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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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

리뷰 총점 9.3 (5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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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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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공생과 공진화로서의 길들임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g******g | 2020.01.05 리뷰제목
이 책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저자 앨리스 로버츠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국왕립연구소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 주최하는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이 강연인(1977년 칼 세이건, 1991년 리처드 도킨스, 1997년 이언 스튜어트) ‘Christmas Lecture’의 2018년 연사로 참여하였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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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저자 앨리스 로버츠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국왕립연구소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 주최하는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이 강연인(1977년 칼 세이건, 1991년 리처드 도킨스, 1997년 이언 스튜어트) ‘Christmas Lecture’2018년 연사로 참여하였을 정도로 과학자로서 인지도가 매우 높다. 한국의 신문지상에서도 2018(책 소개가 아니라) 흥미로운 실험(시도?)으로 한 번 소개된 적이 있다. BBC의 요청으로 재구성한 완벽한 인체의 모습을 만든 것인데, 앨리스 로버츠가 자신의 몸에 이 모델을 적용한 앨리스 2.0’ 입체 모형은 꽤나 흥미로운 모습으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관련 기사 :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49422.html)

 

  평소 과학책을 즐겨 읽는 편으로 여러 저술가들 중 앨리스 로버츠는 믿고 읽는, 꽤나 선호하는 작가이며 한국에 출판된 책(총 다섯 권)은 모두 소장중이다. 현재 한국에 소개된 책들은 주로 해부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그 중 집에 한 권쯤은 두고 읽어 볼만한 백과사전인 <<인체 완전판>>은 이 두꺼운 책을 혼자 어떻게 썼을까 싶을 정도이며, 완성도 면에서도 압권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생 인류의 탄생과 이동을 추적한 <<인류의 위대한 탄생>>에서 보여준 인류학자로서의 면모를 더 좋아하는데, 그녀의 매력적인 서술 스타일과 뛰어난 필력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책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는 후자에 속한다. 직접 현장을 누빈 개인적 경험과 과학적 엄밀함 및 사실 충실성의 훌륭한 조화는 이번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저자는 우리가 길들인(또는 서로를 길들인) 생물 종 10가지, ‘, , , 옥수수, 감자, , , , 사과, 인류를 소개하고 있는데(‘인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의아할 수 있으나, 그 의문은 마지막장을 읽으면 해소된다), 주로 유전학과 고고학을 두 축으로 야생 생물종들과 인간의 길들임의 과정을 설명한다. 자칫, 지루한 과학적 설명이 될 수도 있었을 내용을 풍부하고 설득력 있게 서술하는 앨리스 로버츠의 수려한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는 과학적 엄밀함에서 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세계 곳곳을 대상으로 한 현장 연구에서 나온 풍부한 경험 덕분으로 보인다.

 

  늑대 가까이 가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것도 야생늑대곁으로, ‘가 된 늑대의 행동에 인간과의 유대를 형성하는데 밑바탕이 되었을 무언가를 알아보기 위해. 그리고 결국 발견한다. 늑대에게서 볼 수 있는 개의 형질인 호기심, 꼬리 흔들기, 개처럼 짖기를. 이 뿐만이 아니다. 칠레에서 직접 준마를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이야기를 통해 말의 길들임을, 중국 남서부의 광시좡족자치구의 계단식 농업 지역에서 했었던 모 심기를 회상하며 전하는 쌀의 작물화 과정 및 GMO 농산물 이야기 등 앨리스 로버츠가 세계 곳곳에서 직접 경험한 이러한 이야기는 서술에 재미와 풍요로움을 더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결론에 설득력도 더한다.

 

  저자는 길들임이라는 가축화와 작물화의 과정이 단순히 인간이 의도한 일방적인 과정이 아님을 매 장마다 강조하고 있다. 2장에서 이 과정을 연인의 만남이라는 매력적인 비유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밀 작물화의 느리고 복잡한 역사는 거의 로맨스 소설의 줄거리와도 같다.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주인공... 그 만남이 그들 안의 뭔가를 일깨웠다. 그들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함께 성장한다. 인간 문화는 밀을 수용하기 위해 변하고, 밀은 인간에게 더욱 매 력적인 모습으로 변한다(113쪽에서 인용, 일부 생략).

 

  우리가 보통 가지고 있는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이므로 인간은 자신의 입맛대로 다른 종을 길들였다는(길들인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은 생태계 안에 존재하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의존한다. 길들이는 과정은 인간 자신도 길들여지는 과정, 공생과 공진화의 과정인 것이다. 마지막 장(‘인류’)에서는 이를 뚜렷이 보여준다. 성체 포유류는 락타아제 분비가 되지 않아 보통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우유를 잘 마실 수 있는데, 이는 우리가 소를 길들이며 우유를 얻는 과정에서 얻은 자연 선택 된 유전형질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인간이 매개하는 자연선택을 통해 소의 DNA를 바꾼 것은 물론이고, 우유를 마심으로써 결국 자연선택이 우리에게 작용하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결국 길들임은 쌍방 과정인 것이다.

