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미에르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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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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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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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 뤼미에르 피플 / 장강명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y | 2018.10.09 리뷰제목
모아둔 서평 정리중,20180125《뤼미에르 피플》ㅡ 내가 동조하며 따라가는 빛의 끝도 결국 인생의 끝은 그것일 텐데... 아름답자고 행복하자고, 열심히 살자고, 다정하자고 다짐하는 번듯한 그 말 뒤에는 뤼미에르 빌딩 8층의 이런 사정들이 켜켜이 베어 있을 것 같다. 열심히 읽었지만 문학을 어찌 다룰지 몰라 내가 담아내는 문장들도 스모키다.※유명한 일러스트 작가님의 라이브 타고
리뷰제목
모아둔 서평 정리중,20180125

《뤼미에르 피플》ㅡ 내가 동조하며 따라가는 빛의 끝도 결국 인생의 끝은 그것일 텐데... 아름답자고 행복하자고, 열심히 살자고, 다정하자고 다짐하는 번듯한 그 말 뒤에는 뤼미에르 빌딩 8층의 이런 사정들이 켜켜이 베어 있을 것 같다. 열심히 읽었지만 문학을 어찌 다룰지 몰라 내가 담아내는 문장들도 스모키다.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님의 라이브 타고 들어갔다가 작가님 책상에서 소개받은 책이었다. 현재 '뤼미에르 피플' 을 읽고 있다기에 쌓아둔 책을 미루고 도서관에 갔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좁쌀만한 깜냥으로 문학과 단절한 시간들을 뒤늦게 반성하며 와퍼와 함께 아그작 아그작 맛있게~ 먹으며 장강명 작가를 와퍼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부드러운 빵맛과 새콤한 토마토와 치즈와 쫄깃한 패티가 어울리는 맛.




읽는 사람은 거기에서 의미를 건져낼 수도 있겠죠. 그건 제 알 바가 아닙니다. 사람은 벽지 무늬나 하늘의 구름, 얼룩을 보고도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벽지나 구름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뭐 하나 확실한 게 없고 흐릿하게 기분 나쁘기만 하니까, ㅡ마법매미

현실계와 인터넷은 그때쯤이면 이미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때쯤이면 인터넷이 현실의 조악한 반영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버리고 인터넷과 현실을 서로 다른 것으로, 실제 세계를 이루는 두 축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사용자도, 유사 인격도 아닌, 인간을 흉내 내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자기복제하고 증식해서 거대한 조류를 만들어내리라. ㅡ삶어녀 죽이기

모든 존재는 인간이 되기를 꿈꾼다. 그들은 빛과 그림자로만 이루어진 조용한 세계에서 애타게 생기를 갈구한다. 반면 그토록 많은 존재들이 부러워하는 '인간의 시간'을 손에 넣은 인간은, 그 선물을 파괴적으로 허망하게 낭비한다.ㅡ 쥐들의 지하 왕국

극히 예외적인 독립운동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사건은 서로 복잡하게 중첩돼 함께 일어난다. 전혀 사소한 일이 중대한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작은 우연이 겹쳐 끔찍한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ㅡ동시성의 과학

섬이 꾸는 꿈은 한없이 아름답고 동시에 비인간적인 것이어서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아름다움이 인간적인 특성이라고 오해한다. ㅡ되살아나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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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설의 안과 밖의 시간과 공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는... 뤼미에르 피플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i | 2013.03.07 리뷰제목
“저로서는 알 수 없죠. 실제로 저주가 있었다고 여길 수도 있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습니다. 《뤼미에르 피플》에 실린 단편들 자체가 그런 식이잖아요. 이 단편집 속의 괴상한 사건들은 신비한 힘 때문에 벌어진 것일 수도 있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나 착각이 빚은 해프닝일 수도 있습니다. 모호하지요. 그런 모호함이 그분의 노림수겠고요.” (p.120) 뤼미에르 빌딩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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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서는 알 수 없죠. 실제로 저주가 있었다고 여길 수도 있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습니다. 《뤼미에르 피플》에 실린 단편들 자체가 그런 식이잖아요. 이 단편집 속의 괴상한 사건들은 신비한 힘 때문에 벌어진 것일 수도 있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나 착각이 빚은 해프닝일 수도 있습니다. 모호하지요. 그런 모호함이 그분의 노림수겠고요.” (p.120)


