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가훈 : 동양고전 슬기바다시리즈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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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가훈 : 동양고전 슬기바다시리즈 8

안지추 저 / 유동환 역 | 홍익출판사 | 2019년 11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7.3 (7건)
분야
인문 > 한국/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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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문장 필사 이벤트 "안씨가훈" 평점10점 | m****3 | 2019.02.24 리뷰제목
위진남북조라는 중국 최대의 혼란한 시기에 여러나라를 전전하던 안지추라는 인물이 자녀교육을 위해 집안의 교훈으로 지어낸 책입니다. 천오백년전의 일이니까 사상이나 가치관이 다를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왠걸 요즘의 보편적인 인식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것에 놀랐습니다.. 현대의 사람들도 이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하나하나의 내용이 감동을 주는 내용들
리뷰제목

위진남북조라는 중국 최대의 혼란한 시기에 여러나라를 전전하던 안지추라는 인물이 자녀교육을 위해 집안의 교훈으로 지어낸 책입니다. 천오백년전의 일이니까 사상이나 가치관이 다를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왠걸 요즘의 보편적인 인식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것에 놀랐습니다.. 현대의 사람들도 이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하나하나의 내용이 감동을 주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자식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걸 알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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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안지추의 가훈 평점7점 | t****b | 2013.04.05 리뷰제목
대여섯 살이 되면 슬슬 매를 대는 것도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위엄이 있으면서도 따뜻한 사랑을 갖추고 있으면, 아이들 스스로 부모를 어려워하고 삼가 할 줄 알게 되고,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효심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세상의 부모들을 보자. 자녀 교육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응석만 부리게 내버려둘 뿐이다. 그래서 식사 예절을 비롯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생활
리뷰제목

대여섯 살이 되면 슬슬 매를 대는 것도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위엄이 있으면서도 따뜻한 사랑을 갖추고 있으면, 아이들 스스로 부모를 어려워하고 삼가 할 줄 알게 되고,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효심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세상의 부모들을 보자. 자녀 교육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응석만 부리게 내버려둘 뿐이다. 그래서 식사 예절을 비롯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생활에 이르기까지 제멋대로 굴게 내버려 둔다. 따끔하게 훈계해야 하는데도 도리어 부추기거나, 엄하게 꾸짖어야 하는데 오히려 애교라고 웃어넘긴다. 그러한 아이가 조금 세상 물정을 알게 되면, “사람 사는 세상에 이렇게 해도 제법 통용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26쪽

 

(북)제에 한 사대부가 있었다. 이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나에게는 사내 아이가 하나 있는데, 벌써 17살이 되었습니다. 편지나 글을 꽤 잘 씁니다. 게다가 선비족의 말과 비파 뜯는 법을 가르쳤는데, 이것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장기를 가지고 고관 대신들의 시중을 들어 드리면, 총애하실 게 틀림없습니다. 이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지요!” 43쪽

 

형제의 아내들, 곧 동서끼리란 아무튼 옥신각신하게 되는 진원지이다. 이런 동서들과 함께 사는 것은 저마다 네 바다 저편의 먼 곳에서 살게 하는 것만 못한 일이다. 이렇게 떨어져 살면서 서리와 이슬을 맞으며 서로를 걱정하고, 해와 달이 바뀌는 것을 우러러 보며 서로를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 48쪽

 

여씨춘추에는 “가정에서 매를 들어 따끔하게 가르치지 않으면, 어린이의 잘못이 곱바로 나타난다”라는 말이 있다. 또한 논어 자로에 “형벌이 알맞게 시행되지 않으면, 백성들이 안심하고 몸둘 곳이 없다”라는 말도 있다. 참으로 가정 안에서 너그러움과 엄격함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한 나라에서도 교육과 형벌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60쪽

 

지금 세상에 배풀어 주는 사람은 사치스럽고, 검소한 사람은 너무 인색하다. 만일 베풀면서도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면서도 인색하지 않는다면 좋을 텐데. 61쪽

 

