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은밀하고도 적나라한 욕망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내가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모두 잘되기를 바란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같은 말. 그런데 이는 어느 정도 어폐가 있다. 아니 전제가 빠져있다. 우선 내가 잘되고 나에게 좋은 일들이 일어난 그다음에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염원해줄 마음적 여유가 생긴다. 아니라고? 본인은 잘못돼도 괜찮다 싶은 사람이 있을까. 솔직해지자. 없다. 최악이라고 끔찍하다 말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아서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성공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실패해야 꼭대기의 월계관을 내 머리에 씌울 수 있다. 세상은 그런 시스템이다. 약육강식, 먹이사슬을 통한 경쟁의 구축. 여기에는 사회 구조적으로 최고만을 고집하는 메커니즘이 형성돼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인간이란 무릇 기억되길 바라고 인정받기 바라는 심리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은 개개인이다. 개인에서 집단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성공을 향한 욕망의 옳고 그름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소설은 한 남자가 '성공'한 후 어떻게 변해가는지 좇아가면서 인간이 근본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을 낱낱이 그러나 통속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인간의 욕구는 대부분이 비슷비슷한가 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저자의 시선이 곧 나의 시선과 일치하는 부분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성공의 이름 뒤에는 권력, 명예, 능력, 돈이 자리한다. 이 네 가지를 갖추어야만 대중들에게 있어서 성공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가장 적합하고 또 보편적인 성공의 요소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힘을 갖추고 있는 1순위는 '돈'이 아닐까 한다. 속된 말로 돈이면 다 되는 세상임은 부정할 수 없고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허우적대고 있다. 나름의 지혜로운 지식인들은 금전보다는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인간이 가장 나약해지고 비겁해질 수 있는 것 역시 '돈'이라는 수단을 통해서이다. 이 지구는 그야말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하에 空·自轉 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이 테두리 안에서는 성공과 성취에 대한 갈망만이 무한하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이 갈망은 삶을 윤택하게도 하지만 피로하게도 한다. 끝이 없는,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욕구란 그렇다. 성취하면 또 다른 목표물이 나타나고 그것을 위해 전력질주의 순환만이 반복된다. 모두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남기기 위해서'라는 궁극적인 지향점을 향한 전제를 갖다 붙인 채로 말이다. '변화는 자연의 선물(122p)'이라는 아우렐리우스의 격언처럼 삶도 변화해야 하는걸까. 정체된 채 변화하지 않으면 낙오자의 삶으로 볼 수밖에 없는가. 그렇지 않다. 이도 선택일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안정된 삶을 목표하고 추구한다. 그 안에 '변화'라고 일컫는 이른바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시기가 찾아온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궁핍한 무명작가로 살아온 데이비드 아미티지는 하루아침에 스타작가로 급부상한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난 새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단시간에 성공의 열매를 품에 안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전철을 밟는다는 고리타분한 선입견은 버리자. 오랜 세월 비루한 삶을 살아온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성공의 열매는 그만큼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역시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사실 자신이 이룩한 노력의 결실이니만큼 마음껏 즐기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한다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성공의 간판을 등에 업고 성공에 도취해 지난 시절 자신의 주춧돌이 되어주었던 아내와의 파경을 맞게 된다. 너무도 뻔하지만, 아내보다 더 젊고 더 아름답고 더 능력 있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그의 삶은 부와 명예와 미모의 애인까지 거느린 소위 말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인사로 조명받는다. 하지만 원래 성공의 달콤함은 절대 길지도 녹록하지도 않은 험난하고 쓴 달콤함이다. 자아도취에 빠져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그의 전력질주는 꽤 볼만하다. 인간이라면 성공한 뒤 대부분 데이비드와 비슷한 인생경로를 따라가는 게 절반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성공은 누군가의 실패가 뒤따르고 사람은 무의식중에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걸 즐긴다. 게다가 성공한 뒤의 데이비드는 나태하고 자만했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작가들이 데이비드와 비슷한 경험(의도치않은 표절)을 한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데이비드는 안일했고 성공의 충족감에 함락된 채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간과하고 있었다. 뭐 어차피 이 소설이 전해주고자 하는 게 그것을 찾아내는 일이어서겠지만 한 남자의 성공과 몰락, 재도약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괘씸함 뒤에 안쓰러운 마음도 살짝 드는 게 사실이다. 몰락은 자만 뒤에 온다는 말이 있다. 데이비드는 오만했으며 지난 시절을 돌아보려는 마음을 아예 단절해버렸다. 그게 그가 몰락한 이유이다. '부'만 좇고 으스대며 소중한 것들을 돌보지 않았기에 말이다.
