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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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리뷰 총점 9.1 (7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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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자기만의 방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a*****8 | 2021.01.16 리뷰제목
"읽기 좀 난해했다." 내가 <자기만의 방>에 가졌던 선입견이었다. 연 초, 한 지인이 이 책을 읽으면서 했던 말이지만, 선입견이 무색하게도 책은 술술 넘어갔으며, 가끔은 저자의 동시대, 그리고 역사 속의 여성들이 안타까웠고, 그리고 왜 이 책이 고전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지 알았다. 모자라는 한 페이지가 없었다. 버지니아는 강연 식으로 수필을 전개한다. 자신이 허락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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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좀 난해했다." 내가 <자기만의 방>에 가졌던 선입견이었다. 연 초, 한 지인이 이 책을 읽으면서 했던 말이지만, 선입견이 무색하게도 책은 술술 넘어갔으며, 가끔은 저자의 동시대, 그리고 역사 속의 여성들이 안타까웠고, 그리고 왜 이 책이 고전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지 알았다. 모자라는 한 페이지가 없었다. 버지니아는 강연 식으로 수필을 전개한다. 자신이 허락되지 않은 대학의 잔디밭을 걸으면서 남성에 의해 쫓겨나고, 또 거부받을까 은연중에 두려워하면서 도서관에 간다. 그리고 여성에 관한 책을 열두어권 골라 읽는다. 그리고 분노한다. 남자가 뭐라고 여성을 폄하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는 여성을 폄하한 건 남성들이며, 여성들이 역량과 이성, 식견, 지식이 부족하다는 세간 남성들의 말에 반박한다. 그것은 기회의 문제라고. 그리고 오롯이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오백 파운드 수입에 대한 문제라고.

"여러분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분에게 상기시키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1866년 이래 영국에는 여성이 다닐 수 있는 대학이 적어도 두 곳 존재했으며 1880년 이후로는 기혼 여성이 재산을 소유하도록 법적으로 허용되었고 1919년에는 (정확히 9년 전이군요.) 투표권을 얻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직이 여성에게 개방된 지 십 년 가까이 되었다는 사실도 상기시켜 드릴까요? 이 엄청난 특권과 그걸 누린 시간을 생각해보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일 년에 오백 파운드 이상 버는 여성이 지금도 이천 명은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기회와 교육, 격려, 여가와 돈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데 여러분도 동의할 겁니다."(200p)

내가 보기에, 이 문장은 고도의 비꼬기다. 왜냐하면 해당 문장은 1866년까지는 영국에 여성이 다닐 수 있는 대학이 없었고, 여성이 재산을 가지도록 법적으로 허용된지는 이 책이 쓰여진 해로부터 겨우 50년 전일 뿐이며,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지는 몇천 년의 역사 속에서 단 9년이 지났을 뿐이라고 서술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성은 재산을 가질 수 없었고, 제대로 된 교육 기회와 직업을 가질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여성은 가난했고 혼자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제대로 된 음식을 사먹기도 힘들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도 글을 쓴 여성은 있다. 하지만 그들이 글을 쓸 수 있는 권위와 능력이 있음을 동시대 남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했다.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에게 허용된 건 오로지 어머니, 아이를 낳고 양육할 책임이자 가사, 그리고 남자의 성적 욕구에 대한 의무뿐이기 때문이다.(그렇지 않고서는 어느 여성이 열두명 이상의 아이를 낳겠는가?)

책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 역사 속의 여성들을, 그들의 책과, 그들의 문장을 논하는 것이 짜릿했다. 수탉의 울음소리라며 남성의 말을 일축하는 부분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책을 쓰지 않는 게 미덕이라 여기던 시대에, 이를 옹호하던 한 여성이 한 권의 서한집을 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이렇게 이 책은 나에게 역사 속의 다른 여성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렇게 16세기의 한 작가는 21세기에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한 여성의 언급으로 인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무엇이든 쓰고, 서로 논의하고, 같은 여성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역사 속의 여성과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면,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란 책을 추천한다. 6세기에도, 8세기에도 글을 쓴 여성은 있었다. 하지만 기독교와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그들은 배울 기회를 박탈당했고,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열등하다는 시선과 맞서 싸우며 자신에게 천부적인 권리이자 기적이 주어졌음을 증명해야 했다. 쓸 수 있는 글의 주제도 한정되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잊혀졌다.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살아남은 오래된 역사의 흔적들은 영적인 지도자와 수녀들에 한정된 경향이 있다. 당시 수녀원은 여성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예외적인 공간이었는데, 이 내용이 궁금하다면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를 읽기를 강력히 권한다.

