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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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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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교육/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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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자유롭고 풍요로운 연결을 위한 제언 평점10점 | a******9 | 2019.12.18 리뷰제목
요즘도 학교에서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생 때 배운 용어 중에 사회간접자본(Socila Overhead Capital, SOC)이 있었다. 그 정의는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을 직간접으로 지원해주는 자본의 하나로서, 도로/항만/공항/철도 등 교통 시설과 전기/통신, 상하수도, 댐, 공업단지 등을 포함하고 범위를 더 넓히면 대기, 하천, 해수 등의 자연과 사법이나 교육 등의 사회제도까지를 포함한
리뷰제목

요즘도 학교에서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생 때 배운 용어 중에 사회간접자본(Socila Overhead Capital, SOC)이 있었다그 정의는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을 직간접으로 지원해주는 자본의 하나로서도로/항만/공항/철도 등 교통 시설과 전기/통신상하수도공업단지 등을 포함하고 범위를 더 넓히면 대기하천해수 등의 자연과 사법이나 교육 등의 사회제도까지를 포함한다.]와 같다이 책에서는 사회간접자본과 같은 의미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용어가 등장한다책을 쓴 클라이넨버그는 이런 사회적 자본이 발달할 수 있는지 어떤지를 결정하는 물리적 환경인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Social Infrastructure), 줄여서 사회적 인프라의 중요성을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다사회적 인프라는 사람들이 교류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물리적 조건이기도 하다튼튼한 사회적 인프라는 친구들이나 이웃들끼리 만나고 서로 지지하며 협력하기를 촉진하는 반면낙후한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 활동을 저해하고 가족이나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든다(p.11). 뒤에서 나오지만 클라이넨버그는 사회적 인프라를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p.20)라고 규정한다.

  책의 긴 서문은 1995년 7월에 발생한 시카고 폭염 사태를 짚어보면서 시작한다일주일 동안 739명이 사망한 이 사태 후 행해진 사망자 분석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온다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당연히 사망자가 많았으리라 예측되었던 가난하고 폭력이 난무한 동네 중 일부가 사망자가 가장 적게 발생한 지역으로 나타났다그런 동네의 특징은 지역 주민 간의 인적사회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조장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동하고 있었다는데 있다결국 사회적 인프라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하지만 책은 사회적 인프라가 현대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에도 지금까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p.23)음을 밝힌다사회적 인프라가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프라만으로 양극화한 사회를 통일하거나 취약한 공동체를 보호하고 소외된 개인들을 연결하지는 못하겠지만사회적 인프라 없이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p.23)다고 보기 때문이다책의 내용을 인용한 것은 기실 책의 본문이 이런 견해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서문이 가리키는 바를 잘 이해하면 책의 큰 그림은 다 숙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책의 본문은 사회적 인프라가 잘 구동되는 실제 사례와 그에 대비되는 상황그리고 미국 내책의 모든 내용은 미국에 해당한다에서 해당 사회적 인프라가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걸림돌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또는 사회적 인프라가 잘 작동하기 위한 제언이 포함되기도 한다.

  본문에서 가장 먼저 거론하는 사회적 인프라는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다른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내용에서 같이 나오기도 한다.) 가장 빈곤한 동네 중 하나인 뉴욕 동부 브루클린의 뉴로츠가에 있는 낡은 도서관이 등장하는데 시설은 낡았지만 고령자를 대상으로 스크린 볼링장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책 읽고 빌려주고 강연을 듣는 일상의 업무와는 달리 활동성 있는 운영이 인상 깊다도서관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자의 고립을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 간의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사회적 인프라는 우리가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데 배경과 맥락을 제공하며도서관은 우리가 가진 가장 필수적인 사회적 인프라 중 하나인데 가장 저평가된 사회적 인프라이기도 하다(P.51). 이런 도서관이 지닌 문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다양한 목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탓에 공공도서관 시스템과 직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p.52)는 데 있다고 본다이보다 더 큰 근본 문제는 미국 정치인과 공무원이 도서관을 사치품으로 여기는 시각에 있는데 정치/행정 영역에서의 공공성 취약은 도서관을 비롯한 사회적 인프라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한다.