"(전략)인생은 그런 겁니다. 누구나 선택을 하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요. 그게 바로 '인과율'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내린 결정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기면 늘 남 탓을 하는 버릇이 있어요. 상황이 안 좋았다거나 사악한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보면 진정 탓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걸 알게 되죠." - 426p
인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선택하기에 앞서 많은 고민이 뒤따른다면 행하지 않는 게 낫다고들 하지만 부득이하게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의 연속 안에서 인간은 살아간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따라오게 되어있고 최소한 자신의 선택 안에서 이루어진 결과라면 순응해야 한다. 성공을 향한 카드가 내 눈 앞에서 얼쩡거린다면 당연히 그것을 손에 쥐어야 한다. 하지만 성공보다 값진 것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함은 자명하다. 무엇인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 말이다.
'한 번의 성공이 반드시 '영원한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는 카피문구처럼 성공의 또 다른 이름 아니 함정은 몰락이 아닐까. 그렇다 해서 모두가 성공 뒤에 몰락하는 건 아니다. 개인마다 성공의 기준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한 성공 뒤에 그것을 어떻게 유지해나가야 하는지는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노력)에 달려있다. 또 한가지,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데이비드가 고난을 겪는 것은 자신의 자만도 한몫하지만, 그에서 비롯한 오만과 멈추지 않는 돈에 대한 집착에서 파생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1등이라 부르는 최고의 자리는 영원할 수 없다. 더는 올라설 곳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다스리지 않으면 도태와 자멸도 순식간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몰라서 많은 최고들이 한순간에 몰락하는 건 아니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면 더는 경쟁상대가 없다는 안일한 순간적 결핍에 사로잡히기도 하기 때문에 중심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와 선택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총합체이다. 이 안에서 누구나 잊기 쉬운, 그러나 기억해야할 삶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한 번쯤 삶을 재점검 해본다. 무엇을 지키며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어떻게 지켜갈 것인지,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 소설 안에서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그러고 보면 국내에 출간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읽었다. 딱히 그의 팬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아니라고 하기에도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드는 작가다. 이상하게 이 작가와의 인연은 깊은 편인데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은 인정하나 그 능력, 내용의 불편함 때문에 가끔 나를 무척 화나게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내 맘대로 애증의 관계라고 이름 붙였다. 때로 불편한 돌덩이를 투척하지만 나에게 일말의 행운도 안겨주는 그런 작가. 전작인 『행복의 추구』에서 그가 묘사한 여성의 심리와 행복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감명 깊게 읽었었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 중에는 최고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도 재미는 보장된다. 다만 그가 소설 내에서 언급하기도 했던 작위적-주인공의 고난과 역경의 반복 속에서 탈피하는 부분 등-인 기법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점이 조금 거슬린다고나 할까. 하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대중의 일반적인 심리를 똑똑하게 꿰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누구나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성공과 인생의 본질에 대해 단순하나 정확하게 귀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간간이 나와 더 읽는 재미가 있었고 작년에 재출간 돼 살짝 시끌시끌하기도 했던 사드 후작의 소설이 꽤 중요한 복선으로 사용돼서 오마나!했다. 이 작가는 나의 관심사를 너무 꿰고(?) 있다. 그래서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히~
지금은 시큰둥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온 국민의 캐치프레이즈인 양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 말에 강한 의문을 품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누가 지어 낸 말인 줄도 모르면서 사람들은 그 말이 진리이자 정의인 양 떠받들었다. 정말 그랬다. '떠받들었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 더 강조하자면 '신봉하였다'고 해도 좋았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 말을 내가 심하게 비꼬고 있는 듯 오해하실 분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 그런 건 아니다.(주변에는 아직도 그 말을 신봉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나에게 위해를 가할까봐 어쩔 수 없이 덧붙이는 말이다.-나는 비교적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이다.)
