 '주제 드 소자'라는 이름 뒤에 사라마구를 추가했던 거예요.

출생신고를 했던 아버지는 물론 가족들은 아무도 몰랐대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출생신고서를 제출할 때 그 엄청난 실수를 발견했대요.

아버지는 시골뜨기를 연상케 하는 별명인 사라마구를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격노했어요. 아버지와 아들의 성이 다르다니... 

관청은 이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방법을 아버지에게 통보했고,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성명을 재등록하는 절차를 밟았어요.

그렇게 해서 아버지의 이름도 '주제 드 소자 사라마구'가 되었어요. (이런, 책에서 이부분이 '사마라구'라고 틀리게 인쇄되었네요. 의도한 건 아니겠죠?)

아들이 아비에게 성을 준 유일한 사례일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세상 일이란 참으로 희한한 것 같아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을뿐더러, 대부분 내 뜻과는 무관하게 흘러갈 때가 많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일뿐이에요.

바꿀 수 없는 기억들인데 한편으론 바뀌기도 해요. 기억에 대한 감상은 세월과 함께 변하는 것 같아요.


"세월이 많이 흘렀다. ... 여러 부질없는 행위에도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 언젠가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래 맞아, 너는 언제나 좋은 아들이었어!

그 순간에 그의 모든 걸 용서했다.

그 이전에는 우리가 그렇게 가까웠던 적이 결코 없었다."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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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제사라마구 에세이 작은 기억들을 읽고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r*****i | 2020.03.07 리뷰제목
요즘 에세이를 즐겨읽는 편인데요. 평소에 제가 읽는 에세이와는 다른 느낌의 주제 사라마구의 에세이를 만났어요.작은 기억들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에요. 평소에 [눈 먼 자들의 도시]로 알게 되어서 쭉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에요. 그의 에세이는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하더라고요. 이 작품은 위대한 작가가 선사하는 마지막 선물이다라는 문구가 무척이나 와닿는데요.이 책에서 그
리뷰제목

요즘 에세이를 즐겨읽는 편인데요.

평소에 제가 읽는 에세이와는 다른 느낌의 주제 사라마구의 에세이를 만났어요.

작은 기억들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에요. 평소에 [눈 먼 자들의 도시]로 알게 되어서

쭉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에요. 그의 에세이는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하더라고요.

 

이 작품은 위대한 작가가 선사하는 마지막 선물이다라는 문구가 무척이나 와닿는데요.

이 책에서 그의 문장들을 따라 읽다보면 , 선명하듯 배경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알 수 없는 감성들이 생겨나더라고요. 아마도 지금의 나의 일상과는 다른

풍경들이 그려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현실의 나를 빠져나와

책 속에 빠져들기 좋았는데요. 하나하나의 묘사가 간결하면서도 이해가 쉬워서 ,

오히려 설명부분이 더 좋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끔 설명을 하는 부분은 너무 지루하거나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저는 특히나 짧은 문장들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찾기를 좋아해서

긴문장보다는 짧은 문장을 더 많이 읽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간결하게 단순하게 표현 할 수 있구나 하고 말이에요.

주제 사라마구처럼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어른이 되어서 되돌아보는 느낌은 새롭게 색채를 입히는 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추억은 자꾸만 다르게 변화해서 기억속에 남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주제 사라마구의 작은 기억들이라는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느낌이 들어요. 나의 유년도 들여다보면 이런 느낌이 들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말이에요.

한 때는 나도 아기였고 아이였고 소녀였고 아가씨였을 때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저도 지난 앨범을 들쳐보기까지 했다니까요. 그건 아마도 작가의 이야기가 너무 환상적으로 느껴져서

저도 그런 이야기가 있나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네 살 때부터 열다섯 살까지의 소년기의 이야기 펼쳐지고 있어요.

 

소년 시절의 주제 사라마구는 어쩌면 이렇게 관찰을 많이 했을까

그리고 그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저는 아주 단편적인 기억들만이 자리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것을 보면서 자랐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주제 사라마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서 좋았어요. 그의 유년시절로 잠깐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상상이 드는 것은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것 같은데요.

작가의 이야기에 점점 더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에세이라서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더라고요. 요즘 읽었던 에세이중에서 독특한 매력이 가득해서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 가득 들었네요.

주제 사라마구의 내면을 알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던

유년 시절의 에세이 한 번 들여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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