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싸움 : 인류의 진보를 이끈 15가지 철학의 멋진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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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싸움 : 인류의 진보를 이끈 15가지 철학의 멋진 장면들

인류의 진보를 이끈 15가지 철학의 멋진 장면들

리뷰 총점 8.9 (1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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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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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철학'을 좀 더 가까이, 가까이. 평점10점 | m****k | 2019.10.31 리뷰제목
인류의 진보를 이끈 15가지 철학의 멋진 장면들저열한 관습에 맞서 고귀한 생각을 추구하는 치열한 철학 입문서- 책 표지 中 -  몇 년 전부터 인문학이 주목 받으며 철학도 인기가 올라갔습니다.그 때 생각에 철학은 어려울뿐더러 뜬구름 잡는 이야기같아 멀리했었습니다.내 눈 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기도 바쁜데 삶이 어떻고 세계가 어떻고 현상이 어떠냐를 탐구하는 건 지적인
리뷰제목

인류의 진보를 이끈 15가지 철학의 멋진 장면들

저열한 관습에 맞서 고귀한 생각을 추구하는 치열한 철학 입문서

- 책 표지 中 -

 

 

몇 년 전부터 인문학이 주목 받으며 철학도 인기가 올라갔습니다.

그 때 생각에 철학은 어려울뿐더러 뜬구름 잡는 이야기같아 멀리했었습니다.

내 눈 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기도 바쁜데

삶이 어떻고 세계가 어떻고 현상이 어떠냐를 탐구하는 건

지적인 허세 또는 과시로 느껴졌습니다.

철학을 몰라도 내 삶은 충분히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인생에 예상치 못했던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지난 세월간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치들을 부정당했습니다.

저는 그 앞에서 몹시도 흔들렸습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틈을 메우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저자는 철학이 무척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생각'은 분명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를 하고

철학은 '삶을 노예로 만들려는 모든 힘에 대항해서 싸우는 생각의 실천'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이 인문학적(철학 포함)으로 단단했다면

위기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요즘 세상이 참 혼란합니다. 이럴수록 나의 '생각'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처럼 넘어질 수도 있고

오랜 시간 후에 자기 자신을 후회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아집'은 자제해야겠지만 '생각'없이 살다가는 큰코 다치게 됩니다. 

 

-

 

구성을 살펴보면 '철학의 시작과 끝'을 설명하고

'앎의 싸움, 있음의 싸움, 삶의 싸움'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순은 아닙니다.

'철학의 시작과 끝'에 철학이 이른 곳을 '니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니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책 앞의 일러두기를 보면

 

팟캐스트 <철학의 명장면>에서 방송한 내용을 정리 및 보완한 것으로

표현이나 어투에서 강연의 분위기를 살렸다고 되어있습니다.

문장이 구어체로 되어있어 저는 읽기가 편했습니다.

다소 거칠거나 직설적인 표현도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철학자별로 몇 개의 부제목이 있는데

번역된 원문을 덩어리 별로 제시하고 그 의미를 설명해줍니다.

원문 전체도 뒤에 따로 제시하고 있어 다시 읽어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소싯적 학교에서 배운 철학에 관한 지식들이 단편적인 단어로만 남아있는데

왜 이 철학자는 이런 논제에 관심을 가졌는지 시대적 배경도 설명해주어

이해하는 데에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들어가는 말'의 글이 흥미로웠습니다. 패기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내공이 대단한 사람이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겠지요?

 

 

-

 

 

책을 읽다보니 '이건 뭐야?'라는 말을 하는 철학자도 있고

 

마음에 와닿는 말만 골라하는 철학자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나랑 잘 맞는 철학자를 골라보세요.

저는 니체랑 스피노자를 더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철학은 무척이나 다양한 부문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렇기에 개념서나 입문서를 만들기엔 어려워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문서를 표방한 책이 출간되었고

각 언어의 맛을 고려하여 설명해준 친절한 저자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다른 책보다 읽는데 오래 걸리기도 했고 밑줄도 많이 쳤습니다.

들어가는 말에 철학을 공부하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밑줄이 쳐지더라고요.

