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일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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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일어서서

리뷰 총점 9.5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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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세계각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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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제님, 당신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지게 만든 작품 평점10점 | y********j | 2019.12.24 리뷰제목
처음 그들은 그저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대부분이 전원 지대고 땅이었던 시절. 사내는 나귀의 고삐를 당기고 여자는 아이를 안은 채 뒤를 따르고 있다. 그들의 목적지는 상크리스토방. 남자의 이름은 도밍구스 마우템프로 제화공이다. 아내의 이름은 사라 다 콘세이상, 그리고 그들의 세대를 이어갈 아들의 이름은 주앙 마우템프다. 아버지 마우템프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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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들은 그저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대부분이 전원 지대고 땅이었던 시절. 사내는 나귀의 고삐를 당기고 여자는 아이를 안은 채 뒤를 따르고 있다. 그들의 목적지는 상크리스토방. 남자의 이름은 도밍구스 마우템프로 제화공이다. 아내의 이름은 사라 다 콘세이상, 그리고 그들의 세대를 이어갈 아들의 이름은 주앙 마우템프다. 아버지 마우템프는 일을 시작했지만 그는 곧 술에 빠졌고, 많은 외상을 졌고, 그의 방량벽이 여기서는 살 수 없다 그를 재촉했기에 다시 길을 떠났다. 그러다 결국엔 자신의 모든 짐을 챙겨 가족을 떠났고, 그가 세 번째로 가족에게서 벗어나 길을 떠났을 때는 결국 죽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던 시대. 주앙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장이 되었으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닌 그저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 뿐이었다. 결국 정치와 종교가 만들어낸 부의 불평등에 맞서 땅을 갖지 못한 자들의 투쟁이 시작되고, 그들의 두 다리가 걷고 일하기 위함 뿐만이 아닌 무언가를 얻고 지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으로 만난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 [바닥에서 일어서서]가 출간되었다. 그는 1998년 노벨상을 탔을 때 한 노벨 강연의 첫 마디에서 '나의 인생에서 내가 알았던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다'라고 그의 외할아버지에 대해 언급한다. 그의 외할아버지 제로니무 메이리뉴가 단지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새벽부터 고달픈 노동에 나서던 모습을 작가는 특유의 기법으로 세밀하면서도 한 편의 서정적인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게 묘사한다. 작가는 이 강연에서 자신의 성장을 소설이나 등장인물들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여기에서 자신의 외할아버지와 바로 이어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로 거론하는 작품이 바로 [바닥에서 일어서서]이다. 작가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뿌리를 짚어보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그의 외할아버지 제로니무와 외할머니 주세파는 두 팔과 두 다리로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원시적 농민이었으며 당연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했다. 국가와 지주 권력의 공모자인 동시에 수혜자였던 교회에 기만당하면서 경찰에게 늘 감시를 당했고, 가진 것이 별로 없었음에도 그 별로 가진 것 없는 것조차 빼앗기기 일쑤였던 사람들.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외할아버지의 삶을 기반으로 '나쁜 날씨'라는 뜻의 성을 가진 마우템프 가족의 3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포르투갈의 현대사를 바탕으로 대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3대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억압당하고 짓눌리던 존재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일어서는 존재로 바뀌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 특유의 설명적인 문장들로 역시나 두툼한 분량과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자비없는 페이지를 경험할 수 있다. 비록 비참한 생을 이어오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지만 어째서 이렇게 장엄하고, 감히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까. 하나하나의 묘사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웅장한 영상미와 장엄함을 선사하는데, 전달되는 메시지까지 겹쳐 결코 가볍게 휙휙 넘길 수 없었다. 다만 [눈먼 자들의 도시]보다 약간 어렵게 느껴지는 면은 있다. 조금 복잡하고 독특한 서술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주제 사라마구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애정이 깊은 독자라면 [바닥에서 일어서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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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바닥에서 일어서서 평점10점 | k*****0 | 2022.11.20 리뷰제목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읽고 난 후 하나하나씩 벽돌 깨기 처럼 작품들을 돌파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들이 계속해서 출판되고 있는데 독자이자 주제 사라마구의 열렬한 팬으로써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포르투갈 남부의 어느 시골에서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나갈 수가 있다니. 누군가는 사라마구의 글이 읽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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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읽고 난 후 하나하나씩 벽돌 깨기 처럼 작품들을 돌파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들이 계속해서 출판되고 있는데 독자이자 주제 사라마구의 열렬한 팬으로써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포르투갈 남부의 어느 시골에서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나갈 수가 있다니. 누군가는 사라마구의 글이 읽기 어렵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사라마구 만의 리듬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다. 이야기의 힘에 대해서 한 번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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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마우템푸 가족의 일대기 평점10점 | 5****0 | 2019.12.26 리뷰제목
여기, 이곳은 대개는 전원 지대고, 땅이다. 달리 뭐가 부족하건 땅만큼은 공급이 달린 적이 없었는데, 사실 땅이 그렇게 완전히 넘쳐나는 것은 어떤 지칠 줄 모르는 기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땅은 분명히 인간보다 앞서 생겼고, 오래, 아주 오래 존재해왔음에도, 여전히 소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늘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9쪽)   마우템푸 가족의 일대기책의 저자 주제 사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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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곳은 대개는 전원 지대고, 땅이다. 달리 뭐가 부족하건 땅만큼은 공급이 달린 적이 없었는데, 사실 땅이 그렇게 완전히 넘쳐나는 것은 어떤 지칠 줄 모르는 기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땅은 분명히 인간보다 앞서 생겼고, 오래, 아주 오래 존재해왔음에도, 여전히 소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늘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9쪽) 

