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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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 동녘 | 2012년 8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4 (6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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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철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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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시인의 마음을 간파하는 철학적 인터프리테이션 평점7점 | b*******e | 2011.09.28 리뷰제목
바야흐로 가을이다. 독서를 일상에 들여 놓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적은 양의 책이나마 틈틈이 읽는 일을 하다보니 날마다 한 페이지라도 읽지 않으면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에는 주어진 시간을 막 써버린 듯 후회가 될 때가 있다. 가능하면 성실하게 읽을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좋아지는 가을이다. 이 가을에 문득 시선이 가는 쟝르는 역시 문학이다. 고전문학과 명작소설들을 가까
리뷰제목

바야흐로 가을이다. 독서를 일상에 들여 놓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적은 양의 책이나마 틈틈이 읽는 일을 하다보니 날마다 한 페이지라도 읽지 않으면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에는 주어진 시간을 막 써버린 듯 후회가 될 때가 있다. 가능하면 성실하게 읽을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좋아지는 가을이다. 이 가을에 문득 시선이 가는 쟝르는 역시 문학이다. 고전문학과 명작소설들을 가까이 두고 싶고 시집 또한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자주 열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선선한 바람과 가벼운 햇살아래 소설은 다정한 친구가 되고 시집은 로맨틱하게 다가오는 연인같다.

함축성을 담은 싯구에 매혹되는 일은 진실로 시가 내게로 오는 사건이 된다. 시인의 마음이 되는 길도 찾아보고 싯구에 방황도 하고 도무지 모를 일이거든 그 자체로 놔두고 보기도 한다. 내게는 두고 보는 일이 더 많은 게 시이기도 하다. 문학의 쟝르중에서 가장 다가가기 힘든 것도 다름아닌 시가 아닐까? 수많은 의미를 지녔을 시인이 선택한 단 하나의 언어에 불쑥 읽었다고 다가가기 힘든 것이 시 아니겠는가. 


시뿐만 아니라 다루기 힘들면서 이해도 안되는 분야가 바로 철학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에게 굳이 어려움을 자처하며 학문적 깊이가 있는 철학의 우물을 파는 것은 실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건지,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도식화된 내용의 강의만 난발하며 우울했던 교양철학의 입문을 잊지 못하기에 더우기 멀리하는  분야가 되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이먹음이란 철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사색하는 일이 늘어갈 때 철학적인 존재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산을 좋아하고 정상에 오르기를 마다않는 저자의 이력을 보면서 프레데릭 니체 또한 산을 가까이 두고 정상에 오르며 그가 그렸던 초인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았다. 


일상적 삶이란 사실과 안전을 담보로 살아가기에 나른하거나 지루하지만 그만한 의미가 있다. 삶이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적 삶이 권태로울 때 우리는 사실보다는 느낌을 강조하고 안전보다는 뭐라도 감수하는 위험을 추구하려고 한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느낌과 위험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독서이다. 책속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에 지루한 일상을 탈피하려 책속으로 뛰어드는 일이 많아진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나는 공감하는 부분이다. 독서외에도 느낌과 위험이 깃든 삶에는 여행과 음악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어쨋든 지속되고 있는 일상적 삶에 깊이 감사하며 시와 철학이 있는 느낌과 위험의 세계로 이틀동안 여행을 다녀온 느낌은 가을바람을 맞으며 산책과 빨리 걷기를 제대로 한 기분이다.


시인의 마음을 간파하는 철학적 인터프리테이션(Interpretation), 책을 읽는 동안 자꾸 머릿속에 떠도는 단어는 바로 인터프리테이션이었다. 시를 다룰 때 어구 하나하나에 담긴 속뜻을 분석하며 읽어가는 행위를 말하는데 저자는 이 시를 철학적으로 읽어주는 일을 도맡았다. 그래서인지 시속에서 우리는 철학의 다양한 풍경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넓은 철학의 광장속 파노라마를 둘러보며 환호성도 질러 볼 수 있었다.  시와 철학의 이중주가 경이롭게 접목되고 조화되어 읽는 일이 수월하다. 명망있는 철학자들을 대거 출연시키면서도 텍스트는 대중적인 안목을 가지고 편안하게 읽히는 쪽을 택했다. 다소 머리를 차갑게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는 난해한 책이 우선이겠지만 이 책은 훈훈한 강의록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다.  간간이 등장하는 일루스트레이션에 개인적인 난색을 표하지만 이 가을날 철학에 담근 시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므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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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의 시와 철학이 만나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p*******t | 2011.05.27 리뷰제목
시를 읽는다는 것, 시를 느낀다는 것과 글쓴이와 글 읽는 이의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을까? 글을 읽다 간혹 느끼는 이런 의문,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런 표현을 하고, 글을 썼을까? 내가 읽고 있는 이 활자를 작가의 마음으로 아니며 나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21편의 시와 21명의 시인과 철학자가 만나면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 느낀 생각 ‘시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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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는 것, 시를 느낀다는 것과 글쓴이와 글 읽는 이의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을까? 글을 읽다 간혹 느끼는 이런 의문,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런 표현을 하고, 글을 썼을까? 내가 읽고 있는 이 활자를 작가의 마음으로 아니며 나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21편의 시와 21명의 시인과 철학자가 만나면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 느낀 생각 시를 철학적으로 풀이하다니  감성의 철학적 사유라는 어려운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말끔히 사라지게 해주었다. 시를 이해하는 깊이를 주는 것 같은 해설이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시를 통한 철학의 소개인지도 모르겠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저자의 서양철학의 풀어냄도 이 책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시작은 약간 파격이었다. 노동해방을 외치던 시인이 인다라의 구슬로 사회의 연결(세상의 관계 그물)을 노래한다. 물론 모두 다른 방법의 사람사랑이지만, 시인의 변신, 아니 변화가 더 적합할 것 같다. 그의 눈과 느낌이 세월 속에서 더 성숙해졌으리라. 이어서 소리의 뼈로, 언어와 소통과 사유에서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즘으로, 에로티즘이 인간 내면에 깔려있는 매우 깊은 열망이며, 금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강력한 탐욕의 대상이 되었고, 과연 인간의 본성인가 아니면 또 다른 억압인가? 결혼의 철학적 표현, 성행위와 존경의 결합된 형태이고, 금기를 잘 지키면 사회적 인정과 존경을 받는다. 우리가 좋게 보려는 경향을 약간은 한쪽으로 밀고 간다. 우리의 내밀한 공간에는 어떤 금기가 숨어 있을까?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더 내밀화시킴으로 문제에 봉착하는 것이 아닌지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에 대해서 말하고, 인간이 존재함으로써 생기는 많은 것들, 그 중에서나 그리고 타자와 사랑 그리고 제도에 관해서 말하는 것 같다.

