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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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나와 당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11개의 시선

오후 | 사우 | 2020년 3월 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1 (15건)
분야
사회 정치 > 사회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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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선을 넘기 위하여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21.02.11 리뷰제목
아나키스트를 자처하는 작가 오후가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엮었다. 정도는 다르지만 모든 작가의 책에는 그 작가의 세상에 대한 시선이 투영되기 마련이지만, 이 책에는 특히 작가 오후의 생각이 온전히, 상당히 직설적으로 담겼다.   우연히 그의 첫 번째 책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읽고, 바로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읽었었다. 그리고 1월에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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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를 자처하는 작가 오후가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엮었다. 정도는 다르지만 모든 작가의 책에는 그 작가의 세상에 대한 시선이 투영되기 마련이지만, 이 책에는 특히 작가 오후의 생각이 온전히, 상당히 직설적으로 담겼다.

 

우연히 그의 첫 번째 책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읽고, 바로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읽었었다. 그리고 1월에는 네 번째 책 믿습니까? 믿습니다를 읽었다. 그게 네 번째 책이라는 것, 세 번째 책이 있다는 것은 네 번째 책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그리고 돌아가 세 번째 책, 바로 이 책을 읽었다. 말하자면 이제 오후라는 작가의 책에 대한 믿음이 생긴 셈이다.

 

첫머리부터 고백하고 있는 그의 아니키즘은, 적어도 내가 이해하기에는 권위에 대한 불복쯤으로 해석한다. 11편의 글 가운데 본격적으로 아나키즘에 대해 쓰는 있는 글은 없지만, 프롤로그나 에필로그에 아나키즘을 언급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 책을 읽는 데 그걸 염두에 두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래서 그의 글을 통해 모든 글의 저변에 흐르는 무엇을 탐지해야 할 텐데, 그건 바로 모든 권위를 의심하고, 복종하지 말라는 얘기다. 결국 선을 넘어라는 얘기다.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한 편의 영화를 모티브로 한 꼭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니까 11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읽다보면 굳이 영화 얘기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글도 있고, 이 얘기와 저 앞의 영화와 무슨 관련성이 있을까 싶은 글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줄거리와 (그가 영화에서 해석한) 메시지가 그의 세상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는 데 꽤나 효과적이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과격하다 싶으면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또 있다, 적지 않다는, 적어도 기댈 구석을 찾아놓은 셈이니까.

 

그가 특별히 어떤 분야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소수자(여자, 흑인, 동성애자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스타워즈의 가장 마이너한 편과 해적이라는 완벽한 상업영화를 골라 역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믿습니까? 믿습니다로 이어지는 듯한, ‘종교에 관한 얘기를 잠깐 하기도 하고, 선거와, 공무원 선발에 관한 얘기(추첨으로 뽑자!)도 하고, ‘에 관해서 새로운 시선을 전달하기도 한다. ‘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기는 한다. 자본주의에 사는 이상 그가 생각하기에 현대 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위는 바로 이니까. 그렇다고 의 세계를 거슬러 극복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선동하지도 않는다. 돈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정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푸념을 하기도 한다. 가끔 지식을 주기도 하고(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사연, 그리고 깡패짓, 암호화폐가 그려내는, 절대 환상적이지 않은, 환장스런 미래 등등), 그런 지식이 소용 없음을 내뱉기도 한다. 두서없다 싶지만, 결국은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우리 시대가 가진 비합리적 권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선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동의할 필요는 없다. 아니 모두 동의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적어도 그가 아니키스트라면). 개인으로서 세상에 당당히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견해를 가져야 한다. 물론 그의 글을 읽는 것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귀를 대보기 위한 것이고, 나름 근거를 찾고, 또 어떤 부분은 귀담아 듣기 위해서이지만, 그의 이런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건 자체가 권위에 대한 복종에 다름 아니다.

 

그래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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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지금 현재 아나키즘을 말하다. 평점10점 | j*****k | 2020.03.31 리뷰제목
저자는 아나키스트를 자처하고 있다. 농담이 아니란다. 좀 알아보고 책을 시작하려고 검색을 해보았더니, 첫 문장에 무정부주의자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저자는 아나키스트와 무정부주의자가 다른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둘 다 지도자가 없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은 맞지만,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지배에 대한 저항,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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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나키스트를 자처하고 있다.