 

외면의 강함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강함 또한 중요합니다.

내면의 강함은 '생각'으로 만들어집니다.

저는 내면이 조금은 단단해졌습니다.

나름의 철학을 구축해봐야겠습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2 댓글 17
종이책 [서평] 철학으로 철학하다_087 (생각의 싸움)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w*****y | 2019.11.10 리뷰제목
철학(哲學)의 의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네** 국어사전 참고). 1.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관련어휘2.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  그러고 보면 '철학'이라는 고민을 통해 나의 '철학'을 만들어 가는 것이 그 과정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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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의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네** 국어사전 참고).

 

1.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있다

관련어휘

2.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

 

그러고 보면 '철학'이라는 고민을 통해 나의 '철학'을 만들어 가는 것이 그 과정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철학은 왠지 어렵다. 그런데 어렵다 생각하면서도 또 그만큼 호기심이 인다. 서평단 신청글에도 남겼듯이 내 안에서 부딪히는 생각들을, 그 시끄러움을 정리해 줄 기준을 '철학'에서 찾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기에 멋진 장면들이라고 할 만한 15가지 철학이 탄생한 순간을 살펴보면서 서양철학사 전반을 꿰뚫고 있다.‘ - 책 소개글 중에서

 

책 소개를 빌자면, 저자는 15가지 '철학이 틴생하는 순간'을 설명하며, 16명의 철학자를 언급한다.

 

1_ 철학의 시작과 끝

01 철학의 탄생_탈레스·아낙시만드로스 / 02 철학이 이른 곳_니체

 

2_ 앎의 싸움

03 우상의 황혼_베이컨 / 04 생각하는 나는 있다_데카르트 / 05 세계에 인과는 없다_ / 06 모든 인식은 틀을 통해 성립한다_칸트

 

3_ 있음의 싸움

07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_파르메니데스 / 08 ‘좋음을 향해서, ‘이데아를 발명한 이유_플라톤 / 09 시간은 펼쳐진 영혼이다_아우구스티누스 / 10 가능성은 현실의 신기루_베르그손

 

4_ 삶의 싸움

11 해봐야 할 수 있다_아리스토텔레스 / 12 살아 있으면 아직 죽음이 오지 않았고, 죽었으면 이미 없다_에피쿠로스 / 13 적합한 관념을 획득해 삶의 기쁨으로 나아가다_스피노자 / 14 괴팍한 자라도 억압하지 말라_ / 15 자유의 실천과 자기 배려 윤리_푸코

 

16명의 철학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중 가장 몰입해 읽었던 대목은 니체와 아우구스티누스였다.

 

저자는 니체가 사람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것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철학자라 말한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중요하다 여기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누가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 여기는 것을 목표라 부르겠는가? 다만, 중요한 것이 각양각색일 뿐이고, 그에 따라 보여주는 태도가 달라보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라 말할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며 문득 내가 최선이라 여기며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따라 내가 주위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니체는, 사람이 중요하다, 더 정확히는 사람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것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주장한, 최초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점을 가장 강조한 철학자입니다. 사람이 먼저라는 거, 한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에 따라 행동이나 말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p.56

 

니체에 대해 설명하며, 저자는 과정이 중요하다 덧붙인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녹록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한 해를 마무리 하며 나라는 한 사람이 많은 결과들로 평가되어지는 시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과정이 모여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러기에 지금의 과정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지..혼자 되뇌어보았다.

 

중요한 건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입니다..(중략)..우리가 어느 쪽으로 나아가다 멈췄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방향으로 누군가가 왔었고 개척한 길을 우리가 넘어서 더 나아가고 또 누군가가 다시 우리가 멈춘 곳보다 멀리까지 가리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p.64

 

니체의 철학을 소개한 챕터가 라는 사람이 향한 방향과 나의 태도, 그리고 그 과정을 생각해 보게 했다면,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이야기는 시간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가? 아니면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는가 

 

과거에서 미래로인지 미래에서 과거로인지, 이것도 아리송해요. p.240

 

