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환경주의 :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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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환경주의 :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

리뷰 총점 9.0 (2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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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사회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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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위장환경주의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c***o | 2019.01.19 리뷰제목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 나가기 두려운 날이 많습니다. 마스크를 써도 이게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을지 의심이 가기도 하고, 마스크 자체도 너무 비싸고, 또 실내에 들어가면 보통 마스크를 벗는데 실내도 미세먼지 수치가 밖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해서 점점 될대로 되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이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리뷰제목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 나가기 두려운 날이 많습니다. 마스크를 써도 이게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을지 의심이 가기도 하고, 마스크 자체도 너무 비싸고, 또 실내에 들어가면 보통 마스크를 벗는데 실내도 미세먼지 수치가 밖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해서 점점 될대로 되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이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중국을 욕하곤 합니다. 인구도 많고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피해만 준다면서요.


 하지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중국의 그 많은 미세먼지의 원인입니다. 물론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난방만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수많은 물건들을 생산하는 공장들을 매일 돌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수많은 값싼 물건들은 전부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서 공장들을 전부 중국, 인도, 베트남 등으로 옮겨 물건들을 생산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도 그곳에 외주화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노동 환경도 그렇지만 여러 폐기물들과 대기오염 및 수질오염 등의 환경 문제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자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수출해 눈앞에서 치워 버립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중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하자 큰 문제가 일어났죠. 우리나라는 비교적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이 높은 나라여서 다들 그렇게 배출하면 재활용이 잘 될 줄로 알고 있었을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정말 미미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고 전부 다른 나라로 치워 버렸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과연 중국의 환경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일까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고 골치 아픈 문제들은 다 밀어 놓고서 이제와서 환경 문제는 그들의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 걸까요?


 서구의 소비 사회 구성원은 모든 게 지금처럼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듣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린워싱이 잘 작동한다. 마음껏 소비하면서 살고 있는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데 한몫할 것이라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까닭이다. (...) 뮌헨 루트비히-막스밀리안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슈테판 레세니히 교수는 저서 《우리 옆에 노아의 홍수》에서 외향화 사회라는 개념으로, 서구의 복지는 근본적으로 못사는 다른 나라를 희생시킴으로써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경제 성장과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비용을 못사는 나라들에 전가해야 하는 까닭이다. 달리 얘기하면 "우리는 우리의 조건으로 살지 않고, 다른 나라의 조건대로 산다. 우리 서구인은 잘 사는데,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못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과 부당함의 원인을 그것이 크든 작든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p.27-28)


 제가 이번에 읽은 『위장환경주의』는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네슬레, BP, 셸, 유니레버, H&M과 자라를 비롯한 다양한 패스트패션 기업들, 코카콜라 등 대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본인들을 의식 있는 기업으로 포장하면서 세상에 해를 끼치고 있는지 그 실상을 알려주는 책이죠.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대기업들을 속으로 욕하면서, 이들이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지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겉과 속이 다른 것은 저 자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값싸고 예쁜 옷과 물건들을 시도때도 없이 사고 버리며 편리함과 욕망은 누릴 대로 누리면서, 쓰레기 분리배출 좀 성실하게 하고 가끔 에너지를 절약한다고 스스로를 의식 있는 세계 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온갖 문제는 다른 곳으로 떠넘겨 왔던 제 모습을 이 책을 읽으며 볼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들이 이 책에 묘사된 것처럼 못된 짓들을 하면서도 승승장구하는 것은 우리가 눈감아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일의 피해가 당장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면, 특히 그 피해가 나와는 관계 없어 보이는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우리는 슬쩍 눈을 감고 좋은 면만 바라봅니다. 화려한 광고 속의 새롭고 뛰어난 제품들에 금세 홀딱 반해서 지갑을 열면서요.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대기업들의 잘못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이 모든 일들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돌아올까 생각하니 정말 무서웠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의 피해는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 속에서 숨을 쉬거나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된 해산물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넓은 우주 속에서 기적같은 삶을 살 수 있는 행운을 앞으로도 계속 물려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3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5 댓글 23
종이책 구매 『위장환경주의』 : 기업의 면죄부 마케팅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h******e | 2019.01.28 리뷰제목
이 책은 신문에 실린 서평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가, 두 가지 때문에 결국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는 조지 클루니의 네스프레소 광고이고, 다른 하나는 썬크림이죠.   조지 클루니가 등장하는 네스프레소 광고는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로맨스 그레이의 대명사라고 할만한 조지 클루니의 매력이 네스프레소 커피의 풍부한 커피 향(이라고 광고에서는 그러네
리뷰제목

  이 책은 신문에 실린 서평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가, 두 가지 때문에 결국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는 조지 클루니의 네스프레소 광고이고, 다른 하나는 썬크림이죠.