 

 

마우템푸 가족의 일대기


책의 저자 주제 사마라구는 포르투칼 작가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22년 포르투칼 중부 지역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3세 때 수도 리스본으로 이주했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69년에 공산당에 입당해 반정부 공산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 1975년에 국외로 추방되었으며 그 후로는 생계를 위해 번역가 언론인 등으로 활동했다. 신사실주의 문예지 <세아라 노바>에서 동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1979년부터 전업작가가 되어 소설, 시, 일기,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함께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그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 왔다. 2010년 6월 18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섬에 있는 자택에서 지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화공 도밍구스 마우템푸, 주요 등장 인물로는 아내 사라 다 콘세이상, 아들 주앙 마우템푸, 장인 라우레아누 카항카 등이다. 첫 무대는 포르투갈 남부의 시골길이다. 도밍구스는 몰아치는 폭풍우를 맞으며 아내와 어린 아들을 리어카에 태워서 이사 중이다. 첫 장면이 이렇게 날씨가 불순한 것은 앞으로의 마우템푸 가족의 여정이 순탄스럽지 않음을 미리 암시하는 셈이다.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제화공 도밍구스는 장인에게 빌린 수레에 짐을 싣고 아내와 아들을 이끌고 몬트 라브르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는 중이다. 술을 비롯한 여러 문제로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인데, 그는 상크리스토방에 도착해서도 선술집을 전전한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은 란데이라로 이사하게 되고, 이번엔 그는 성당지기의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성당 사제인 아가메드스 신부의 여조카를 탐내는 눈으로 본 탓에 성당지기 임무에서 쫓겨나자, 이에 반발한 그는 미사 중 신부에게 완벽하게 망신을 준다. 결국 마우템푸 가족은 또다시 마을을 떠난다.

 

이런 도밍구스의 일생은 그리 길지 않다. 아내에게 다섯 아이를 낳게 하고, 어려운 삶을 비관한 그는 나뭇가지에 밧줄을 감고 목을 매달앗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을 마감하기 전에는 수차례 이사를 하면서 타지로 떠나야 했고, 무책임한 탓에 가족으로부터 세 번이나 도망쳤으며, 세 번째는 결국 가족과 화해하지도 못했다.

