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몇 살이 되든 사랑에 대해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의 방법이 다를 뿐이다. 십대는 십대의 사랑을, 이십대는 이십대의 사랑을, 삼십대는 삼십대의 사랑을 한다. 하지만 꼭 나이대에 맞게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에 따라 사랑의 방법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진중하고도 오랜 사랑을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여러 사람을 다양하게 만나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자가 추구하는 것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 돌리 앨더튼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에 따른 상처와 경험을 글로 담았다. 마치 한편의 소설같은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 읽게 되었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결국에는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지 않았을가 싶기도 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실패의 보고서, 그리고 십대, 이십대의 시기를 지나 삼십에 이르러 실패를 딛고 자신의 삶에 좀더 의미를 부여하게 된 보고서에 가깝다.
아마 저자와 나이 차이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오로지 남자를 만나기 위해, 남자와와 경험을 위해 수많은 파티에 갔고, 음주를 하는 등 광란의 밤을 보냈던 저자의 솔직한 표현들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룻밤 상대로 만나던 남자였든, 1년을 만나던 남자였든 이별은 언제나 슬픈 법이다. 저자가 고통스러워하며 밥맛을 잃어 날씬해지는 과정, 이어 건강을 해칠 정도로 거식증에 이르는 과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자들에게 친구는 무척 중요한 존재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와 오랜 시간을 지내다보면 서로의 집안을 왕래하며 그냥 가족이 된다.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단 하나의 친구라 여기게 되는데, 친구가 남자친구와 진지한 만남을 가지게 되면 친구보다는 남자친구가 먼저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서운함 혹은 질투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헤어졌으면 좋겠고, 자기처럼 여러 남자를 가볍게 만났으면 싶지만 친구는 사랑에 있어서는 항상 진중했다. 친구의 남자친구를 미워하다가 결국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과정이 필요했다.
꿈꿔오던 사람과 만날 확률은 적다. 이상적인 남자라 여겨도 그 사람에게는 이미 여자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 가볍게 만나 술마시고 자는 생활을 반복했지만 그것에서 얻은 것이 있다. 진정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이제 남자에게 얽매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필요했다.
그 순간, 인생이 그저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듯 아주 단순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시했다. 내 옆에서 걷는 사람을 마음껏 사랑하는 게 뭔지 깨달았음에 감격했다. 매우 깊이, 맹렬히, 말도 안 되게. (199페이지)
심리 상담을 받으며 자신을 뒤돌아보았고, 진정한 자기와 만나는 순간이 필요했던 거다. 가장 사람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남자를 찾지 않고 주변의 친구들과 자신에게 집중했다. 그런 계기가 필요하다.
저자가 가볍게 많은 남자들을 만나는 순간들을 지켜보며 마음속에 불안한 심리적 요인이 있지 않았나 생각했지만, 돌리에게는 그저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살고 있는 매 순간을 사랑했고, 새로운 남자들을 만나고 싶었던 거다. 십대에 느꼈던 것, 이십대, 삼십대에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적었으며 그로 인한 성숙의 시간을 가졌다. 남자를 사로잡는 요리법은 다른 하나의 팁이다. 더 이상 다른 남자를 사로잡으면 안되기 때문에 그 요리법은 패스!
아직 인생의 반도 살지 않은 서른 살의 사람이 사랑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안다고 볼 수는 없다. 더 나이가 들면서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녀에게는 아직 인연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랑을 할 것인가, 결국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저자 돌리 앨더튼의 실화인 책의 내용은 자유분방하고 어디로 튀어 오를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MSN 메신저로 인터넷 채팅을 하고 남자애들을 만나던 10대 시절을 보냈다면 20대의 돌리는 조금 더 과감하다. 술과 담배, 약에 취해 있었고 즐기기 위해 남자를 만났다. 파티에서 만나 연애를 하기도 술집에서 만나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돌리는 그가 만났던 남자들과 보낸 만남과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돌리를 만난 남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깜짝 놀랄 만큼 어떠한 필터도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이야기한다.20대의 그녀는 광란의 파티, 만남, 술과 뗄 수 없는 삶을 살았다. 예쁘고 사랑받는 여자가 되기 위한 다이어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물일곱이 되고 매번 울고 싶은 날들, 어딘지도 모른 채 눈을 뜨고는 했던 현실의 아침, 비참함과 수치심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돌리는 상담실을 찾아간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해왔던 일들이 삶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돌리는 상담을 받으며 자신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한 행동들을 버렸고 온전히 내 모습,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며 단단하고 강해져간다.