  주거 환경도 주요한 사회적 인프라이다세인트루이스에 건설되어 각광을 받다 십여 년 만에 모두가 기피하게 된 프루이트아이고 공동 주택을 사례로 들며 공간 관리의 실패가 어떻게 거주민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하고 교류를 단절시켜 결국 폐쇄의 길로 들어서는지 냉철하게 보여준다하드 인프라를 그럴싸하게 만들어도 소프트 파워와 연결되지 않으면 이용하지 않는 대표 사례이다

  또 다른 사회적 인프라로 학교가 등장한다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 상호 간에 교류가 발생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 학교의 사례를 통해 공동체 의식이 함양되고 학습에 진전이 발생한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한국에서라면 이런 교류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궁금하다학부모 모임이 이루어지면 이너 서클과 아우터 서클이 구분되고 이 안에서 차별이 생긴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서이다.) 큰 학교를 소규모로 쪼개면서 인적 교류는 늘고 반사회적 행동은 억제하는 효과를 낳은 사례는 신선하다학교주로 대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경계 허물기를 통해 학교가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도심 내의 녹지와 텃밭이 건강한 유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상황도 중요하게 다루어진다도심 내의 방치된 공터를 활용한 도시농장 또는 공동체 텃밭의 조성이 세대 내뿐 아니라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사회적 고립이 완화되고 사회 참여가 증대하며 동네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일련의 선순환은 사회적 인프라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는 사례다이는 증가하는 고령자들이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는 유익하고 저렴한 방법이기도 하다이 소재와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마약 사용자들의 사회 편입을 높이기 위해 그들에게 안전한 헤로인을 공급하는 스위스 얘기는 특이하다한국의 보통 사람으로서는 마약에 손댄다는 게 결코 일상적인 일이 아닌 까닭일 테다다만 그런 정책이 마약 사용에 관대해서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향에서 나왔음을 보고 사회의 상황에 따른 정책 운용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도서관주거 형태학교도심 내 녹지와 텃밭 등 하드 인프라 중심물론 이런 하드 인프라를 운용하기 위한 소프트 인프라의 중요성도 같이 다뤘지만의 전개에서 벗어나 소프트 인프라가 중심이 되는 전개로 바뀐다클라이넨버그는 미국 내 분열 상황을 강조하면서 심각한 차별에 직면한 모든 집단에게는 지지와 응집력을 강화해줄 공간이 필요(p.234)하며 이는 역사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운동경기장과 같은 형태의 공간도 그에 해당하지만 인터넷 공간도 연결을 강화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언급한다미국이 이루지 못한 사회적 인프라의 구축 사례를 싱가폴로테르담 등에서 가져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고 틀어서 비판하는 부분은 슬쩍 웃음이 나기도 한다또한 기후 변화에 대한 선제적 인프라스트럭처의 구축 필요성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하는데 아직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의 상황을 돌아볼 때 답답한 마음이 든다결국 사회적 인프라는 하드 인프라스트럭처를 대신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하드 인프라만큼 중요한 개념(p.290)으로서 인지하고 건물이나 시설 등 유형의 인프라 구축에만 돈을 들이고 신경 쓸 게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의 확보에 주력하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클라이넨버그가 말한 사회적 인프라가 도시행정을 하는 공무원이나 기타 관련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서는지 궁금하다다분히 미국의 특성을 반영한 내용이고 항목이라 한국의 도시행정에 바로 접목시킬 수 있을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하지만 불평등과 고립의 탈피가 사회적 인프라의 활성화당연히 하드 인프라와 소프트 인프라 모두 확보되어야 한다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 전체의 만족도가 올라간다면 이 영역에 관심을 쏟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도시행정가 뿐 아니라 시민운동을 하는 단체들도 참조할 책이라 여겨진다이런 이들이 아니더라도 나처럼 도시에서 계속 생활할 이들도 사회의 연결 고리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제공받는다고 볼 수 있겠다히키코모리처럼 일체의 관계를 끊고 자신의 영역 안에서만 생활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책은 모두 대도시에서의 사례를 따왔지만 한국의 중소도시에도 적용 못할 이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문제는 재원일 텐데 각자 필요에 따라 합리성 있게 대처하라고 할 수밖에 다른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

