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논술쌤이다. 그래서 '독서의 힘'을 믿고 있으며, '토론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유대식 대화 교육법'인 하브루타에 대한 책이다. 하브루타는 '서로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유대식 전통 토론법'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으로 이해를 하면 쉬울 것이고, 각 나라마다 이런 '대화법'은 다 가지고 있는 만큼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교육법이다. 그런데도 유독 '하브루타 대화법'이라고 딱잘라서 '유대인의 전통'을 소개하고 널리 알리려는 까닭은 다를 것이 없다. 유대인 가운데 '성공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삐딱한 이야기지만, 딱 하나만 짚고 넘어가겠다. '훌륭한 교육법은 따로 없다. 어떤 교육법이든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면 훌륭한 교육법이 되기 때문이다'는 말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아시다시피 토마스 에디슨은 '유대인'이란다. 그래서 훌륭한 발명가가 되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럼 에디슨의 어머니가 훌륭하기 때문일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역시 아니다. 이렇게 '특별한 교육법'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에디슨은 어릴 적부터 질문이 많았다. 그래서 권위적인 학교를 중퇴하고 어머니에게서 따로 교육을 했는데, 이것이 '에디슨의 성향'과 딱 맞는 교육방법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에디슨의 어머니도 '어려운 학문'을 에디슨에게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에 에디슨은 따로 노력을 해서 '자기에게 맞는 공부'에 집중하고 그에 걸맞는 노력의 결과로 '발명왕'이 된 것이다.
한 마디로, 훌륭한 건 '에디슨의 노력'이다. 아무리 '교육법'이 훌륭하다고 해도 '내 아이의 성향'에 맞지 않는 교육법이라면 말짱 꽝이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그래서 난 '수많은 교육법'을 찾아읽으며 공부하고 있는데, '나만의 독특한 교육법'으로는 다양한 아이들의 성향에 알맞은 '맞춤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별 교육법'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정리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런데도 단순히 '노벨상'을 많이 타고 '성공한 유대인'이 많다고 하여 '유대인의 교육법'이 절대반지의 힘을 가진 것인냥 소개하는 책이 있다면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도 무방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만, 여러 나라의 다양한 교육법을 소개하며 '배울만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빌려서 '내 아이'에게 딱 맞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굳은 다짐이 필요할 뿐,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강요하는 책이라면 거들떠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말씀을 먼저 드리는 까닭은 이 책에 소개된 '하브루타 대화법'으로 자녀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데 통하지 않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공부에 '공'자도 듣기 싫어한다면 아무리 대화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한들 부모님의 바람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법'은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때로는 '대화법'이 아니라 '놀이법'으로 교육에 성공한 분들도 계시다는 사실을 명심하셨으면 한다. (이것도 기회가 되면 정리해보겠다.)
암튼, 이 책은 '노벨상 수상자의 23%'가 유대인이며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발명가 에디슨, 과학자 아인슈타인 등 '성공한 유대인들'이 많다는 점을 들어서 '유대식 교육법' 가운데 하나인 '하브루타 대화법'에 대해서 소개한 책이다. 자고로 훌륭한 교육법이라함은 '성공한 위인들'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것인데 '삐딱한 독서가'인 나에겐 한 눈으로 읽고 다른 눈으로 흘려버릴 내용이다. 중요한 건 '내 자식에게 딱 맞는 교육법'이지 '남의 자식의 성공스토리'를 달달 암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하브루타 대화법'에 주목할 필요는 무엇일까? 글쓴이가 세 자녀를 직접 기르면서 '하브루타 대화법'의 효과를 직접 경험하였으며, 좋은 습관 네 가지를 기르는데 탁월한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좋은 습관 네 가지란 첫째, 매사 책임감을 갖는 습관이고, 둘째, 배려하는 습관이며, 셋째, 도전하는 습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사하는 습관이란다. 글쓴이는 아이들과 틈만나면 '대화'를 나누었고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데 성공하였다고도 한다. 노파심에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이런 좋은 교육법은 '참고'만 하시면 된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에 부모가 먼저 '가르칠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 '하브루타 대화법'은 아이들에게 "좋은 말로 할 때 알아서 공부해라"라는 식으로 자녀에게 명령하고, "내가 나 좋자고 그러니? 다 니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라는 자녀에게 훈계하는 방법이 아니다. 자녀에게 '좋은 습관'인 책임감, 배려, 도전, 감사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도록 하는 대화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친절하게도 각각의 대화법의 '방법'을 글쓴이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위적이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눈치'가 굉장히 빠르다. 부모가 '정답'을 정해놓고 '대답'을 강요하고 있다고 느껴지면 스스로 생각하기도 전에 '무조건' 네~라고 대답을 하고 만다. 부모님의 말을 건성으로 듣거나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상황이 되면 '하브루타 대화법'이고 뭐고 그냥 '단절'될 뿐이니 절대로 '답정너(답은 정해졌고 너는 대답만 해) 대화법'은 사양하길 바란다. 다음은 책에 소개된 '대화법' 가운데 하나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브루타]
엄마: 하율아, 이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공부가 가장 중요할까?
하율: 가장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엄마: 그럼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하율: 음...생명이 아닐까요?
