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이라 하면 가벼워 보이는구나. 죄라 하면 무거워 보이겠지. 죄라 여기는 건 좀 큰일일 때가 많다.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심하게 때리거나, 가장 큰 죄는 누군가를 죽이는 거다. 자신이 죽이지 않고 죽게 내버려두는 건 어떨까, 도움을 바라는 사람을 밀어내는 건. 이건 죄는 아닐지라도 죄책감을 갖게 하겠다. 그렇게 한 사람이 자신은 사람을 죽인 사람보다 낫다 말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듯하다.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두는 건 죽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괴롭힘 당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도 괴롭히는 사람과 같은 거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죽이는 건 다르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괴롭힘 당하던 사람이 그걸 못 참고 목숨을 끊으면 어떨까. 괴롭히거나 그냥 보기만 한 사람한테 잘못이 없는 걸까. 법으로 죄는 물을 수 없겠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겠다.
누군가한테 빌붙어 돈을 빼앗는 건 어떨까. 그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나을까. 사람을 죽인 건 어렸을 때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여전히 괴로워하는데. 남의 약점으로 돈을 뜯으려는 사람은 그걸 잘못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예전에 사람을 죽인 사람이 더 끔찍하고 나쁘다 할 수 있을까. 난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 아주 싫어하는구나. 약점 따위 안 잡히면 되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될지도 모르겠다. 난 그런 일을 만들지 않겠지만. 지금이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도. 어릴 때는 어리석어서라기보다 세상 물정을 몰라서 나도 모르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을지도. 아니 난 예전부터 힘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널리스트는 뭘까. 진정한이라 해야겠구나. 언론 매체에서는 참된 것을 알리기보다 자극이 되는 걸 더 내보내기도 한다. 주간지는 더하겠지. 한국에도 그런 거 있던가. 잘 모르겠다. 일본에는 그런 거 있다. 주간지든 월간지든 세상에서 일어난 사건을 크게 떠들고 연예인이나 정치인 뒷이야기를 캐고 다니기도 하고,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을까. 저널리스트가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릴 때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사는지 알려주는 게 저널리스트가 해야 할 일일까. 내가 피해자와 상관없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오래전에 사람을 끔찍하게 죽인 사람이 가까이에 있고, 그 사람과 알고 지내고 그걸 알게 되면 어떨지. 그걸 알고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려운 문제다. 그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짓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를지도. 친구가 되어도 나중에 버림 받을 것 같다.
범죄를 저지르고 죗값을 치르고 세상에 나온 사람은 살기 힘들겠다. 누군가 안 좋게 바라볼 테니. 난 스즈키를 걱정한다고 하는 의료소년원에서 어머니 역을 한 시라이시 야요이 싫었다. 야요이가 걱정하는 건 스즈키가 아니고 스즈키가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였다. 어쩌면 자기 아이하고 사이가 나빠진 걸 스즈키한테 보상받고 싶었던 건지도. 야요이 아들 말도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말. 그건 야요이가 자기 엄마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남이었다면 그런 말 못했겠지. 식구와 남은 다르다. 남보다 자기 식구를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의사가 식구보다 아픈 사람을 더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아니다. 식구는 자신을 버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남한테 잘하는 거다. 그러다 식구 마음이 떠나기도 하지만. 식구여도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 남하고 사이가 틀어지면 그걸로 끝이지만 식구하고는 좀 다르다. 그런 거 싫은데. 식구도 깨지면 끝이기를 바란다. 난 꽤 차가울지도. 야요이도 자신이 스즈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 그걸 탓할 마음은 없다. 스즈키가 보통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갖게 하려고 애쓴 건 인정해야겠다. 그 일 때문에 자기 아이한테 마음 쓰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건 핑계 아닌가. 아이는 큰 게 아니어도 괜찮았을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쨌든 야요이는 아들하고 사이가 좀 나아진다. 엄마하고 아들이니 그럴 수밖에.