이렇게 모든 연애의 민낯을 보여줘도 되나 싶을 만큼 솔직하고 재미있다. 그녀가 만난 남자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친구 팔리와의 우정 이야기,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어 느끼는 또 다른 감정의 사랑 이야기들은 그녀가 보내온 시간들의 누적이다. 수많은 사랑과 이별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사랑이란 조용하나 즐거운, 그럼에도 종종 버거운 장기전이자 골칫거리임을 인정하면서 본능의 날을 아주 예리하게 세워야 한다.(P330)'는 것이다.
사랑은 더 이상 쉽게 휩쓸리고 순식간에 빠져들어가는 블랙홀이 아니다. 사랑에 있어서도 타인과 스스로의 삶을 조율해가야 하는 30대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사랑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말라'라는 그녀의 조언은 마음을 사로 잡는다. 20대가 읽으면 더 유쾌하고 통쾌할만한 과감하고 용감한 고백이다.
돌리 엘더튼은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이다.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으로 데뷔 후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작가가 되었다.
사랑을 알아간다는 건 사람을 성장하게 해주는 것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마침내 덮고 난 후 연애에세이나 사랑에세이라기 보다는 성장에세이를 한 편 읽은 기분이었다.
에세이가 참 쓰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장르인 것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점이다. 내 이야기니까 누구보다 가장 잘 쓸 수 있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남의 이야기기에 흥미를 가지고 읽게 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인 돌리엘더튼은 정말 뛰어난 에세이스트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10대의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이 너무 직설적이고 말초적이며 어떻게 보면 유치한 것 같아서 솔직히 초반부는 좀 읽기 꺼려져 읽는 진도가 잘 안 나갔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그녀의 생각들이 너무나 어른의 것으로 성숙해져가고 있어서 감탄을 내 뱉으며 몰입해서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적나라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그녀가 나열하는 자신의 이야기는 실화라는 것이 안 믿길 정도로 드라마틱했다. 그녀가 거쳐 간 여러 남자들, 개성 넘치는 여자 친구들, 절친한 팔리와의 일화, 플로렌스와의 이별, 엘리너와의 상담 등의 이야기들은 내가 외국의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난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을 그녀의 솔직한 경험들에서부터 오는 위로에서 찾았다.
10대를 벗어나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어느새 어른놀이를 그만두고 어쩌다 진짜 어른이 되어 버려서 ‘어른이 되면’이라는 환상의 나라에서 탈출해 자신이 속한 현실에 적응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만 내가 가진 서글픔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서 뉴욕에서 처음 본 낯선 남자의 품안에서는 울 수 있어도 친한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형태는 다르지만 나와 너무 비슷한 것들이기에 그녀가 심리상담사 엘리너와 나눈 대화와 들은 나에게 너무나 위로가 되었다.
또한 그녀가 서른이 되어서 그리워하게 되는 10대와 20대에 느꼈던 시간부자라는 느낌들, 머리하고 영혼은 계속 나이 들어도 몸은 조금도 늙지도 시들지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젊은 청춘들에게 자신을 낭비하지 말라는 말들은 우리의 시간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때라고 용기를 주는 듯 했다. 그래서 일까 겨울이 다가올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들로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내 또래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 순간, 인생이 그저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듯 아주 단순하다는 것을 깨닫고 감사했다. 내 옆에서 걷는 사람을 마음껏 사랑하는게 뭔지 깨달았음에 감격했다. 매우 깊이, 맹렬히, 말도 안 되게.
_돌리엘던트,<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everything I Know about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 돌리 애덜튼 Dolly Alderton
10대부터 서른이 되기까지 겪은 경험과 실화를 가감없이 털어놓은..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자유분방하다 못 해 '아니, 이렇게까지.. 이래야해?' ..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ㅋㅋㅋ)
메신저. 낯선 남자. 데이트. 과음. 남자. 연애. 친구. 등등등. 개인적으로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활발하고 자유분방함이 너무나 솔직하게 그대로 느껴져서.. 계속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안되는 것 처럼. 키스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처럼.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것 처럼 느껴져서 조금 갸우뚱한 생각이 들기도했다. 아. 이게 저자가 알고있는 '사랑'인건가 싶어서..