버지니아는 제인 에어를 읽으며 느낀다. 그의 분노가 책의 완성도와, 그가 온전히 서사와 인물에 할애했어야 하는 부분에 개인의 감정을 퍼부었기에 객관성을 결여했다고. 하지만 버지니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왜 제인 에어의 문장이 '그렇게' 평가되는지 이어 말한다. 제인 에어는 여자이기 때문에 톨스토이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없었다고. 그에게는 표출 수단과 돈이 없었고, 세상을 여행할 수 없었기에 쓸 수 있는 소재도 한정되었다고. 그리고 세간이 여성의 기록보다 남성의 기록의 소재에 더 중요도를 줬다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의 차별은 지속된다고.

<자기만의 방>에는 빛나는 통찰력이 있다. 역사 속의 사례를 지루하지 않게 글에서 풀어내며, 의심을 가지고 현세대의 평가에 맞서 작가들을 재조명한다. 그리고 후속 연구 방향까지 제시한다. "거턴이나 뉴넘의 여학생이 이 문제를 파고든다면 흥미로운 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118p)

"남성의 여성에 대한 이해는 매우 편파적이고 불완전하다"(149p)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하고 인습적인 작품입니다. 감히 말하자면 터무니없을 정도로요. 옥타비아에 대한 클레오파트라의 유일한 감정은 질투입니다. 그 여자가 나보다 키가 클까? 머리 손질은 어떻게 하지? 그 희곡에는 그 이상은 필요 없었겠지요.

두 여자의 관계가 좀 더 복잡했다면 얼마나 흥미로웠을까요? 문학 작품 속에 전시된 빛나는 픽션의 여성 인물들을 쭉 떠올리며 생각건대 여자들 사이의 관계가 모두 너무 단순합니다. 수많은 내용이 빠졌고 시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148p)

버지니아는 친절하게 남성에 대한 비유도 제시한다. "남성이 문학에서 여성의 연인으로만 그려지고 다른 남성의 친구나 군인, 사상가, 몽상가로 등장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남성에게 돌아가는 역할이 얼마나 적을까요? 문학은 얼마나 큰 손실을 입을까요?" 후반부의 남성 책을 읽는 부분에서 저자는 남성 저자가 겸손하지도 않으며, 자기 자신만 자랑하기 바쁘고, 지루하고, 지겹다고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남성 저자가 만든 여성 인물의 몸엔 "뼈가 없다." 달리 말하면 사실적인 인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말랐다.

지금 나는 여성 작가의 여성 서사밖에 읽지 않는다. 그 이유의 논리를 이 책에서 찾았다. 비여성이 쓴 글의 여성은 부수적이고 평면적이며, 성애적으로 존재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여성에 대한 무시가 반영되었으므로. 다른 성의 눈으로만 비춰졌으므로.

나는 마지막 장을 읽으며 결론지었습니다. 그녀에게 백 년을 더 주자. 자기만의 방과 연간 오백 파운드를 주자.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게 하고 지금 쓴 것의 절반 쯤 빼버리게 하자. 그러면 머지않아 더 나은 책을 쓸 거야. 나는 메리 카마이클의 <생의 모험>을 책장 끝에 꽂으며 말했습니다. 그녀는 시인이 될 거야, 앞으로 백 년이 지나면.(168p)