지인과 이 화두를 가지고 한참 대화를 나눴다. 지인은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쌓여가는 것이라 했고, 나는 미래의 시간이 우리를 지나 과거로 흐른다고 말했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설명을 하느냐에 달렸기에 정답은 없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 역시 어느 것이 옳으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간을 얘기할 때 꼭 과거, 현재, 미래라는 방식으로 얘기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엄밀하게는, 시간과 관련해서 있는 건 지금 점처럼 막 지나가고 있는 이 순간이라고 해야 합니다. p.242

 

그런데 저 두 시간, 과거와 미래가 어떻게 존재합니까?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p.243

 

시간에 대해 다시 곱씹다보니, 앞서 언급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어딘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도, 미래도 없고 어쩌보면 현재라는 명확한 시점도 없는 것이다(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이미 지나고 있다). 결국 사람은 시간의 과정을 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을 잡을 수도, 다시 되돌아갈 수 없기에 그저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 아닐까.

 

저자가 니체를 통해, 아우구스티누스를 통해 하고자 한 이야기가 이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 생각을 끌어내 내 일상에 적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내가 철학책을 읽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기 스스로 생각을 이끌어가지 못할진대 어찌 삶의 주인일 수 있을까. 생각의 주인이 아니라면, 삶의 주인도 아니다. 나아가 더 중요하게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가만히 있으면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 삶의 냉혹한 진실이다. p.17

 

 

*나에게 적용하기

하나. 고전 읽기(적용기한 : ..십 뽀에버!)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해보라. 그다음에 책을 집어도 늦지 않다. , 철학 책에 국한하지 말고, 시간을 넘어 살아남은 고전을 두루 참조하라. 철학 책만 읽은 위대한 철학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리고 항상 묻고 의심하라. p.15

 

두울. 플라톤의 국가읽어보기(적용기한 : 2019년이 지나기 전에)

 

플라톤 자신의 결론은, 민주주의를 해보니까 이거 안 좋더라, 그러니까 철학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중들은 속살대는 얘기, 잠깐 귀에 달콤한 얘기, 짧은 이익에 좌지우지되는 무지몽매한 존재라는 거죠. 민주주의의 본질 중 하나를 굉장히 잘 파악한 거죠. 플라톤은 국가에서 결국 민주주의는 항상 타락하게 돼 있다, 대중들은 오판한다, 그래서 좋음을 갖춘 사람이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pp.224-225

 

*기억에 남는 문장

생각은 정말 위대한 실천 활동이다. 생각은 자신과 세계를 바꾸는 힘일 뿐 아니라 나아가 자신과 세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다. p.18

 

사이비는 들은 풍월을 갖고 썰을 풉니다. 따라서 문헌 근거가 뭐냐고 물으면 도망갑니다.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철학이라고 하기 힘듭니다. p.34

 

의미와 가치는 우리가 부여하는 거지 원래부터 있는 건 아닙니다. p.71

 

무턱대고 믿는 건 원칙적으로 배반입니다. 본인이 직접 생각해보고 그 생각을 받아들여도 될지 판단하세요. p.75

 

데카르트는 생각이라는 말의 범위를 넓게 설정합니다. 생각은 자기가 어떤 것을 하는지 자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아는 것, 그게 생각입니다. p.117

 

칸트에 따르면 우리 자신의 인식 능력은 어떤 틀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그 틀을 통해 외부 세계의 경험이 들어옵니다. ‘이라는 생각이 칸트 아이디어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외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아는 게 아니며, 특정한 틀을 통해 들어온 것만 알 수 있다는 거죠. p.161

 

지금이라는 건 어떤 특정 시점만 가리키는 건 아니에요. 맞닥뜨리는 매 순간이 지금입니다. 과거는 이미 없고 미래는 아직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만나는 시간은 지금이에요. 지금을 비켜 갈 수가 없어요. p.185

 

그럼 현재는 뭐냐? 결국 영혼 속에서 영혼이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혼을 확장하는 거지요. 영혼은 항상 현재를 살고 있어요. p.245

 

