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서평을 통해 이 책에 대해 주로 아쉬운 점을 언급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먼저 이 책의 장점부터 말해야 될 것 같다. 장점은 고흐의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작품들 외에도 처음 보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것이 이 책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고흐의 정신세계가 피폐하지만은 않았다는 것, 니체의 말처럼 고흐와 같은 고난과 시련의 삶에서도 분명 행복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기는 했다는 것. 그래서 더 안타까웠고, 그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인간의 정신, 영혼이라는 것이 이렇게 연약한 것이었나 하는 비애감이 들었다.
이후부터 다룰 내용은 읽는 분들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히며 이어갈 것이다.
이 책의 제목과 표지, 기본정보를 보고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콜라보’였다.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사전적으로 ‘공동 작업’ 또는 ‘협력’, ‘협업’을 의미한다. 요즘 대중예술쪽에서 이 용어를 많이 들어볼 수 있다. 그런데 니체와 고흐가 ‘콜라보’할 수는 없다. 그들은 이미 죽은 19세기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인물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서로 잘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니체와 달리 고흐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의 사람들의 콜라보는 후대 사람들에 의해 이뤄질 수는 있다.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그런 의도의 기획으로 보았다. 그런데 내 예상이 좀 많이 빗나간 듯하다. 애초에 이 책에서 기대했던 것은, 엮은이가 먼저 니체와 고흐가 교차하는 지점 혹은 교집합되는 영역을 발견하고(이것만해도 엄청난 작업이 되겠지만) 다음으로 그 영역에서 참신하고 독톡하고 낯선 가치나 개념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이 책의 소개 내용대로라면 이 시대를 위한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이 위대한 두 사람의 영혼의 교차점에서 뽑아내는 것이리라.
[기획 의도와 결과물 간의 불균형]
그러나 이 책은 안타깝게도 조금 단조로운 편집 방식을 취한 것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르게 말하면 이 책은 ‘니체의 말 모음집’과 ‘고흐 작품집’에서 한 꼭지씩 발췌한 내용을 서로 하나씩 교대로 보여주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책을 펼쳤을 때 보이는 왼쪽 면에는 니체의 글에서 가져온 글이, 오른쪽 면에는 고흐의 작품이 하나씩 선보이는 방식인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해당 페이지의 니체의 글과 고흐의 그림의 연관성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으며, 10개로 구성된 전체 주제는 주로 니체의 글에 따라 분류된 것이겠지만 그 주제 안에서 소개되는 고흐의 작품들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니체의 말은 몇몇 꼭지에서는 누구나 읽어도 그 단문만으로도 그의 눈부신 통찰을 한눈에 알아볼 만큼 메시지가 명확한 것들이 있는 반면, 전체 맥락을 모르면 알 수 없는 다소 의아한 문장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하는 소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위로의 메시지로 볼 만한 내용이 많지 않다. 지혜와 관련해서라면 독자의 지적 수준에 따라 얻는 것에 차이가 크겠다.
정리하면, 이 책은 제목은 ‘니체와 고흐’이지만 서로 다른 두 책을 단순한 교차 방식으로 합쳐놓은 느낌이 강하며, 앞서 말했듯이 ‘니체의 말’과 ‘고흐 작품집’이라는 별개의 책으로 나와도 큰 무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두 사람의 훌륭한 ‘타의적(?)’ 콜라보를 기대했던 독자라면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겠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시대를 앞서나간 천재들이었다는 점, 그리고 인생의 말년이 비극적이었다는 점 등이다. 한 사람은 정신이상으로, 한 사람은 권총자살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결코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이들의 삶을 통해서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이 어떤 따뜻한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 어두운 터널의 끝을 보게 하는 실질적인 지혜의 빛줄기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의도는 보통의 감각으로 실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기획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다소 아쉽고, 기대가 컸던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들의 삶이 콜라보로 다뤄질 영역은 깊은 고통스러운 철학적 탐구, 미학적 탐구, 인문학적 탐구의 범위를 넘어서기 힘들 것 같다.
책 만듦새는 아주 좋다. 보자마자 소장하고 싶어지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종이의 질이 고급스러우며, 고흐의 작품들 하나하나가 내 것이 된 듯 인쇄상태가 깔끔하다. 그 이상의 것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 즉 기획 의도를 잘 살리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쉽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밝히는 바,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나의 독서력 부족에서 나온 ‘찐’ 졸고(拙稿)일 가능성이 더 크다. 결코 책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생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