오늘날 북방의 풍속은 대체로 검소하고 절약해서 옷가지와 먹거리가 풍부하다. 그런데 남쪽 강남의 생활은 매우 사치하여 도저히 북방의 아름다운 풍속을 따라가지 못한다. 62쪽

 

양나라 원제 때의 일이다. 천자의 칙령을 관리하던 어떤 높은 벼슬아치인 중서사인이 지나치게 가정을 다스려서 가족들에게 너무 가옥하게 굴었다. 결국 아내와 첩이 함께 모의하여 살인 청부업자에게 돈을 주고, 곤드레만드레 취하였을 때에 죽여버렸다. 62쪽

 

남쪽인 강동 땅에서 여성은 거의 바깥 사람들과 사귀는 일이 없다. 아들딸이 결혼한 사돈 집안끼리라도 서로 맺어진 지 십수년이나 지나도 서로 얼굴 한번 마주치는 일도 없다. 다만 사람을 시켜 예물을 보내어 정중하게 고마운 속내를 전할뿐이다.

북쪽의 수도 업하의 풍습은 한 집안을 오로지 안주인이 관리하였다. 그 여자들은 다른 사람과 소송하여 당당하게 잘잘못을 가리고, 나아가 세력가에게 가서 문을 두드리며 사귀거나 반대로 이러저러한 청탁을 하러온 여자들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그러니 그녀들이 타고 다니는 마차가 온 거리에 가득 차고, 비단 옷으로 치장한 여인네들이 관청의 관사에서 북적대었다. 그녀들은 이렇게해서 자식을 대신해서 벼슬자리를 찾아다니고, 남편의 출세를 위해서 애걸하기도 한다. 이러한 풍습이야말로 선비족 오랑캐의 풍습이라고 생각된다.

남쪽 사람은 속으로 가난하더라도 모두 겉으로 체면을 차리는데 열중한다. 탈 것이나 옷가지도 꼭 갖춰서 꾸미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나 아내와 아이들이 헐벗고 굶주리는 것은 당연하다.

북쪽의 하북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대개 살림을 맡은 아내의 방침을 따른다. 따라서 여자가 쓰는 비단 옷이나 금은 보석류는 꼭 있어야 하지만, 남자들이 부리는 말이나 마부는 바싹 마르고 병들었어도 있으면 됐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부부 사이에는 서로 너라고 부를 정도로 예의가 없다. 북쪽 하북 땅의 여자들은 명주를 뽑아서 비단을 짜고, 색색가지 실로 자수를 놓거나, 무늬를 놓은 비단을 재단하는 솜씨가 남쪽 강동의 여자들보다 훨씬 우수하다. 66-67쪽

 

나의 먼 친척 가운데 집안에 기생과 첩을 많이 두고 있는 자가 있다. 그 여자들 가운데 누가 아기를 배어서 거의 태어날 때가 되면 문지기를 보내어 지키게 하였다. 진통이 일어나 몸을 뒤틀기 시작하면 창 틈이나 문 틈으로 엿본다. 그러다가 만약 딸이 태어나면 바로 들어내어 멀리 가서 버린다. 어미가 울부짖으며 뒤쫓아가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참으로 사람으로서 차마 들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다. 68쪽

 

아들딸은 서로 엇비슷하고 청빈한 집안의 짝과 맺어 주어야 한다고 한 것은 우리 조상 정후께서 세우신 규정이다. 그런데 요즘 딸을 시집보내고 며느리를 들이는 것을 보면, 딸을 상품처럼 재물과 교환하고 비단을 주어 며느리를 사온다. 또한 아들딸을 결혼시키면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벼슬의 높낮이를 견주어 보고, 재산의 많고 적음을 따져 보고 조금이라도 이로운 쪽으로 바꾸려는 꼴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모습은 시장판의 장사치가 하는 거래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70쪽

 

내 집안에서는 무당 박수와 푸닥거리에 대한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도교에서 하는 부적이나 제단을 차려 놓고 기원하는 일에 빠진 적도 없다. 그것은 너희들도 아는 대로이다. 요망한 미신 때문에 낭비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73쪽

 