  조지 클루니가 등장하는 네스프레소 광고는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로맨스 그레이의 대명사라고 할만한 조지 클루니의 매력이 네스프레소 커피의 풍부한 커피 향(이라고 광고에서는 그러네요...^^;) 앞에서는 번번이 빛을 잃고 마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코믹하게 잘 그려져 있거든요. 가장 최근의 광고에서는 갑옷을 입은 멋진 기사가 되지만, 여전히 네스프레소 커피보다 저평가되어 여왕을 비롯한 커피 농부, 농학자, 바리스타(광고에서는 ‘최상급 바리스타’라는 의미인지 ‘커피 앰버서더(ambassador)’라고 표현했더군요.) 같은 이들에게 타박을 받습니다. 

 

  그런데, 광고는 재미있지만, 솔직히 커피에 관한 소양이 별로 없는 저는 네스프레소 커피에 그렇게 끌리는 편은 아닙니다. 광고에서부터 이미 가식이 느껴져서요. 네스프레소를 마심으로써 커피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든가 그들과 함께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식의 뉘앙스는 제가 보기에 위선입니다. 우선 어마어마한 광고 모델료를 챙겼을 조지 클루니와 비교했을 때, 제가 아무리 네스프레소를 마셔대어도 커피 농부가 자부심을 가지는데 보탬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네스프레소 덕에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쪽은 어디까지나 조지 클루니와 네슬레 사(社)겠죠. 커피 농부들의 재정 상황이 어떤지 이미 이런저런 르포를 통해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들을 외면하고 그냥 커피 향과 맛과 분위기로만 승부하는 우리나라 커피회사들의 광고가 차라리 솔직해 보입니다.

 

  이 책에서는 커피 농부들에게 커피 1㎏당 고작 2달러를 지불하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엄청난 알루미늄 캡슐 쓰레기를 배출하게 하는 네스프레소 외에도,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폭발로 인해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를 유출하고도 뒷처리는 눈가림식으로 했던 영국 석유회사 BP, 극히 미미한 양의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청바지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해양 생태계 보호의 선도자인 척 위선을 떨어대는 패션 회사, 나무를 함부로 자르고 숲을 불태워 종려나무 농장을 확장하고 있는 팜유 생산 대기업들, 노동 착취의 온상인 섬유산업, 육류 대량 생산을 위해 토지를 약탈하는 축산업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대기업들이 외치는 ‘친환경’이 얼마나 허울좋은 거짓말인지, ‘환경보호’와 ‘생태계 보존’이 오늘날 어떻게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면죄부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어버렸는지를 다양한 자료와 함께 전투적으로 신랄하게 성토하고 있죠.

...“나의 바다를 위해 너는 무엇을 하고 있어?” 이는 G스타의 컬렉션 ‘바다를 위한 원자재’에서 생산한 바다 티셔츠에 새겨진 문구다. 이 문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러하다. 즉 너는 파괴자이고, 나는 구원자다! 바다 패션의 아름다운 스토리는 그걸 입은 사람들을 고상하게 만들어준다. 요컨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제품 가운데 진짜를 구분하고 자신을 고상하게 만들 줄 아는, 이른바 작은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이용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면죄부를 판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매자는 티셔츠를 입을 때마다 스스로 바다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인 것처럼 연출하는 반면, 티셔츠 한 장을 구입함으로써 바다를 오염시켜도 되는 권리를 구매한 셈이다... (p.84) 

 

...‘우리는 환경을 언급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복지를 이루고, 세계를 구하겠다는 약속 따위의 녹색 거짓말을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 이와 같은 녹색 거짓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거짓말을 유포하는 것은 ’사악한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녹색 거짓말은 시스템이다. 녹색 거짓말은 파괴적인 기업을 선한 기업으로 둔갑시키는 희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기업은 어떤 인식을 얻고 윤리적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양심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다.’...  (p.225) 

 