많은 중요한 철학자가 생각하고 있듯이 우리 생각이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쓸데없는 일입니다. p.272

 

그러니 이렇게 정의로운 일들을 행함으로써 우리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며, 절제 있는 일들을 행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고, 용감한 일들을 행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어떤 실천의 반복이 먼저 있고, 그다음에 습관이 혀성돼서, 그것이 우리 자신의 2의 본성이 되는 것이 실천-습관-덕으로의 이행입니다. pp.305-306

 

관념적으로 시작하지 말고, 역사적, 사회적, 실증적으로 사회를 보자. 봤더니 우리가 앎을 얻는 가장 기본적 차원에서 틀 자체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는 그것과 다르더라. 이걸 밝힌 게 푸코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입니다. pp.396-397

 

오늘날 자기 희생이나 타인에 대한 관심 때문에 정작 자기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게 푸코의 생각입니다. 자기를 잃어버린다는 건 자기가 노예로 살고 있다는 걸 의미해요. 다른 관심 때문에 노예가 되는 상황. 이게 여러 문제를 만들어내니까 자기를 주시하고 자기를 지켜보면서 과연 어떤 게 좋은지를 계속 판단해야 합니다. p.402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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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적당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책 평점9점 | m******1 | 2019.11.11 리뷰제목
철학은 생각으로 하는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을 읽었다. 미학을 전공한 철학자 김재인의 ‘생각의 싸움’이다. 철학은 저열한 것에 맞서고 자기 자신의 문제에 답하기 위한 생각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생각의 싸움’의 가장 큰 특징은 강의록을 책으로 만든 것이어서 생생하고 쉽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편식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물론 철학이든 다른 학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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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생각으로 하는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을 읽었다. 미학을 전공한 철학자 김재인의 생각의 싸움이다. 철학은 저열한 것에 맞서고 자기 자신의 문제에 답하기 위한 생각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생각의 싸움의 가장 큰 특징은 강의록을 책으로 만든 것이어서 생생하고 쉽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편식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물론 철학이든 다른 학문이든 특정 관점을 선호하는 것 자체를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얼마다 설득력이 있느냐, 얼마나 보편에 접근할 수 있는가, 이다.

 

생각의 싸움은 세 가지 싸움 즉 앎의 싸움, 있음의 싸움, 삶의 싸움 앞에 철학의 시작과 끝이라는 챕터를 얹어 논의를 시작한 책이다. 철학의 탄생이란 제목 아래에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를 배치했고 철학이 이른 곳이란 제목 아래에 니체를 배열했다.

 

탈레스는 보통 명사로 생각하기 시작한 최초의 인물이다. 처음으로 신화적이지 않은 로고스(이성)로 철학을 했다. 그는 보통 명사로 생각함으로써 비판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사실 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신 때문이라고 말하면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다.

 

니체는 각자의 도덕을 만들어라, 자신의 윤리를 만들어라, 남이 만든 윤리나 도덕, 행동 규칙이나 삶의 방식을 따르면 노예라고 주장했다. 이 철저함이 니체를 남다르게 했다. 앎의 싸움의 핵심은 칸트다. 물론 이런 관점은 내 생각이다.

 

우리가 지닌 모든 앎은 감성과 지성이라는 능력을 통해 빚어진 초상입니다. 감성과 지성은 항상 협조할 수밖에 없죠. 이 둘의 협조가 인식을 만드니까요. 이때 전자, 감성의 활동을 직관이라 합니다. ...개념은 지성의 측면입니다... 감성의 활동인 직관과 지성의 활동인 개념, 이 둘의 결합이 인식을 낳습니다.”(168 페이지)

 

있음에 대한 부분에서 논할 만한 것은 스승 플라톤과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립(?)이다. 플라톤이 정의로움 자체가 무엇인지 알아야 누가 정의로운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의로운 행동들을 만나 그런 것들에서 우리가 추상(抽象)해낸 게 정의라는 말을 했다. 흥미롭다.