  사회적 인프라의 필요에 대한 현실감 있는 이야기잘 읽었다번역은 쉽고 매끄럽게 잘 이루어졌다고 평가한다책의 부제인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을 잘 느꼈다다만 사진 자료 등 시각 효과가 부족해서 실제 사례가 어떤지 확인할 수 없었던 점은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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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 소외와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의 중요성 평점10점 | a*******5 | 2019.12.14 리뷰제목
예전에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까운 지름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 학교에 다녀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그 원인은 새로 생긴 아파트 주민들이 자기네 아파트를 경유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싫어서 학교로 가는 지름길을 철책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외부인들이 들락거려 자신들이 범죄에 노출되므로 위험하다는 게 이유다. 외부인을 잠재적 범죄자
리뷰제목

 예전에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까운 지름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 학교에 다녀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그 원인은 새로 생긴 아파트 주민들이 자기네 아파트를 경유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싫어서 학교로 가는 지름길을 철책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외부인들이 들락거려 자신들이 범죄에 노출되므로 위험하다는 게 이유다. 외부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씁쓸하지만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태에 아이들이 무얼 배울까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보다 좋은 지혜를 찾지 못한 주민들의 해결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뉴스다.

 

 1995년 시카고에 7백여 명의 사망자를 낸 폭염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재난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한 곳인 엥글우드와 가장 적은 곳 중 한 곳인 오번그레셤은 비슷한 빈곤 지역인데도 사망률에서 큰 차이가 났다. 이 점에 의문을 품고 자연재해와 관련한 사회학을 연구하기 시작한 저자는 현장 답사를 통해 양적 자료에 잡히지 않은 실태를 발견했다. 그것은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Social Infrastructure의 차이이다.

 

"튼튼한 사회적 인프라는 친구들이나 이웃들끼리 만나고 서로 지지하며 협력하기를 촉진하는 반면, 낙후한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 활동을 저해하고 가족이나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든다. 사회적 인프라의 역할은 가히 결정적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학교나 놀이터 혹은 동네 식당 등에서 벌어지는, 서로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이루어지는 지역적 교류가 곧 그들의 공공 생활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건전한 사회적 인프라를 갖춘 장소에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공동체 형성을 목적으로 이 같은 장소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꾸준하게 반복해서 모여들 때, 특히 즐거운 일을 하며 교류할 때 관계 또한 필연적으로 싹트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의 차이가 사망률의 차이로 이어지고 우리 삶의 질을 바꾼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비만이나 흡연처럼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거다. 더 나아가 사회적 인프라의 구축은 기후 변화와 불평등의 심화, 민족 간 분쟁 등으로 인한 갈등 해소와 민주주의 실현에도 필수라는 점을 강조한다.

 

 도서관은 지금까지 저평가되었으나 가장 필수적인 사회적 인프라 중 하나다. 저자는 "도서관과 사회적 인프라가 지역 사회 활성화에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고립과 고독 같은 온갖 개인적인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필수"라고 한다.

 

 또 도서관처럼 사회적 인프라의 모범 사례라 할 수는 없어도 다른 많은 장소들과 기관들도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고 한다. 부모의 참여를 독려하는 보육 시설을 통해 부모들은 정보를 교환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며, 학교를 통해 아이들은 사회성을 배우고 우정을 쌓으며 미래를 대비한다. 그밖에 놀이터와 교회, 카페, 서점, 이발소 등의 상업시설과 각종 편의 시설은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교류하며 지역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끼게 함으로써 고립과 소외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주변의 소매상점들이 단지 손님에게 물건을 팔고 고립과 소외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곳만이 아니라 동네를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만드는 데도 일조한다는 점이다. 이는 '길 위의 눈'을 통한 수동적 감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녹지가 잘 관리되고 주민들이 녹지를 자주 이용할 때도 안전한 사회적 인프라에 기여한다. 아파트 주변에 초목이 많은 곳이 범죄율이 낮고, 주민들의 공격성과 정신적 피로도가 낮다는 연구도 있다.