  각종 친환경 인증, 혹은 에코 마크를 부착하기만 하면 으레 가격이 2~5배까지 뛰는 현상(가끔은 그러고도 잔류 농약 함량이 일반 농산물이나 달걀과 별 차이가 없더라는 폭로가 나와 뒷목을 잡게 했던...)을 익히 보면서 의구심을 보냈던 저로서는 통쾌한 폭로여야만 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막막해졌습니다.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석유 유출로 인해 지역 수산업이 타격을 받고 주민들이 병들고 가난해졌음에도 정작 그곳의 유권자들은 석유 산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읽으니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모두 공범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린피스를 후원하고 환경보호주의자를 자처하는 동시에 연비 낮은 스포츠카/중형급 이상의 자동차를 여러 대 보유하는 것은 모순적인 언행불일치일 테지만, 그런 류의 아이러니는 도처에 널렸습니다.

 

  책에서는 ‘구세주 같은 해결책’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녹색 경제 성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구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마치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고도 영원히 작동할 수 있는 영구에너지기관처럼 불가능한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구세주 같은 해결책’이란 결국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개인의 재산과 특권만 보호할 뿐’인 아이디어라고 설명하면서, 특히 북반구 국가들의 번영이 남반구 국가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북반구 거주인인 저 역시 딱히 반박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제가 마시는 커피 역시 (비록 네스프레소는 아니지만) 콜롬비아와 페루의 농부들이 노동에 합당한 대가를 받고 넘긴 커피 원두로 생산되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친환경 마크를 달고 있는 제품을 소비하고, 공정 무역 커피를 마시고, 유기농 식품과 채식을 하는 방식으로 환경을 지키고 자연을 보호하며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칫하면 그것이 기업의 면죄부 마케팅에 불과할 수 있고, 뭔가 근원적인 해결책이랍시고 급격한 변화를 시도했다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과거로의 회귀'가 되는 것도 원치는 않는 터라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석유 회사와 정부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인 끝에 자신들의 숲에서 석유 채굴이 이루어지지 않게 지켜낸 키추아 족의 사례를 들어, 정당하고 공정한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런 이상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모으고, 서로 배우고, 올바르게 인식하고, 소비를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이 책의 원제목은 ‘DIE GRUNE LUGE’, 영어로 바꾸면 ‘The Green Lie(녹색 거짓말)’ 정도 되겠네요. 간혹 오탈자가 보이고, 우리에게는 익숙한 ‘팜유’라는 단어 대신 ‘종려유’를 쓰는 등, 약간 덜 다듬어진 느낌은 있습니다. 그리고, 책 뒤 주석에서 정보를 얻고 싶어 펼쳐보면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는 신문잡지의 제호나 보고서, 혹은 인터넷 주소를 소개한 경우가 많던데, 일일이 검색창에 넣지 않으면(심지어 넣더라도) 알 수가 없어 결국 포기해야 했답니다. 그 많은 사건과 사례를 일일이 소개하고 책 안에 설명해두기에는 너무 방대했겠지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점입니다.

 

 

덧붙임) 썬크림에 대한 사연은 다음에 포스팅해야겠습니다. 그것도 꽤 길어질 듯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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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위장환경주의 / 카트린 하르트만 평점10점 | t******e | 2019.01.15 리뷰제목
시골에 들어와서 수탉 한 마리, 암탉 네 마리를 키우고 있다. 2년 동안 알을 잘 낳던 암탉들이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자 작년에 자연부화한 암탉 두 마리가 그 역할을 이어 받아서 우리 가족이 계란을 사 먹지는 않는다. 닭을 기르기 전에는 마트에서 '동물복지'라는 낱말이 들어간 계란을 사 먹었다. 동물들의 복지를 믿었다기 보다는 얼마 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면서 비록 계란은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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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들어와서 수탉 한 마리, 암탉 네 마리를 키우고 있다. 2년 동안 알을 잘 낳던 암탉들이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자 작년에 자연부화한 암탉 두 마리가 그 역할을 이어 받아서 우리 가족이 계란을 사 먹지는 않는다. 닭을 기르기 전에는 마트에서 '동물복지'라는 낱말이 들어간 계란을 사 먹었다. 동물들의 복지를 믿었다기 보다는 얼마 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면서 비록 계란은 먹고 있지만 적어도 나는 동물들의 복지 정도는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뿌듯해 한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닭을 길러보니 동물복지라는 것도 사람의 입장에서 최악대신 차악을 선택했다는 것이지 닭들의 행복과는 멀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여서 밀려왔다. 만약 인간이라는 종이 없었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현대가 아니라 산업이 첨단화 되지 않은 과거라면 나는 좀 더 행복했을까. 마트에서 제품을 살 때 안경을 벗고 깨알보다 작은 글씨를 들여다보는 것이 정말로 의미 있는 행동일까. 등등.