 

삶의 싸움에서 (개인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스피노자다. 그는 대중이 독재자를 지지하고, 해방자를 맞이하는 것처럼 독재자를 원하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철학자다. 인상적인 표현은 사상의 독립성을 위해 교수직을 사양하고 렌즈를 깎으며 산 스피노자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다.

 

저자는 스피노자의 작업은 개념의 렌즈를 잘 닦아 사람들이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개념에 대한 논의를 하나 더 보자.

 

즉 철학자는 개념을 만들어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철학자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풀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일이다.(29 페이지) 저자는 자신이 니체와 들뢰즈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 두 철학자의 관점을 많이 따랐다고 말한다.(19 페이지)

 

그런 저자가 플라톤편에서 들뢰즈의 말을 길게(?) 인용했다. “들뢰즈가 항상 강조하는 게 있어요. 철학자가 어떤 개념을 만드는 데는 항상 이유가 있다. 그가 직면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문제를 풀기 위해 개념을 만들었다고 얘기합니다. 플라톤의 문제가 뭐였느냐? 민주주의라는 상황이 플라톤 눈에는 어려운 문젯거리였고, 그걸 담하기 위해 이데아 개념을 만들었던 거죠.”(225 페이지)

 

삶의 싸움편에서 푸코를 거론하는 것도 유익하다. 푸코는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중요 주제로 설정해 생각의 싸움 아니 삶의 싸움을 벌인 철학자다. 권력이 지식을 만든다고 했을 때 권력이 만들어낸 진실이 주제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푸코편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배려는 자유로운(자율적인, 책임감 있는) 삶을 사는 것이고 이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도 연결된다는 말이다.

 

생각의 싸움에서는 많은 철학자들이 다루어졌다. 각기 다른 개념과 문제의식으로 치열하게 사유한 사람들이다. 싸움꾼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강의록(구어체)이기에 살아 있는 대화, 쉬운 가르침이 빛난다. 저자의 내공이 돋보인다.

 

물론 핵심을 드러냈지만 그것은 자신의 편식의 산물이라고 하니 우리로서는 우리 것 즉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적당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익숙해지면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생각의 싸움은 생각의 싸움을 벌이다가 세상에 파묻혀 살 수도 있는데 그 침체를 딛고 다시 생각난 듯 잡고 읽어볼 책이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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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생각의 싸움] 리뷰 평점10점 | m*******1 | 2020.02.13 리뷰제목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재미있다. 특히 그 이야기가 생생한 경험을 통해 얻은 온전한 자신의 것일 때 더욱 그렇다. (딴 얘기지만, 내가 습관적으로 ‘재밌는 얘기 좀 들려줘’라고 할 때 지인들은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부담을 느끼곤 하는데, 내 본의는 대체로 그냥 네 얘기 아무거나 듣고 싶다는 뜻이다...)이 책이 내게 유독 재밌었던 이유도 그와 같다. 저자의 입을 통해서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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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재미있다. 특히 그 이야기가 생생한 경험을 통해 얻은 온전한 자신의 것일 때 더욱 그렇다. (딴 얘기지만, 내가 습관적으로 ‘재밌는 얘기 좀 들려줘’라고 할 때 지인들은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부담을 느끼곤 하는데, 내 본의는 대체로 그냥 네 얘기 아무거나 듣고 싶다는 뜻이다...)


이 책이 내게 유독 재밌었던 이유도 그와 같다. 저자의 입을 통해서긴 하지만, 철학자들의 치열한 ‘생각의 싸움’을 따라가는 여정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팟캐스트 <철학의 명장면>에서 방송한 내용을 정리하고 보완한 책이라 그런지, 대학 강의록을 읽는 느낌도 들었다. 읽을 땐 오! 하면서 감탄하고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으면 내가 뭘 읽은 거였지 갸우뚱하게 되는 것도 대학 강의와 비슷한 면이다. (농담) 강의식 문체뿐 아니라 소챕터의 끝마다 질문 형식으로 내용을 보완한 것도 정말 좋았다. 뻔한 질문이 아니라 꽤 날카롭기도 하고, 또 독자들도 충분히 궁금해할 만한 질문이라 때론 문답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도 했다.