뤼미에르 빌딩이라는 공간의 8층에 기거하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연작 소설집, 그 중 네 번째 소설 〈804호 마법매미〉를 보면 위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우리는 뤼미에르 빌딩에 사는 열 명의 인물들을 소재로 삼은 열 편의 단편을 보고 있는데, 사실 그 열 편의 단편 소설집을 쓴 이는 네 번째 소설에 등장하는 죽은 젊은 작가이다. 그리고 그 단편에는 젊은 작가로부터 완성된 책을 넘겨 받은 편집자가 있고, 죽기 전 젊은 작가가 출판 허락을 받도록 지목한 기자가 한 명 등장한다. 소설의 안과 밖의 교묘한 겹침 정도가 아니라, 소설 속 리얼 세계와 리얼 세계 속의 소설을 뒤섞어버리는 작가의 기기묘묘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여하튼 그렇게 소설 속 주인공들이 거론하고 있는 죽은 작가의 아직 출간되기 전인 책 속의 소설들로 그려지고 있는 소설들을 살펴보자면...


「801호 박쥐인간」.
“박쥐 인간이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은 슬픔과 눈물이다. 비탄에 빠진 인간 곁에 있으면 박쥐 인간의 피와 정신은 맑아진다. 그러나 박쥐 인간이 그 슬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인간들이 삼림욕을 하며 나무가 내뿜는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들의 날숨이 나무에 아무런 해를 미치지 않는 것처럼 박쥐 인간이 얻는 상쾌함도 인간들의 슬픔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사람에게 삼림욕이 필수적이진 않지만 박쥐 인간에게 슬픔은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 (p.13)
뤼미에르 건물에 딸린 편의점에서 일하는 학생의 정체는 실은 박쥐 인간이다. 아마도 소설의 시작 부분에 있는 실종된 이가 바로 그 박쥐 인간이라고 여겨지는데, 그 슬픔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박쥐 인간에게 어느 날 801호 여자가 접근한다. 하지만 아이러니인 것은 그 여자의 슬픔을 해소해주자, 이제 더 이상 박쥐인간인 주인공은 그녀로부터 슬픔이라는 양분을 제공받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슬픔을 없애는 건 기쁨이 아냐. 슬픔은 분해되어서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마음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거야. 잘 썩지 않는 동물의 똥을 쇠똥구리가 분해해 양분으로 만드는 것처럼 박쥐 인간들은 인간의 슬픔을 분해하지. 박쥐 인간이 없으면 이 별은 사라지지 않는 슬픔으로 가득 차게 될 거야.” (p.38)
그렇게 박쥐 인간은 다른 이의 슬픔을 분해하는 대신 박쥐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게 되는 슬픈 운명을 지녔다. 그런데 슬픔이 사라지면 박쥐 인간도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그래도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슬픔’이 없듯이 또한 슬픔은 끊임없이 생산되게 될테니 말이다. 그러니 박쥐 인간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박쥐 인간의 역할을 하는 이가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옮겨져갈 뿐이다.


「802호 모기」.
소설에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병렬의 형태로 실려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여자아이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냈다.’로 시작되며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남자는 뤼미에르 빌딩 802호에서 마비된 몸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모기 한 마리가 괴롭히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남자는 숨을 참으면서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냈다.’ 로 시작되는데, 아마도 마비되어 죽어가는 그 남자로 짐작된다. 이 남자가 상상한 이야기는 쩜과 빡이라는 두 인물의 만남에 관한 것이다. 비행 소년과 소녀로 만난 둘은 802호에서 함께 살기 시작하지만 그들에게 미래는 없어 보인다. 802호라는 공간과 모기라는 매개체가 존재하지만 두 이야기가 전염된 열병처럼 정확히 매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암울한 헐떡임만은 묘하게 겹친다.