하지만. 10대가 지나고 20대를 겪고 30대 되기까지 돌리는 많은 경험들에 성숙해지고 마음이 변화한다. 그 부분이 너무나 예쁘게 보였다..
"거지 같아……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쓸데없이 인터넷 쇼핑을 하는 것 같아." 해나가 말했다.
(...) 스물다섯이 되자 저 말속에 숨겨진 의미를 마침내 깨달았다. 번화가에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읽지도 않을 책을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게 인생일까 의아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다시 말해, 실존적 위기를 겪는 시기가 닥친다. 사는 게 별거 아니라는 걸 점차 깨닫는다. 뭐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마침내 터득한다. '어른이 되면'이라는 환상의 나라에서 탈출해 자신이 속한 현실에 적응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 당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장차 될 거라 상상하던 모습과 다르다. (p.160)
_ 상상하던 모습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족적인 위기를 겪는 시기. 사는 게 별거 아니라는 말. 현실에 적응한다는 말. 이 부분은 크게 공감한 부분... :D
나는 플로렌스의 존재가, 그녀가 내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 고마웠다.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 큐 다리 위로 쏟아지던 햇살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 순간, 인생이 그저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듯 아주 단순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했다. 내 옆에서 걷는 사람을 마음껏 사랑하는게 뭔지 깨달았음에 감격했다. 매우 깊이, 맹렬히, 말도 안 되게. (p.199)
_ 특히 팔리의 여동생 플로렌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돌리의 깨달음에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 상담사 말로는 내가 내 몸을 잘게 조각내서 남들에게 나눠준대. 내 모습을 온전히 그대로 갖고 있지 않아서 너무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거래. 지금까지 날 지탱해주던 것들 없이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해."
"네가 그런 줄 몰랐어."
"내 몸이 산산조각난 기분이야." (p.215)
심리 상담을 받게 되면서.. (너무나 갑자기.. 심리적인 상담이라니.. )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내면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 p.22
나의 사랑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민망할 정도로 서로 죽고 못 사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인성이 형성되는 시절에 본 영화 때문이다.
_ 사랑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돌리. 그랬던거구낫.
▲ p.227
나는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졌다. 내 안에 있던 문이 하나씩 열렸다. 쓰레기로 가득 찼던 방들은 치우다가 나오는 케케묵은 도취의 흔적을 그녀에게 모두 털어놓은 다음 몽땅 내다 버렸다. 방문을 열때마다 나는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있었다. 자존감에, 평온함에, 안락함에.
▲ p.289
28.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세상이 급변할 것이다.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과격한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마트에서 줄을 서다 갑자기 죽을 수 있다. 미래에 만날 사랑이 버스 옆자리에 앉은 남자일 수도 있다. 중학교 수학 선생과 럭비 감독이 이제 여자일 수도 있다. 세상은 변할 것이다. 언제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_ 변하는 세상.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하고. 우리 모두 변하고. 사람은 변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물론 좋은 쪽이면 찬성이지만.
▲ p.320
"스물한 살 때의 뇌는 싫어. 충동도 싫고 지랄 같은 가슴앓이도 싫어. 지금 내가 아는 걸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직접 겪어서 터득한 교훈과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지닌 상태로 내 몸만 스물하나로 영영 돌아갔으면 좋겠어. 앞날이 창창했던 그 시절로."
_ 나도나도나도나도나도!!!! 진짜 그럴 수만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다아...
돌리는 여러 다양한 남자를 경험하지만 이상적이고 원하는 사랑은 없었다.
사실 책 속에 그녀의 연애스타일과 경험들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었다... (나 보수적인가봉가)
왜 그렇게 '사랑'을 갖고 싶어하고 왜 그렇게 연애에 온 신경을 할애하는지..
(물론 사람마다 추구하는 게 다르긴한데....;)
그러다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남자가 아닌 '나'. 나를 되돌아 보는.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 보는 돌리는 보고는 내심 안심이 생긴 나란 사람. :) ㅋㅋ
이전과는 조금 변화가 생긴 돌리. 현실적인 세상에 친구 팔리가 있어서 그녀의 인생이 훨씬 더 아름다울거라 믿는다.
연애에서의 사랑 뿐만 아니라 친구, 인생에서의 '사랑'이 성숙해진 모습이 좋았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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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