온전한 여성이나 온전한 남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건 1929년의 결론이다. 여성이 교육을 그만큼 받지 못했으니까. 평등하지 않으니까. 지금이야 동등한 교육의 기회가 보장되었다 해도 아직 여성 임원이 10%가 넘는 기업이 많지 않다. 여성 CEO의 수는 더 적다.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여성이 더 적다. 아직도 유리천장은 공고하다. 남성은 여성의 의견을 무시하고, 여성이 충분히 뛰어나지 않다고 후려치며, 같은 여성 또한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남자는 쉽게 평가하지 못하면서 여자는 너무나도 쉽게 평가한다. 같은 여성의 작품을 더 쉽게 비난한다. 하지만 2021년의 한국 여성들은 다를 것이다. 역사 속의 여성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이 1970년에 이르러 재발견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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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자기만의 방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b*******j | 2020.12.20 리뷰제목
이 책은 2020년 02월 09일에 출판되었고 반니 출판사에서 출간한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최애 작가님인 버지니아 울프 작가님의 자기만의 방을 구매하였습니다. 다 읽고 작성한 리뷰이므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고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길래 정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역시나 입니다. 너무 재밌게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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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0년 02월 09일에 출판되었고 반니 출판사에서 출간한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최애 작가님인 버지니아 울프 작가님의 자기만의 방을 구매하였습니다. 다 읽고 작성한 리뷰이므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고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길래 정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역시나 입니다. 너무 재밌게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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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리뷰] 자기만의 방 평점8점 | y*****3 | 2021.01.18 리뷰제목
*** 근대 페미니즘 문학 비평의 선구자라 불리는 그의 이름과 행적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인류의 번영과 역사를 함께한 20세기 영국의 낡은 가부장제는 지금 이 순간 한국의 그것과 비교해도 다를 점이 없음을 한국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연간 각각 오백 파운드와 자물쇠가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면ㅡ 여성이 마주한 기회의 박탈과 물질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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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페미니즘 문학 비평의 선구자라 불리는 그의 이름과 행적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인류의 번영과 역사를 함께한 20세기 영국의 낡은 가부장제는 지금 이 순간 한국의 그것과 비교해도 다를 점이 없음을 한국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연간 각각 오백 파운드와 자물쇠가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면ㅡ 여성이 마주한 기회의 박탈과 물질적 한계를 꿰뚫어본 그의 통찰력은 시대를 관통하여 후대 여성들에게 본질적인 노선을 시사한다.

 

* “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그녀에게 기회를 줄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연간 각각 오백 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면, 자유라는 습관과 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쓸 용기가 있다면. 공동 거실에서 조금 벗어나 인간을 서로에 대한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와 관련해 볼 수 있다면, 하늘과 나무, 무엇이든 그 자체로 볼 수 있다면, 어떤 인간도 시야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므로 밀턴의 악귀를 넘어서서 볼 수 있다면, 매달릴 팔이 없으므로 홀로 가야 하고 남자와 여자의 세계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의 세계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사실이므로, 직면한다면, 그때 기회가 찾아올 것이며,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죽은 시인은 스스로 몇 번이나 내던졌던 육체를 되찾을 것입니다.” ㅡp. 103

 

2021 현재, 유구한 차별로 인해 여러 세대에 걸쳐 쌓아온 여성의 내적 성찰과 깨달음, 이를 가시화하여 함께 연대하고 분노했던 경험은 알게 모르게 여성 개개인에게 정치적 정체성으로 내면화되었고 이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되었다. 버지니아는 후대 여성들에게 책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이 개인으로 분리된 짧은 삶이 아닌 진정한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의 삶(p.102)'을 살아가길 원하는데, 이는 개개인이 편향성을 띄는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어 쓰고 싶은 것을 써야 가능해진다고 전한다. 개인적으로 버지니아의 메세지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여성주의자 페트라 켈리의 격언처럼 책임에 얽매이지 않는 여성의 무정치한 행동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강력히 재조명되는 효과를 발휘함을 역설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성 자기 자신을 소진하지 X , 삶에 도전하자는 것)

 

* "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거나 광범위하든 어떤 주제든 망설이지 말고 모든 종류의 책을 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여가를 즐기고 세계의 미래나 과거를 사색하고 책을 꿈꾸며 길모퉁이를 서성이고 생각의 낚싯줄을 강물 속에 깊이 드리울 만큼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갖게 되기 바랍니다. 여러분을 결코 픽션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여러분이 나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면(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이 수천 명이나 있지요.) 여행과 모험, 연구와 학술, 비평과 철학과 과학에 대한 책을 쓰겠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분명 픽션 기법에 도움을 줄 겁니다. 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니까요." ㅡp.98

 

그가 남긴 활자를 좆다 보면 얼핏 그려지는 풍경의 연속에서 우리는 불과 몇 십년 전의 근대 여성 억압의 실체와 사회적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19~20세기 여성의 삶에 무지했던 내게 선대 여성들의 기록은 그들과 나를 정서적으로 결합시키고 기꺼이 무언의 관심과 책임감을 갖게 만들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책으로 초반엔 작가의 속내와 비유적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정독을 끝낸 지금 시점에서는 오히려 여러 번 정독해야 책의 의미가 비로소 살아날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곁에 두고 일생에 걸쳐 삶의 변환점을 지닐 때마다 읽는다면 기존의 것들은 재구성되고 새로운 깨달음과 즐거움으로 돌아올 멘토와 같은 책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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