이 책이 쉽게 쓰인 이유는 저자의 서문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철학을 ‘공부’라는 단어보다 ‘생각의 싸움’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삶을 노예로 만들려는 모든 힘에 대항해서 싸우는 생각의 실천”이며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우리가 생각을 하는 모든 순간과 관련을 맺는” 것. 특수한 영역에 특정 사람들에게 제한된 학문이 아닌,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 철학이란 그런 것이다. 결국 요지는, 우리 모두 이 ‘기쁜 철학!’을 함께 해보자는 이야기!

책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면, 저자는 자신이 철학을 공부하며 깜짝 놀라는 느낌을 받았던 장면 열다섯 개를 골라 ‘철학의 멋진 장면들’이라는 이름을 붙여 책을 구성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총 15명의 철학자가 등장한다. (굳이 칼 같이 따지자면 16명)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보통명사를 사고의 세계로 처음 데려와 우리에게 ‘왜?”라는 여지를 남겨준 탈레스의 철학이다. 보통 탈레스의 철학을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는 명제로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탈레스 철학의 유의미한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 탈레스를 철학의 창시자 혹은 철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물’이라는 말에서 비롯된다. 탈레스 이전에는 신화적 사고가 세상을 지배했으며 모든 사물은 ‘고유명사’였다. (그리스로마신화에 신이 캐많은 이유가 바로….) ‘번개가 치면 제우스와 헤라가 싸우는’ 것이라 이야기했고, ‘폭풍우가 치면 포세이돈이 노했다고’ 했다. 신화는 단순히 사물의 특성을 신에 투영시켜 만든 유희가 아닌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왜”라는 질문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신의 이름으로 설명 가능했고 더 물을 수도 없었다. (신이 했다는데 감히 뭘 어쩌겠어요..) 그러나 탈레스가 보통명사를 들여와 세계를 설명한 순간, 우리는 ‘따져 물을’ 수 있게 되었다. 한 마디로, “왜?”가 탄생한 순간! 크


두 번째는 시간에 관한 생각의 싸움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인가?”하는 물음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자주 나오는 소재 중 하나다. (물론 둘은 문자 그대로 말하자면 ‘같은’ 사람이다. 나도 안다.) 어제의 나, 그저께의 나, 한 달 전의 나, 일 년 전의 나…는 ‘내’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더 더 과거로 가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야?’ 등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내’가 타인화 되는 것이다. 특히 기억의 단절로 인생의 사소하지만 의미 있었던 변곡점들을 놓치게 된다면 더욱 그런 것 같다.

나처럼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시간은 펼쳐진 영혼이다_아우구스티누스>편과 <가능성은 현실의 신기루_베르그손> 편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을 영혼이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으로 설명하였고, 베르그손은 시간의 흐름을 ‘매 순간 새로 거듭나는’ 현재가 그 전까지의 모든 것을 계속 리모델링 하는 방식으로 이해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임) 있다고 하기에도 없다고 하기에도 모호한, 참 불가사의한 ‘시간’을 설명하려고 한 그 자체가 놀랍고 흥미롭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다. 세계에 대한 필연성을 부순 흄이나 인식론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문제로 바꾼 푸코 부분도 밑줄이 많이 그어진 챕터다.

각 철학자의 번역 원문을 수록해 한 구절씩 짚어가며 설명을 해주는 방식이라 철학자의 원전 텍스트를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407쪽이라 책이 그리 얇은 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한 구절 한 구절 곱씹다 보니 다른 책들보다 유달리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대학교 때 데이비드 흄에 관한 리포트를 썼다가 처참히 무너졌던 기억도 되살아나고(^^), 새로운 앎도 얻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문제의식을 발견하기도 하고…. 읽는 내내 진심으로 즐거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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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나는 존재하는가? 《생각의 싸움》김재인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n****o | 2020.05.19 리뷰제목
《생각의 싸움》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나는 존재하는가 : 파르메니데스와 에피쿠로스를 중심으로  세 살 즈음의 나와 초등학생의 나, 그리고 대학생 시절의 나와 지난주에 지인과 함께 찍은 이미지에서 내 모습을 찾아본다. 지난주에 ‘기록된’ 내 모습을 제외한 사진들은 이제 오히려 낯설다. 나는 이들 네 종류의 이미지 속에 있는 인물을 모두 ‘나’라고 인식한다. 공통점은 모두
리뷰제목