 

민중과 권력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4.19와 참다운 민주주의 그리고 권력, 전체주의에 빠져있는 사람은 타인도 자기와 똑 같은 생각을 한다고 확신한다. 그들만이 이 국가와 민족의 등불이요 바른 길로 인도할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오직 나만이 그러기에 국민들의 자유를 길들이고, 억압한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과정을 봐도, 우리들의 싸움은 권위주의에 길들여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동일한 대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권력과 개인의 시각 차. 우리의 현대, 광주와 촛불집회 변화한 모습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과거의 국가사회주의, 전체주의의 무서움, 일자의 독재로 회귀하는가 아니면 민주의 시대로 나아가는지.

 

민주주의 시대의 새로운 시대, 우리는 자본가 혹은 체제의 편에 가담할 것인가? 억압된 노동자나 민중의 편에 설 것이다.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혼동일지도, 하지만 현대의 새로운 이분주의인 부자와 빈자 어느 쪽을 선택하라면 쉽게 답하리 부자라고, 우리의 욕망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더 많이 가진다. 그러기에 부의 독점이 생기는 것 아닐까? 현대 소비의 총아, 백화점(자본주의적 욕망을 훈련하는 최초의 원형적 공간)은 우리의 욕망을 한껏 채워주는 공간이다. 우리는 백화점을 사랑한다. 우리는 더 많은 소비의 욕망과 욕구를 채우려는 부나비가 아닐까, 이런 모습 속에 양극화는 정당한 도구가 될 것이고 점점 사람과 사람이 멀어지는 비인간적인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것 아닐까?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제도 그 의미는 무엇인지.

 

나와 타자, 사랑에 대해 말하다.

인간세상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열망하는 것은 사랑일 것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왜 우리는 사랑을 하는지 등에 대한 정의를 탐구한다. 세상 모든 인간은 나 아니니 타자이다. 타자를 사랑한다는 행위 무엇일까? 사랑의 감정, 타자적인 사건과 마주치는 경험 속에서 사랑이란 무얼까? 모르지만, 우리는 사랑을 욕망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을 알기는 어렵다. 하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랑이라는 맹목적인 비약을 통해서만 타자를 조금씩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양면에 도사리는 비극적인 사랑, 각자는 자유를 가지는 존재이고,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 그것이 우리이다. 사랑에 빠진 자가 원하는 것은 사랑 받는 자가 자신을 절대적으로 선택해야만 한다. 모순적인 행위 아닐까 

 

정현종과 메를로 퐁티, 인간은 고립된 단절의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려고 발버둥치는 존재이다. 그러나 고독은 타자와의 만남, 그와의 사랑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사랑은 의 사건, 둘이 있다는 후사건적인 조건아래 이루어지는 세계의 경험 또는 상황의 경험이다. 우리는 연인과 서로 로서 마주 있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보다는 자신이 더 오래 살아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다.

 

삶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강화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해석 체계를 다시 꿈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팔당대교 이야기에서 개인의 죽음이 오염원이라니 맙소사, 그러나 현실은 이러하다. 개인은 질적인 고유성이 아닌 양적인 존재로 사유한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언쟁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존재이다. 인간은 인정하고 동시에 인정받으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존재이다. 타자가 있어야 존재하는 나, 이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망각해야 한다. 파괴 없는 창조는 없는 것 같다. 과연 인간은 타인의 사랑과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다양한 것들과의 우연한 마주침.