웃기는 발상이지만 이런 생각을 일관되게 밀어붙여 성공한 나라가 있다. 그건 바로 초강대국 미국이다. 미국의 인기 있는 영화나 소설은 어느것 할 것 없이 미국적인 냄새가 난다. 반대로 말하자면 미국적인 냄새를 풍기지 않는 소설이나 영화는 인기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A형(고진감래형)-흙수저로 태어난 어떤 사람이 갖은 고생 끝에 마침내 성공한다는 유형, B형(사필귀정형)-승승장구하던 어떤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곤경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자신을 곤경에 빠트린 악의 근원을 모두 제거한 후 화려하게 복귀한다는 유형, 그 외에도 더 있지만 이쯤에서 접고 하던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두 유형에서 어쩐지 서부영화의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나요? 서부영화가 아니라 무협지 냄새가 난다고? 그럴 수도 있겠다.(나는 줏대가 없을 정도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금세 수용하는 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가장 미국적인 것'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의 소설은 언제나 고정 독자층이 있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에 읽었던 그의 소설 <템테이션>도 다르지 않았다. 소설의 구성을 간단히 말하자면 위에서 언급한 두 유형을 섞어 놓았다고 보면 된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짐작할 것이다. 하나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데 두 유형을 섞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고 말이다. 벌써부터 읽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두 명이나 보인다.
무명의 극작가인 데이비드 아미티지는 어느 날 그의 에이전시로부터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유명 방송국 FRT에 팔렸다는 꿈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무명 작가의 세월을 견딘 지 십삼 년만이다. 그에게는 자신의 성공을 기원하며 어려운 시기를 견뎌 온 아내 루시와 딸 케이틀린이 있다. 그의 대본으로 제작된 시트콤 '셀링 유'는 그야말로 대박을 친다. 시트콤의 시즌 연장이 결정되고,언론 매체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영화제작사와의 계약이 줄줄이 성사된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면 삶이 편해질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성공하면 삶은 어쩔 수 없이 더 복잡해진다. 아니, 더 복잡해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갈증에 자극을 받으며 더욱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걸 성취하면 또 다른 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린 또 다시 결핍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완벽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달려든다. 그때껏 이룬 것들을 모두 뒤엎더라도 새로운 성취와 변화를 찾아 매진한다." (p.121)
성공한 사람들이 늘 그렇듯 그의 주변에도 그를 유혹하는 것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유능한 투자 브로커인 바비 바라가 그의 자산 관리를 맡게 되고, 억만장자인 필립 플렉으로부터 '시나리오'에 관한 엄청난 제안을 받는다. 게다가 그는 에미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린다. 갑작스러운 성공에 취한 그는 집과 차를 바꾸고 급기야 아내마저 바꾼다. 폭스텔레비전의 젊고 예쁜 이사 샐리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자 이제 유형 B로 넘어갈 시간이 왔다. 잘나가던 그가 아내 루시와 이혼하고 샐리와 동거를 시작했던 그는 어느 날 표절 시비에 휘말린다.연예인들의 가십이나 캐는 무가지 삼류 기자인 테오 맥콜은 그가 쓴 대본에서 표절의 증거를 찾아 내어 기사화하지만 그에게 우호적인 방송국과 여러 언론에 의해 무마되는 듯햇다. 처음에는 말이다. 테오 맥콜은 다른 증거들을 상세히 수집하여 다시 기사화하자 그에게 우호적이었던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내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애쓸수록 '최악의 거짓말은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이다.'라는 생각이 점점 짙어졌다." (p.285)