 

  기존 인식을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여 바꾸어 놓는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대중과학서 임이 분명하다. 기본 생물학 지식만 있다면, 쉽게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 책의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다. 저자는 서술 과정에서 농산물 유전자 조작 문제, 야생종과 인간의 공존 문제 등 앞으로 더욱더 중요시 될 쟁점들을 슬며시 제시한다. 이 문제들 모두 종의 길들임과 그 활용, 생물의 다양성과 보호라는 이 책의 전체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 주체가 워낙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개별 쟁점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에 모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저자가 강조하듯이 우리의 운명이 다른 종들의 운명과 불과분의 관계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역작임이 분명하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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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20.01.02 리뷰제목
인류문명의 역사를 찾아가다보면 마주치는 것이 흔히 우리가 농업혁명이라 부르는 신석기시대이다. 현생인류는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10만년 전 각 대륙으로 이주가 시작되었고, 13000년 전에는 지구 곳곳에 살기 시작했다. 당시 그들은 수렵 채집인으로 야생동식물에 의존하여 살아갔다. 그러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다른 방식으로 신석기혁명을 맞이하였고, 수렵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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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의 역사를 찾아가다보면 마주치는 것이 흔히 우리가 농업혁명이라 부르는 신석기시대이다. 현생인류는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10만년 전 각 대륙으로 이주가 시작되었고, 13000년 전에는 지구 곳곳에 살기 시작했다. 당시 그들은 수렵 채집인으로 야생동식물에 의존하여 살아갔다. 그러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다른 방식으로 신석기혁명을 맞이하였고, 수렵 채집인들은 야생종을 길들여 목동과 농부가 되었다. 동물을 길들이고 식물을 재배하면서 현대문명의 세계로 향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영국의 생물인류학자인 앨리스 로버츠는 현생인류의 조상이 수렵 채집인에서 농경 정주인이 되는 과정에 동반자로 삼았던 동물의 가축화와 식물의 작물화 과정을 찾아가는 여정에 나선다. 그녀는 전작 [인류의 위대한 여행]에서 우리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맨 처음 출현한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중동을 거쳐 인도로, 유럽으로, 오스트레일리아로, 그리고 동북아시아를 거쳐 아메리카로 퍼져나간 이동경로를 쫓아 여행하면서, 그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살아왔는지 그 진화경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책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에서는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길들여진 동식물의 진화적 경로를 추적한다. 지금은 세계 모든 곳으로 확산해 전 지구적인 종이 된 한 아프리카유인원의 진화는 길들여진 동식물의 진화적 경로와 서로 얽히며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 책에서 추적하는 종은 열 가지 종이다. 작물화된 식물 종으로 밀, 옥수수, 감자, 쌀, 사과 다섯 종을 다루고 있으며, 가축화된 동물 종으로는 개, 소, 닭, 말 그리고 바로 우리 자신인 인류이다.

 

그녀는 야생동식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인류와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 그 기원과 경로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고고학은 물론 언어학, 지질학, 생물학, 유전학을 넘나들며 ‘길들임’이라는 렌즈를 통해 살펴보는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가설은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가축화와 작물화의 기원과 경로, 즉 길들임의 역사는 여러 가설들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 들어 유전학이 고고학에 접목되면서 기존의 가설들이 바뀌거나 혹은 새로운 가설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저자는 그 가설들 하나하나를 검증해나간다. 전작 [인류의 위대한 여행]에서 호모사피엔스의 진화와 이동경로를 일일이 찾아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유적이 발굴된 현장은 물론 가축화된 동물과의 의사소통을 경험하기 위해 말 농장, 유전자 변형을 연구하는 연구실까지 찾아가 과학자들과 의견을 나눈다.

 

먼저 야생식물이 작물화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롭기까지 하다. 밀은 11000년 전(기원전 9000년) 신석기의 고향이라 불리는 서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지대에서 처음 작물화 되었다. 작물화 되기 전에도 인류는 야생밀을 채집하였으며 작물화는 인류가 의도치 않은 결과였을 공산이 크다고 한다. 한편 밀과 함께 인류의 주곡물중 하나인 쌀은 중국 남부지역에서 작물화되었다. 그 시기는 밀이 작물화 된 시기와 거의 같다. 밀과 쌀이 65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동시에 야생풀로부터 작물화되었다는 사실은 그 원인이 기후변화와 관계되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빙하기말 온도가 상승하면서 따뜻해지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함께 야생식물의 생산성이 올라갔다. 이와 함께 이미 야생밀과 야생쌀을 채집하여 식량자원으로 편입시킨 인류의 숫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3000년 전 기온이 하락하면서 1천년 넘게 계속된 추위는 인류로 하여금 야생곡물이 아니라 경작물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었고, 그 결과 밀과 쌀들이 작물화 되었다고 한다. 결국 서아시아의 밀, 동아시아의 쌀, 그리고 중앙아메리카의 옥수수까지도 모두 신드리아스기의 추위를 계기로 인류와 손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들 야생식물들은 자신들의 번식과 생존을 위해 인류로 하여금 작물화 하게끔 추동했는지도 모른다. 의존할 수 있는 자원인 곡류는 인류의 식생활에서 더욱 중요해졌고, 결국에는 주식이 되었을 것이며, 경작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류와 곡물의 동맹은 수백년 또는 수 천년동안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농업이전에 사회변화가 먼저 일어났다고 말한다. 신석기가 도래하기 전에 이미 세계 곳곳에는 사회가 존재하고 있었으며 이들 사이의 교역도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고고학적 자료를 통해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농업이 인구증가를 가져왔고, 그로인해 사회변화가 일어났다고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의 연구결과가 기대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인간과 동맹을 맺은 동식물가운데 가장 오래된 개는 약 1만5천년전 마지막 빙하기의 끄트머리 시점에 농부가 아닌 수렵채집인들이 처음으로 길렀다고 한다. 개의 기원은 유럽회색늑대이며 처음 가축화된 장소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개의 가축화는 처음에는 신중한 접촉에서 용인으로, 거기서 다시 동반자관계까지, 매우 다른 두 무리인 인간과 회색늑대 사이의 동맹이 조금씩 강화되는 점진적인 과정이었으며, 인류가 고의로 실행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야생동물의 가축화 역시 식물과 마찬가지로 인류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동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소는 1만년전 근동에서 오록스로부터 가축화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오늘날 지구상에서 인간보다도 세배이상 많은 닭은 4500년 전에서 4000년 전 사이 동남아시아의 붉은 산닭에서, 그리고 말은 아메리카대륙에서 구세계로 전파된 후 5000년 전 유라시아 스텝에서 가축화되었다고 한다. 식물도 마찬가지이지만 동물들은 고고학적 자료의 유전자조사로 가계도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기원에 접근한다. 예를 들어 개의 경우 고대 미토콘드리아 DNA와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유럽기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현대개와 초기개의 유전체 전체를 조사한 데이터는 개의 유전적 다양성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렇게 가축화된 동물들은 인류와 함께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가는 곳마다 야생의 친척들과 교잡이 일어났다. 또한 동물들은 인류와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개는 식성이 잡식성으로 바뀌었고, 소는 작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설이 존재하지만 저자는 소의 경우 가축화목적이 고기생산으로 옮겨지면서 성체가 되기 전에 도축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동물의 가축화는 단 한 번의 단독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육종이나 유전자변이 품종에 대한 연구가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유전자변형기술에 대한 생물학적, 도덕적 비판은 물론 그 일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에 대해서도 반드시 따져보고 넘어가야 함을 주장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포괄적인 유전체 전체조사 결과는 호모 사피엔스가 수만년 동안 대체로 아프리카에 한정되어 살았지만 10만년전에서 5만년전 사이에 일어난 한차례의 대이주로 아프리카를 빠져나와 세계의 나머지 지역들로 퍼져나갔음을 가리키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현생인류는 수많은 동식물이 그러했던 것처럼 정착한 지역에 이미 살고 있던 호미닌과 교잡을 했다.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인들이 데니소바인의 DNA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호미닌 중 DNA를 확보한 종도 있고 아닌 종도 있지만, 모든 종류의 호미닌 사이 교잡에 대한 증거라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인류 역시 어떤 식으로든 우리 스스로를 길들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석기혁명이 오래된 생활방식을 변모시켰을 때 우리 조상들의 몸도 그대로 있지는 않았다. 바뀐 것은 우리가 길들인 종들만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를 바꾸었다. 즉 인류가 다른 종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덜 공격적인 성향과 외모를 진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이 길들여졌을 때 등장하는 형질들 중 일부를 드러내 보이는 가축화 증후군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선조들보다 작은 턱과 치아를 가지고 있고, 납작한 얼굴을 지니며, 남성의 공격성이 줄어든 것 모두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스스로 길들인 전략을 선택한 결과라고 최신의 연구결과를 빌어 설명한다.