농담이 아니란다. 좀 알아보고 책을 시작하려고 검색을 해보았더니, 첫 문장에 무정부주의자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저자는 아나키스트와 무정부주의자가 다른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둘 다 지도자가 없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은 맞지만,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지배에 대한 저항,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덧붙여서 아나키스트의 시각에서 보자면 지구상의 모든 국가 심지어 공산국가마저도 우파에 해당하고 진정한 좌파는 아나키스트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나키즘을 들고나온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아나키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배제하더라도, 서로가 비난만 하고 누구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사회는 더욱 기존 체계를 견고하게 다지며 개인을 고립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아나키즘을 소개하려고 하는 책은 아니다.

11편의 영화를 통해 작가의 시각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하고 있다. 영화를 소재로 삼은 이유는 우리가 공유할 만한 삶은 예술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삶과 태도의 문제인 아나키즘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몇 장의 프롤로그 내용이다.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이 책을 읽어 나가야 넓은 시야가 보이기 때문에 프롤로그를 정리해 보았다. 이제 본격적인 영화 상영이다.

 

이제 아니키즘을 알아보며 주인공과 함께 선을 넘어보자.

 

 

 

 

 

 

1. 주인공은 깨어 있다. 제럴드의 게임(2017)

 

갱년기에 접어든 부부가 숲속 깊은 별장으로 여행을 떠났다. 특별한 날을 위해 남편은 비아그라를 먹었고, 준비한 수갑 2개로 섹시한 속옷을 입은 아내의 양손을 침대 양쪽 기둥에 묶었다. 놀라지 마시라 상황극이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경련을 일으키며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아내는 깜짝 놀라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으로 주인공이 어떻게 그 상황을 빠져나가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저자는 생각이라는 단어를 꺼집어 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의 대부분은 무의식 속에서 행해진다고 말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라야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정신을 잃은 후에야 생존을 위한 생각을 해야만 하듯이.

그러면서 여행을 하면 저절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감정이 생긴다거나, 삶이 생존이었던 원시인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항상 위험을 생각했듯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아니키즘은 의식이 깨어 있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말인가? 아니면 의식의 깨임이 선을 넘기 위한 시작점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4. 역할 놀이를 끝낼 때. 해적 : 바다로간 산적(2014)

 

손예진, 강남길 주연의 영화. 막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명나라로부터 받아온 국새를 배를 공격한 고래가 삼켜버렸다. 관군의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고래를 쫓는 해적 두목 손예진과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산속으로 들어가 산적이 된 강남길이 그려내는 뒤죽박죽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저자는 해적이라는 영화가 전통적인 사극에서 무게 있게 다루는 이성계나 정도전을 바라보지 않고, 고려니 조선이니 아무 의미 없는 캐릭터들의 냉소적 시각이 아나키스트적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우리가 배우고 있는 역사교육도 왕의 역사이거나 지나친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교육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아나키즘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도 제시한다.

명나라의 이탁오라는 유학자로 지방관리를 하며 평범한 삶을 살다가 54세의 나이로 관직을 그만두고 뜬금없이 자신이 이제까지 개같이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을 읽었으나 성인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공자를 존경했으나 왜 공자를 존경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지 못했다. 난쟁이가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 지르는 격이었다.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은 것이다.”

 

유학자들이 생각도 없이 공자 왈 맹자 왈을 말하기만 하는 것에 비판하며 유학에서 금기시했던 모든 것에 대해 반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학에서 반대하는 여성을 가르치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었고, 유교 외에도 불교와 이슬람교의 경전도 선입견 없이 받아 들였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가 할 일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탁오 같은 이의 삶과 철학은 현대 시민에게 큰 의미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아나키즘을 조금 알듯도 하다.

 

 

 

 

 

 

아나키즘과 저자의 의도를 알고부터는 술술 읽힌다. 어떤 영화의 캐릭터로 어떤 새로운 관점을 지적할지 어떤 제안을 할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그중에서 선거와 관련된 부부분이 흥미를 당겼다.