「803호 명견 패스」.
왜소증 환자인 여자와 청각 장애인 남자의 이야기이다. 직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이제 여자는 뤼미에르 빌딩 803호에 사는 남자의 집을 방문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그 옆집에는 강아지를 키우는 여자가 살고 있고, 이 남자가 그 여자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이 여자는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왜소증 여자가 오래전 키웠던 개 패스의 이야기... 다른 이야기들도 모호하지만 좀더 모호한... 그래도 이런 문장은 재미있지 않은가...
“시청 주변을 하늘에서 관찰하는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도 인간들의 움직임을 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수천수만 명의 인간이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 갑자기 지하철 시청역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와 사방팔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이유를 외계인이 짐작할 수 있을까? 그런 움직임이 7일을 주기로 5일간 계속되고 2일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외계인들이 그 현상을 이해하려면 현대 자본주의와 직주(職住) 분리의 원칙 그리고 구약성서를 알아야 한다.” (p.82)


「804호 마법매미」.
연작 소설집인 책 전체를 하나의 미스터리로 만들어버리는 바로 그 단편 소설이다. 연인이었던 여자가 죽고 나서 자신 또한 자살인지 아닌지 애매한 상태로 죽은 젊은 작가의 이야기이다.

“... 《뤼미에르 피플》에 나오는 단편의 구조는 어떤 두 세계를 계속 대립시키는 것이거든요.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 부자가 사는 세상과 가난한 자가 사는 세상, 몸이 갇힌 사람과 마음이 갇힌 사람, 언어가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 (p.127)

소설에서는 이 책을 본 유일한 사람으로 나오는 편집자에 의해 우리는 이미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오히려 넌지시 전달받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사실 이 소설집의 작가 장강명은 바로 소설 속의 죽은 젊은 작가가 되는 셈인데, 한 술 더 떠 이 작가에게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또 한 권의 책 《시간의 언덕, 현수동》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소설과는 상관없이 이러한 제목의 또다른 책이 우리들의 리얼 세계에 등장하게 될지, 라는 의문까지도 품게 만든다. 그리고 이 작가가 살던 집이 바로 뤼미에르 빌딩 804호이다.


「805호 돈다발로 때려라」.
803호를 배경으로 한 소설과 마찬가지로 두 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전한 동시성을 부여받는다. 소설은 2단으로 편집되어 한 페이지에서 왼쪽의 이야기와 오른쪽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804호에 대한 소설에서 편집자는 이 소설집이 서로 다른 두 세계를 계속 대립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중 부자인 사람들과 가난한 이들을 대립하여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죽음에서 실패한 가난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과의 마주침으로 죽음에 이르는 부자인 사람의 이야기가 시간과 공간이 모두 뫼비우스 띠의 내부로 끌어들이는 작가의 치밀함 안에서 절묘하게 얽혀 있다. 이 사건들이 벌어지는 공간이 바로 뤼미에르 빌딩 805호이다.


「806호 삶어녀 죽이기」.
‘삶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는 인터뷰 때문에 ‘삶어녀’라는 명칭으로 불리우며 인터넷 댓글 테러의 희생양이 된 여자, 그리고 이 여자를 돕기 위해 구성된 팀-알렙의 이야기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프레임이 갖는 힘을 보여준다. 팀-알렙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 바로 뤼미에르 빌딩 806호이다.


「807호 피 흘리는 고양이 눈」.
눈에서 피를 흘리는 병에 걸린 마티를 내다 버린 807호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렇게 버려진 마티가 고양이들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세상만큼이나 치열하고 비열한 그곳에서 마티는 결국 자신을 복속시키려 하였던 두목을 죽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목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상처뿐인 승리, 그리하여 그 누구의 승리도 될 수 없는 야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808호 쥐들의 지하왕국」.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하에는 거대한 어미 쥐가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어미 쥐는 쥐를 낳기도 하고 쥐에 가까운 인간을 낳기도 하고 인간에 가까운 쥐를 낳기도 한다. 그렇게 세대를 거듭할수록 어미 쥐가 낳은 쥐인간은 인간에 가까워지게 된다. 형 쥐와 함께 살고 있던 동생 쥐, 그리고 그 이후에 태어난 여동생 쥐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들이 사는 곳이 바로 뤼미에르 빌딩 808호였다.