 

"땅은 크고 탐욕스러운 입에 어울리는 풍만한 젖가슴을 가진 어머니, 자궁이다. 땅은 가장 큰 땅과 그냥 큰 땅으로 나뉘어 잇다. 아니 더 큰 것은 더 큰 것에 합친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이다"

 

때와 장소는 급변하는 20세기의 포르투갈이다. 소설은 가진 자들의 폭정에 저항, 삶의 조건을 쟁취해나가는 마우템푸 가족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라티푼디움이란 옛 로마 시절에 노예가 경작하던 광대한 사유지를 가리킨다. 20세기에서나 21세기에서나 땅은 가진 자들에겐 풍요를, 없는 자에겐 불행과 고통을 안겨준다.

 

도밍구스의 아내는 그녀의 아버지가 그토록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도밍구스에 푹 빠져 이 남자가 아니면 다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결혼 승낙을 받앗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무 쓸모짝에도 없는 술주정뱅이가 사위로 결코 흡족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딸은 그러지 않았다. 급했다. 덜컥 속도위반으로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의 정치 상황은 군주제가 무너지고 공화정이 들어섰다. 이후 치솟는 물가와 굶주림에 더욱 궁핍해진 사라와 세 아이들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도밍구스를 뒤로한 채 몬트 라브르의 친정아버지 집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아이들은 올가미에 목을 매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일찍부터 밀밭의 일꾼으로, 가정부로 나가 일하며 냉엄한 농촌의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주앙 마우템푸는 이제 가장이고, 맏이다. 첫째의 유산이 없는 첫째,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이며, 아주 짧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큰아들 주앙이 파우스티나와 결혼해 아들 안토니우와 딸 그라신다, 아멜리아를 낳고 근근이 살 무렵, 살라자르의 독재 정권에 맞서 하루 여덟 시간 노동과 임금 인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주의 운동이 일어난다. 대지주들과 주교는 일터에 나오지 않는 농민들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군경찰과 공모하여 무고한 노동자들을 체포하기에 이르고, 주앙 마우템푸 역시 파업의 대가로 체포되었다가 가까스로 풀려난다. 이 무렵 사라 다 콘세이상은 거의 매일 남편 도밍구스가 핏자국 난 목을 드러낸 채 올리브나무 숲에 누워 있는 꿈을 꾸다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떠난다.

 

주앙의 아들 안토니우는 군에 징집되고, 큰딸 그라신다는 몬트 라브르의 첫 번째 파업꾼 마누엘 이스파다와 결혼한다. 주앙은 농장 동료들과 파업을 진행하려다 누군가의 밀고로 4년 만에 다시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6개월 만에 출옥한다. 제대한 안토니우가 프랑스로 일하러 간 사이 그라신다는 아버지의 파란 눈을 빼닮은 딸을 낳고, 이로써 온 가족들이 모여 아기의 탄생을 기뻐한다. 

 

한편 몬트 라브르의 밀밭에서는 일자리에 대한 소동과 이를 억누르려는 지주들의 신경전이 반복되는데, 광활한 밀밭의 수확을 포기해서라도 노동자들을 응징하려는 지주들의 횡포에 농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진다. 광장에서 큰 시위가 일어나고, 몇 사람은 다치고 죽는다. 그리고 뒤이어 보수 우파의 독재 정권이 무너지는 '카네이션 혁명' 끝에 소작농들은 대지주의 땅을 점령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앙 마우템푸는 그의 명이 다하여 가족들의 보살핌 아래서 평온하게 생을 마감한다. 