 

9. 선거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 마나나의 가출(2017)

 

50대 여성인 마나나는 남편, 친정부모, 아들과 딸, 딸의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그녀는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가정을 돌봐야 한다. 손이 많이 간다. 그녀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조용히 살던 어느 날 짐을 싸고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가족이 이런저런 질문과 위로를 하지만, 그저 자신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좀 있고 싶을 뿐이다. 작은 공간에서 혼자 살아가는 마나나는 달라진 것이 없다. 학교에 나가고 가족의 대소사를 챙기고 의사소통을 한다. 아내와 엄마와 딸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저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 뿐이다. 놀라운 것은 자신의 집을 나온 후부터 가족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 시작했고, 자신도 가족의 일에 있는 그대로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극적인 사람들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 반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자고 한다.

여러 재미있는 의견을 개진하다가 선거는 민주적인가?’라는 물음을 한다.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나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의 소극적인 사람들은 시끄러운 정치에 입을 닫아 버린다. 그럴수록 목소리 큰 사람들의 울림은 더욱 커진다. 즉 상류층이 선거와 정치를 독점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과연 소극적인 사람들 소수의견을 반영하는 정치인이 될까. 45년 동안 다음 선거에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나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고 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작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선거를 투표가 아닌 제비뽑기를 제안한다. (제비뽑기라니..) 교과서에서 배우는 민주주의의 시초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광장에서 모여 논의를 하고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의 700여 공직 중 600여 자리가 제비뽑기로 선발되었다고 한다. 임기는 1, 한번 공직을 맡은 사람은 다시 공직에 오를 수 없다. 대다수의 그리스 남성은 죽을 때까지 한 번씩은 관직을 맡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추첨제를 한다면 어떨까로 확장한다. 지원자를 토대로 추첨을 하다보면 다양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모집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 문제와 절차들은 차차 개선하면 된단다. 뽑힌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할까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기도 하고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는 것에 놀랍다.

 

 

 

 

 

 

아나키스트를 자처하는 저자의 눈으로 차별, 페미니즘, 역사, 자본주의, 종교, 선거와 정치, , 죽음 등 독특한 시각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무정부주의나 과격한 행동으로 또는 사상으로 현재의 체재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현재의 시스템을 역사와 상황 바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보다 나은 세상과 사회를 위해서 때로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때로는 선을 넘는 제안으로, 때로는 실현 불가능한 말을 하고 있다.

 

아나키즘이라는 것도 결국 좋은 세상을 바라는 생각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나키즘이라 머릿속에 그려질 듯 말 듯 하기도 하고, 느낀 점을 표현하는데도 어색하긴 하다. 하지만 책의 서두에 저자가나는 아나키스트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시작했듯이. 책을 덮으며 머릿속에 돼 뇌여 본다. ‘아나키스트가 흥미롭다. 매력적이라 빠져들 것 같다. 농담이 아니다.’

 

나도 일상의 무의식에 생각의 눈을 뜨고 견고해져 가는 불합리한 기득권에 대항해 보고 싶다.

 

주인공들처럼 선을 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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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 나와 당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11개의 시선 평점10점 | s*****0 | 2020.03.02 리뷰제목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는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의 저자 오후의 신작이다. 이 책은 '아나키스트'를 자처하는 저자가 지향하는 삶과 태도에 관한 11개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책으로 흥미롭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공유할만한 예술이라는 삶의 영역 중 하나인 영화를 일화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시선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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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선을 넘는다>는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의 저자 오후의 신작이다. 이 책은 '아나키스트'를 자처하는 저자가 지향하는 삶과 태도에 관한 11개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책으로 흥미롭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공유할만한 예술이라는 삶의 영역 중 하나인 영화를 일화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시선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우리가 바꾸려 하지 않고 얽매여 온 다양한 선을 넘어 지배와 권위에 저항하며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모든 구성원이 선을 넘어가지 않도 적당히 살아간다. 모두 규칙을 지키지만, 그래서 오히려 불안하고 날카롭다. 잔뜩 움츠려 있다가 누군가 선을 넘어가면 벌떼처럼 달라붙어 승냥이처럼 물어뜯는다. 파시즘도 국가주의도 아닌 이 묘한 '정의의 강박'은 해체도 재구성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서 사회를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모두가 비난하지만 누구도 바꾸려 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회는 출구를 잃었고, 전체를 강조한 기존 사상들은 오히려 사회를 원자화시키고 개인을 고립시킨다.