《생각의 싸움》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나는 존재하는가 

: 파르메니데스와 에피쿠로스를 중심으로


  

세 살 즈음의 나와 초등학생의 나, 그리고 대학생 시절의 나와 지난주에 지인과 함께 찍은 이미지에서 내 모습을 찾아본다. 지난주에 기록된내 모습을 제외한 사진들은 이제 오히려 낯설다. 나는 이들 네 종류의 이미지 속에 있는 인물을 모두 라고 인식한다. 공통점은 모두 시간이 흘러 과거의 나라는 점뿐이다. 나는 이 이미지들에서 나라는 자기동일성을 확인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무슨 근거로 모두 같은 라고 판별할 수 있을 것인가


   고대 철학자들도 이와 같은 물음을 던졌던 모양이다. 기원전 6세기에 남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파르메니데스는 엘레아학파에 속하는 학자다. 생각의 싸움은 파르메니데스의 있음’, ‘존재의 개념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개념으로 서로 다른 시기에 남겨졌던 사진 속의 네 인물이 바로 인지 아닌지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책에서는 영어의 ‘is'에 해당하는 표현의 세 가지 용법/개념을 소개한다. 우선 주어와 서술어의 대상이 동일함을 보여주는 술어적 용법과 주어가 존재함을 말하는 존재적 용법‘, 그리고 옳다/그르다를 판정하고 있는 진리적 용법의 세 용법을 소개한다(181). 동양 문명에 속한 우리는 언어의 세 가지 기능을 의식적으로 구별하여 사용하지만, 서양에서는 이 세 용법이 항상 함께 고려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니까 말로 표현된 대상은 의심의 여지없이 참이며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희랍인들에게 이 세 가지 용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있었다. 이 용법의 대상이 되는 존재가 변화를 겪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달리 말하면 어느 존재라는 대상은 생성과 소멸을 겪거나 흔들리지 않고, 완결되고 온전해야 한다(182). 따라서 이 대상에 변화가 생긴다면 희랍인들은 이를 존재라고 부르지도 않으며 있지 않다라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희랍인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분명해 보이는 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없다라는 개념은 ()’의 개념으로 이어져, ‘있다있지 않다사이를 구별하기 위한 의 개념으로 사용되었다(184). 이 개념은 나중에 에피쿠로스와 데모크리토스가 원자론에서 고입한 빈 공간(void)의 개념(320)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파르메니데스의 관점에서 보면, 40년이 넘도록 키가 크고 외모가 달라진 사진 속의 인물은 라는 동일 인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라고 하는 지시대명사는 어려움 없이 사진 속의 네 인물을 곧바로 가리킬 수 있다. 그렇다면 사진 속의 인물이 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파르메니데스의 입장에서 외형적으로 변화를 겪는 어떤 대상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언어로 진술 불가능한 사태라고까지 인식한다(183). 사진 속의 내가 나로서 존재하려면, 나는 태어난 상태에서 변함없이 그대로여야만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엘레아학파에 속하며 파르메니데스의 제자인 제논이 제기한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 역설에까지 이른다. 언어, 곧 논리만으로 상황을 설명하면 모순이 없지만, 현실에서 관찰되는 현상과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188). 지금의 관점에서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 문제는 궤변이나 다름없지만, 파르메니데스는 경험 세계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은 논리학자였다. 아마도 엘레아학파의 철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는 언어 혹은 논리에 우선적으로 얽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니면 이들이 살았던 시대가 아직 2,500년 전의 고대 문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할 것 같다. 아직 영원불멸인 신들의 세계가 고유명사라는 언어로도 사용되고 있었다면, 고대 희랍인들에게 불변하는 세계는 곧 존재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그동안 사용되던 고유명사로는 감각 세계의 현상들을 설명하기 힘들어지며 이들이 충돌하기 시작했음을 자각한 고대인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사건일 수 있겠다.