 

민중은 굶주리고 더러워지게 되어 있었다. 자주 씻는 민중은 일하지 않는 민중이다, 아, 도시에서는 다를지 몰라도, 나도 그건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대농장에서는 서너 주, 때로는 몇 달 동안, 그게 알베르투가 원하는 거라면, 집에서 멀리 나와 일을 해야 하고, 그동안에는 얼굴도 손도 씻지 않고 면도도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명예와 사내다움에서 중요한 점이다. 만일 씻거나 면도를 한다면, 말도 안 된다고 웃음을 터뜨릴 만한 그런 가정을 현실로 만든다면, 그 사람은 윗사람과 동료 일꾼들 모두에게 놀림거리가 된다. 그게 이 시기와 시대의 훌륭한 점이다,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기뻐하고, 노예가 자신의 굴종을 기뻐한다는 것이.

 

포르투갈 현대사를 바탕으로 대농장에서 일하는 농업 노동자 3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이 억압당하고 짓눌리던 존재에서 우뚝 일어서는 존재로 바뀌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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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바닥에서 일어서서] 주제 사라마구 장편소설 평점10점 | s*****a | 2019.12.25 리뷰제목
이 책은 노벨문학상과『눈먼 자들의 도시』의 세계적인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바닥에서 일어서서』이다.『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떻게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는 건지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가 다시 보일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정말 감탄하며 읽었다. 예전에 읽을 때나 얼마 전에 읽었을 때에나 그의 표현력을 격찬하며 읽었다. 이쯤 되면 그의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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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벨문학상과『눈먼 자들의 도시』의 세계적인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바닥에서 일어서서』이다.『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떻게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는 건지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가 다시 보일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정말 감탄하며 읽었다. 예전에 읽을 때나 얼마 전에 읽었을 때에나 그의 표현력을 격찬하며 읽었다. 이쯤 되면 그의 초기작은 어땠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책『바닥에서 일어서서』의 존재를 알게 되면 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강력한 자석의 끌림처럼 이 책에 손을 댄다. 힘껏 나를 끌어들여 뒤흔드는 소설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는 주제 사라마구.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인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그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책날개 발췌)


이 소설은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이라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호기심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옮긴이의 말을 보는 것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인생에서 내가 알았던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다." 이것은 주제 사라마구가 1998년 노벨상을 탔을 때 한 노벨 강연의 첫 마디다. 여기에서 사라마구가 말하는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그의 외할아버지 제로니무 메이리뉴다. 사라마구는 1922년 포르투갈 리바테주 주의 작은 마을 아지냐가에서 토지 없는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1924년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리스본으로 이사하지만, 방학이면 아지냐가에 가서 외할아버지와 지내곤 했다. 이 강연은 위에 말한 첫 문장에 이어 외할아버지가 단지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새벽부터 고달픈 노동에 나서던 모습을 세밀하게, 그러면서도 묘하게 아름다운 느낌으로 묘사한다. 사라마구는 이 강연에서 자신의 성장을 소설이나 등장인물들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여기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와 바로 이어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로 거론하는 작품이 바로『바닥에서 일어서서』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사라마구의 어느 작품보다도 그의 뿌리에 닿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559쪽_옮긴이의 말 中)

개인적으로는 먼저『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서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을 새로이 알게 되고, 그 이후에 이 책『바닥에서 일어서서』를 읽은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100쇄 기념 인쇄본인『눈먼 자들의 도시』이 책보다 먼저 접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그 책 한 권으로 멈춰버리지 않을 것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다른 글도 읽고 싶어지니 말이다. 이 책은 사라마구가 58살 때 쓴 작품인데, 그는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복귀하여 고령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작품 자체와 함께 작가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접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옮긴이는 시원스레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이 책을 읽고자 책장을 넘기면 이런 글이 있다.

정치경제학자들과 윤리학자들에게 묻는다. 한 사람의 부자를 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과로, 사기 저하, 타락, 지독한 무지, 입이 떡 벌어지는 불행, 완전한 궁핍을 선고받아야 하는지 헤아려본 적이 있는가?

_알메이다 가헤터

이 물음에 대한 생각에 잠기는 것부터가 이 소설의 시작이다.