 

저자는 이처럼 길들임의 역사를 통해 인간은 동식물과 확고한 동맹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다른 종들과 협력하고 그들을 길들인 것, 또는 그들에게 스스로를 길들일 기회를 제공한 것은 인류역사의 경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다른 종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종이 아니다. 우리가 일부 동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 것 만큼이나 벌들이 꽃의 진화에 영향을 주듯 다른 동식물도 각각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인간은 다른 종들과 달리 유전체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했다고 생각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야생의 눈으로 이 세계를 바라본다면 우리가 길들인 종보다 우리에게 길들여지기를 거부한 종이 더 많으며, 길들여진 세계와 야생의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저자. 그녀는 결국 인간존재는 야생과 상호의존에 기대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야생과 관계 맺기를 해야 할지에 대해 묻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의 영향력에 대해, 인간 존재가 다른 종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방식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다른 종과 거리를 두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런 상호작용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갈 수는 있다.’(544쪽)

 

이 책을 통해 길들임의 역사는 바로 우리 인류가 살아온 생존과 협력의 역사이고,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우리가 야생과 함께 살아나가야 할 역사임을 알게 된다. 인간문명의 기원을 알고 싶다면, 오늘의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은 그 열쇠가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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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23.06.01 리뷰제목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앨리스 로버츠/김명주 푸른숲/2019.12.17.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주변의 동식물에 대해 우리와 함께 하게 된 사연을 알고 싶은 때가 있다. 그들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서 함께 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또한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걸어온 길에 대하여 궁금한 것들을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에서는 고고학, 언어학, 역사학, 유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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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앨리스 로버츠/김명주

푸른숲/2019.12.17.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주변의 동식물에 대해 우리와 함께 하게 된 사연을 알고 싶은 때가 있다. 그들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서 함께 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또한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걸어온 길에 대하여 궁금한 것들을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에서는 고고학, 언어학, 역사학, 유전학, 지질학 등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열 가지 동식물의, 놀라운 야생의 과거를 밝혀낸다. 저자 엘리스 로버츠는 생물인류학자이며 해부학자로 현재 영국 버밍엄 대학교 대중의 과학참여교수이자 영국과학협회 협회장이다. <우리 몸 알아야 산다>, <인류의 위대한 여행>, <인체 완전판등 다수의 과학서를 썼으며, 최근작 뇌를 비롯한 신체기관에 숨겨진 진화의 비밀은 웰컴북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올랐다.

 

1. : 개의 가축화는 지금으로부터 4만 년 전 시작된 듯하지만, 늑대와의 교잡은 그 이후로 오랫동안 계속되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테니까.(p.48)” 신석기 개들은 곡물의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 유전자의 큰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으나, 그 유전자가 늘어난 것은 훗날 그 자손들이 농부들 곁에서 살면서부터였다. 14천 년 전부터 가축 개의 존재를 암시하는 결정적 증거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늑대가 아니라 개의 것임이 분명한 뼈들이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전역의 고고학 유적들에서 나온다. 오늘날 개의 품종은 4백여 종에 이르는데, 그런 엄청나게 다양한 품종들 대부분이 19세기 무렵부터 존재했다. 바로, 애견가 클럽에서 인정하는 종류의 품종을 만들고 보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엄격한 육종이 시작된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2. : 낟알 크기의 증가는 단단한 이삭 가지 형질이 나타나기 전 야생 밀에서부터 나타난다. 그런 다음 3천 년에서 4천 년에 걸쳐 그 크기가 점점 더 커진다. 크기 증가에는 당연히 유전적 변화가 어느 정도 관여하지만, 환경의 영향도 일부 있었을 것이다.(p.111)”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여러 곳의 작물화 중심들이 존재했고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작물의 분산된 기원은 지역 서식지에 대한 적응이 야생형에서 작물로 전달되게 함으로써 이러한 품종들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빙하기 막판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고 식물의 생산성이 증대되면서부터 농업이 가능해졌는데, 마침 인구가 증가하던 인류 집단이 신드리아스기의 기후 하락기를 맞으며 자원 압력을 받게 되었다. 농업이 먼저가 아니라 사회 변화가 먼저였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신석기가 탄생한 것은 복잡한 사회,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권위 있는 종교, 그리고 축제를 좋아하는 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하다고 저자는 추론한다.