그래서 지금 여기 우리에게는 아나키즘이 필요하다."


이 책은 '1장 주인공은 깨어 있다, 2장 정의를 외치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3장 히스토리가 아닌 해프닝, 4장 역할 놀이를 끝낼 때, 5장 우리는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가, 6장 돈에 의한 자유, 돈으로부터의 자유, 7장 큰 슬픔에 꼭 큰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니다, 8장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9장 선거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 10장 법을 어기는 비범한 정신, 11장 포기하지 않는 용기'라는 11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스타워즈가 단순한 가부장적 영웅설화가 아니라 장중한 대서사시임을 증명한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스타워즈의 스토리를 그대로 반복하지만 영웅 못지않고 의롭고, 더 치열했지만 기억되지 않는 평범한 민중의 이야기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저자의 글이 흥미롭다. 우리는 이름을 남기지 않고 지금을 살아갈 뿐이라는 저자의 글은 기득권 세력이 사후 평가를 어떻게 쓰는지보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해프닝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나는 역사가 민중 중심으로 제대로 쓰이길 고대했다. 시민이 역사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런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우리의 삶은 히스토리가 아니라 해프닝이다. 순간일 뿐이다. 역사에 기록되든 아니든 상관없다. 세상을 바꾸는 건, 기록된 역사가 아니라 한순간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인간의 실제 죽음을 다룬 영화 <미세스 팡>을 통해 우리는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이 책에서 시대가 버린 인간의 가치는 법적 장치든 사회적 타협이든 효율과 무관하게 강제로 사람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영화 <미세스 팡>은 보통의 영화라면 절대 신경 쓰지 않는 것에 집착한다. 영화는 누군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팡슈잉 부인 한 사람의 침묵을 촬영한다. 최후의 순간에는 촬영하는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부인의 품위를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영화의 미덕인 스펙터클을 포기해버린다.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재밌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위대하다. 이 작품에는 효율이 아니라 정신으로 써낸 스펙터클이 있다. 관객은 그녀의 죽음을 바라보며 시대가 버린 가치를 떠올린다."


저자는 좀비 영화 <서울역>의 암울하고 파괴적인 엔딩이 주는 안도감이 이 시대에 묘한 설득력이 있다고 말한다. 자유는 좀비 바이러스와 같아서 한번 자유를 맛본 사람은 결코 그 자유를 포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소비가 우리의 모든 것이고, 유일한 자유이기에 우리는 돈에 목숨을 걸고,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암호화폐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암호화폐의 등장이 우리에게 던진 경고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다 잡아먹힐 거라는 경고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서울역>의 엔딩은 나에게 이상한 안도감을 줬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해피엔딩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만약 좀비 바이러스가 없었다고 해보자. 현실은 어차피 시궁창이다. 혜선은 사회의 최하층이다. 물론 남자친구도 포주도 사회의 밑바닥이다. 하지만 혜선은 그들에게조차 착취당한다. 현실에서는 혜선이 이들에게 복수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좀비가 된 혜선이 포주를 물어뜯으며 끝난다. 어떤 방식이든 정의 구현이 이루어지면서 관객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 복수로 혜선이 얻을 건 없다. 하지만 포주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노숙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사회에 존재하지만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보편 복지를 주장하는 진보적 시민도 그 냄새나는 노숙자란 이유로 도와주지 않는다. 이런 노숙자들이 좀비가 되어 경찰을 습격하고 시민을 공격한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영화 <땐뽀걸즈>를 통해 큰 슬픔에 꼭 큰 위로가 필요한 건은 아니라는 진실을 전한다. 작은 위로로도 우리는 얼마든지 삶을 견뎌낼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오늘 나의 사소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슬픔을 이겨낼 위로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생의 고통과 상처라는 파도 앞에서 전해지는 작은 위로는 삶의 행복을 경험하는 등대가 아닐까?