인간의 생애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실험적 상상력의 묘미

작가 유년의 경험으로부터 탄생한 아이러니의 역작 (책 뒷표지 中)

이 소설은 급변하는 20세기 포르투갈이 배경이다. 거기에서 살아가는 마우템푸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대농장에서 일하는 농업 노동자 3대의 이야기를 담아낸 대작이다. 작가의 유년 경험이 더해지니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어떤 기대감을 가지든 기대 이상을 선사하는 책이다.  

 


"핵심을 찌르는 책……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 밀접하게 연관된 소설이다."

_《뉴욕타임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래도『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눈먼 자들의 도시』보다 좀더 포괄적이고 무거운 주제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의 현대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나, 대농장에서 일하는 농업 노동자를 다룬다는 것은 무겁고 힘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큰맘 먹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 손에 집으면 그 안에서 보게 되는 현실이 어떤 모습이든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많이 힘들어도 도무지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글에서 독자를 끌고 가는 힘이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부터 이야기를 써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주제 사라마구의 뿌리를 드러내는 작품이니 그의 글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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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바닥에서 일어서서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a*****7 | 2019.12.25 리뷰제목
<눈먼 자들의 도시>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한 작품으로 각인된 이름입니다.<바닥에서 일어서서>는 1980년, 사라마구가 58살 때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제게는 이 소설이 거대한 서사시처럼 느껴졌습니다.포루투갈의 현대사는 모르지만 세대를 걸쳐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을 보았습니다.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독재자, 재벌, 군경찰...노동자.이 추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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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

한 작품으로 각인된 이름입니다.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1980년, 사라마구가 58살 때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제게는 이 소설이 거대한 서사시처럼 느껴졌습니다.

포루투갈의 현대사는 모르지만 세대를 걸쳐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을 보았습니다.

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독재자, 재벌, 군경찰...노동자.

이 추운 겨울, 힘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힘있는 정치인은 보란 듯이 텐트를 치고 단식을 합니다. 겨우 몇 끼니 굶으면 그만인 다이어트 단식.

진짜 생계가 어려워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은 비참하기만 합니다.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다,

관련된 사람들이 아내와 아들처럼 가까운 사이일 때도."  (19p)


대농장 라티푼디움에는 세 부류의 인간이 존재합니다.

라티푼디움의 소유주들, 노르베르투, 알베르투, 다고베르투.

농장에서 푼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 그들은 굶주린 개의 무리.

십장, 노동자들 중 한 명이지만 소유주들의 충실한 개 노릇을 하면서 배를 불리는, 선택된 개.

거대한 서사시의 첫 줄에 등장할 사람은 도밍구스 마우템푸이며 아내는 사라 다 콘세이상입니다.

사라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밍구스를 선택했고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새로운 정착지가 바로 대농장 라티푼디움인데, 어이없게도 도밍구스 마우템푸는 가족을 내팽개치고 방랑을 떠났습니다.

사라의 아들 주앙 마우템푸는 겨우 열 살 나이에 가장 노릇을 했습니다. 가엾은 엄마와 남동생 안셀무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청년이 된 주앙은 파우스티나를 만나 자식이 셋입니다. 맏이는 아들이고 나머지 둘은 딸. 맏아들 안토니우 마우템푸는 힘든 일을 할 만큼 나이들지 않았지만 돼지 치는 일을 했습니다. 매일 일하지만 끼니는 초라하고 늘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농장에서 일하는 소년들 중 마누엘 이스파다와 친구들이 감독에게 자신들이 일한 날들에 해당하는 돈을 달라면서, 이제 더 견디지 못해 떠나겠다고 말합니다. 감독은 너희들을 파업꾼을 몰아버릴 테니 조심하라고 협박합니다. 너무 어리고 순진한 소년들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합니다. 네 명의 소년은 파업을 선포한 폭도가 되어 군경찰에 신고되면서 심문을 받게 됩니다. 사실 살라자르의 목숨을 노린 폭파 사건이 이틀 전에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풀려날 수 없었을 겁니다. 대농장에 돌아온 아이들은 일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야 했고 마누엘 이스파다는 돼지를 치러 갔다가 안토니우 마우템푸를 만나게 됩니다. 