방송국에서 해고되고 모든 계약이 취소된 그는 이제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다. 샐리로부터 날아온 이별 통보와 전처 루시에 의한 그의 딸 케이틀린에 대한 접근금지명령. 그는 이제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햇다. 그러나 그의 에이전시 앨리슨만큼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그의 거처를 마련해주고, 상담치료사를 붙여주고, 일거리를 주선하고, 이 모든 음모의 배후를 캔다. 앨리슨의 도움으로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한 그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다시 서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모든 걸 줄이자 기분이 묘했다. '버릴수록 자유롭다' 같은 뻔한 헛소리가 아니라 확실히 삶이 단순하고 편해졌다. 앨리슨이 마지막으로 맥콜의 칼럼을 읽어주었을 때 느낀 멍한 기분은 여전히 벗어던질 수 없었다. 그저 자동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움직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신용카드를 모두 자르거나 노트북컴퓨터를 판 것도 그랬다." (p.347)
그러나 그렇게 끝난다면 미국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 않겠는가. 위기의 순간에 그를 도와줄 구세주가 짜잔 하고 등장한다. 앨리슨의 노력에 의해 그를 나락으로 빠트린 음모의 배후에 억만장자인 필립 플렉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워낙 교묘하게 설계된 계획인지라 반격을 가할 증거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할 때 그를 나락에서 구해준 사람은 바로 필립 플렉의 아내 마사였다. 필립에게 보기 좋게 카운터펀치를 날린 데이비드는 원래의 자리로 복귀한다. 게다가 필립과의 TV 대담을 성사시킴으로써 필립이 거절할 수 없는 거액의 돈을 받게 된다.
"인생은 그런 겁니다. 누구나 선택을 하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요. 그게 바로 '인과율'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내린 결정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기면 늘 남 탓을 하는 버릇이 있어요. 상황이 안 좋았다거나 사악한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보면 진정 탓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걸 알게 되죠." (p.426)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배신했던 투자 브로커 바비 바라와 샐리는 그가 복귀함으로써 다시 연락을 시도하지만 그는 끝내 거절한다. 이제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은 셈인가? 아, 하나가 남았다. 루시와 케이틀린. '데이비드는 루시와 다시 재결합하고 케이틀린과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난다면 그건 동화에나 나올 만한 결말이다. 적어도 더글라스 케네디는 그 정도로 뻔뻔한 삼류 작가는 아니다.
"우리는 위기를 통해 믿게 된다.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걸 믿게 되고, 모든 게 그저 순간에 불과한 거라 믿게 되고, 자신이 하찮은 존재에서 벗어나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기를 통해 깨닫게 된다. 싫든 좋든 우리는 누구나 나쁜 늑대의 그림자 아래 있음을,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위험 아래에 있음을,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행하는 위험 아래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p.451)
어떤가? 미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다못해 버터 냄새로 속이 니글거리지 않는가. 이로써 '가장 미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이 증명된 셈이다. 그것은 어쩌면 문화적 토대가 부족한 미국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내러티브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더하여 그들에게는 돈이 있지 않은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광고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헐리우드식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더글라스 케네디에게 영광 있으라.