"국가가 사라진다고 공동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강요 없이도 서로 돕고 살 수 있다. 권력, 귄위, 통제기관으로부터 관리되지 않아도 서로 도와가며 살아갈 수 있다. 영화 <땐뽀걸즈>에서 선생님의 선의는 규칙으로도 지켜지지 않던 학생들의 출석을 이끌어낸다. 치킨을 주문하니 치킨집 주인은 "학생이 많은데 두 마리로 누구 코에 붙이냐"며 한 마리를 더 갖다준다. 이글에게 중요한 건 법과 규칙이 아니다."


저자는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을 이야기하며 신의 이름으로 악행을 저지른 수녀들마저 용서한 필로미나의 사랑을 소개한다. 어떤 것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누구도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필로미나는 성 소수자인 아들을 사랑하고 본인이 미혼인 채 사랑을 나눈 짓이 죄라고 말하면서도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걸 거부하지 않는다. 저자는 필로미나의 태도에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품격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종교적인 선을 향해 평생을 성실히 산 수녀와 자기 인생을 산 필로미나 중에 누가 더 신의 모습에 가까운가? 모르겠다. 신을 본 적이 없어서. 신이 성경에 나온 대로 처벌의 신이라면 수녀가 신에 가까울 것이고, 반대라면 필로미나와 가까울 것이다. 만약 신의 모습이 후자에 가깝다면, 나도 한 번쯤 만나고 싶다.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원하면 말이다."


저자는 영화 <소공녀>를 통해 포기하지 않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속 미소는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가난한 남자친구를 만난다. 미소는 수입이 줄고 취향을 즐기는 비용이 늘어도 셋 모두를 포기하지 않는다. 대신 미소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집을 버리는 선택을 한다. 영화 <소공녀>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구원은 사라진다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이전 시대보다 훨씬 복잡하다. 누가 주인인지 노예인지 불명확하다. 불쌍한 자본가도 있고, 부유한 노동자도 있다. 하지만 이 복잡함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생산수단을 독점한 자가 주인이 된다. 우리 시대의 생산수단은 뭘까? 땅? 기계?

바로 돈이다. 돈이 돈을 버는 시대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본은 우리를 패션, 자동차, 스마트폰, 노틉북, 기호식품, 건강 보조제, 맛집, 에어컨, 생수 등등 수많은 소비재로 길들였다. 지금도 새로운 상품을 팔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은 열심히 작동 중이다. 자본이 선사한 풍요를 우리는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돈이 없으면 친구를 사귈 수 없고, 아이를 키울 수 없다. 돈이 없으면 '가오'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일을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돈 가진 사람 앞에서 굽실대고, 하기 싫은 일도 기꺼이 한다.

우리는 돈의 액수만큼만 권리를 가진다. 주식을 가진 만큼 힘을 갖는다. 자본을 독접한 사람은 회사의 주인이고 세계의 주인이다."


"영화 속 미소는 복잡한 사람이 아니다. 사회에 대해 그리 큰 고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자기 뜻을 분명히 밝힌다. 사랑은 결정적일 때 드러난다. 백날 사랑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치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은 도망쳤지만 미소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게 이 영화의 역설이다. 미소는 집을 포기하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어디론가 떠났으나 도망치지 않았다."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의 저자 오후는 자유로운 사람은 목소리를 내야 할 순간에는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직면하는 순간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당연한 것은 없는 세상과 우리의 인생을 위해 사회가 강요한 권위에 선을 넘어야 한다.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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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나키스트의 시선 평점10점 | s***g | 2020.02.26 리뷰제목
이 책은 자칭 아나키스트가 쓴 아나키즘에 대한 책이다. “아나키즘이란 이런 것이라고 꼭 집어서 말하진 않지만,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독자들은 아나키즘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도록 짜여진 책입니다. 저자의 이름은 오후이다. 영어로 OHOO 라고 써 놓았네요. 아마도 필명인 듯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아나키스트를 못살게 굴지도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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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칭 아나키스트가 쓴 아나키즘에 대한 책이다. “아나키즘이란 이런 것이라고 꼭 집어서 말하진 않지만,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독자들은 아나키즘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도록 짜여진 책입니다. 저자의 이름은 오후이다. 영어로 OHOO 라고 써 놓았네요. 아마도 필명인 듯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아나키스트를 못살게 굴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저술한 3권의 책을 모두 오후라는 이름으로 펴냈습니다. 경력도 학력도 나이도 없는 좀 불친절한 프로필이라고 해야겠지요 ?