농부들은 하루 일당으로 삼십삼 이스쿠두를 달라고 요청합니다. 지금 받는 돈으로는 가족 모두가 쫄쫄 굶는 지경이니. 그들이 감독에게 묻습니다. 그래, 농장주는 어떤 결정을 내렸습니까. 감독이 대답합니다, 한 푼도 더 못 준다고. 이때 주앙 마우템푸가 입을 엽니다, 그럼 밀은 추수하지 못할 겁니다, 우리는 그보다 적게 받고는 일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감독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 뒤, 주앙 마우템푸, 쿠스토디우 칼상, 시지즈문두 카나스트루, 마누엘 이스파다, 다미앙 카넬라스는 지역 폭도라는 죄명으로 군경찰대원에게 끌려갑니다. 파업을 주도했으니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심문 당하고, 감옥에 갇힙니다. 그들이 달을 따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하루 일당을 아주 조금 올려달라고 했을 뿐인데, 사실 그 액수는 농장주에게는 전혀 손해가 되지 않는 푼돈입니다.

자, 여기 농장 소유주들의 말을 들어봅시다.


"알베르투가 말한다, 발이 끼는 것보다는 구두를 자르는 게 나아, 일 년 추수를 안 하고 놔둔다고 망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자 감독이 말한다, 그들은 돈을 더 원합니다. 양식 가격이 계속 올라 굶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시지즈베르투가 말한다, 그건 나하고는 상관없어, 우리는 우리가 주고 싶은 돈을 줄 뿐이야, 먹을 것은 우리한테도 비싸.

그러자 감독이 말한다, 그자들 말을 들어보니, 농장주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모이겠다는데요.

그러자 노르베르투가 말한다, 나는 개가 내 뒤를 따라오며 짖는 걸 원치 않아."  (460p)


가진 자들에게 못 가진들은 그저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였습니다. 

주앙 마우템푸는 감옥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끝까지 거짓 자백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을 벌려고 일을 했을 뿐 그 어떤 정치적인 일도 한 적이 없다고, 더 황당한 건 글을 모르는 주앙에게 직접 진술을 적으라고 강요한 것입니다. 만약 그가 글을 알았다면 농부가 아닌 군경찰이 되었을 겁니다.

여섯 달이 지나고, 주앙은 풀렸났고 같은 시기에 체포된 시지즈문두 카나스트루도 석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자유로운 심장으로 포옹하며 말합니다, 나는 말하지 않았어, 나도 하지 않았어.

한낱 개와 개미에 불과한 사람들이 이제는 모두 함께 짖고 꽉 물어야 할 때라고 외칩니다. 끝나지 않은 투쟁.


"어떤 목소리들은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선다, 

지난 두 해 동안 우리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 그걸 말해봐, 내 자식 둘이 굶어 죽었어, 

나에게 남은 자식 하나는 커서 짐을 지는 짐승이 될 거야, 

나는 지금 짐을 지는 짐승이지만 계속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507p)


"...문제는 여덟 시간이나 사십 이스쿠두가 아니야, 우리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이제 뭔가 해야 돼,

그런 건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야,

... 그들에게는 무기가 있고 우리는 없다는 핑계로는 충분치 않아, 

지금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야, 이런 말을 하는 건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은 우리 아버지를 위해서야, 아버지는 다른 인생은 살려고 하지 않았지, 가엾은 분,

내가 당신을 때리고 군경찰이 술에 취한 것처럼 웃음을 터뜨리는 기억뿐이었어, 

만일 신이 있다면 틀림없이 그때 개입했을 거야."   (5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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