 

 지역 사회에서 사회관계의 강도와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남용 사이에도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실증적 연구도 있다. 견고한 지역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마약에 중독될 가능성이 낮은 반면 마약 사용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될수록 약물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처럼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이 사회연결망이 약한 사람들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공동체 텃밭과 도시농장도 다양한 사람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해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응집력과 사회 참여를 증진하며 스트레스 수준을 낮춘다. 반면에 옥상 정원은 지역 사회 주민들을 연결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달리 사회적 인프라 형성을 헤치는 장소와 조직도 있다. 특정인만 가입할 수 있는 사교 클럽, 서로 분리된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 인종 분리 수영장 시설,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동네, 분리 장벽, 가짜 뉴스가 담긴 광고와 차별과 양극화를 부추기는 콘텐츠를 확산해 이익 창출을 하는 기업들 등이다.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의 안전만 신경쓰느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길을 막은 주민들의 선택도 사회적 인프라를 헤치고 고립화를 자초하는 선택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아이들이 다니는 아파트 단지 안의 길 바닥에 예쁜 색으로 페인트 칠을 한다든가 나무를 심어 상징화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웃과 아이들의 마음도 밝아지고 아파트 주민들의 선의도 전달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간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된 노키즈존을 비롯한 몇몇 부정적인 사건들과 긍정적인 사회 정책들이 생각난다. 모두 별개의 일들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인프라 형성을 돕는 데 기여하는가, 아니면 헤치는가.

 

  저자는 "만일 우리가 사회적 분열 위로 다리를 놓는 데 실패한다면 그 분열은 우리가 계속해서 존재할지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어떤 종류의 사회를 만들 것인지가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거다. 저자에 의히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물리적 및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가 우리를 돕고 지탱하고 보호하는 데 가장 적절한지에 관한 포괄적인 대화""각 도시와 지역에 산재한 취약점과 가능성에 관한 모든 종류의 집단지성"을 이용하고 이와 함께 "시민성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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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공동체의 행복한 삶을 위한 기반시설의 필요성!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i*****n | 2019.12.09 리뷰제목
제목만 보았을 때는 단순히 도시에서의 효율적인 생활을 위한 지침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책의 원래 제목이 ‘사람들을 위한 궁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저자는 원제에서도 잘 드러나 있듯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흔히 인프라(infra)라는 말로 통칭되는 단어는 ‘인프라
리뷰제목

