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모았다. 식재료를 기르고 공급하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 요리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 등등. 글의 형식도 다양하다. 음식 자체에 대한 글도 있고(<카레는 어디를 가든 진화한다>와 같은 글), 음식의 역사에 대한 글도 있고(<모두가 납작한 빵에 고기를 싸 먹는다>나 <우리가 원하는 건 좋은 이야기다>와 같은 글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글도 있다(<음식은 관문이다>나 <커피가 생명을 구한다>와 같은 글들). 좀 생뚱맞게도 메노나이트에 관한 글도 있고(<메노나이트 치즈는 멕시코 치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온갖 동식물의 이름만 열거한 <인간은 무엇이든 먹는다>와 같은 글도 있다. 음식 문화에 글이 가장 많다. 그런데 그런 글도 좀 결이 다르다. 어떤 글은 지역의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음식 운동에 관한 것이고, 또 어떤 글을 다양성과 절충성이 핵심인 미국 음식의 정체성에 관한 글도 있다. 말하자면 음식에 관한 온갖 얘기들이다.
이 온갖 얘기들을 모아 놓은 것 자체가 음식의 본질을 얘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비빔밥처럼, 이것저것을 합쳐 놓았을 때 새로운 음식, 때로는 단순히 잡탕이지만, 또 때로는 환상적인 음식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음식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또한 하나의 음식도 정말로 많은 사람을 거쳐서야 우리의 입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온갖 사람들의 별로 통일성 없는 얘기들을 모아 놓아야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도 하나는 차려진 식탁 뒤에 감춰진 많은 소외되고 탄압받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탄식한 글이고, 또 하나는 음식 자체가 어떤 의미를 지닌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칸쿤에서 신혼여행을 하거나 멕시코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멕시코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음식에는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거듭해서 해석하자면, 음식에 의미를 담거나 담지 않거나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몫이기도 하고, 또한 그것을 먹는 사람의 몫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 말고도 식재료를 만드는 사람, 유통하는 사람 등등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그만큼 음식은 그 자체로 다양할 뿐 아니라, 의미도 다양하게 해석된다.
나는 미식가가 아니다. 맛집을 일부러 찾아 다니지도 않는다. 대단히 실용적인 목적(이를 테면, 배를 채우는 단순한 목적)으로 음식을 먹는다. 그러니 음미라는 것을 잘 모르고, 또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의미를 잘 생각지도 않는다. 다만 음식을 하나의 문화로, 역사로 기술하는 것은 즐겨 읽는다. 글로 음식을 배운 달까? 이 책에서 자꾸 기억나는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지만, 이 책 전체에 담긴 정신만은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책 속 등장인물의 말마따나 사람들은 이 음식이 정말 맛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고 그러고 나면 이 음식에 기원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다음에는 이 음식이 뭔가 유의미한 방식으로 지속된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 한다. 그 모든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책.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에 담긴 누군가의 인생, 희로애락, 한 사회 더 나아가 세계의 역사까지 알 수 있는 인문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