나는 젊었을 적에 강남에서 자라면서 이러한 예의규범에 대해서 늘 보고 들었다. 그러므로 쑥이 삼밭에서 돋아 나오면 굳이 붙들어 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는 경우나 숙련된 목수가 먹줄을 띄우지 않아도 곧게 줄을 그을 수 있는 경우처럼 몸에 익혀 알고 있다. 그러나 너희들은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랐으므로 이런 예의 규범을 몸으로 보고 들어서 깨달을 기회가 없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쳤으므로 우선 조금만 기록해 두어 자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76쪽

 

북방에서는 자기 아들에게 당나귀라는 뜻의 여구나 돼지새끼라는 뜻의 돈자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경우도 있다. 만일 이런 이름으로 스스로를 부르거나 형제들로부터 불려진다면 또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81쪽

 

 

문선제가 통치한 천보의 시대는 큰 문제없이 끝났다. 뒤에 양준언은 효소제에게 억울하게 처형당하였다. 이때부터 형벌과 정치의 질서가 쇠퇴하기 사작하였다. 또 이 당시에 곡율명월은 제나라에 제일 뛰어난 장군으로 그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국을 벌벌 떨게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사람도 죄 없이 처형당하여 그가 통솔하던 정예군도 함께 무너져버렸다. 이제야말로 비로소 적대국 주나라가 제나라를 삼키려는 뜻을 품게 되었다. 102쪽

 

그런데 세상의 사대부를 보자. 그들 가운데 농사일이나 장사에 종사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고, 기술이나 기예를 익힐 줄도 모르며, 활을 당겨도 갑옷을 뚫지도 못하고 글씨를 끄적여서 이름자나 겨우 적을 정도인 사람이 결코 신기하지 않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배가 터지도록 술과 안주를 퍼 넣으면서 하는 일도 없이 세월만 보내다가 삶을 마친다.

그 중에 어떤 이는 권세를 누린 조상의 은덕으로 대수롭지 않을 반쪽짜리 벼슬자리라도 얻게 되면, 벌써 그것으로 만족하여 공부를 때려치우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은 좋은 일이든 흉한 일이든지 나라나 삶의 길에서 큰일과 맞닥뜨렸을 때 함께 의논하여 판단을 내릴 필요에 쫓기더라도 입만 연고 어찌할지를 모른다. 이는 마치 구름이나 안개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모양이다. 106쪽

 

학문과 기예를 익힌 사람은 어떤 곳에 가더라도 편안히 적응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몽땅 무너져 버린 큰 동란이 일어난 이래로 적지 않은 전쟁 포로들을 보아왔다. 그런데 대대로 미천한 백성이면서 간신히 논어나 효경 정도의 경서만 떼었어도 제법 선생님으로 불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몇 대에 걸쳐 높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면서, 책이라고는 잡아 본 적도 없는 패거리는 누구나 예외 없이 땅을 갈거나 말이나 기르게 되었다. 이러한 실례를 보면 누구든 스스로 힘써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백 권의 책만이라도 언제나 집에 둘 수 있다면 후손들이 길이길이 미천한 백성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110쪽

 

확실히 세상 사람들은 머리가 나쁘건 좋건 간에 모두 뛰어난 사람의 업적이나 참고가 될 만한 일들을 조금이라도 많이 알고 넓게 보려고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독서를 통해서 이 욕구를 채우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요리하는 게 귀찮다고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으며, 또 추위를 느끼면서 옷감을 재단하는 손놀림이 번거롭다고 여기는 것처럼 우스운 짓이다. 참으로 독서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독서는 중국의 모든 문화를 창조한 복희와 신농 이래로 이 세상에 나온 수만은 위인들과 수 많은 일들을 모두 알려 주고 보여준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하고 실패하였는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미워하였는지 독서를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은 새삼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실로 독서야말로 하늘과 땅이나 귀신들도 가리거나 숨겨 두지 못하는 일을 알게 해준다. 111쪽

 