제목만 보았을 때는 단순히 도시에서의 효율적인 생활을 위한 지침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책의 원래 제목이 사람들을 위한 궁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저자는 원제에서도 잘 드러나 있듯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흔히 인프라(infra)라는 말로 통칭되는 단어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의 줄임말로, 사회 발전의 밑바탕이 되는 시설들을 지칭하며 사회간접자본이라 부르기도 한다. 저자는 모든 사람들이 소통을 통해 만족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고 그곳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이 연구에 뛰어들게 된 배경으로 1995년의 폭염을 거론하면서, 저자는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주거 환경에 주목했음을 밝히고 있다. 최근 여름마다 폭염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내 경험으로도 당시의 폭염은 상당히 극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극심한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비슷한 생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는 희생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역에서 기반시설이 얼마나 갖춰져 있고, 또 그 역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지는가를 사회학적으로 고찰한 연구인 것이다.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이란 부제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취지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도시의 생명이라는 제목의 서문을 통해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을 규정짓는데 사회적 인프라의 역할은 가히 결정적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교나 놀이터 혹은 동네 식당 등에서 벌어지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이루어지는 지역적 교류가 곧 그들의 공공 생활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로 상징되는 한국의 도시 생활에서 가장 문제로 꼽히는 점은 이웃끼리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라 할 것이다. 최근 도시에서의 고립적인 삶을 타개하려는 갖가지 공동체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다. 때문에 현장 조사를 통한 분석 결과를 제시한 저자의 연구를 통해서, 우리 주변 환경의 인프라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문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동체의 소통을 위한 기반시설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의 도서관과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 논하면서, 그것이 단순한 시설이 아닌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버려진 건물이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유리창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그곳이 곧 우범지대로 변한다는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이의 대안으로는 방치된 공간을 보다 개방적으로 꾸미고, 곳곳에 녹지와 텃밭을 조성하여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다양한 도시에서의 사례를 통해서, 자신의 제안이 실현 가능한 방법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 연구가 다인종 사회인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인종과 빈부의 격차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여름철에 미국 동남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허리케인에 대비하는 장벽의 건설이 지니는 문제와 지역 공동체의 지원이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저자는 유사한 상황에 처해진 사례를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나라들의 사회적 환경과 비교하여, 고립을 넘어서는 소통의 공간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논증하고 있다. 결국 그 대안은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사회적 연결망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데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대규모 토목 건설 공사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긴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게,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사용되어야만 할 것이다. 특히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저자의 조언처럼 거창한 시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접근이 어렵다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프라의 문제는 결국 사람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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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생각을 바꾸는 물질의 힘 평점3점 | s*******r | 2019.12.29 리뷰제목
장소의 물리적 특성이 인간의 행동과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개념은 매우 흥미롭다. 이런 사례들을 쭉 훑고 있으면 역시 물질이 우선, 관념이 나중이라는 철 지난 유물론이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이런 생각은 영화 <매트릭스>를 보자마자 다시 뒤집히긴 하지만.언젠가 신도시의 도시 계획이 어떻게 인간을 살찌게 만드는지 읽은 적이 있다. 이는 추정과 주장이
리뷰제목

장소의 물리적 특성이 인간의 행동과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개념은 매우 흥미롭다. 이런 사례들을 쭉 훑고 있으면 역시 물질이 우선, 관념이 나중이라는 철 지난 유물론이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이런 생각은 영화 <매트릭스>를 보자마자 다시 뒤집히긴 하지만.


언젠가 신도시의 도시 계획이 어떻게 인간을 살찌게 만드는지 읽은 적이 있다. 이는 추정과 주장이 혼합된 선언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사실이었다. 현대의 도시 구조는 상업 지구와 주거 지구가 명확히 나뉘어 있다. 대형 마트는 도시 외곽에 위치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반드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런 마트에 매일 가는 건 어려워 사람들은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1+1 상품은 이득으로 느껴지지만 사실은 불필요한 상품 1개를 추가로 얻어온 것이다. 이 상품은 냉장고 안에서 썩거나 당신의 몸으로 들어가 뱃살 축적의 주역이 된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정육점과 채소 가게, 작은 마트가 있다면 사람들은 필요한 게 있을때 마다 걸어 나가 소량만 사 올 것이다. 휘발유를 쓸 일도, 그걸로 공기를 더럽힐 일도, 운동 부족의 될 일도 없다. 옆집, 윗집, 아랫집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얼굴을 익히는 건 덤이다. 현대의 도시 구조는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비하고, 인간을 돼지로 만들고, 파편화시킨다.


도시의 구조를 바꿔 얻을 수 있는 변화는 이밖에도 많다. 동네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 공원, 도서관, 체육관 등을 만들면 범죄율과 주민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주차 문제나 층간 소음으로 시비가 붙어 심심찮게 칼부림이 나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이웃이 매일 체육관에서 인사를 나누고, 공원에서 개를 산책시키며 새로운 사료에 대한 정보를 나눈 사람이라면 그의 뱃속에 칼을 찔러 넣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일까?


파편화된 인간은 서로를 더 쉽게 증오한다. 증오는 소통을 방해하고 부족한 소통이 증오를 고착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하지만 경계가 없는 곳에 서로 모이게 되면, 비록 살가운 대화나 친밀한 감정이 오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관계에는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그는 매너 없는 미친 또라이가 아니라 멀쩡하게 생긴 이웃인 것이다.