 

3. : , , 염소, 돼지는 인간과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변모했다. 재배되면서 더욱 굵어진 밀 낟알과 달리, 소와 여타동물들은 더 작아졌다. 그 중에서도 소는 이상하게도-, 염소, 돼지와 달리-신석기, 청동기를 거치며 유독 작아졌다. 게다가 상당히 작아졌다.(p.177)” 유전적 흔적으로 남은 소의 대규모 이동 중 일부는 무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주하는 인간을 따라간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제부 소의 유전자가 아프리카의 타우린 소에 들어간 것은 아마 서기 7세기와 8세기에 아라비아가 세력을 확장한 사실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20세기 후반에 인공수정이 도입되면서 소 육종은 더 전문화되었다. 일부 소들은 우유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량되었는데, 한 예가 현재 전 세계에 가장 많은 홀스타인 품종이라는 것이다.

 

4. 옥수수 : 옥수수는 공식적인 발견의 항해를 통해서 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대서양 어장 탐사에도 묻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열대 카리브해 옥수수와 달리, 북아메리카 변종들은 온대기후에 이미 잘 적응되어 있었다. 그들은 중유럽과 북유럽에 들어오자마자 번성했을 것이다.(p.220)” 유전자분석과 분자시계는 옥수수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약 9천 년 전에 작물화 되었음을 암시한다. 옥수수가 이 지역에서 8,500년 동안 머무르다가 지난 5백 년 사이 전 세계로 퍼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옥수수의 확산이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문서증거에 따르면. 옥수수가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스페인에서 중국까지 확산한 것은 콜럼버스가 카리브해 지역에서 옥수수를 들여온 지 단 60년 만이었다. 옥수수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많은 변이 덕분이었다. 각 지역의 야생종과 교배를 통해 다양성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하여 설명한다.

 

5. 감자 : 감자의 유형은 결국 235종으로 분류되었지만, 유전학적 데이터를 포함한 최신 분석에 따르면 모든 감자는 사실상 107종의 야생종과 네 종의 작물종으로 나눌 수 있는 듯하다.(p.258)” 감자의 가장 오래된 품종, 즉 근원종 가운데 일부는 베네수엘라 서부에서부터 아르헨티나 북부에 이르는 해발 3,500미터 높이의 안데스 산맥 고지대와 칠레 중남부 저지대에서 재배된다. 이 근원종들은 네 종으로 나눌 수 있다. 1845년 여름, 감자 역병균이라 불리는 균류가 아메리카에서 들어오는 배에 포자가 실려 아일랜드 해안에 도착했다. 아일랜드 감자는 그 새로운 병원체에 저항성이 없었다. 이 마름병은 1846년과 1848년에 다시 닥쳐 유럽 전역의 감자 작물을 휩쓸었다. 그 결과가 아일랜드에서는 수백만 명이 굶주리고 죽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된 원인은 단일종의 작물만 재배하게 되면서 생긴 위험이라고 말한다. 안데스의 농부는 한 사람당 열 가지가 넘는 품종의 토마토를 재배한다. 이 품종들은 조금만 거리가 멀어져도 환경조건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안데스산맥에서 저마다 약간씩 다른 생태적 지위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한다. 반면 산업화된 농업은 거대한 지역을 단일 재배로 채워 집단 발병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6. : 닭의 조상종은 붉은산닭이었으며, 가축화는 남아시아 또는 동남아시아의 특정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상당히 확신했던 듯하다. 현대 닭의 유전적 다양성은 그 지역에서 가장 높고, 중국, 유럽, 아프리카에서는 훨씬 낮다. 일부 연구자들은 닭이 청동기시대인 4천 년 전-5천 년 전 인더스 계곡에서 기원했다면서 닭의 고향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p.317)”유전학은 우리가 고고학, 언어학, 역사학 데이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보충하고 보완하는 중요한 종류의 증거를 추가할 뿐 그러한 자료원들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각각은 우리에게 고대 현실에 대한 독립된 관점을 제공한다. 가축화된 닭은 20세기 동안, 주로 미국에서 열린 내일의 닭대회를 계기로 선택 육종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법이 도입되면서부터 변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부터 이미 닭은 포동포동해지면서 붉은산닭 조상들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한다. 붉은산닭은 1년에 달걀을 열 개도 낳지 못하는 반면, 오늘날의 가축화된 산란계는 3백 개를 낳을 수 있다. 알을 품는 본능이 어떤 식으로든 닭에게서 제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 : 작물 쌀에는 두 종이 있다. 아프리카 쌀인 오리자 글라베리마는 서아프리카의 작은 지역에서 재배되고, 남아메리카에서도 드물게 재배된다. 아시아 쌀인 오리자 사비타의 재배 지역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p.354)” 오리자 사비타의 두 가지 주요 아종이 야포니카와 인디카이다. 낟알이 찰지고 짧은 야포니카 품종은 원래 건조한 논에서 재배되는 고지대 식물이다. 이와 달리 인디카 품종은 찰기가 없고 긴 낟알이 열리며, 랴오 중푸의 물에 잠긴 구불구불한 계단식 논처럼 저지대의 물에 잠긴 논에서 잘 자란다. 인디카 품종은 거의 전부가 열대식물인 반면, 야포니카 품종은 열대 형태와 온대 형태가 모두 존재한다. 두 품종 모두 야생 쌀 오리자 루피포곤과 유전적으로 가깝다. 쌀의 경우도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상에서 기원한 다음, 확산하면서 다른 야생 변종, 즉 다른 원형-작물종과 교잡했던 것이라고 한다.