유혹(誘惑, Temptation)
사전적 의미로는 “1.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끎. 2.성적인 목적을 갖고 이성(異性)을 꾐(네이버 국어사전 발췌)”인데, 풀이에서처럼 “유혹”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이성(異性)”의 유혹일 것이다. 그런데 이성 뿐만 아니라 각자의 기호나 취미, 또는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유혹의 대상이 제각각일 텐데, 예를 들어 식도락가(食道樂家)”들에게는 새로 맛보게 되는 음식이, 쇼핑 중독자들에게는 “신상(新商)”이, 다음 달 대선(大選)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대통령(大統領)”이라는 자리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이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유혹꺼리 중 거부할 수 없는 정도를 순위로 매긴다면 가장 상위 목록을 차지하게 될 유혹 중 하나가 바로 “성공(成功)”에 대한 유혹일 것이다. 이런 성공에도 사업(事業)적인 성공, 재물(富), 학문적 성취, 정치권력(政治權力) 등 사람들 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어떤 자기 계발서에서 성공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혹”이라고 표현 -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다 - 할 정도로 모든 이들에게 성공에 대한 유혹과 열망은 보편적인 정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런 성공 스토리에는 정형화된 두 가지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오직 성공에 대한 열망 하나로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공을 이룬 “인간 승리” - 이런 류는 뭔가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 버전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역시 오랜 고통 끝에 성공을 이루었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처럼 과거의 초라했던 자신의 처지와 성공에 대한 열망은 금세 잊어버리고 성공의 달콤함에만 취해 급격하게 타락해버리는, 결국 그 성공의 정상에서 다시 끌어내려져 비참한 신세가 된다는 버전 - 물론 이 버전에서도 “교훈”적인 목적이 있긴 하다 - 이 있다. 물론 두 버전이 혼합되기도 하고, 또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난 다른 스토리들도 있지만 대개 저 두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원제 Temptation/밝은세상/2012년9월)은 바로 두 번째 패턴을 따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뻔한 스토리와 결말,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의 교훈은 식상하지만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참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렸고 출판사 소개글에 자세한 줄거리 소개가 있으니 간단하게만 요약해보자.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무명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했던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 그의 시트콤 시나리오가 방송국에 채택되어 대 히트를 치게 되면서 미국 TV의 아카데미상이라 평가되는 “에미상(Emmy Awards)”에서 올해의 드라마 작가상을 수상할 정도로 일약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런데 이 친구,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자 무명 시절 자신과 함께 했던 아내와 이혼하고는 방송국 부사장 겸 이사인 미모의 여인과 바람을 피우는 앞에서 말한 두 번째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대재벌인 “필립 플렉”의 음모에 걸려들어 표절 혐의를 뒤집어쓰고 그의 과거 작품마저 플랙에게 모두 빼앗겨 버리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방송국 부사장 여인도 그를 매몰차게 버려 버리면서 그는 한순간에 나락(奈落)에 빠져 버린다. 결코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나락에서 그에게 실낱같은 구원(救援)의 기회가 다가온다. 다름 아닌 자신과 자칫 미묘한 관계가 될 뻔 했던 플렉의 아내가 그를 구원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는 과연 실추한 자신의 명예와 성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슨 남성(男性)판 “할리퀸 로맨스(Harlequin Romance)”를 읽는 줄 알았다. 무명작가가 일약 스타 작가로 성공해서 부(富)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여인을 얻게 된다는 스토리가 그만큼 통속적이고 뻔했기 때문이다. 성공을 이룬 후 전개될 이야기도 너무 쉽게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고 당연히 주인공의 적(敵)이 등장해서 그를 몰락시킬 테고, 한때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에 떨어져 좌절하던 주인공은 역시나 또 다른 여인 - 당연히 절세미인에 주인공의 처지를 단숨에 바꿔놓을 능력 있는 여성이어야 한다 - 덕분에 재기(再起)하여 자신의 적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성공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는 결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토리는 내 예상과 한 치도 어긋남 없이 그대로 전개되고, 결말에서 예의 상투적이고 식상한 교훈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렇게 뻔하고 식상한 스토리와 결말 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이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어가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겠다. 