「809호 동시성의 과학」.
기현이는 809호 만나투어 사무실의 삼촌을 종종 방문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804호에서 첼로를 배우는 소녀를 만난다. 사실 <마법매미>에서 죽은 작가가 살았던 804호를 방문했을 때, 김기자는 방음이 되어 있는 그곳을 음악 연습실로 팔면 되겠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실제로 음악 연습실로 팔린 셈이다. 소설 속에서 계속 ‘동조하는 세계’라는 표현이 나오는데,연작 소설집 안의 두 소설은 이렇게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810호 되살아나는 섬」.
새홀리기에서 마리아 혹은 긴몰개로 이어지는 밤섬의 당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와는 별개로 뤼미에르 빌딩 810호에 사는 이현수라는 청년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이현수라는 인물은 <마법매미>에서 죽은 작가가 쓴 또다른 소설 《시간의 언덕, 현수동》의 출간을 허락해줘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설집에 실려 있는 열 편의 소설은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기대고 있다. 단편 소설 하나 하나 보다는 이 모든 소설들을 엮고 있는 사슬이라는 매개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이 어쩌면 이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작가는 2003년에서 2008년까지 신촌에 있는 르 ‧ 메이에르 3차 빌딩에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2008년에 마포구 현석동으로 이사를 하였다고 하는데, 소설집을 모두 읽고 작가의 말을 읽는 동안에도 독자는 현실과 소설 사이를 헤매게 될 수밖에 없다. 지독하다, 이 작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표백》에서 보여주었던 절묘함이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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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뤼미에르 피플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b*****3 | 2019.12.31 리뷰제목
신촌의 뤼미에르 빌딩을 주변으로 살아가는 인물 또는 동물?들의 이야기짧은 단편들로 이뤄진 연작소설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분위기가 달라서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신촌 주변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더 몰입해서 술술 읽었던것 같다. 거리나 가게들이 꽤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기도 했고, 내 기억속의 신촌의 모습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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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뤼미에르 빌딩을 주변으로 살아가는 인물 또는 동물?들의 이야기


짧은 단편들로 이뤄진 연작소설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분위기가 달라서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신촌 주변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더 몰입해서 술술 읽었던것 같다. 거리나 가게들이 꽤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기도 했고, 내 기억속의 신촌의 모습과 소설 속에서 묘사된 신촌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읽으니 내가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는 듯 하면서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중반부에 수록된 마법 매미 에서는 아예 단편집을 쓰고 사라진 작가가 등장하여, 이건 소설이야 라고 독자에게 알려준다. 마법매미 앞부분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어서 처음엔 당황했었는데, 소설을 배치한 순서도 작가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완전 몰입하려는 순간 새로운 시점을 개입시켜서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재미있게 읽은 것은 맨 처음의 <박쥐 인간> 과 <모기> 였다. 사람의 슬픔을 먹고사는 박쥐인간은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뭔가 우울한 신촌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렸다. 모기에서는 서로 다른 종류의 이야기 2개가 동시에 배치되어 있다. 몇가지 작가의 의도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2개의 이야기를 왜 같이 배치하였는지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흥미로운 주제도 있었지만 내가 싫어하는 소재의 이야기도 있어서 그부분은 조금 읽기가 어려웠다. <돈다발로 때려라> 에서는 문자 그대로 돈을 무기로 행사하는 폭력이 너무 자극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 <피흘리는 고양이 눈> 의 주인공 마티는 반려동물을 장난감처럼 쉽게 갈아치워 버리는 주인에 의해 버림받고 길고양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동물을 학대하고 버리는게 너무 쉽게 묘사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이부분도 읽기가 어려운 부분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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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반(半) 존재들을 위한 기록 평점7점 | s*****a | 2019.12.06 리뷰제목
이것은 기록이다.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특정한 하나의 공간, 뤼미에르 빌딩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실재인 듯 실재가 아닌 공간이 소설 속에 펼쳐진다. 뤼미에르 빌딩은 현실에 실재하는 건물이 아니다. 그러나 르.메이에르 빌딩을 아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이 두 건물을 연관지어 생각할 것이다. '뤼미에르란 르.메이에르에서 따왔겠군.' 하고, 어렵지 않게 깨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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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기록이다.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특정한 하나의 공간, 뤼미에르 빌딩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


실재인 듯 실재가 아닌 공간이 소설 속에 펼쳐진다. 뤼미에르 빌딩은 현실에 실재하는 건물이 아니다. 그러나 르.메이에르 빌딩을 아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이 두 건물을 연관지어 생각할 것이다. '뤼미에르란 르.메이에르에서 따왔겠군.' 하고, 어렵지 않게 깨달을 것이다.