 

아이들에게 반복학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내게도 반복학습은 무척 중요하다. 이런 환경의 중요성을 깨우쳐주는 책을 읽고 난 얼마동안은 내 일상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가령, 옷 하나를 구입할 때도 될 수 있으면 천연소재를 선택하고,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싼값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내 의식을 두드린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 하나를 살펴보면,

 

네덜란드의 브랜드 G스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태평양에서 나온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최초의 청바지  컬렉션"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이 회사의 청바지를 구매하면서 환경운동을 했다는 뿌듯함까지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았다. 패션 브랜드 G스타는 아주 극소수의 (바다를 떠다니는 1억 4000만 톤의 플라스틱 중 9톤) 쓰레기 원자재를 사용하면서 모든 바다 쓰레기를 해결한 인상을 준 것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바다 표면에 떠있는 쓰레기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바다 전체에 있는 플라스틱의 3/4은 잘게 분쇄된 채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있다고 한다. 이 미세 플라스틱의 35%는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옷이 세탁되면서 물과 함께 바다로 흘러든 것이라 한다. 그러니 브랜드 G스타의 바다 패션이라는 이미지는 기업의 영악한 위장인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사례들을 꼼꼼하게 짚어내면서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제품들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선진국들이 저소득국가의 노동력과 땅을 착취하면서도 '그린'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것을 들춰내고 있다. 값싼 팜유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숲을 태운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기업들, 혼자 일하면 도저히 채우지 못할 할당량을 주어서 전 가족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도 자신들은 절대로 아동의 노동을 착취하지 않는다는 기업가들의 뻔뻔함을 모아서 고발하고 있다.

 

시내보다 공기 하나는 좋을 것 같아서 시골로 이사 왔는데 요즘은 시골이라고 공기가 맑지 않다.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는 시골이라고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답답할 만큼 시야가 뿌옇고 하늘은 짙은 회색이다. 저자는 오늘의 환경문제가 국가나 기업 탓만은 아니라고 일갈한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와 그 수레바퀴에 올라 탄 지구 시민들의 이기심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보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가 그 해결방법이 될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제품의 시작과 끝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현명한 소비로 이어진다면 거칠 것 없이 달리는 자본의 회오리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이런 내용을 방에서 나 혼자 중얼거리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회에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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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녹색 거짓말 [사회-위장환경주의]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j***6 | 2019.11.07 리뷰제목
이럴 줄 알았다. 그동안 완전히 믿지 못하는 마음에 꺼림칙했던 것들의 실체가 확실하게 드러나 있다. 작가가 대단해 보인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늘 죽음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데, 책 속에도 실제 그런 사례가 나오기도 하는데, 목숨을 내놓고 쓰는 글이라니,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쓰는 글이라니. 기자 혹은 작가의 다른 차원을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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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 그동안 완전히 믿지 못하는 마음에 꺼림칙했던 것들의 실체가 확실하게 드러나 있다. 작가가 대단해 보인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늘 죽음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데, 책 속에도 실제 그런 사례가 나오기도 하는데, 목숨을 내놓고 쓰는 글이라니,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쓰는 글이라니. 기자 혹은 작가의 다른 차원을 보는 느낌이다. 가만히 앉아서 읽고만 있기에는 그저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던 것은 '그래서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덜 쓰고 덜 사야 한다는 것. 이렇게 하면서도 내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 상품을 팔기 위해 제시하는 모든 조건들을 의심하고 숨긴 의도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 상품이 무엇이든.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길은 멀다. 어차피 각각의 사람들은 저마다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게 되겠지만 마음은 무겁다. 조금 더 할 수 없다는 것에, 조금 더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방해 요건이 주변 환경이든 각자의 얕은 의지든,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 불편하고 거북해서 마음둘 바를 모르게 된다. 이게 비로소 시작이 되는 지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쓰레기 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태우는 쓰레기는 봉지에 담아 동네 길가에 내놓으면 되는데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 게 영 불편해졌다. 예전에 살던 지방과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무엇보다 아주 시골인 탓에 원칙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탓이다. 일단 재활용 쓰레기를 갖다 둘 장소가 보이지 않고, 겨우 두 군데 찾아낸 곳은 소형 아파트 단지 앞이다. 남의 아파트 앞에 내 쓰레기를? 혼날 것 같다. 쓰레기가 무서워 물건을 사지 않게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알게 되었다. 