부모 형제 자식이라 해도 돌아갈 수 없을 때도 있구나. 스즈키 히데토가 그랬다. 본래 이름은 달랐는데, 스즈키는 중학교 2학년 때 두 아이를 끔찍하게 죽였다. 엄마가 자신보다 동생한테 마음을 더 써서. 스즈키는 자신만의 신을 만들고 신한테 제물을 바쳤다. 처음에는 고양이였는데 나중에는 사람이 됐다. 사이코패스에도 동물을 죽이다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건 거의 학대 받는 사람이던가. 스즈키는 사이코패스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스즈키는 소년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감정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한 일이 남한테 알려질까 봐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 했다. 끝까지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스즈키는 친구가 있기를 바랐다. 어릴 때 고양이를 죽이고 아이 둘을 죽인 것도 애정을 바라서였구나. 스즈키가 친구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 알 것 같다. 스즈키는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에 평생 괴로울 거다. 소년원에서 지냈다고 해서 죗값을 다 치른 건 아니다. 스즈키는 평생 죄를 짊어져야 한다. 스즈키는 한사람이라도 자신과 함께 생각해주기를 바랐다. 감시하는 사람이 아닌 친구. 스즈키가 친구 만나기 어렵겠지만 살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은 스즈키가 죽기를 바랄지도. 피해자 부모도 그렇겠지. 참 어렵구나.
어렵고 맞는 답이 없는 일도 생각해야 한다. 미성년자가 죄를 지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니 미성년자만 그런 건 아니구나. 남의 목숨을 빼앗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그랬다고 또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생각이 실제 그런 일이 또 일어나게 할지도. 이런 말해도 나도 예전에 죄지은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우연히 내가 그런 일을 알게 된다면 둘레 사람한테 말하지는 않을 거다. 그냥 지켜볼 거다. 달라졌을지도 모르니.
희선
예전에 학교에서 CA 활동으로 영화 ‘그놈 목소리’를 보러간 적이 있다. 이형호 유괴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 ‘그놈 목소리’는 마지막에 실제 범인 목소리를 들려준다. 돈을 요구하면서 부모를 협박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공범’은 ‘그놈 목소리’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주연을 맡은 배우 손예진이 ‘그놈 목소리’같은 영화를 보다 마지막에 범인 목소리와 말버릇을 듣고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이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사실은 유괴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며 괴로워하는 손예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 ‘우죄’를 읽으며 영화 ‘공범’이 생각났다. 공장에서 일하는 마스다는 동갑내기 스즈키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스즈키가 초등학생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쿠마루 가쿠는 독자를 등장인물들과 함께 어느 쪽도 고르기 어려운 상황 속으로 같이 집어넣어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하고 재촉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에서도 딜레마적 상황을 제시하더니 이번 작품 ‘우죄’에서도 무거운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스즈키는 마스다가 부상을 입었을 때 적절한 대처로 큰 도움을 주었으며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고민이 조금 더 깊어졌다. 그 사람을 용서하고 말고는 감히 내가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자신의 범행에 대한 자책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스즈키를 보면 그가 계속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피해자의 유족을 생각하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우죄’는 스즈키와 마스다의 관계 외에도 야마우치나 미요코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복잡한 그들의 사정과 관계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작가는 아마도 마지막의 마스다의 편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긴 여운을 주는 편지였다.
友罪 단어 그대로 '친구의 죄' 라고 눈에 보인 그대로의 이 소설은.. 뭐랄까, 금방 읽혔다.
유쾌하다거나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고, 되려 묵직한 주제인데도 어떻게 전개 될지 궁금해서 빨리 읽었다.
중학생 시절, 전학생이었던 마스다는 같은 날 같은 반에 배정 되었던 또 다른 전학생과 친해진다.
친구들을 두루 두루 사귀었던 마스다와 달리 다른 전학생은 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고, 그런 그의 태도에 반 친구들은 그를 왕따 시킨다.