 

그러나 책은 그다지 불친절하지 않습니다. 아주 흥미로워 휙휙 페이지를 넘기게 될 정도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내용과 독특한 시선에 대한 흥미로움, 그리고 읽는 도중에서 이렇게 세상을 볼 수 있구나 하는 꺠닳음, 그리고 공감이 이 책을 꾸준히 읽게 만드는군요.

 

책은 각각의 내용을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스타워즈 로그원’, 우리나라 영화 해적말고는 본 영화가 하나도 없네요. 저도 영화를 꽤 좋아하긴 하는데, 아마도 저자는 영화광인 듯 합니다. 아니면 제가 보지 않을 아주 지겨운 영화들을 좋아하는 독특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꽤 박식하고 지적수련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저자는 낮에는 노동하고, 밤에는 영화를 보는 것이 자신의 삶의 전부라고 적고 있지만 말입니다.

 

아니카스트란 한국영화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보통의 독립투쟁을 하는 영화와 다를바가 없는데, 왜 그들을 아나키스트라고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직전의 스페인 내전의 한편이 (그러니까 헤밍웨이가 참전했던 편이) 주로 아나키스트들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냥 보통 혁명군 같은데.... 그렇지만 그들을 아나키스트로 분류해도 무리는 없다는 느낌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더군요.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지배에 대한 저항,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합니다.” 라고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소련, 중국, 북한, 쿠바도 주류는 늘 우파였다. 입으로는 전세계 노동자에게 단결하라고 말했지만, 최후의 순간에는 늘 자신들의 국가와 권력을 더 중요시 했습니다라고 써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좌익과 아나키스트가 구별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는 말입니다.

 

이 서문이 이 책 내용의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흥미로운 영화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아나키즘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떻다는 식으로 쉽고 흥미로운 예들을 들면서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를 하도록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민주주의 혁명을 이끈 386세대. 혹은 지금의 정치적 주류가 부패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 그 이전의 4.19세대가 부패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 그전의 독립운동가의 일부가 부패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 이런 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좌익과 아나키스트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시대의 요청이란 정말 아나키스트를 요구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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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오후 평점9점 | b******o | 2020.02.29 리뷰제목
저자 이름이 본명인지 모르겠다. ohoo라고도 쓰여있는데 닉네임일지도. 하여간 표지에 쓰인 부제 '나와 당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11개의 시선이라는 부제는 11개의 영화평론이자 칼럼이었다. 아는 영화도 있고 모르는 영화도 있었는데 아는 영화는 말그대로 이런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게되었고, 모르는 영화는 여기에 이런 영화도, 다큐멘터리도 있었구나를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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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름이 본명인지 모르겠다. ohoo라고도 쓰여있는데 닉네임일지도. 하여간 표지에 쓰인 부제 '나와 당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11개의 시선이라는 부제는 11개의 영화평론이자 칼럼이었다. 아는 영화도 있고 모르는 영화도 있었는데 아는 영화는 말그대로 이런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게되었고, 모르는 영화는 여기에 이런 영화도, 다큐멘터리도 있었구나를 추가로 알 수 있었던 기회를 더해주었다. 단순히 영화의 줄거리나 장면의 의미를 해석한 것이 아니라 인트로에서의 주제만을 따왔을 뿐 각 챕터별로 저자 본인의 인생철학이자 가치관을 메인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글 하나하나가 내겐 설득력이 있었고 의미있는 내용도 많았고 단순한 명언이 아닌 저자의 생각을 기술한 문장들 중 생각해볼 만한 부분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책이었다. 끄트머리에 보니 4년인가 동안 쓴글을 묶어낸 책이라고 하던데 바로 앞서 본 핵가지고 도망친 101세 노인과는 달리 후속작을 또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들더라는.


당연하다고 믿고 있었던 어쩌면 각인되었을지도 모르는 관습에 제도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 중의 한 부류가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아나키스트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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