 

 쓰레기 문제로 궁리하던 중에 만난 이 책. 대기업이나 세계 단체나 선진국의 정치 세력이나 다 같은 부류의 바람직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 그게 바로 자본주의의 본성에서 비롯된 조직이라는 것을 확인한 책. 순진한 개인들은 자신의 순진함을 믿고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속고 있는 것인지. 특히 나는 그 중에서도 얼마나 많이 모자란 사람인 것인지. '지속 가능'이나 '녹색'이라는 말에 마음을 빼앗기고 산 물건들을 생각하니, 한심하다 못해 처량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쓰레기를 쉽게 처리하지 못하게 된 게 다 그 어리석음의 벌을 받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말도 의심스럽다. 뭘 얼마나 더 쓰게 만들고 얼마나 쓰레기를 더 만들어내어야 국가 경제가 활발해진다는 걸까. 적절하게 쓰고 쓰레기를 줄이는 쪽으로의 변화로 사람들의 의식을 이끌어 가야 할 텐데. 그건 대기업에도, 대기업과 손잡고 있는 정부 세력에도, 그런 정부들이 연결되어 있는 세계 무슨무슨 단체들에도 전혀 이로운 방향이 아닌 탓이겠지.   

 

이 책을 읽기 전에 자그마한 책장을 하나 사려고 이리저리 찾아보고 있었다. 간단히 접었다. 그리고는 예스24 바이백으로 13권을 보내 버렸다. 갑자기 거대 자본 세력들을 향한 화가 깊은 곳에서부터 솟는다.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플라스틱을 집안에 들이지 않는 것(굳이 안 사도 될 것들은 이제 안 사야지, 이제야?) 정도? 있는 것들을 쓰레기로 처리할 때는 더욱 섬세하게 분리할 것. 책은? 정녕 갖고 싶은 종이책들(검증된 소설과 시집)만 구입하고 도서관을 이용할 것(내가 주민세를 얼마나 잘 내고 있는데).

 

타이핑을 하면서도 변명을 만들어내고 있는 스스로를 보았다. 내가 또, 이렇게 변명거리 하나를 더 만들고 있구나. 책을 읽고 타이핑을 하고 마음을 잡는 것으로 그럴 듯한 소비자, 그럴 듯한 북반구의 한 사람이 된 것으로 착각하려 하는구나. 의식을 바꾸고 실천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왜 이렇게도 나를 시험에 올리는가. 되도록 오래오래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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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수익을 고려해 안전 대비책을 깡그리 무시한 파렴치한 대기업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위험을 앞에 두고도 눈을 감아버린 무분별한 정부의 역사이기도 하다. 또한 기술에 대한 위험하고도 순진한 믿음,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방자한 환상의 역사일 수도 있다. 규제 철폐, 부패와 로비, 대기업의 권력, 그리고 정치권의 관리 부재의 역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채우기 어려운 욕구, 이를테면 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욕구로 인해 빚어진 드라마틱한 역사의 결과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는 지나치게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이 내미는 녹색의 약속을 믿고 있다. 그리하여 산업은 당연하다는 듯 석유와 가스의 탐색과 채굴을 위해 점점 위험한 지역(심해와 북극 지방)으로까지 진출한다.

 

72

뭔가를 정말 자주 반복하면, 이것이 결국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예전부터 거짓말도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작동했다. 패션 산업이 바다를 구한다는 이야기도 녹색 거짓말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바다에서 건져낸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운동화는 아디다스가 매년 생산하는 제품(3억 개 이상) 중에서 0.5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H&M의 경우에는 재활용으로 만든 제품의 수가 더욱 적다. 다른 한편으로, 모두가 알고 있듯 진실은 매우 간단하다. 다시 말해 옷과 플라스틱을 적게 생산하고, 적게 소비하고, 덜 버리면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현상과 섬유 산업이 생태계와 사회적 불평등에 미치는 폐해를 멈출 수 있다. 아니, 적어도 아주 많이 줄일 수는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패션 사이에는 단 한 가지 분명한 관계가 있다. 요컨대 패션은 순간적이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렇지 않다. 플라스틱은 500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컬렉션 사이사이에 출시하는 모든 신제품은 미래에 바다의 쓰레기가 된다.