먼저 서두(序頭)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성공하고 싶은 욕망은 속세(俗世)의 명리(名利)를 초월한 수행자나 종교인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 정서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성공을 거두고, 다시 실패했다가 재기하는 과정이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 인양 감정이입(感情移入)하게 만든다. 즉 성공으로 부와 권력, 미인을 얻을 수 있다면, 어쩌면 현실에서는 1%도 채 되지 않을 그런 불가능한 상황이 자신에게도 일어났으면 하는 판타지적 상상력이, 아니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대리만족(代理滿足)이라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절로 감정이입을 일으키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푹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셈이다. 두 번 째는 바로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 솜씨에 있다고 하겠다. 이미 국내에서 <빅 픽처>라는 소설로 큰 인기를 끌었었던 유명 작가인 그는 출간하는 소설마다 화제와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데 - 그만큼 검증된 작가라는 의미이다 - , 그 명성에 걸맞게 이렇게 흔한 스토리 라인을 재미나고 맛깔나게 꾸며내는 글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즉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 - 성공과 부를 상징하는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최상류층만의 호화로운 파티와 생활상들은 어쩌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동경해 봤을 이야기일 것이다- 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출판사 소개글대로 참 “영리한” 작가이다. 이 책을 포함해서 국내에 출간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총 여섯 편이라고 하는데, 문학적인 성취를 떠나서 평범하고 통속적인 소재에 이만큼의 재미를 불러 넣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본 작가이지만 이 한 권 만으로도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은 재미있다”라는 평가에 절로 공감이 되는 그런 작가였다. 마지막 결말에서 주인공이 성공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내용은 자못 감동스러울 수 도 있는데 굳이 감동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이 교훈이야말로 개인적으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억지스럽고 식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주인공의 독백(獨白)으로 처리된 억지스러운 마지막 교훈만큼은 삭제해서 독자들의 판단에 맡겼으면 어땠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평가이니 이 책의 교훈에 감동하신 분들은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재미만큼은 별 점 만 점을 줘도 부족함이 없지만 식상한 소재와 결말 때문에 별 점 하나는 빼야할 것 같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솜씨가 어떤 지를 이 책을 통해서 잘 알았으니만큼 내 책장에 고이 잠들어 있는 <빅 픽처>를 이제는 깨울 때(?)가 된 것 같다. 이 책으로도 충분히 더글라스 케네디는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에 대한 올곧은 평가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빅 픽처>를 읽고 난 후 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빅 픽처>에서는 어떤 재미와 감동을 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유명한 작가, 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싶지만 10년 동안 단 한편의 작품도 인정받지 못했던 남자가 10년의 공백기를 거쳐 드디어 성공의 대열에 들어섰다. 배우로 성공하고 싶었으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며 글만 쓰려 하는 전업작가인 남편 덕에 생활비와 아이 학비를 벌어야하는 것은 온통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 샐리가 너무나 하기 싫었던 텔레마케터로 자리잡아가면서 생활비를 벌다보니, 제대로 된 생계유지를 할 생각을 않고 자신의 꿈만 좇는 남편에게 좋은 소리가 나올리 만무하였다.
그 옛날 소크라스테스의 아내 히폴리타가 악처로 소문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최고의 철학자이긴 하였으나 가정을 돌보지 않은 남편 덕에 생계 유지가 그녀의 몫이어서, 바가지를 긁을 수 밖에 없었다는, 어쩌면 평범한 아내였을수도 있었겠다라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믿기지않을만큼의 놀라운 행운은 연달아 찾아왔다.
그의 원고 초고가 방송국에 팔리고, 그 드라마가 연달아 만들어지면서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며, 촉망받는 작가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가 돈을 많이 벌어들이게 되어, 집도 좋은곳으로 옮기고 차도 바꾸자, 아내도 즐거워했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힘들었던 날의 앙금들은 쉬 가라앉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아니, 제대로 치유해보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이제 나를 버리겠군.
이제 나를 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조강지처 샐리의 예언 아닌 예언대로, 실제 데이비드는 빼어난 외모에 프린스턴 학벌, 잘나가는 폭스 텔레비전의 젊은 이사로 각광받는 샐리 버밍엄이라는 여자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들고 말았다. 서로 공통화제가 많고, 이야기가 통하다보니 외모뿐 아니라, 그의 지금 생활을 잘 이해해줄 샐리라는 여자를 만난 것이 그에게는 행운처럼 느껴진 것이었다. 딸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키 어려웠으나 이미 마음이 멀어져버린 아내 샐리를 떠나는 것은, 상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생각만 있을뿐, 당연한 결과처럼 생각하던 그였다.
