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 / 강현식 지음 / 메이트북스
이 책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였습니다. 심리학 대중서와 전공서의 가굑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면서도 가능한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의 입장을 ㅁ낳이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9쪽
계절이 바뀌고 마지막 학기가 남아있었다. 미루고 미루었던 교육심리학 수강신청을 한 후 소장하고 있거나 읽으려고 메모해두었던 도서리스트를 확인해보았다. 오래 전 학부시절 공부했던 심리학은 그저 나를 괴롭혔던 과목으로만 남겨져 있었던데 비해 읽기 쉬운 심리학 혹은 심리치유관련 에세이 서적들은 다시 볼 요량으로 계속 소장했을 만큼 흥미도의 차이가 극과 극이었다. 그랬기에 전공서를 읽기 전에 대략적으로 읽기 좋은 책을 찾던 중 위의 저자의 말이 확 와닿았다. 내가 찾던 바로 그책,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심리학과 관련된 핵심용어만큼은 미리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책. 이 책은 전문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갖추려고 쉬운 이해를 위해서는 다양한 매체를 인용하기도 하고 전문성을 위해서는 관련 실험의 내용까지 담았다고 했다. 그렇게 추리고 추려서 총160개의 개념으로 정리, 해당 개념을 또 각각의 범주로 나뉘었다. ㄱㄴㄷ 순으로, 분야별로 나뉘어져있기 때문에 특정 심리학 용어가 궁금할 때도 나처럼 교육심리학 과목과 관련된 학습심리학 혹은 구성주의 등의 키워드를 바로 확인하고 싶을 때도 편리했다. 물론 이렇게 특정 키워드나 분야가 아니라 심리학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를 좀 더 예로 들자면 교육심리학의 기본적인 이론과 더불어 2~3주동안 뇌와 관련된 생리심리학 부분을 공부했는데 사실 뉴런이나 신경계 등의 단어는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강의를 듣기 전에 대략적으로 책을 통해 뇌의 대표적인 구조물과 기능을 공부하고 난 후 강의를 들었더니 확실히 이전에 느꼈던 심리학이 곧 괴로움이라는 공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책에서는 아무래도 축약된 부분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보강해주니 좋았다. 책은 책나름대로 핵심만 설명해주어 중복된듯한 지루함도 느껴지지 않아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전공서적의 보조개념으로만 이 책을 활용한다는 것은 아쉽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좀 더 중요한 부분이거나 일상 생활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분은 좀 더 자세하게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가령 '수면'과 관련된 부분의 경우는 수면 그 자체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몽유병으로 연결되고, 또 몽유병이 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와 관련된 REM수면에 관한 것, 또 REM수면 상태에서 일어나느 현상과 함께 불명증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나처럼 심리학을 수강하는 학생들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를 160개 키워드로 추린다는 것 자체가 꽤나 고된 과정이었겠구나 싶은 부분이었다.
에크먼은 여러 연구를 통해 행복, 분노, 슬픔, 놀라움, 혐오, 두려움이라는 여섯 가지 정서와 얼굴 표정이 동양이나 서양, 문명사회나 원시사회를 비롯해 어느 곳에서나 보편적임을 알게 되었다. 357쪽
심리학을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서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다양한 매체, 그것도 미드 <라이 투 미>를 언급하며 얼굴표정과 감정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위의 발췌문은 실제 현존하는 표정연구가 에크먼 박사의 이야기다. 이 박사의 연구결과를 바로 미드 속에서 사람의 표정을 연구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과 연결시켜 재미나게 보았던 미드의 내용이 현실적이며 실제 일어나고 있는 학술적인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거나, 이미 본 미드와 연결시켜 그 순서가 달라지더라도 어찌되었든 책의 제목처럼 <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라는 취지에는 잘 부합되는 것이다. 쉽지만 재미있게 그리고 제대로된 개념과 용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 권 소장해두고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예전 어렸을 때 집 책장 한 쪽에는 전집류의 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양한 명작동화, 문학, 영어 관련 책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중 어느 집에도 있었던 책 중에 문학전집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던 책이 있었는데 그 것은 바로 백과사전전집이었다. 여러 분야 다양한 주제들을 선별하여 ㄱ부터 ㅎ까지 관련 단어들을 키워드로 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던 백과사전은 모르는 것이 생길 때면 늘 찾게 되는 책이었다. 과학부터 상식까지 없는 것이 없는 백과사전은 유년기 나의 궁금증을 채워주던 선생님이었다.
요즘 길을 가거나 서점 진열대를 보면 심리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찌 생각하면 심리학이 보편화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또 어찌 생각하면 정확한 의미와 개념 없이 무차별적으로 쓰이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심리학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책들이 넘쳐나고 있는 이 시기에 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심리학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들에 대한 갈증이 자연스레 생겨났던 것 같다.
이 책은 심리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160개의 핵심 개념어를 선별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마치 심리학 백과사전처럼 찾기 쉽고 접하기 쉽게 만들어놓은 책 같았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제목처럼 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지는 약간의 의문이 들기는 하였으나 작가의 의도가 심리학 전공서와 대중서의 가교역할을 하고자 했다는 것에 어느 정도 이해와 공감이 되기도 했다. 내용은 심리학 개론 수준으로 전공자가 읽어도 될 만큼의 내용이지만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누구라도 쉽게 읽고 접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아 작가가 나름의 중심을 가지고 이 책을 써내려 간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가나다순의 개념어를 찾아서 읽을 수도 있고 심리학의 하위 분야별로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서도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을 해도 좋을 책이지만 곁에 두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찾아보기에도 좋게 내용을 구성해 놓은 것 같아 나름 유용한 면이 없지 않았다.
많지는 않으나 여러 권의 심리학 전공 책을 읽어 보았을 때 모든 전공 책이 그렇듯 쉽게 읽기 어렵고 내용이 무겁게 느껴졌었는데 그런 면에서 전공 책보다는 가벼우나 내용상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이런 대중 서적들이 반갑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