 

80

그런데 여기서 순진한 질문을 던져보자. 도대체 인류란 누구를 말하는가? ‘인류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개념은 인류세 이론으로부터 나왔다.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의 생물 및 지리와 대기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현재의 지질 시대를 말한다. 이 시기를 설명하기 위해 노벨상 수상자 파울 크뤼첸은 2000년 인류세라는 개념을 최초로 끌어들였다. 과학자들은 201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지질학회에서 인류의 시대라는 개념의 도입을 옹호했다. 산업화 이후부터 인간의 영향력을 전 세계에서 입증할 수 있고 부분적으로 그 영향력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면서 말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류세 개념은 행동할 동기를 부여하고,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기에 불충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자극을 주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 개념은 원주민에게 불을 지르겠다며 위협하고 약탈하는 그 인류는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북반구에 사는 세계 인구의 소수, 남반구와 비교할 때 어마어마한 원자재와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산업 사회에서 살지 않는다. 엄청난 원자재와 에너지를 소비한 결과를 떠안는 사람도 미래 세대혹은 우리의 손주들은 아니다. 지금 바로 현재 남반구에 사는 사람들이다. 가난, 굶주림, 토지 강탈, 기후 변화, 전쟁과 위기, 생물의 다양성을 잃고 있는 바로 그 사람들 말이다.

 

89

녹색으로 소비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쾌감은 반계몽주의적일 뿐 아니라, 비정치적이거나 반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쾌감은 우리가 어떻게 지구에서 옳고 정당하게 함께 살 수 있느냐와 같은 중요한 사회적 질문을 순전히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노력이 창의적 아이디어 경쟁으로 부패해버리는데, 이러한 경쟁은 많은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내 결국은 모든 게 좋아진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91

이런 행동을 과도한 선전, 다시 말해 프로파간다라고 부른다. 과도한 선전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고 비판을 방해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제안한 내용이 좋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봉지를 포기하는 것은 좋지요. 바다가 온통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놈 촘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막강한 조직이나 단체가 어떤 제안을 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좋은 생각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설명하면, 당신은 그걸 거절해야 합니다. 제안은 인정하되 프로파간다는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118

사람들의 기후 행진은 정치적 요구를 하지 않았다. ‘윗분들이 기후 변화를 막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진부한 외침 외에는 말이다. 하지만 윗분들도 직접 이런 시끌벅적한 행사에 참여했다. 이를테면 반기문 총장은 당시 유엔 기후보호담당관이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옆에서 산책을 했다. 그 어떤 연설도 없고, 적도 없고, 바리케이드도 없었다. 시위는 유엔 본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고,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는 시위는 시위가 아니다. 이런 시위는 이의를 제기하고 저항하고자 하는 행동의 의미를 흐려놓기만 한다.

 

147-148

기업은 생산성을 올리는 데 몰두한다. 오늘날 전 세계 경제 수장들 모두가 지속 가능성 없는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맹세한다면, 이는 거짓말이 아니다. 그와 같은 맹세에는 사회적 정의와 생태적 정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착취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보호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167

기후, 환경, 건강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독일 정부는 남반구에 있는 나라에서 그 어떤 국가보다 인권 침해를 많이 저지르고 있으면서 이를 합법화하고 심지어 재정 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외향화 사회가 가진 본질적 요소에 해당한다.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독일의 하늘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겉으로 보기에 환경과 기후를 보호하는 것 같은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은 모조리 남반구로 전가한다.

 

183

요컨대 지구상의 농지 가운데 4분의 3을 육류 생산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목초지와 사료 재배를 위한 땅으로 말이다. 이른바 대두 벨트’, 다시 말해 아르헨티나부터 볼리비아,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거쳐 우루과이까지 펼쳐진 이 벨트는 독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모두 합친 땅보다 더 넓다. 이곳에서는 오로지 단작만 한다. 대부분의 대두는 유전자 기술로 조작한 것이고, 따라서 아주 많은 양의 살충제가 필요하다. 이런 농지에 뿌리는 대기업 몬산토의 종자를 라운드업레디 대두라고 한다. 여기서 자라난 대두는 다른 모든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에 면역력을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와 같은 라운드업레디 종자가 경작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브라질에서는 적어도 단작의 70퍼센트가 바로 그런 종자다. 아르헨티나만 하더라도 농장에 최소 2억 리터의 글리포세이트와 3억 리터 이상의 살충제를 뿌려댄다. 그중엔 독성이 매우 강한 엔도술판과 D-2.4 같은 제초제도 있다. 왜냐하면 이미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가진 잡초가 아르헨티나에는 7, 브라질에는 5종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점점 많은 독성 물질을 뿌려야 한다면, 화학 제품과 농업 관련 대기업의 주머니는 두둑해질 것이다. 그러나 재배 지역 사람들에게는 독성은 고통과 죽음을 의미한다. 독성 안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암 발병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 4배나 높다. 또한 유산과 사산율이 늘어나고, 아이들은 뇌 손상 또는 조직의 손상을 입은 채로 태어난다. 호흡기 질환과 피부 질환도 널리 퍼져 있다.

