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나의 아내로 주겠다고 한 점순이는 열 여섯 살이였습니다. 데릴사위 격인 나는 마름인 장인이 자기 딸 점순이와의 결혼을 자꾸 미루면서 계속 일만 시켜 속을 끓이게 됩니다. 장인은 딸이 웬만큼 자라면 성례를 시켜 주겠노라면서 3년 7개월이나 새경 한 푼 안 주고 나를 머슴으로 부렸습니다.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으며 성례를 요구하면 점순이 키가 안 컸다고 둘러대곤 하였습니다. 그 키는 언제야 다 자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일을 좀더 잘 하라든지 혹은 밥을 좀 덜 먹으라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순이가 아직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말에는 고만 벙벙할 뿐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