 

8. : 말속은 약 4백만 년 전-450만 년 전에 기원했으며, 그런 다음 약 3백만 년 전에 말 계통과 얼룩말-야생 당나귀 계통이 달라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2백만 년 전, 현대 야생 당나귀와 얼룩말의 조상이 아메리카에서 나와 아시아에 도착한 다음 유럽과 아프리카로 퍼져나갔다. 그런 다음 70만 년 전 이후의 어느 시점에 현대 말의 조상들도 베링육교를 건너 북아메리카에서 동북아시아로 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유라시아 저녁으로 확산했다.(p.389)” 적어도 45만 년 전 플라이스토세 중기 초반의 유적인 서퍽주 파크피르와 50만 년 전의 유적인 서식스 박스그로브에서 말과에 속하는 두 종의 화석들이 발견되었다. 한 종은 야생 당나귀이고, 한 종은 고대 말이었다. 말들도 표정을 지을 뿐 아니라 다른 말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말들에게 화난 표정, 찡그린 표정,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웃는 얼굴에 비해 화난 얼굴을 볼 때 말의 심박수가 증가한다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9. 사과 : 재배품종들은 실크로드를 따라 확산하면서 야생 꽃사과와 교잡한 것이 분명했다. 사과는 하나의 지리적 기원에서 단기간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가까운 사촌들과 계속 교잡했다.(p.462)” 자연적인 꽃가루받이로 탄생한 잘 생긴 사과를 인간이 선택한 결과, 접붙이기로 클론을 생산함으로써 사과 개체군에 유전적 제약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과 역사 내내 개선이 이루어졌다. 야생의 사촌들은 언제든 사과의 유전자 풀에 기여할 수 있었으며, 그러한 기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뿐, 인간의 의도적 개입은 결코 없었다. 에덴동산에서 자라는 금단의 열매, 뱀이 여자에게 먹어보라고 꼬드긴 것은 답부아라는 과일이다. 이 헤브루어는 사과를 뜻하지 않으며, 이 이야기의 탄생지인 팔레스타인의 뜨겁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사과 품종의 개발은 최근의 일이다.(p.450 )” 그리스 단어 ‘melon’은 사과를 뜻하는 다른 인도유럽어 단어들과 어원을 공유하지만, 정작 사과를 특정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통통하고 둥근 과일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 접붙이기가 분명하게 언급된 최초의 문헌은 고대 그리스 문헌이다.

 

10. 인류 : 아프리카인의 DNA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고대 이주와 집단들 사이의 분기, 집단들이 서로 섞인 정황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역사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수만 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대체로 아프리카 대륙에 한정되어 살았지만, 그런 다음 그 집단은 범위를 확장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p.482)” 우리의 현생인류 조상들과 엮인 것은 네안데르탈인만이 아니었다. 동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태평양 남서쪽 멜라네시아의 섬들에 사는 현대인의 유전체에서 또 다른 구인류 집단과의 교잡 흔적이 발견된다. 멜라네시아인 유전체 중 3-6퍼센트는 또 다른 유형의 조상에서 온 것이다.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혈액 1밀리리터당 30나노그램의 비타민 D가 필요하다. 식생활을 통해서도 비타민 D를 일부 얻을 수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필요한 비타민 D의 약 90퍼센트를 햇빛에 노출된 피부를 통해 만든다.(p.491)” 유라시아에 들어온 최초의 현생인류는 아마 검은 피부를 가졌을 것이고, 이는 그들이 떠나온 곳의 기후에는 완벽한 적응이었다. 햇빛이 강한 장소에서 피부가 타지 않으려면 멜라닌이 많이 필요하다. 자연 선택이 왜 적도 지역에서 검은 피부를 선호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열대 지역에서는 비타민 D를 광합성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지외선이 멜라닌 색소를 통과해 피부에 닿을 것이다. 반면에 햇빛이 적은 장소에서는, 검은 피부가 자외선을 너무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탓에 그토록 중요한 비타민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멜라닌 생산에 관여해 위도가 높은 북유럽인들 사이에 더 흰 피부를 만드는 돌연변이 개체가 쉽게 퍼져나갔을 것이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야생종에게 좋은 것은 우리에게도 좋다. 우리는 진화와 생존이라는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다른 종들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 있다.(p.543)” 우리는 우리와 협력하게 된 종들만을 돌봐서는 안 된다. 어느 때보다 더, 우리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을 가꿀 필요가 있다. 자연의 나머지 부분에서 우리를 분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오늘날과 같은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자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식물과 동물을 길들여 활용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을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따라서 인류의 문화 형성과 발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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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20.01.04 리뷰제목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앨리스 로버츠/김명주푸른숲/2019.12.17.sanbaram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주변의 동식물에 대해 우리와 함께 하게 된 사연을 알고 싶은 때가 있다. 그들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서 함께 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또한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걸어온 길에 대하여 궁금한 것들을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에서는 고고학, 언어학, 역사학, 유전
리뷰제목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앨리스 로버츠/김명주

푸른숲/2019.12.17.

sanbaram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주변의 동식물에 대해 우리와 함께 하게 된 사연을 알고 싶은 때가 있다. 그들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서 함께 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또한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걸어온 길에 대하여 궁금한 것들을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에서는 고고학, 언어학, 역사학, 유전학, 지질학 등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열 가지 동식물의, 놀라운 야생의 과거를 밝혀낸다. 저자 엘리스 로버츠는 생물인류학자이며 해부학자로 현재 영국 버밍엄 대학교 대중의 과학참여교수이자 영국과학협회 협회장이다. <우리 몸 알아야 산다>, <인류의 위대한 여행>, <인체 완전판등 다수의 과학서를 썼으며, 최근작 뇌를 비롯한 신체기관에 숨겨진 진화의 비밀은 웰컴북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올랐다.