마스다는 왕따 당하는 그를 감싸주지 못했지만, 왕따 시키는 그룹에 적극 참여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 그 친구는 마스다에게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전화를 해오지만, 마스다는 딱히 뭐라 대꾸를 하지 못하고, 그 전화를 마지막으로 그 친구는 동네 숲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
이 일로 인해 마스다는 어쩐지 마음의 빚 같은 것을 짊어지게 되고, 사회 범죄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기자가 되려고 결심한다.
마스다는 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게 되지만, 양질의 내용보다 약간의 사실을 크게 부풀려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로만 기사를 쓰는 행태에 분노하게 되고 잡지사를 그만둔다.
출판계 쪽에서 계속 직장을 구하지 못하게 되자, 당장 먹고 살기가 시급해진 마스다는 소규모의 스테인리스 공장에 취직하게 되고, 같은 날 취직한 동갑의 스즈키라는 인물과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여기서도 역시 마스다는 기숙사에서 이미 거주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게 되지만, 스즈키는 일은 하되 회사 동료들과 인간적인 관계는 거의 맺지 않는다.
하지만 스즈키의 옆 방에서 지내는 마스다는 거의 매일 밤마다 스즈키가 악몽을 꾸며 누군가에게 사죄를 하는 잠꼬대를 들으며 힘겨워 한다.
모두를 껄끄럽게 대하는 스즈키에게 마스다는 공동생활이니 어느 정도는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을 하고, 스즈키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고 회사 동료들과도 다리를 놔 주려는 마스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어느 날 스즈키는 마스다의 중학생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고, 마스다에게 '내가 자살을 하면 너는 슬프겠냐'고 묻고, 마스다는 (친하지 않아도 직장 동료이기에) '슬플 것이다' 라고 대답을 하는데, 이 대답에 스즈키는 엄청나게 감동하고 마스다를 자신의 절친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스다 덕분에 회사 동료들과도 잘 지내게 된다.
공장에서 일하던 마스다가 부주의로 손가락 두 개가 잘리는 사고가 일어나고, 스즈키의 재빠른 대처 덕분에 마스다는 접합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게 된다.
입원해 있는 동안 스즈키의 친척 이모라는 사람이 찾아와, 스즈키가 말도 없이 가출을 했다며 걱정이 되니 그의 행동에 무슨 변화가 있으면 스즈키 몰래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하는 일이 생기고, 이 일로 인해 뭔가 의문점이 생겼던 마스다는 스즈키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된다.
왕따를 당했던 친구가 자살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다가 살던 옆 동네에서 초등학생 두 명이 눈알이 뽑힌 채 목이 졸려 죽임을 당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 범인이 스즈키인 것 같은 여러 정황이 마스다의 감각에 포착된다.
밤마다 누군가에게 사죄를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나, 그림을 잘 그렸다는 당시 범인의 특징 등이 자꾸 스즈키를 가리키는 것 같아, 마스다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스즈키가 범인일 지도 모르겠다는 반반의 생각을 가지고 혼자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 스즈키의 사진과 동영상의 가지고 자신의 본가 동네로 가서 스즈키와 동급생이었다는 사람을 찾아가 영상을 보여주자 대번에 스즈키가 맞다는 확인을 받게 된다.
자신을 절친으로 여기고 사고에서도 구해준 스즈키가 과거 참혹한 사건을 일으켰던 진범임을 알게 되자 마스다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쓸린다.
물론 사건 당시 스즈키는 잡혔었지만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크게 처벌 받지 않고 정신이상자로 분류되어 의료소년원에서 나름의 형기를 마친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그가 일으켰던 사건을 생각하면 더 이상 스즈키와 친구라고 할 수 있을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얼굴조차도 마주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 마스다는 잡지사에 근무하는 선배에게 이 일의 의논하고 선배는 기사로 써서 특종을 내면 기자로 채용해주겠다는 조건을 건다.
마스다는 고민을 하고 원고를 써서 선배에게 주는데, 스즈키가 마스다에게 자신의 어떤 과거를 말하고 싶다며, 그래도 자신과 계속 친구로 남아 줄 수 있는지 묻는다.