소설집을 구성하는 세계는 총 세 개다. 실제의 신촌, 소설 안에 재구성된 신촌, 그리고 단편 <마법매미>에서 현실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신촌. <마법매미>는 허구와 실제를 연결하는 중간 장치이자 또한 완벽한 허구다. 소설집 중간에 배치되어 앞과 뒤를 가름과 동시에 연결한다.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와 소설 속 세계를 모호하게 뒤섞어 놓는다. 


그런 점에서 소설에 표현된 신문 기사(혹은 집지 기사)적인 편집 장치도 흥미롭다. 죽은 작가의 인터뷰 내용은 크고 굵은 글씨로 배치돼 있다. 마치 실제 기사에서 강조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장치처럼. 



여기서 오는 의문. 신문에 실린 인터뷰는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한 인간의 일면만 부각시키고 그마저도 편집을 거친 뒤에 실리는 인터뷰. 

아니, 애초에 인터뷰이는 자신을 얼마나 솔직하게 내비쳤을까? 정말 솔직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 사람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뷰가 그 사람을 조명해 주는 하나의 선명한 렌즈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여기서 또다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인터뷰는 진실을 드러냄과 동시에 감추는 역할을 한다. 


사실과 허구와 진실은 서로 애매하게 맞닿아 있다. 마치 뤼미에르 빌딩이 르.메이에르 빌딩 없이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지만, <<뤼미에르 피플>>의 세계 속에는 르.메이에르 빌딩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또한 <<뤼미에르 피플>>이 출간됨으로써 현실 속 르.메이에르 빌딩과 신촌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 생겨났고, 이것이 또한 '신촌'이라는 지리(장소)에 작은 의미를 새로 부여하게 된 것처럼. 

진실과 거짓뿐 아니라 존재와 부재도 얽히게 된다. 존재하는 것이 부재하는 것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부재도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역설 속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연작소설은 자신이 신촌을 사랑한 흔적이라고 썼다. 그 말에 따르면 현실 속 신촌이든 소설 속 신촌이든 결국 사랑의 대상이 된다.

특정 장소를 자주 다니다 보면 그 땅과 알게 모르게 관계를 맺게 된다. 장소에 대한 애정(나아가 애증까지도)은 그 관계 속에서 싹트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실은 내가 신촌의 거리와 그 일대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대학시절 전부를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그 공간을 나는 사랑한다. 자본의 흐름 속에서 이 공간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미 내가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신촌의 모습은 과거로 박제됐다.

사실 공간에 대한 마음은 영원한 짝사랑이다. 애착을 갖는 건 인간일 뿐, 공간은 중립적으로 거기 서 있다. 


"사람은 벽지 무늬나 하늘의 구름, 얼룩을 보고도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벽지나 구름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122쪽. 804호 <마법매미> 중)


이 책의 마지막 소설, 810호인 <되살아나는 섬>은 공간에 대한 저자 특유의 관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섬(공간)은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의 의지를 갖는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그 섬(공간)의 의지다. 죽음과 부재를 거쳐 다시 삶과 온전한 존재를 향해 간다. 섬의 무녀 새홀리기는 자신의 신성을 내려놓은 뒤에야 가장 '인간다운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무녀로서는 죽었으나, 신적 영역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인간으로서는 다시 태어난 셈이다. 


새홀리기 당주는 옛 밤섬이 있던 자리에 순전히 노래의 힘으로 새 밤섬을 쌓아 올렸다. 새홀리기 당주가 토사와 갈풀, 버드나무로 만드는 섬은 매년 1,300평씩 면적이 늘어나 나중에는 폭파되기 전보다 더 커졌다. (308쪽. 810호 <되살아나는 섬> 중)


그러므로 이것은 기록이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기록. 대척점에 있는 두 세계들(부와 가난, 성과 속, 인간과 비인간 등)이 실은 단단히 뒤엉켜 있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내 주는 기록. 그렇기에 이해하기 까다롭고 어려운, 또한 온전하지 못해서 조금은 슬프기도 한 기록이다. 


그녀의 슬픔은 영안실 한 곳 전체의 슬픔보다 컸다. (20쪽. 801호 <박쥐 인간> 중)


"나한테는 미래가 없어." 남자아이가 말했다.