 

1. : 개의 가축화는 지금으로부터 4만 년 전 시작된 듯하지만, 늑대와의 교잡은 그 이후로 오랫동안 계속되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테니까.(p.48)” 신석기 개들은 곡물의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 유전자의 큰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으나, 그 유전자가 늘어난 것은 훗날 그 자손들이 농부들 곁에서 살면서부터였다. 14천 년 전부터 가축 개의 존재를 암시하는 결정적 증거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늑대가 아니라 개의 것임이 분명한 뼈들이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전역의 고고학 유적들에서 나온다. 오늘날 개의 품종은 4백여 종에 이르는데, 그런 엄청나게 다양한 품종들 대부분이 19세기 무렵부터 존재했다. 바로, 애견가 클럽에서 인정하는 종류의 품종을 만들고 보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엄격한 육종이 시작된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2. : 낟알 크기의 증가는 단단한 이삭 가지 형질이 나타나기 전 야생 밀에서부터 나타난다. 그런 다음 3천 년에서 4천 년에 걸쳐 그 크기가 점점 더 커진다. 크기 증가에는 당연히 유전적 변화가 어느 정도 관여하지만, 환경의 영향도 일부 있었을 것이다.(p.111)”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여러 곳의 작물화 중심들이 존재했고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작물의 분산된 기원은 지역 서식지에 대한 적응이 야생형에서 작물로 전달되게 함으로써 이러한 품종들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빙하기 막판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고 식물의 생산성이 증대되면서부터 농업이 가능해졌는데, 마침 인구가 증가하던 인류 집단이 신드리아스기의 기후 하락기를 맞으며 자원 압력을 받게 되었다. 농업이 먼저가 아니라 사회 변화가 먼저였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신석기가 탄생한 것은 복잡한 사회,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권위 있는 종교, 그리고 축제를 좋아하는 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하다고 저자는 추론한다.

 

3. : , , 염소, 돼지는 인간과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변모했다. 재배되면서 더욱 굵어진 밀 낟알과 달리, 소와 여타동물들은 더 작아졌다. 그 중에서도 소는 이상하게도-, 염소, 돼지와 달리-신석기, 청동기를 거치며 유독 작아졌다. 게다가 상당히 작아졌다.(p.177)” 유전적 흔적으로 남은 소의 대규모 이동 중 일부는 무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주하는 인간을 따라간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제부 소의 유전자가 아프리카의 타우린 소에 들어간 것은 아마 서기 7세기와 8세기에 아라비아가 세력을 확장한 사실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20세기 후반에 인공수정이 도입되면서 소 육종은 더 전문화되었다. 일부 소들은 우유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량되었는데, 한 예가 현재 전 세계에 가장 많은 홀스타인 품종이라는 것이다.

 

4. 옥수수 : 옥수수는 공식적인 발견의 항해를 통해서 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대서양 어장 탐사에도 묻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열대 카리브해 옥수수와 달리, 북아메리카 변종들은 온대기후에 이미 잘 적응되어 있었다. 그들은 중유럽과 북유럽에 들어오자마자 번성했을 것이다.(p.220)” 유전자분석과 분자시계는 옥수수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약 9천 년 전에 작물화 되었음을 암시한다. 옥수수가 이 지역에서 8,500년 동안 머무르다가 지난 5백 년 사이 전 세계로 퍼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옥수수의 확산이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문서증거에 따르면. 옥수수가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스페인에서 중국까지 확산한 것은 콜럼버스가 카리브해 지역에서 옥수수를 들여온 지 단 60년 만이었다. 옥수수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많은 변이 덕분이었다. 각 지역의 야생종과 교배를 통해 다양성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하여 설명한다.

 