 

192

산업계에서 하는 얘길 들으면, 모든 것이 지속 가능하다는 말뿐입니다. 고기, 대두, 사탕무. 이런 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니아?” 내가 물었다.

소니아는 미소를 지었다. “고기는 토착민의 피로부터 나와요. 그리고 단작은 땅을 파괴하죠. 우리는 수천 년 전부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숲에서 먹거리를 얻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지켜왔어요. 이런 행동에 어떤 이름도 붙이지 않았죠. 하지만 갑자기 모두가 지속 가능이니 녹색이니 하는 말을 하고 있네요.”

 

194-195

우리를 향한 이런 증오와 분노는 돈과 탐욕하고 연관이 있어요. 자본주의가 이 모든 폭력을 몰고 왔습니다. 우리는 우리 마을에서도 안전하지 못하고, 매 순간 우리를 착취하려는 무리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수용하려 하지 않죠. 그들은 우리를 처리해버리려 하고, 그러려면 비용이 들죠. 우리는 평화롭게 우리 땅에서 멋진 삶을 영위할 수 없습니다.” 소니아가 말했다.

멋진 삶이란 게 뭐죠, 소니아?”

이번에도 미소가 전염될 것처럼 흘러 나왔다.

우리에게 멋진 삶이란 자동차나 좋은 집을 소유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소유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밟지만, 그들은 다른 생각을 하죠. 그들은 땅을 착취하려 해요. 우리는 나무를 심고 더 좋은 공기를 위해 그것들이 자라도록 내버려두죠. 하지만 그들은 나무 한 그루를 보고, 그 나무의 가치가 얼마일지 의문을 던집니다. 우리에게 멋진 삶이란 우리 땅에서 자유롭게 살고, 땅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을 누리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 땅이 우리 것이라는 보장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225-226

세상을 생각하는 사람은 하지만 공범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광기의 세상을 감지 못하는 무능함으로부터 많은 사람을 해방시켜야 한다. 우리는 환경을 언급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복지를 이루고, 세계를 구하겠다는 약속 따위의 녹색 거짓말을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 이와 같은 녹색 거짓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거짓말을 유포하는 것은 사악한 대기업뿐만 아니다. 녹색 거짓말은 시스템이다. 녹색 거젓말은 파괴적인 기업을 선한 기업으로 둔갑시키는 희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기업은 어떤 인식을 얻고 윤리적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양심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다. 기업은 권력이 집중적으로 뭉쳐 있는 곳이다. 오로지 우리만이 이와 같은 권력을 깨버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좋은 삶이라는 유토피아를 개발해야만 하는데, 이런 유토피아는 특권을 가진 자들도 정치적으로 넘어뜨리기 힘들다. 정당하고 공정한 변화는 결코 권력자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항상 사회의 밑바닥에서,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그리고 남반부 같은 못사는 나라의 주변인들로부터 나온다.