"왜 네 미래에 대해서만 말하는 거야?" 여자아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71쪽. 802호 <모기> 중)


"우린 이렇게 태어났어. 갈 곳이 없어. 인간들은 자기들 세상에 우리를 끼워주지 않아. 우리는 주민등록번호도, 호적도, 졸업장도 없어. 그리고 저 땅 아래 커다란 세계와 다른 동생들이 느끼는 것에 문자 그대로 묶여 있어서, 거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263쪽. 808호 <쥐들의 지하 왕국> 중)


부족함이 많이 보이는, 존재이자 부재라서 반존재인 이들ㅡ뤼미에르 피플(사람들)을 연민하고 그들의 삶에 마음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게 읽다 보니, 사랑을 의도하지 않았으나 사랑과 유사한 모습의 감정이 생겨 버렸다. 


"책임감?"

ㅡ그녀가 내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껴. (96쪽. 803호 <명견 패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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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지 못했으나 남겨 두고 싶은 구절들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다음 단계, 다음 목표가 필요하다. 어디든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 큰 틀에서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72쪽. 802호 <모기> 중)


뭐든지 흔해지면 값을 잃는다. 비둘기도 그렇다. 어릴 때에는 평화의 상징이었는데 이제는 날개 달린 쥐 취급을 받는다. (111쪽. 804호 <마법매미> 중)


잔인한 양자택일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뿐이리라. (113쪽. 804호 <마법매미> 중)


젊은 신학자들이 한창 해방신학에 심취해 있던 시대였다. 알빌은 한국인에 대해, 또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항상 묵직한 죄책감을 느꼈다. (312쪽. 810호 <되살아나는 섬> 중)


핍박받으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고, 내면에 놀라운 지혜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은, 엘리트 수사가 갖고 있던 순진한 제3세계 민중상에도 동화처럼 잘 들어맞았다. (314쪽. 810호 <되살아나는 섬> 중)

-> 수사가 새홀리기라는 인간을 정확히 보고 사랑했을까? 단순히 이미지를 보고 새홀리기에게 빠져버린 건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 안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한 것이기는 할까?


이 남자는 의문이나 갈등을 마음에 담아두고 숨길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아마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외면할 수 없어 종교에 빠졌을 것이다. (319쪽. 810호 <되살아나는 섬> 중)


"어떤 사람도 결심만으로 다시 태어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수사님은 서품을 받건 받지 않건 사제로 사실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영혼을 사로잡는 듯한 열정이 진실해 보인다 해도, 결국 자신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면 기존의 자신을 이루던 믿음을 다 부숴버리고 밑바닥으로 가라앉아야 한다. (320-321쪽. 810호 <되살아나는 섬> 중)


밤섬과 그 일대 행정동 하나 정도 넓이의 땅이 세상의 중심이고 만사의 기준인 새홀리기에게 가톨릭의 세계종교라는 개념은 흥미로웠다. (324쪽. 810호 <되살아나는 섬> 중)


"세상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절대선이나 구원자 같은 게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그보다는 체계는 없더라도 사람 사이의 인정이나 연민 같은 게 오히려 우리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중략)

다른 사람을 구원하겠다는 선한 마음과 보편타당한 진리에 대한 믿음 때문에 종교 전쟁이 벌어지고 세상이 지옥으로 변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고민하지 말자. 가까이에 있는 우리 동네, 신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하며 살자. 저는 그렇게 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이 저처럼 산다면 그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328-329쪽. 810호 <되살아나는 섬> 중)


그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 역시 새로 태어나길 원한다면, 자기 파괴와 침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었다. (333쪽. 810호 <되살아나는 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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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뤼미에르 피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v********e | 2020.08.23 리뷰제목
[뤼미에르 피플 - 장강명]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처음으로 접하고 나서 이작가의 작품은 전부 구매하여 읽어보고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첫 작품입니다. 짧은 단편 모음집으로 구성되어 있고 작품마다 색다른 느낌이 들게합니다. 박쥐인간 편과 모기 편이 인상깊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입니다.
리뷰제목

[뤼미에르 피플 - 장강명]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처음으로 접하고 나서 이작가의 작품은 전부 구매하여 읽어보고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첫 작품입니다. 짧은 단편 모음집으로 구성되어 있고 작품마다 색다른 느낌이 들게합니다. 박쥐인간 편과 모기 편이 인상깊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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