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봄날의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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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8.0 (2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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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쓰메 소세키 '영일소품' 평점6점 | c*******2 | 2020.07.08 리뷰제목
창 밖에 눈길이 머물렀다. 가지마다 연한 싹을 밀어올리던 나무는 어느새 싱그러운 초록의 잎으로 둘러싸였다. 곧 무성해질 터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유리문 안에서 느낀 적이 있던가. 갇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적 없고, 무슨 일이든 하고 있느라 유리문을 통해 창밖을 여유롭게 내다 볼 여유가 없었으리라. 이유가 무엇이든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그리고 곧 여름이 들
리뷰제목

창 밖에 눈길이 머물렀다. 가지마다 연한 싹을 밀어올리던 나무는 어느새 싱그러운 초록의 잎으로 둘러싸였다. 곧 무성해질 터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유리문 안에서 느낀 적이 있던가. 갇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적 없고, 무슨 일이든 하고 있느라 유리문을 통해 창밖을 여유롭게 내다 볼 여유가 없었으리라. 이유가 무엇이든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그리고 곧 여름이 들이닥칠 듯 하루가 다르게 진해져가는 햇볕을 창 안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몇 개월 간 의도치 않은 격리 생활을 하는 동안, 병상에 누워 있느라 유리문 안에 머물렀던 작가의 글을 읽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긴 봄날의 짧은 글'은

책 안에 실린 영일소품(永日小品)에서 따온 제목인데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제목이 더 정겨운 느낌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책은 1915년 1월 13일부터 2월 23일까지 아사히 신문에 연재했던 <유리문 안에서>와

1909년 1월부터 아사히 신문에 실린 <영일소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리문 안에서>는 한동안 병치레를 하느라 집 안에만 머물면서 유리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소소한 일을 적은 글이다. 집 안에만 있다보니 특별하고 거대한 일은 별로 없고 자신이 머무는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고작해야 유리문을 통해 바라보는 일 뿐이라 처음 연재를 부탁 받고는 고민했다고 한다. '일상에 바쁜 사람들에게 이런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읽을 틈이 있을까? 이런 것도 글이라 할 수 있을까?'.

'글쓰기'라는 작업을 하면서 내가 늘 하는 고민을 나쓰메 소세키도 했다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했다. 역으로 너무나 복잡하게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휴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글을 쓰는 모든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말일 것이다.

 

나의 명상은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결실을 맺지 못한다. 붓을 들고 쓰려고 하면 쓸 거리가 무진장 많은 듯하고, 이걸 쓸까 저걸 쓸까 고민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무엇을 써도 시시하다는 태평한 생각이 일었다. 그렇게 잠깐 멈춰 있으면 이번에는 지금까지 쓴 것이 완전히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왜 그런 것을 썼을까 하는 모순이 나를 조롱한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나의 신경은 안정되어 있다. 그런 조롱을 타고 둥실둥실 높은 명상의 영역에 올라가는데 그런 게 무척 유쾌하다. 자신의 어리석은 성격을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며 비웃고 싶어진 나는 스스로를 경멸하는 기분에 흔들리면서 요람에서 잠을 자는 어린애일 뿐이다.

p125

 

 

글을 쓰고 싶어 쓰면서도 늘 자신이 쓴 글을 조롱하고 싶은 '쓰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썼다. 나쓰메 소세키와 같은 대작가도 그런 생각을 한다니 쓰는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 건가 싶다가도 기가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소소하게 일상을 적은 짧은 글을 읽다보면 그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 '마음', '도련님'과 같은데 스며 있는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도련님'은 자전적 요소가 많은 소설이라고 하지만

소세키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산문에서 고향집이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슬쩍 내보임으로써 독자에게 상상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시인의 산문집을 읽을 때 글 속에 드러난 에피소드가 어떤 시로 이어졌는지 느꼈던 경험이 있다.

소설가의 산문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에피소드를 소설 속에서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런 재미들이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게 하는 매력이라고 하겠다. 그러려면 산문보다 소설을 먼저 읽어야 한다.

나는 소설보다는 산문 쪽을 좋아하지만 다행히 소세키의 소설은 몇 편 읽었기에 그런 연결점을 찾는 재미도 있었다.

소세키의 '긴 봄날의 짧은 글'을 읽는다면 소설을 먼저 읽고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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