엄마: 그래, 생명이 가장 중요하지. 생명이란 살아 있는 것인데, 그럼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
하율: 일단 아프면 안 되고요, 행복해야 해요.
엄마: 오, 엄마도 네 생각에 동의해. 우리 딸은 행복한 삶이란 뭐라고 생각해?
하율:맛있는 거 많이 먹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사고 싶은 것도 다 사고... 그러려면 돈이 많아야겠네요.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엄마: 그렇구나.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보면 돈은 없어질 수도 있네. 하지만 지식은 없어지지 않지.
하율: 지식은 없어지지 않아서 지식으로 돈을 벌 수도 있어요.
엄마: 그래, 우리 딸은 어때? 지식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하율: 되고 싶죠. 무식한 사람이 되기는 싫어요.
엄마: 우리 딸은 지식이 많은 멋진 사람이 되고 싶구나. 엄마도 그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식이 많아질까?
하율: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돼요.
엄마: 우리 딸과 이야기하다 보니 엄마도 텔레비젼 보는 거 줄이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하율: 저도요. 공부 열심히 해서 지식을 많이 갖고 싶어요. (127~128쪽)
물론, 부모들이 마음을 열어놓고 자녀와 대화를 시도한다고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명 부모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겠다고 했는데 자녀는 '그건 엄마 생각이고'라고 삐딱하게 대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좋을까? 우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강요'와 '훈계'다. 부모는 선생처럼 하면 안 된다. 선생은 언젠간 '헤어질 사람'이다. 아무리 존경해도 '스치는 인연'일 뿐이다. 그래서 종종 '충격요법'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부모는 절대 '충격요법'을 써서는 안 된다. 평생을 함께 할 가족인데,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교육해서는 '좋은 습관'은커녕 아무 것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땐 그냥 자녀를 '인정'하고 다음 기회로 넘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부모는 자기가 바라는 자녀의 모습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며 다음 기회를 엿보는 것이 좋다. 대다수의 부모들이 자신은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만 '강요'하기 일쑤다. 이를 테면, "넌 어찌된 게 허구헌날 TV 앞에만 앉아 있냐? 옆집 지안이는 만날 책을 읽는단다. 너는 왜 그 모양이니? 이그 속터져. 얼른 방에 안 들어가?" 그러면서 엄마는 '드라마'를 시청한다. 이렇게 방 안에 갇혀버린 아이는 무얼하고 있을까? 십중팔구 게임을 하던가 카톡을 하기 십상이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부모님의 준비와 자세'다. 부모가 하지 않는 일은 자녀도 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셔야 한다.
내 경험담을 하나 더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련다. 학부모가 상담을 하러 왔다. "우리 ㅇㅇ이가 공부를 너무 안 해서 걱정이에요. 성적도 자꾸 떨어지고 공부를 시켜도 영 집중을 못해요. 어떡하면 좋죠?" 난 ㅇㅇ이가 공부를 안 하는 이유를 안다. 부모가 '여행'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가 공부에 집중할 새가 없기 때문이다. 이 부모는 아들만 둘이었는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가족여행을 다닌다. 방학이면 온 가족이 휴가를 내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훌쩍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학기중에도 금요일에 결석계를 내고 넉넉한 일정으로 꽉꽉 채워 여행을 다녀온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왔는데 학교수업이 쏙쏙 들어올리가 없다. 아이는 학교에 가면 '자랑'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가 어딘지 또 자랑을 하느라 머릿속이 온통 '별나라'에 가 있다.
이런 상태인데도 자녀가 초등고학년이 되도록 변변한 '학습'도 시키지 않고 방치해놓았다. 아버님의 말씀에 따르면, 초등공부 정도는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다 공부를 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으시단다. 자기도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맘 잡고 공부해서 이렇게 성공했단다...이해가 되는 말씀이다. 달달 암기만 하면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적어도 초등시절에 '공부습관'을 잡아놓지 않으면 중고등 때 공부해야 할 '어마어마한 공부량'에 질려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버님과 같은 운이 따르려면 '공부머리'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도 겨우 알까말까한 실력으론 택도 없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책이라도 많이 사주라고 권해드렸다. 언젠가는 책을 읽어야 할 날이 올 거라는 걸 스스로 깨우치길 바라면서 말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굳이 '하브루타'가 아니어도 좋다. 우리식으로는 '밥상머리 교육'이 있으니 말이다. 온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앉아서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부모와 자녀의 경험을 서로 공감하는 대화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교육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브루타 대화법'의 핵심이 '질문'인만큼 부모도 어느 정도의 지식을 쌓는 습관을 기른 뒤에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의 질문은 엄청 날카롭기 때문이다. 허를 찌르는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으론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렇다고 부족한 '지식' 탓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가르침은 '지혜'이기 때문이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석봉이보다 학문이 높고 깊어서 큰 깨달음을 준 것이 아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슬기로움이 석봉이를 큰 학자로 만든 것이다. 때론 자녀가 '어려운 지식'에 대한 물음을 던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아빠가 오면 같이 물어보자"며 아빠를 당황하게 만들지 말고, 스마트폰 '검색'을 이용하자. 지식은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이지만 지혜는 가르침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예스24를 통해 위즈덤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