5. 감자 : 감자의 유형은 결국 235종으로 분류되었지만, 유전학적 데이터를 포함한 최신 분석에 따르면 모든 감자는 사실상 107종의 야생종과 네 종의 작물종으로 나눌 수 있는 듯하다.(p.258)” 감자의 가장 오래된 품종, 즉 근원종 가운데 일부는 베네수엘라 서부에서부터 아르헨티나 북부에 이르는 해발 3,500미터 높이의 안데스 산맥 고지대와 칠레 중남부 저지대에서 재배된다. 이 근원종들은 네 종으로 나눌 수 있다. 1845년 여름, 감자 역병균이라 불리는 균류가 아메리카에서 들어오는 배에 포자가 실려 아일랜드 해안에 도착했다. 아일랜드 감자는 그 새로운 병원체에 저항성이 없었다. 이 마름병은 1846년과 1848년에 다시 닥쳐 유럽 전역의 감자 작물을 휩쓸었다. 그 결과가 아일랜드에서는 수백만 명이 굶주리고 죽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된 원인은 단일종의 작물만 재배하게 되면서 생긴 위험이라고 말한다. 안데스의 농부는 한 사람당 열 가지가 넘는 품종의 토마토를 재배한다. 이 품종들은 조금만 거리가 멀어져도 환경조건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안데스산맥에서 저마다 약간씩 다른 생태적 지위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한다. 반면 산업화된 농업은 거대한 지역을 단일 재배로 채워 집단 발병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6. : 닭의 조상종은 붉은산닭이었으며, 가축화는 남아시아 또는 동남아시아의 특정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상당히 확신했던 듯하다. 현대 닭의 유전적 다양성은 그 지역에서 가장 높고, 중국, 유럽, 아프리카에서는 훨씬 낮다. 일부 연구자들은 닭이 청동기시대인 4천 년 전-5천 년 전 인더스 계곡에서 기원했다면서 닭의 고향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p.317)”유전학은 우리가 고고학, 언어학, 역사학 데이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보충하고 보완하는 중요한 종류의 증거를 추가할 뿐 그러한 자료원들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각각은 우리에게 고대 현실에 대한 독립된 관점을 제공한다. 가축화된 닭은 20세기 동안, 주로 미국에서 열린 내일의 닭대회를 계기로 선택 육종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법이 도입되면서부터 변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부터 이미 닭은 포동포동해지면서 붉은산닭 조상들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한다. 붉은산닭은 1년에 달걀을 열 개도 낳지 못하는 반면, 오늘날의 가축화된 산란계는 3백 개를 낳을 수 있다. 알을 품는 본능이 어떤 식으로든 닭에게서 제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 : 작물 쌀에는 두 종이 있다. 아프리카 쌀인 오리자 글라베리마는 서아프리카의 작은 지역에서 재배되고, 남아메리카에서도 드물게 재배된다. 아시아 쌀인 오리자 사비타의 재배 지역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p.354)” 오리자 사비타의 두 가지 주요 아종이 야포니카와 인디카이다. 낟알이 찰지고 짧은 야포니카 품종은 원래 건조한 논에서 재배되는 고지대 식물이다. 이와 달리 인디카 품종은 찰기가 없고 긴 낟알이 열리며, 랴오 중푸의 물에 잠긴 구불구불한 계단식 논처럼 저지대의 물에 잠긴 논에서 잘 자란다. 인디카 품종은 거의 전부가 열대식물인 반면, 야포니카 품종은 열대 형태와 온대 형태가 모두 존재한다. 두 품종 모두 야생 쌀 오리자 루피포곤과 유전적으로 가깝다. 쌀의 경우도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상에서 기원한 다음, 확산하면서 다른 야생 변종, 즉 다른 원형-작물종과 교잡했던 것이라고 한다.

 

8. : 말속은 약 4백만 년 전-450만 년 전에 기원했으며, 그런 다음 약 3백만 년 전에 말 계통과 얼룩말-야생 당나귀 계통이 달라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2백만 년 전, 현대 야생 당나귀와 얼룩말의 조상이 아메리카에서 나와 아시아에 도착한 다음 유럽과 아프리카로 퍼져나갔다. 그런 다음 70만 년 전 이후의 어느 시점에 현대 말의 조상들도 베링육교를 건너 북아메리카에서 동북아시아로 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유라시아 저녁으로 확산했다.(p.389)” 적어도 45만 년 전 플라이스토세 중기 초반의 유적인 서퍽주 파크피르와 50만 년 전의 유적인 서식스 박스그로브에서 말과에 속하는 두 종의 화석들이 발견되었다. 한 종은 야생 당나귀이고, 한 종은 고대 말이었다. 말들도 표정을 지을 뿐 아니라 다른 말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말들에게 화난 표정, 찡그린 표정,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웃는 얼굴에 비해 화난 얼굴을 볼 때 말의 심박수가 증가한다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9. 사과 : 재배품종들은 실크로드를 따라 확산하면서 야생 꽃사과와 교잡한 것이 분명했다. 사과는 하나의 지리적 기원에서 단기간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가까운 사촌들과 계속 교잡했다.(p.462)” 자연적인 꽃가루받이로 탄생한 잘 생긴 사과를 인간이 선택한 결과, 접붙이기로 클론을 생산함으로써 사과 개체군에 유전적 제약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과 역사 내내 개선이 이루어졌다. 야생의 사촌들은 언제든 사과의 유전자 풀에 기여할 수 있었으며, 그러한 기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뿐, 인간의 의도적 개입은 결코 없었다. 에덴동산에서 자라는 금단의 열매, 뱀이 여자에게 먹어보라고 꼬드긴 것은 답부아라는 과일이다. 이 헤브루어는 사과를 뜻하지 않으며, 이 이야기의 탄생지인 팔레스타인의 뜨겁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사과 품종의 개발은 최근의 일이다.(p.450 )” 그리스 단어 ‘melon’은 사과를 뜻하는 다른 인도유럽어 단어들과 어원을 공유하지만, 정작 사과를 특정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통통하고 둥근 과일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 접붙이기가 분명하게 언급된 최초의 문헌은 고대 그리스 문헌이다.

 