마스다는 과거에 끔찍한 행동을 했던 스즈키가 현재는 스스로를 계속 벌주며 유가족들 앞에서 자신이 죽는다 해도 그들의 마음에 찰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죽지 못해 살아감에 대해 미안함 마음을 가지고 괴롭게 하루 하루를 견디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감싸지도, 공격하지도 못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그리고 고심 끝에 선배에게 원고를 절대로 기사화 하지 말라고 하는데, 선배는 잡지가 잘 팔릴 소재였기 때문에 마스다의 원고에 자극적인 내용을 덧붙여 잡지를 발행한다.
이 일로 인해 과거의 끔찍했던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고, 유가족은 여전히 힘들어 하는데 살인자는 이름도 바꾸고 평범하게 일하고 노래방도 가고 연애도 하고 과거는 싹 잊고 지낸다는 식으로만 기사가 나게 된다.
게다가 소재 제공을 마스다가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뉘앙스였기 때문에, 스즈키는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지게 된다.
마스다는 선배의 잡지사 기자 자리를 거절하고 스즈키의 행방을 찾지만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대체 스즈키를 어떤 식으로 대했어야 하는지, 살아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마스다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글에 절대로 손 대지 않는 조건으로 한 잡지사에 부탁을 하여, 스즈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싣게 된다.
너의 과거를 알고 여전히 친구로 지낼 수 있는지 아직 대답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너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저자는 사회파 추리 소설 작가라 할만하다.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는 친하게 지낸 친구나 지인이 알고 보니 과거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소년 범죄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릴 때 자살한 친구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간직한 마스다, 예전 AV 배우였던 사실을 들킬까 숨죽이며 살아가는 미요코, 의료소년원에서 스즈키를 담당한 여의사 야요이 세 사람의 시선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스즈키를 바라보며 저마다 숨기고 싶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이들은 스즈키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변화해가는 심리와 자신을 변화시킨다.
대학을 졸업하고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마스다는 기숙사가 있는 작은 스테인리스 가공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 같은 날 입사한 스즈키는 사람을 피하고 어딘가 어두운 분위기의 소유자다. 마스다는 도쿄에 온 뒤로 거의 꾼 적 없는 열 네 살적 꿈을 꾼다. 스즈키는 친구 마나부와 닮아 있다.
마나부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자살을 못 막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마스다에게 스즈키는 ‘만약 내가 자살하면..아플까? 슬플까?’를 물었을 때 당연히 슬프겠지 한 마디에 고마움을 느끼고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마음 먹는다. 어느 날 한 사건을 계기로 스즈키가 14년 전 일본을 흔든 ‘고큐자신 사건’의 범인일까 의심을 하게 된다. 범인은 열 네 살때 잔인한 방법으로 아이를 두 명이나 죽였다.
배우가 꿈인 미요코는 아마추어 극단에 나가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술집에서 다쓰야를 만나 동거하게 된다. 나쁜 남자 감언이설에 걸려 AV 배우가 되고 수입을 가로채고 몸과 마음이 힘들어져 헤어졌지만 찾아와서 사람들에게 과거 AV 배우라는 것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미요코는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스즈키에게 털어 놓으며 좋아하게 된다.
의료소년원 정신과의사 야요이는 전대미문의 살인범 스즈키를 교화하기 위해 일에 매진하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도모야를 돌보지 못했다. 애정결핍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면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생판 남을 구하는 데 허비했다. 아들과 사이를 돌이킬 수 없는 걸까. 마스다는 살인죄를 저지른건 아니지만 친구를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월간지 광고에 편지를 썼다. 전철 천장에 달린 광고에 ‘특별 기고 S에게 보내는 편지’ 라는 제목과 ‘마스다 준이치’라고 써있다.
500페이지를 읽어 가는 동안 또 다른 범죄가 생기는 건 아닌지 마음을 졸이면서 읽었다. 그런 일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과연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살인범이었다면 예전 처럼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을까? 마스다 처럼 멀리 하다가 나중에 손을 내밀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