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도 전이었던 것 같은데 필사용으로 많이 추천되는 책이라 고민 끝에 선택하고 힘들게 필사 했던 책이다. 한 자 한 자 내용을 따라서 적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질문에서 질문으로 이어지는 끝이 없는 대화에 놀라며 진짜 어렵다.. 라는 것이 어렴풋이 남는 이 책에 대한 기억이다.
들어가기 전에 4개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소크라테스의 변명 편'과 '파이돈'을 볼 때는 특히 파이돈의 경우 진도가 나가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전자의 경우 고발 내용을 이해해야 되는 부분이다.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고발인들의 말하는 '하늘 위의 것'은 무엇이고, '지하 아래의 것'은 무엇인가.. 만으로도 벅찬데, 고발 내용 자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심지어 반박할 수 없는 소크라테스의 자기 변론후에 그를 사형시키자는데 찬성하는 표가 더 늘었고, 그에 대한 재판관들의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어느 역사 선생님이 강의에서 지금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그 시대의 내용은 그 시대의 시선에서 바라봐야(즉, 그 시대에선 전혀 이상하지 않고 당연한 내용이라는 말) 된다고 했던 말이 수시로 떠올라서 책장을 마지막까지 넘길 수 있었다. 파이돈의 경우 사형 직전 그의 친구와 제자들의 대화를 들려주는데, 등장인물이 많아 등장인물들을 메모해서 보지 않을 경우 잠깐 한 눈 팔면 흐름이 끊겨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소크라테스' 하면 대게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도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로 알려진 ~~' 으로 서두를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소크라테스'하면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른 말로 '산파술'이라고도 일컫는 다는데, 산파가 산모 옆에서 아이 낳는 것을 도와주는 것처럼 끊임없이 질문하여 답변자가 무지를 자각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 방식으로 국.내외 대학교 강의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한 대화 속 질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에 집중을 해서 보려고 했다. 왜냐하면 질문이라는 것은 요즘말로 1도 몰라서 하는 질문과, 이미 알고 있는 내용 속에서 새로이 생겨나는 질문이 있는데, 이 책 속의 질문들은 후자에 속하고 그 질문들은 하나의 논제를 두고 바라보는 질문자의 사상과 그 질문을 경청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의 핵심은 질문이 아닌 '경청'에 있는 것 같다. 이는 '모르는 것'을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내 의견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없는 것이고, 질문이 질문을 낳을 수 있는 것이며, 답을 하는 자 역시 주눅 들거나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고 논리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소크라테스가 사형 직전(이 때 교도관은 소크라테스의 친구에게 말을 많이 하지 못하도록 한다. 말을 말이 해서 흥분하게 되면 사형집행에 쓰이는 약이 배로 든다고.. 나는 이 때 역사 선생님의 그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려야 했다. --;) 그를 따르는 자들이, 친구들이 슬퍼하지 않고 그와 함께 죽음에 대해 차분하고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토론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기게 된다.
"토론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게.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이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토론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의 가장 나쁜 병폐이네..." (p.138, 파이돈 중에서)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좋은 논문의 서론처럼 책 머리말에 4개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간략하면서도 명료하게 기술되어 있어 해당 부분을 읽기 전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 부분을 어떻게 읽어야 될 지 반복해서 확인하고 난 뒤 본론 부분을 부담 없이 읽어 나갈 수 있었고, 매 페이지 하단에 간단 명료하게(1줄 이내) 표시된 주석문들이 메모 하고 모르는 내용 확인하기 위해 중단해야 되는 번거로움을 덜어 주었던 부분이다. 그리고 아쉬웠던 점은 문장의 조사 부분에 있어서 빠지거나 오타가 종종 보여서 내가 잘 못 읽은 건가 수차례 반복해서 확인해야 했던 부분이다. 동일한 책의 다양한 번역서가 많은 만큼 조금만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
이 책의 경우 로스쿨에서 독서 에세이용 필수 도서이기도 하고 사법연수원 연수생들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법학도는 아니지만 지금 하고 있는 공부나 앞으로 해야 될 일에서 법학 분야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라 선뜻 집어들지는 못했지만 스스로도 필독서로 생각하고 있던 책이다. 우연하게도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서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다시 읽어도 솔직히 여전히 많이 어렵다. 앞으로 틈틈이 몇 번은 더 읽어보려고 한다. 같은 책의 다른 버전에 비하면 크기도 작고 가벼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어 이번은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 본 게시글은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로 잘 알려진 소크라테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글을 읽다보니 역시나 오래 전 철학자의 생각이 담겨서 그런지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 책에 담겨진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비롯하여 "파이돈", "크리톤", "향연"은 특히나 대화체로 되어 있고 어느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아니라서 더 이해가 어려웠다. 그래도 차근차근 내용을 살펴보면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사람들, 특히 그리스 아테네의 청년들을 찾아가 대화에 대화를 거듭하며 문답법으로 철학적 진리를 찾은 것을 알 수 있다. 책에 담긴 내용도 주로 거듭된 대화이고 소크라테스의 지인과 주변 철학자들과의 대화로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향연"은 아가톤[비극 작가]의 집에서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에로스"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도 소크라테스는 아가톤과 이야기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문답법으로 에로스에 대한 정의를 찾아간다. 소크라테스가 질문하는 방식은 우선 "아가톤, 자네가 연설할 때 먼저 에로스의 성질과 그 업적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 말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네"라고 상대방의 발언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인정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뒤에 "에로스는 무엇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가?"라고 물어보며 물음과 답을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합이한 것을 다시 한번 살펴보세"라고 중간 정리를 한다. 그리고 다시 문답을 반복하면서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런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은 이 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데 이런 부분도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학창시절 참으로 많은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들을 만난다. 그 중의 한 인물이 바로 소크라테스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그에 대한 이야기는 ‘너 자신을 알라’와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말뿐이다. 그의 철학이 진정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모른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에 의해서 그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 파이돈 크리톤 향연>이다. 사실 플라톤의 저술들을 번역한 책들은 이미 많이 출간되었다. 그런데, 나의 짧은 독서 이력으로 플라톤의 저술들을 아직 만나지 못했었다. 이번에 이렇게 그의 저술을 만나 소크라테스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널리 알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긴 플라톤의 업적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참으로 고마웠다.
책의 크기가 출퇴근 하면서 읽기에 부담이 없어 좋았다. 그리고, 이 책 속에서 몇 개의 문구들은 오늘날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었다.
소크라테스와 크리톤의 대화를 통해서 왜 소크라테스 자신이 국법을 따라서 지금의 자리에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따라가 보게 된다.
향연에 나오는 에로스를 이야기하는 다음 글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들의 육체의 내부를 보면 그 자체로 두 가지 에로스가 들어 있습니다. 건강한 육체와 병든 육체가 명확하게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람의 에로스와 병든 사람의 에로스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에로스를 이야기하기에, 의학은 육체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원리에 대한 인식이라고 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책 속에는 수 많은 구절들이 생각하도록 이끈다.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 철학과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맛깔나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지금, 이 책은 또 다른 맛을 전한다.
그러하기에, 바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이 책 속의 글자와 문맥 사이를 산책한 시간이 더 없이 좋았다고 감히 이야기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