그의 바람을 눈치챈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하고, 샐리에게로 가는 마음이 행복하기만 해야하는데 어딘가 찜찜하고 개운치 않은 생각이 들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부간의 사랑과 윤리 등을 강조하고 살아오는 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배려 등은 물론이고)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소설이나 드라마 등에서는 소재를 위함인지 실제로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간단히 신뢰를 저버리고 다른 사람과 쉽게 사랑에 빠져버리곤 한다. 이혼을 하고, 새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마치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식의 가벼운 이야기로 (심각한 갈등과 스트레스 등이 있을 법 하지만 작품에서 그것까지 제대로 그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글러스가 아닌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전락해버리는 것에서 가정의 소중함이 너무나 무참히 깨져버리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한 가득이었는데, 더글라스는 가정의 소중함을 무척이나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서양에서라면 더더욱 결혼이라는 제도에 구속되지 않고, 무책임하게 인생의 사랑만 좇는 사람들이 많을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은 이 소설은 (물론 데이비드의 행동은 가정을 저버리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서구 사람들에 대한 그릇된 내 색안경을 벗겨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붙잡자마자 네시간동안 눈도 못 떼고,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내 잠을 모조리 빼앗아가버린 이 매력적인 소설은 인간의 성공에서부터 빈털터리도 쉽게 전락을 하게 되는 그 과정을 모두 잘 그려내고 있었다. 부자가 되기는 무척이나 어렵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하는 인기 작가가 된 데이비드와 방송국 이사의 만남은 그야말로 서로에게 윈윈이 되어주는 파워커플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돈이 너무나 많은 필립 플렉이라는 기업가가 러브콜을 보내온다. 그러나 그 남자가 수정해달라고 보내온 원고는 놀랍게도 자신이 유명해지기전 과거에 썼던 원고에 뻔뻔하게도 필립의 이름만 적어넣은 원고였다. 표절도 아니고 완벽한 도둑질에 화가 났으나 오히려 그의 주변 사람들, 샐리에서부터 에이전시인 앨리슨, 자산 담당자인 바비 등이 모두 필립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원고에 필립의 이름이 그대로 실린채 영화로 제작되도 나쁠 것은 없지 않냐고 연예계의 생리에 적응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탐탁치는 않았지만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필립의 전용 휴양지인 개인 섬으로 초청을 받게 되었다.
에미상에 오르는등 최고의 성공을 맛본 그였지만, 한번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연달아 표절 시비가 불거져 나오자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조강지처였으면 그가 몰락했어도 그의 곁을 지켰겠지만, 그의 부와 지위를 보고 선택했던 샐리는 그를 헌신짝 버리듯 쉽게 버리고 만다.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얼른 떨쳐내기 급급했던 그녀였다.
가끔이나마 만날 수 있었던 딸 아이조차, 아내는 아예 못 보게 법원에 청원을 넣고 말았다. 그가 자신을 몰락시킨 기자를 찾아가 멱살을 잡은 것이 아내와 딸에게 위해를 가할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순간에 무일푼 신세가 되어버리고, 아무 것도 그의 곁에 남은 것은 없었으나, 무명이었을때부터 그의 에이전시였던 앨리슨만은 그를 도와주려 애를 썼다. 일로써 만난 사람들은 그의 표절로 인해 직장에서 잘리거나 잘릴 운명에 처한 사람들이 많아, 아예 그와 인연을 끊고 그에게 원고비 반환 청구를 하는 등 그의 몰락은 끝이 없는 듯 하였다.
그 모든 것은 그가 잠깐 걱정을 하긴 하였으나 이리 큰 문제가 될지 몰랐던 어느 하룻밤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말이다.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는 다시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었다. 이건 사실 거의 현실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지만, 정말 소설처럼 놀라운 기회를 그는 다시 얻을 수 있었다.
바닥을 다시 경험한 그에게 영원할 거라 착각한 부와 명예는 아주 백짓장처럼 가벼운 것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이젠 그 옆에 가족도 없고, 다시 빠져들 수 있는 거라곤 일만 잔뜩 남았지만 말이다.