위에서 말한 사람들은 누구나 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로 노장사상을 핵심으로 하는 현학파들이다. 그 나머지는 세속이 티끌과 쓰레기 속에서 뒹굴며 때묻은 감정의 족쇄에 손발이 묶여서, 명성과 이욕의 빈 껍질에 무릎 꿇고 엎드리는 자들이니 여기에서 일일이 문제 삼을 필요도 없도다. 단지 그들에게 쓸모 있는 점이라면 그 티없이 맑고 고상한 담론이다. 바꿔 말하면 허무에 관한 치밀하고 철저한 분석과 사변은 주인과 손님이 주고받는 문답 사이에 마음과 감각을 들겁게 해주는 정도 일 뿐이다. 원래부터 타락산 세상을 재건하고 흐트러진 풍속을 바로세우기 위해서 필요한 주장은 아니다.

양나라 때에 이러한 풍조가 또다시 서서히 떠올랐다. 그리하여 장자, 노자, 주역을 묶어서 세 오묘한 철학서라는 뜻의 삼현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무제 때와 간문제 때에는 천자가 스스로 이 삼현을 강의도 하시고 토론회도 열었다. 136쪽

 

동완의 장봉세는 스무 살을 넘겼을 때에 반고가 지은 한서가 읽고 싶었다. 그러나 남에게서 빌린 책은 금방 돌려 주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에 난처하였다. 누나의 남편인 자부 유완에게 방문한 손님이 놓고 간 명함이나 편지 끝의 여백 부분을 얻어 와서 환서를 모두 베꼈다. 군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의 의지에 탄복하였다. 그는 결국 한서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144쪽

 

상서 중훼지고에 묻는 것을 좋아하면 지식이 풍부해진다는 구절이 있고 예기 학기에는 혼자 학문을 하고 토론할 벗이 없다면 고루해지고 소견이 좁아진다는 말이 있다. 무릇 사람은 서로서로 고쳐주고 깨우쳐 주면서 지식과 덕성을 밝게 열어 주는 법이다. 그런데 문을 걸어 잠그고 누구와도 사귀지 않고서 책읽기에만 전념하여, 제 마음에만 맞아떨어지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나가 보면 뜻밖에도 잘못 알고 틀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151쪽

 

최근 어떤 대단한 높은 분이 있어 효행심으로 평판이 높았다. 이 분이 부모의 상례를 치르는 동안 너무나 슬퍼한 나머지 몸이 상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효심이 다른 사람은 흉내조차 못낼 정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분이 상중에 초막에서 두문불출할 때에 이르러 파두라는 약을 얼굴에 발라서 부스럼이 나게 하였다. 이는 자기가 얼마나 심하게 울며 곡을 하다가 파리해졌는지 보여주려는 행태였다. 그러나 곁에 모시는 하인들에게는 이 일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연히 사람들은 이 사람의 보통 때의 효행에 관해서도 미심쩍어 하게 되었다. 결국 하나의 속임수가 온갖 진실을 헛되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것을 멈추지 않고 헛된 명예를 좇았기 때문이다. 167쪽

 

애당초 진왕조가 남쪽으로 내려와 동진을 세운 때부터 문벌 귀족들이 조정에서 우대를 받게 되어 지나치게 제멋대로 굴게 되었다. 그러므로 강남의 벼슬아치 가운데 재능있는 사람은 위로는 재상인 상서령과 부재상격인 상서복야에서 아래로는 고급사무관인 상서랑이나 중서사인까지의 요직에 발탁되어 중요 기밀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문학이나 경학에 능통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방자하고 겉만 번지르르해서 현실적인 실천에는 전혀 참여할 생각조차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 패거리가 잘못을 저질러도 그들에게는 매질하는 형벌을 가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그들에게 한가하고 고상한 벼슬자리를 주어서 결국 그들의 단점을 덮어 주는 결과가 되었다. 179쪽

 

양나라 때의 사대부들이라면 누구나 유생들이 즐겨 입는 넓고 큰 도포 차림에 헐렁한 허리띠를 차고 큰 관에 굽 높은 나막신을 꿰찬다. 그리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수레나 가마를 타고 나가며, 집에서는 반드시 몇 명의 하인의 시중을 받는다. … 후경의 반란이 일어나자 마자 사대부들은 근육과 뼈가 매우 약하여 걷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체력과 기력이 모두 허약하여 추위와 무더위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전란의 어수선함 속에서 눈 깜짝한 사이에 그 자리에서 죽은 자들은 누구나 이 사대부 녀석들이었다. 180-181쪽