폭압을 일삼는 독재국가가 정보과 국경을 살벌하게 통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외부인을 적으로, 뿔이난 도깨비로 정의함으로써 내국인의 마음에 분노의 씨앗을 심는다. 그 분노는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열쇠가 된다. 그런데 외부 사람들이 하나둘 왔다 갔다 하며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고 삶을 공유하면 자기 생각이 편견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계층 간 갈등, 빈부 격차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시가 빈자와 부자의 도시로 양분화되면 끝끝내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부자 도시 사람들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 가난한 도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삶에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공감할 기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책 매우 지루하고, 그저 사례를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음에도 주장하는 바가 그렇게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에게 행동의 변화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책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에 가라거나 공원으로 나오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가고, 공원에 나갈 수 있도록 도시의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이는 도시 설계를 담당하는 몇몇 입안자들의 생각만 바꿔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지 내에 텃밭이 있고 세대마다 일정한 공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자기 땅을 가꾸며 이웃과 만나고, 그 땅에서 난 것들을 서로 나누지 않을까?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세요, 만나면 인사를 나누세요 라는 포스터를 붙이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이 책이 아쉬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그 변화를 이끌 공공 혹은 민간 사업자에게 어떠한 이득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한 정량적 고찰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금싸라기 땅에 왜 상업용 빌딩 대신 도서관을 지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왜 아파트 한 동을 더 짓는 대신 텃밭을 만들어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답을 줘야 한다. 입법으로 강제할 수도 있지만 입법자들의 표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이루는 법이다. 공공의 이익, 민주주의의 발전 같은 추상적 개념으로는 인간을 바꿀 수 없다. 자본주의 세상에선 선을 추구하는 사람이 더 교활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갖는 가능성을 고찰하지 않는 점도 많이 아쉽다. 최근에 20~30대가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의 교류 사례를 본 적이 있는데, 이들은 익명의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혼자 먹거나 쓰기엔 양이 많은 음식물과 물건을 나누고 있었다. 교류를 나눌 물리적 공간이 없음에도 이러한 활동은 활발하게,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새로운 도시 정책을 입안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효과가 크지만 그만큼 느리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들은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는 잠재력을 지닌다. 아주 작은 물리적 변화만으로도(예컨대 현관 앞에 거주민들만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공용 락커룸을 비치하는 것) 이러한 활동을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바꾸는 일은 다학제적 협업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특정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해내는 일은 오랜 시간 어포던스를(affordance) 연구해온 UX 디자이너보다 잘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건축법도 모르고, 어떻게 집을 지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UX 디자이너, 건축가, 엔지니어, 공무원, 입법 전문가 등이 거대한 콜래보레이션을 이루기 위해선 이들의 노력이 시장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 도시가 한두 개 진행될 뿐 전국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쉽게 말해 이렇게 지어진 도시의 집값이 다른 곳 보다 훨씬 비싸고,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체가 더 많은 돈을 벌고, 그래서 이게 장사가 된다는 판단이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혹자는 이런 생각을 대단히 속물적이라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 좋은 세상 같은 공허한 캠페인으론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행동을 바꿀 수는 없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인간의 행동은 더 쉽고, 더 편하고,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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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i**j | 2020.07.19 리뷰제목
점점 개인화 되어가는 사회에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네요. 지역사회는 사회 기반 시설이 튼튼할수록 번영하며, 방치될수록 무방비 상태의 개인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를 시카고 폭염 사건을 예로 들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나 공원, 종교시설과 같은 사람들간의 연결이 가능한 장소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 수 있었어요.
리뷰제목
점점 개인화 되어가는 사회에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네요. 지역사회는 사회 기반 시설이 튼튼할수록 번영하며, 방치될수록 무방비 상태의 개인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를 시카고 폭염 사건을 예로 들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나 공원, 종교시설과 같은 사람들간의 연결이 가능한 장소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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