10. 인류 : 아프리카인의 DNA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고대 이주와 집단들 사이의 분기, 집단들이 서로 섞인 정황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역사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수만 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대체로 아프리카 대륙에 한정되어 살았지만, 그런 다음 그 집단은 범위를 확장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p.482)” 우리의 현생인류 조상들과 엮인 것은 네안데르탈인만이 아니었다. 동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태평양 남서쪽 멜라네시아의 섬들에 사는 현대인의 유전체에서 또 다른 구인류 집단과의 교잡 흔적이 발견된다. 멜라네시아인 유전체 중 3-6퍼센트는 또 다른 유형의 조상에서 온 것이다.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혈액 1밀리리터당 30나노그램의 비타민 D가 필요하다. 식생활을 통해서도 비타민 D를 일부 얻을 수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필요한 비타민 D의 약 90퍼센트를 햇빛에 노출된 피부를 통해 만든다.(p.491)” 유라시아에 들어온 최초의 현생인류는 아마 검은 피부를 가졌을 것이고, 이는 그들이 떠나온 곳의 기후에는 완벽한 적응이었다. 햇빛이 강한 장소에서 피부가 타지 않으려면 멜라닌이 많이 필요하다. 자연 선택이 왜 적도 지역에서 검은 피부를 선호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열대 지역에서는 비타민 D를 광합성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지외선이 멜라닌 색소를 통과해 피부에 닿을 것이다. 반면에 햇빛이 적은 장소에서는, 검은 피부가 자외선을 너무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탓에 그토록 중요한 비타민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멜라닌 생산에 관여해 위도가 높은 북유럽인들 사이에 더 흰 피부를 만드는 돌연변이 개체가 쉽게 퍼져나갔을 것이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야생종에게 좋은 것은 우리에게도 좋다. 우리는 진화와 생존이라는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다른 종들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 있다.(p.543)” 우리는 우리와 협력하게 된 종들만을 돌봐서는 안 된다. 어느 때보다 더, 우리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을 가꿀 필요가 있다. 자연의 나머지 부분에서 우리를 분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오늘날과 같은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자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식물과 동물을 길들여 활용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을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따라서 인류의 문화 형성과 발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적극 추천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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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Think 0. 미래에는 길들임의 다양성 확보가 절실하다 평점6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z******8 | 2020.01.24 리뷰제목
초기의 인류는 다른 동물의 '특별한 능력'에 비한다면 참으로 볼품 없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떼를 지어 다니면서 홀로 다니는 것보다 '생존'에 유리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두 다리로 걸으며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으며, '불의 사용'을 터득하면서부터는 아주 빠르게 슬기로워지기 시작했다. 추위를 이기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부드럽고 맛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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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의 인류는 다른 동물의 '특별한 능력'에 비한다면 참으로 볼품 없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떼를 지어 다니면서 홀로 다니는 것보다 '생존'에 유리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두 다리로 걸으며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으며, '불의 사용'을 터득하면서부터는 아주 빠르게 슬기로워지기 시작했다. 추위를 이기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부드럽고 맛 있는 음식을 먹는 방법도 개발하였고, 무엇보다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되어서 '토기'와 '금속'을 다루게 되어 이른바 '문명사회'를 건설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바로 '길들임'이다. 개, 소, 닭, 말과 같은 '동물'을 길들여 각각의 용도에 맞게 '육종학'과 '유전학'을 발전시켜서 다른 동물에 비해 보잘 것 없는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 동물을 '길들임'으로써 더욱 유용한 '능력'을 얻게 되었다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밀, 옥수수, 감자, 쌀, 사과'와 같은 '식물'도 길들여서 풍요로운 먹거리를 챙길 수 있게 되어서 늘 '굶주림'과 싸우던 인류를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드디어 인류는 다른 생물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누리게 되었다. 이렇게 인류의 생존 능력을 크게 높인 '아홉 가지의 길들임'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개의 진화사'를 보면 참 놀라운 정도다. 인류의 영원한 친구로 일컫을 정도로 '친숙함'을 얻기까지 수많은 '육종 실험'이 벌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는 다양한 형질을 뽑아내는 수준에까지 다달았으며 현대에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품종'을 갖게 된 것이 바로 '개'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하나 있다. 어떻게 해서 '개'는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했을까? 원숭이나 쥐와 같은 다른 동물들은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개'는 인간을 '선택'했다. 자신들의 '생존전략'에서 인간과 손을 잡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 하지만 쥐와 같은 동물들은 절대 길들여지지도 않았으면서도 지금껏 번성하고 있다. 쥐는 '환경적응'과 '번식능력'에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인간의 도움 따위는 필요치 않았고, 개는 그럴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인간의 도움을 받은 것일까? 개와 비슷한 '늑대'와 '이리'도 인간에게 길들여지길 거부했다. 그래서 지금은 '멸종 단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암튼, '육종'과 '유전학'의 발달은 '길들임의 역사'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길들임'을 체계화시켰으며 우리에게 풍요를 안겨준 것 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소는 고기와 가죽 뿐만 아니라 '젖'을 인류에게 제공하기 위해 길들여졌으며, 닭은 고기와 함께 '달걀'을 제공하기 위해 길들여졌다. 그리고 말은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줌으로써 '영역 확장'을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인류의 욕심을 끝이 없다. 소나 닭, 말이 자연 그대로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젖과 달걀, 그리고 더 빠름을 추구하면서 몹쓸 짓도 많이 했다. 대표적인 것이 젖을 생산하는 '홀스타인 소'는 끊임없는 임신과 출산을 강요받아야 했고, 양계장의 닭들은 인위적으로 '모성 본능'이 없는 닭만 골라낸 것들이다. 왜냐면 닭이 알에 집착을 하면 달걀 생산에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말은 청동기시대 이후부터 전차와 마차를 끌고 참혹한 전쟁터를 누비고 다녀야 했다.

 

  반면에 식물의 길들임은 '농경의 발달'과 관계가 깊다. 밀, 옥수수, 감자, 쌀, 사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인류는 '굶주림'에서 벗어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농경 발달로 인한 '환경 변화'와 '이례적인 병원체의 공격' 등으로 인해 인류는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인류는 더 넓은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 '숲'을 개간하는 등 자연환경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강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하면서 그 심각성은 점점 심해졌고, 끝내 바다를 메워 개간지로 만드는 '간척 사업' 등은 환경 파괴를 넘어서 생물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단일 작물'을 대량생산하게 되면서 '병원체의 공격'에 더욱 쉽게 노출되기 시작했고, '감자 대기근'과 같은 일이 얼마든지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인류는 길들이는 한편으로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전자형'과 '표현형'에 다양성을 부과하는 일이다. 그래야 인류가 모처럼 누리는 풍요로움을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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