 

강남 조정의 높은 벼슬아치들은 동진의 중흥으로 남쪽으로 강을 건너와서 그대로 타향에 정착하여 지금까지 여덟이나 아홉 세대 정도 지나 버린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농사에 힘을 쏟아 본 적이 한번도 없고, 모두 벼슬아치로서 봉급에 의지해서 생활하였을 뿐이다. 가령 논밭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인들에게 전부 내맡겨 지었다. 그러므로 자신은 한번도 쟁기로 땅을 갈거나 묘 한 포기를 심는 것조차 해본 적이 없다. 몇 월에 씨를 뿌리는지, 몇월에 거두어들이는지 전혀 모른다. 그러니 그 밖의 어떤 세상의 잡무를 알려고 하겠는가. 이런 지경이니 정무를 보아도 전혀 끝을 맺지 못하고, 집안 일을 꾸리더라도 아무 것도 처리하지 못한다. 이는 모두 풍족하고 한가로운 생활에서 생기는 잘못이다. 182쪽

 

천문, 그림, 도박, 선비어, 오랑캐 글이나 호도 기름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연금술 등에 대해서는 어느 것이나 대강의 것은 알고 있지만, 모두 정통한 정도는 아니었다. 186쪽

 

북제 시대 말기에는 재물을 왕실의 인척에게 바쳐서 이권을 청탁하고 궁중의 힘있는 여성을 충동질하여 몰래 세력을 기르는 일이 많이 일어났다. 그렇게 해서 지방장관에 임명된 녀석들은 인장이 수 놓여진 계급장의 화려함에 만족하고 마차와 마부를 이끌고 휘황찬란하게 뻐기면서 그 영화를 자신의 친인척들에게까지도 미치게 하여 갑자기 문벌 귀족의 부귀를 얻었다. 194쪽

 

우리 구대 선조이신 정후 안함께서 자식이나 조카들에게 경계하시며 말씀하신 적이 있다. “너희 집안은 학문하는 가문이다. 그러니 대대로 많은 재산이나 높은 지위를 누린 적은 없다. 이제부터 너희들이 벼슬길에 오르는 몸이 되더라도, 지방 군수급 이상의 자리는 결코 바래서는 안 된다. 결혼 상대를 고를 때에도 세력가를 탐하지 마라” 203쪽

 

후경의 반란이 일어난 이래로 살펴보니 때와 운을 타고 생각지도 않은 부귀를 얻거나 하루아침에 한 나라를 뒤흔드는 권세를 쥐었다가도, 하루 저녁만에 벌써 골짜기 밑바닥으로 깊게 떨어져 괴로워하기도 한다. 또 초하루에 대상인인 탁씨나 정정같이 엄청난 재산을 얻어 득의양양한 얼굴을 하다가도, 그믐날에는 벌써 공자의 가난한 제자인 안회나 원헌처럼 가난해져 버린 예는 열이나 다섯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얘들아! 신중하고 또 신중하라! 206쪽

 

불교 경전에 입문할 때에는 오계가 설명되어 있는데 유교 경전에서 인 의 예 지 신의 오상이 모두 이것과 완전히 일치한다. 결국 인이란 죽이지 말라는 계율에 일치하고, 의는 훔치지 말라는 계율에 일치하고, 예는 사악하지 말라는 계율에 일치하고, 지는 음란하지 말라는 계율에 일치하고, 신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계율에 일치한다. … 무어라 해도 주공과 공자의 가르침인 유교에만 귀의하고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등진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는가? 224쪽

 