   이 있고 없음의 존재론 문제는 후대의 철학자들을 계속 괴롭히게 되는 문제였다. 파르메니데스가 보기에 존재한다는 것에는 생성과 변화가 불가능한 것이었다(182). 플라톤은 기하학적 사고방식을 적용하여 있음 그 자체인 이데아를 제시함으로써 이 문제의 해결을 시도했다. 곧 현실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은 개별적인 현상들이며, 이 현상들에 공통된 어떤 것, ‘그 자체가 바로 이데아라고 하면서 변하지 않는 존재 그 자체를 변하는 현상들과 구분해 놓았던 것이다(193). 이런 점에서 보면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파르메니데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논리(언어)와 현상과의 충돌문제는 나중에 쾌락주의로 알려진 에피쿠로스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변화하는 현실 세계의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이런 시도는 유물론의 관점에서 나온 것으로, ‘현상을 구제하라라는 표현 속에 이들이 하고자 했던 의도가 잘 드러난다(320). 원자론에서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를 상정하고, 이 원자들이 우주 전체를 이룬다고 설명한다(320). 파르메니데스가 존재는 생성과 변화를 겪지 않는다라고 했던 반면, 데모크리토스는 세계는 부단히 변하며, 원자가 모임을 달리하여 존재를 구성할 뿐 존재의 특성은 원자가 그대로 지니고 있다’(321)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부단히 변화하는 대상도 원자들의 수준에서는 불변하는 존재로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다. 따라서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의하면, 네 장의 사진 속에서 내가 지목한 인물이 모두 임을 비로소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비록 키가 크는 등 외모에 변화를 겪었지만, 원자적인 관점에서 나는 여전히 동일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또 파르메니데스가 경험 세계를 완전히 부정하여 감각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에피쿠로스와 데모크리토스는 감각에 의존하여 세상의 진리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본 점이 대비된다. 다만 에피쿠로스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두 사람 모두 원자의 존재와 허공(void)을 인정하고 도입했다(320)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원자들의 운동 양상에 대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데모크리토스는 원자가 기계적인 수직낙하 운동만을 하므로 원자들끼리의 충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결정론적 관점으로 이어지는 실마리를 남기고 있으며, 나아가 근대의 과학을 지배했던 결정론적인 고전 역학의 맥락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반면 에피쿠로스는 원자들의 운동에 경로의 이탈이라고 하는 추가적인 자유도를 인정하는데(322), 이 작은 차이로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은 비결정론적인 특성을 갖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원자들에 충돌의 여지를 주었다는 것은 고전 물리학에서 현대 물리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큰 역할을 했던 확률통계에 기반한 역학의 관점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의 존재론은 변화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었다. 파르메니데스가 존재하는 것은 운동과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면 에피쿠로스는 현상의 변화는 인정하되, 원자 개념을 도입하여 존재가 불변함을 설명할 수 있었다. 파르메니데스의 관점에서는 네 장의 사진에 나오는 각기 다른 시절의 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대상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기동일성에 대한 고민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반면 에피쿠로스의 관점에서는 내가 존재하며, 네 장의 사진 속에 나오는 인물이 모두 변함없는 란 존재임을 확증할 수 있게 된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론에서 데모크리토스와 달리 원자의 이탈(클리나멘)’이라는 자유요소를 도입했는데(322), 이것이 비결정론적 시각, 그리고 자유의지의 문제에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물론 에피쿠로스는 이 클리나멘으로 자유의지의 문제도 설명해보려 시도 했지만 실패했다


   이 부분은 자유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에피쿠로스와 일면 유사한 면(그리고 경험론자라는 관점에서도 유사한)이 있는 스피노자와도 좀 더 연관을 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스피노자는 애초에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했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334). 대신 스피노자는 앎을 통해 인간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입장은 현대 과학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입장을 공유하는데, 윤리와 법에서는 자유의지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335). 자유의지의 문제는 앞으로 공부를 해나가며 관심 있게 생각해볼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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