두말하면 입아플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작가가 아닌가 한다.
한 때 댄 브라운처럼~~
그래서 댄 브라운처럼 신작이 나오면 자연스레 손이 가게 되는...
데이비드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듯이 능력은 좋은데 빛을 못 보는 작가들 중에 한 명이었다.
장르물 시나리오, 희곡, 텔레비젼 시험 방송 드라마 대본 등 많은 곳에 집접댔지만 허당~
상황이 그렇다보니 아내 루시가 데이비드와 케이틀린(딸)까지 책임져야 했다.
이런 생활이 1 년...2 년...3 년...4 년.......
그렇게 10 년 차에 접어들 때 데이비드는 로또당첨이 담긴 자루의 끈을 잡게 된다.
시트콤으로 쓴 <셀링 유>가 한 방송사에 4만 달러에 낙찰된 것~
이것은 인생 터닝포인트가 되는 연쇄 로또당첨의 시작이었으니...
<셀링 유> 시청률이 초왕대박 나면서 원고료가 수직 상승하는 안타~를 시작으로
몇 편의 에피소드 대본과 총 대본 총지휘까지 맡게 되면서 2루타~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서 3루타~
세계 6대 거부 플렉기업의 플렉회장에게 영화 시나리오를 넘겨주게 되면서 홈런~
여기에 에미상 극본상을 거머쥐게 되는 영예까지~~
데이비드는 <셀링 유> 한 방에 변방 이를모를 작가에서 완벽한 허리우드 작가로 입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마냥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얻는 것이 있다면 그 만큼 잃는 것도 생기는 법~
화려한 불빛을 쫓아 모여드는 부나방같은 허리우드 사람들의 생리를 어찌 알까?
인기와 명성 만큼 인맥도 넓어진 데이비드는 폭스텔레비젼의 미녀 이사 샐리를 만나게 되고...
순간~~온 몸에 전기 찌르르~~~눈에 하트 뿅뿅~
그렇게 시작된 불륜은 8개월 만에 틀통나게 되고 결국 루시에게 이혼당하게 된다.
힘들었던 시절 함께 해 준 루시와 케이틀린 때문에 맘 한 구석이 아린 데이비드였지만
쭉빵미녀 샐리의 존재와 허리우드 장미빛 미래가 그 아픔을 힐링~~해주고도 남았으니...
데이비드는 백퍼 중 2% 아쉬운 맘으로 행복한 삶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달달함~~을 느낀지 채 2년도 안되 데이비드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 이유는...
<템테이션>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위 내용이 1부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2부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명성과 인지도 있는 작가인 만큼 구성이나 문장면에서 보면 다른 작품들처럼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데이비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과 회복하는 과정이...영 그랬다.
그 만한 일로(시트콤 대사 중 몇 줄 표절) 방송사나 언론쪽이 등을 돌릴 줄이야....
더구나 한솥밥을 먹는 작가협회까지...
여기에 간을 내줄 것같이 절친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미련없이 다 떠나 버리게 된다.
아무리 명성과 돈을 쫓아 움직이는 허리우드라고는 하지만 납득이 안돼요~납득이~~
더우기 몇 줄 표절로 인해 떨어지는 바닥이...생각하는거 이상이다...
완전 노숙자 신세정도~~
이 부분도 납득...애~~~~~~~~납득이를 찾아 오너라~~~
후반 몰락에서 회생하는 과정도 간단 + 이해 안되는 억지 상황~~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어허~~납득이 또 나간게냐???
이처럼 납득이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허리우드 삶을 빗대어 인간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점은 괜찮았다.
제목처럼 인간의 삶은 <유혹>의 연속이라는 것~
유혹이라 하지만 그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오직 자신이라 것~
화려한 불빛이 사라진 가로등에 남아 있는 이는 누굴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현실에서 무엇이~누가~ 중요한 것인지 심사숙고 해보시라~~
데이비드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마시라는 말~~고쳤다고 나간 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