양나라 무제 천감 연간이 되어도 이 기풍은 여전히 이어졌다. 그러나 무제 대동 연간 말기에 이르면서 그릇된 서체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형편없어졌다. 예를 들면 소자운은 글자체를 제멋대로 바꿨으며, 소릉왕은 이를 물리치지는커녕 격식에 어긋난 서체를 태연하게 사용하였다. 더구나 이러한 서체를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모두 정식이라고 생각하였다. 그야말로 “호랑이를 그릴 작정이었는데 개를 그리고 말았다”는 식으로, 그 폐단은 매우 여러 방면에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단지 점이 서너개 보일 뿐인데도 글자라고 우긴다. 또 글자의 획을 멋대로 더하고 빼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후로 나온 문서와 책들은 거의 볼만한 것이 없다. 북조에서도 전쟁과 혼란의 여파로 서체의 기풍이 천하고 보기 흉해졌다. 게다가 제멋대로 글자를 만들기도 하여 조잡함이 강남보다 지독하다. 252-253쪽

 

산술은 부업으로서만 배울 뿐이지 결코 이것만 전문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강남에는 이 학문에 뛰어난 사람이 매우 적은데, 단지 범양 출신의 조환만이 정통하였다. 이 사람은 벼슬이 남강태수에까지 올랐다. 하북에는 산술에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있다. 263쪽

 

죽음은 인간이 반드시 짊어져야 하는 운명으로 피할 수 없다. 내 나이 19살 때 양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큰 전쟁을 겪었다. 그 당시는 문자 그대로 번뜩이는 수많은 칼날의 수풀 속을 치달리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그렇더라도 다행히 조상의 음덕으로 이럭저럭 살아남아서 오늘까지 살게 되었다. 273쪽

 

나의 돌아가신 아버님과 어머님은 모두 아직도 건강의 고향 선상 묘지에 모시지 못하고, 강릉의 동쪽 성벽 근처에 나그네 신세로 잠들어 계시게 하였다. 물론 승성 연간 말기에 건강에 돌아가 묘지를 민들어 영구를 옮기고 싶다고 조정에 신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 상소가 받아들여져 은 백 냥을 내려 받았다. 그래서 건강 근처 북쪽 땅에 묘지를 쌓을 벽돌을 구울 참이었다. 그러나 운이 나쁘게도 때마침 양나라가 뒤집어지는 재난을 만나서, 그 이후로는 아는 대로 유랑 생활이 이어지기를 수십 년이니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도 벌써 끊어지고 말았구나 275쪽

 

돌아가신 어머님, 다시 말해 너희들이 할머니가 우리 형제들을 등지시고 긴 여행에 나섰을 때는 공교롭게도 세상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고, 가정 형편도 너무나 어려운 데다 형제도 아직 어렸기 때문에 관에 변변한 부장품도 넣어 드리지 못하고, 묘 안에는 벽돌 한 장 깔아 드리지 못하였다. 279쪽

 

너희들은 우리 집안 전래의 학문을 닦고 전하며 안씨의 이름을 드높이는 일을 자신의 첫 번째 임무로 삼아라. 부디 죽어 썩어 버린 나의 무던 따위에 미련을 두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몰락해 버리는 운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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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도서] 안씨가훈 평점8점 | w*****a | 2021.08.11 리뷰제목
2005년도에 출간한 홍익출판사의 안씨가훈입니다. TV에 육아프로그램이 판치는 요즘 시대에... 1400여년에 걸쳐 널리 읽혀온 안씨가훈.. 그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서 구입해 보았습니다. 천재는 가르치지 않아도 천재가 되고 바보는 가르쳐도 달라지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이야말고 교육하지 않으면 사람됨을 알지 못한다..  밀레니엄 세대니 mz 세대니.. 혼란스러운 요즘, 옛 선인들의
리뷰제목

2005년도에 출간한 홍익출판사의 안씨가훈입니다.
TV에 육아프로그램이 판치는 요즘 시대에...
1400여년에 걸쳐 널리 읽혀온 안씨가훈..
그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서 구입해 보았습니다.
천재는 가르치지 않아도 천재가 되고
바보는 가르쳐도 달라지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이야말고 교육하지 않으면 사람됨을 알지 못한다.. 

밀레니엄 세대니 mz 세대니..

혼란스러운 요즘, 옛 선인들의 생각을 엿 볼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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