만일 지구상에 있는 모든 존재가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면, 그리고 모든 존재가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 우리는 진지하게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아스코타의 말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자본주의 내부에서 해방된 대안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독립적이고 해방된 대안을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기초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장환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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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 모두가 공범 - 그린 워싱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q*****2 | 2019.05.29 리뷰제목
얼마 전 강원도 지역에 어마어마한 산불이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에 강하게 부는 바람까지 더해져 화염을 잡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모든 것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과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데 평소 나의 행동은 이번 화재보다도 어쩌면 더욱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정녕 난 몰랐다. 필요도 없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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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원도 지역에 어마어마한 산불이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에 강하게 부는 바람까지 더해져 화염을 잡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모든 것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과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데 평소 나의 행동은 이번 화재보다도 어쩌면 더욱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정녕 난 몰랐다.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얼마나 자주 그리고 많이 구입해 왔으며, 그 중 상당수가 결코 썩지 않을 재질로 만들어 졌음을 부인치 않으련다. 앎이 곧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일말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도 물론 있긴 하다. 그들은 이왕이면 착한 소비를 하겠다며 가격이 다소 비쌀지라도 공정 무역 제품을 택한다. 조금 더 환경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상품 앞에서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있어 환경 오염이 덜 되면 참 좋으련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친환경, 공정 무역, 지속 가능을 앞세워 잇속을 챙기는 추악한 집단을 고발한다? 발칙한 선언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이토록 좋은 가치들이 어찌 나쁜 데 사용될 수 있단 말인가! 대놓고 하천에 폐수를 방류하고, 노동자들의 최저임금도 안 챙겨 주는 기업들도 많은데 칭찬은 못할 망정 고발이라니. 실상을 알고 나니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추락함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이왕이면 이윤을 많이 획득하길 바라는 기업과 그런 기업에 기대어 권력을 유지하는 정치인 등 다수의 이해 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이 빚어진 것이었다. 다수의 해외 사례에 우리나라의 것이 포함되지 않았음은 우리나라가 청정 지대임을 뜻하지는 아니 한다. 독일인 저자로서는 우리나라의 사례까지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본에는 국경이란 게 무의미하다고도 하지 않던가!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였다. 브라질의 사례로 ‘지속 가능한 소고기를 위한 세계 원탁 회의(GRSB)’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났을 때 난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소고기가 지속 가능하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가 의아했는데, 글쎄, 일정 면적에서 더 많은 소를 사육하면 땅이 덜 필요할 테고, 숲을 덜 개간해도 될 것이란다. 더 좋은 사료를 사용해 소를 순식간에 성장하도록 만든다면 사료도 덜 필요하고, 온실가스도 더 적게 배출하는 게 가능하다는 말 뒤에 붙은 설명은 끔찍했다. 과거엔 5년 동안 키우던 소를 요즘엔 18개월만에 키운단다. 인간의 평균 신장이 매년 조금씩 성장하는 것처럼 소도 매년 조금씩 크기가 자라기 때문에 이 일이 가능한 건 물론 아니다. 조금의 움직임도 불가능하도록 비좁은 공간에 소를 가두다시피 하고, 몸무게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이처럼 ‘친환경’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고는 아마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우스운 사례는 이 외에도 많았다. 스웨덴의 한 대기업은 플라스틱 병으로 야외복을 만들고,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일부 활용해 양복도 만든단다. 소비자가 이와 같은 옷을 구입하면 플라스틱 재활용, 바다 환경 정화 등의 효과를 거두는 것만 같다. 하지만 옷이라 하는 것은 유행에 민감하다. 그리고 패션 시장에는 2주에 한 번씩 판매 여부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디자인의 옷이 걸린단다. 이 말은 판매되지 않은 플라스틱 야외복과 쓰레기로 만든 양복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버려진다는 뜻이다. 친환경을 전면에 내건 상태에서 오히려 더 많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일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진다. 만일 이와 같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노동 착취가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나쁜 제품도 없을 거 같다. 제품에는 친환경 제품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신뢰성, 환경 친화성, 사회적 책임을 기준으로 하는 인증 마크 발급이 있다. 셋 다 중요한 가치임이 분명한데, 이 중 어느 두 가지를 충족하는 경우에는 ‘좋은 선택’이 된다. 만약 신뢰할 수 있으며 노동자의 인권을 매우 중시하는데 환경은 파괴하더라도 두 가지의 조건을 만족시켰으므로 ‘좋은 선택’에 해당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대신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화 한다거나 불법 하도급을 일삼아도 인증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 사실에 대해서까진 알 길이 없다. 그야말로 각국 정부가 나서서 인증이라는 것을 통해 기업의 불법 행위를 (본의 아니게) 조장한 꼴이 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위장 환경주의”에 맞선 진정한 의미의 정의의 사례를 보인다. 남아메리카 등지의 원주민들이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숭고한 투쟁, 그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숲을 돌보고,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으로부터 나는 희망을 읽었다. 물론 다국적 대기업에 맞서기에 그들의 움직임은 한없이 미약해 보일 수도 있으며, 실제로도 약하다. 질 걸 빤히 알면서도 덤비는 용기. 온갖 파괴와 불행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바라보려 애쓰는 무모한 사람들의 몸짓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그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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