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있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려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또 우스갯소리로 교도소는 세금 낭비라는 농담을 하던 내 철없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금도 교도관으로서 일하고 힘써줄 많은 사람들을 더 잘 알게 되어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편견.
누군가 말했었다.
좋은 것만 보고 살기에도 짧은 삶인데 왜 나쁜 짓을 한 인간들의 얼굴을 하루 종일 보면서 일하려 하냐고.
교도관이라는 직업.
그 직업에 대한 편견.
그리고 나쁜 사람은 항상 나쁘기만 할 것이라는 편견.
편견을 교정하는 어느 직장인 이야기.
처음 이 책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교도소.
내가 아는 교도소는 버스를 타고 제일 마지막 정류장, 종점에 위치한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높은 담, 작은 문, 그리고 문앞에서는 두부를 먹는 다는 것.
그 이외에 알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 곳을 직장으로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생각하며, 어떤 도움을 주며 살아갈까?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곳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오게 된 사람도 있지만, 그 한번으로 인해 남은 인생마저 모두 놓아버린 사람도 있었다.
정신적으로 아픈 것을 모르고, 죄를 지은 사람도 있었다.
난 지금까지 왜 죄지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살게 해주는 것인지 불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 중 하나였다.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는데 왜 죄를 짓고도 편하게 감옥 안에서 삼시세끼 챙겨먹으며 이불 덮고 자게 해주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할 만큼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의 도움으로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수는 있다는 것이다.
무지로 인해 생긴 실수, 먹고살기 힘들어 한 행동들, 잠깐 잘못된 생각으로 행한 잘못된 행동들.
죄를 짓고 나오니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고, 당장 먹고 살길이 없다면 다시 나쁜 일에 손을 대기 쉽다.
그런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도움을 주는 교도관
내 생각보다 따뜻하고, 사람냄새 나는 곳이 교도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어렵고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 교도관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편견.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던 그 편견들이 그들을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도움을 준다면.
세상에 외면 받고 살아가던 그들이 남은 인생을 조금 더 희망차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왜 하필 교도관이야?>의 저자 장선숙 교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편견을 교정하는 어느 직장인의 이야기다.
저는 30년째 교도소에 수용 중입니다.
사람을 죽였을까요?
그것도 한두 사람도 아닌 많은 사람을 무자비한 방법으로?
저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교도소에 있을까요?
저는 30년 동안 교도관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주로 여자수용동에서 밤낮을 함께 하였고, 수용자의 출소 후 사화 복귀를 위해 취업과 창업 지원, 인성교육,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수용자와 출소자, 그의 가족들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저자 장성숙 교감은 30년간 교도관으로 재직하며 '교도관은 어떤 사람인가'를 자문해보곤 했단다.
교도관들은 주로 범죄인을 격리 구금하고 교정교화하여 사회에 복귀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만 육천 명의 교도관들은 '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사람을 교화해 사회로 내보내기 위해 교도관들은 밤낮으로 자신들의 자유마저 담장 밖에 영치시키고 들어와 애쓰고 있으며, 수많은 교정위원들, 봉사자들이 숭고한 사명을 가지고 참여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교도관들은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고 수치스러워하고 감추고 싶은 힘든 시간과 공간에서 수용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에게 안정을 취하게 하고,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기를 성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들이다.
사회와 가족들까지 포기하여 세상을 증오하고 좌절하는 이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다.
가장 어둡고 답답한 곳에서 그 어둠을 탓하기보다 한 자루 촛불이 되어 희망을 잃은 수용자들에게 빛이 되고 온기가 되어 한 생명이라도 거두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누군가 '교정'은 대한민국의 자궁과 같은 곳이라 했다 한다.
새 생명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교도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에 악역으로 나오는 교도관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범, 경제범, 온몸에 문신을 한 우락부락한 수용자들에게 굽신거리는 교도관의 비굴한 모습, 곳곳에 마네킹처럼 그림자처럼 우두커니 서서 지키기만 하는 모습, 수용자들에게 부정 용품을 연계하며 부당이득을 취하는 못된 교도관의 모습들 말이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간혹 영화 <하모니>, 드라마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통해 볼 수 있는 착하고 따뜻한 교도관의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설정일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교도관이란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교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직업이 "공무원입니다" 두리뭉실 이야기하며 "오~" 하던 반응도 "교도관(교정 공무원)입니다"하면 "아- "하는 김빠지는 느낌...?!
함께 운동을 다녔던 지인의 남편이 교도관이었는데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남편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질 않는다고 했다.
교도관은 법무부 소속 국가직 공무원으로 경찰, 소방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근간을 유지하는 직렬로 충분히 인정받을 자격과 권리가 있는데, 일반 시민들 가까이 있지 않고 흉측하고 못된 사람들만을 상대하기에 사회의 안전을 위해 구금된 이들처럼 은둔하게 되어 '또 다른 재소자', '구금된 교정 공무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교도소에서 만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결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담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담장 밖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
복잡하고 안타깝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수용할 줄 알게 되더란다.
그래서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의 부모형제가 되기도 하고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변호사가 되기도 하고 사회복지사가 되기도 한단다.
간혹 우리 수용자들은 내게 '엄마'라는 표현을 합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도 있지만 연배가 훨씬 많은 수용자들도 그렇게 말합니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가장 절박하고 어둡고 무서운 곳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많은 교도관은 그런 마음으로 수용자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p.22
저자는 교도관으로 최종 합격한 후 은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왜 하필 교도관이야?"이라는 말을 듣고 무척 서운하고 야속했다고 한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돈을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고,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고 하셨다.
저자에게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소명이고 선물이었다 한다.
"때로는 세상을 보듬는 것보다 한 사람을 보듬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너는 지금 그 소중하고 가치 있는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지 않느냐."
P.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