아우슈비츠에서의 인간, 이 비극은 인간이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여겼던 이성 혹은 합리성 때문에 발생했다. 아우슈비츠라면 한나 아렌드와 프리모 레비가 떠오른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 우리의 상처인 민족분단과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의 뇌리속에서 사라져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상처는 언제쯤 아물고, 치료가 되려나.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살해하는 것은 가능해도 희생으로는 바칠 수 없는 존재로 공동의 적을 두고 우리는 동지로 서로 뭉치게 될 것이다.

 

시인들은 시를 통해 보편자 또는 개념에 의해 억압된 개별자들을 이해하고 그것을 해방시키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시의 매력을 더 즐기는 법을 약간 배운 것 같다. 시와 철학의 사유가 가진 공통점과 다른 점을 약간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 철학적 풀이를 시인들이 다시 읽고 덧붙였으면 좋으련만 생각해본다. 많은 시집과 철학책 소개 또한 이 책을 빛내는 것의 하나 아닐까! 수많은 시집을 펼쳐서 읽고, 그 중에 고른 시와 철학적 사유의 연결의 고민한 저자의 산물이기에, 좀 더 감상을 이성과 잘 연결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작가의 시에 동양적 철학 해설이 아닌 서양적 철학의 옷을 입혀 놓은 것이다. 우리의 철학으로 풀어냈으면 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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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마음에 드는 두개의 봉우리를 찾았다. 평점7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11.05.09 리뷰제목
일전에 [철학이 필요한 시간]으로 강신주를 처음 만났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는 우리에게, 강신주는 그 책에서 철학이라는 것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철학과 더불어 또 하나, 나를 겁먹게 만드는 장르가 바로 詩이다. 시라면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도 많이 나오고, 우리는 도식에 따라 얼마나 분해하였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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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철학이 필요한 시간]으로 강신주를 처음 만났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는 우리에게, 강신주는 그 책에서 철학이라는 것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철학과 더불어 또 하나, 나를 겁먹게 만드는 장르가 바로 詩이다. 시라면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도 많이 나오고, 우리는 도식에 따라 얼마나 분해하였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어렵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까닭은 왜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과 시가 하나가 되어 만나고 있다. 강신주 역시 인문학의 장르중 가장 험하고 고도감이 높아 사람들이 쉽게 오를 수 없는 분야가 시와 철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와 철학은 오르기만 하면, 그래서 그 고도감에 적응하기만 하면, 시인과 철학자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는 산과 같다고 말한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서 느꼈던 충만함으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그 산에 올라보기로 마음 먹는다.

 

저자는 우리 삶을 조망하는데 도움이 되는 21개의 봉우리를 이 책에 만들어 놓았다. 각 봉우리에는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이 우리의 산행을 도와 줄 것 이라고 하면서.. 21명의 시인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다. 헌데 내가 한번쯤 들어보았거나, 알고 있는 시인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나와 유사한 감성을 공유한 사람들이란 점에서 일단은 마음이 놓인다. 산에 오르면서 힘이 들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틈을 발견한 느낌이다. 21명의 철학자중 20명은 외국인이다. 역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을 알고 있지만, 그 사람들 마져도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 그들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기껏해야 두서넛에 불과하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서 산에 오를 준비를 한다. 모두 등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저자는, 사람들은 모든 봉우리를 좋아하지 않으며, 사람마다 좋아하는 봉우리가 다르다고 용기를 준다.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두 봉우리만 확인하더라도 큰 수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산에 오르는 것은, 산을 내려오기 위해서이듯, 시집이나 철학 책을 읽는 것도 삶을 관조하거나, 지적 쾌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건강하게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봉우리는 과연 몇 개나 될지, 그 봉우리에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봉우리를 찾아나선 나는 마침내 한 봉우리를 발견했다. 김남주의 [어떤 관료]라는 시가 마음을 흔든다. 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나도 김남주의 시는 좋아한다. 그냥 읽기만해도 시가 주는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김남주가 말하는 그 관료는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일본 제국주의이든, 미 군정청이든, 이승만이던, 박정희 아니 전두환이던 봉급을 주는 사람이 주인일 뿐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개의 주인이듯이..

 

강신주는 김남주가 얘기하는 그 관료에 대해서 말하기 위하여,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과 아이히만]을 떠 올린다. 아렌트는 그 책에서 아이히만이 저지른 죄의 원인을 철저한 무사유에서 찾고 있다. 아이히만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근면성과 성실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 관료와 하들 다를 바가 없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동네 아저씨의 모습이다. 이 책으로 인하여 아렌트는 많은 유대인들에게 비난을 받게 되지만, 아렌트에게 있어서 사유란 타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반면 무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기에 사유란 인간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대한 성실해 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내가 하는 그 일들에 대해서 얼마나 사유하고 있는지, 아니 그 사유가 타자의 입장에서 한 것 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시 봉우리를 찾아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봉우리는 아니지만 조그마한 능선에서 데리다와 오규원을 만난다. 죽음과 삶은 서로 구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가 서로에 의존해 있다. 나는 살아있다라는 표현 혹은 생각은 결국 나는 죽는다라는 것과의 차이에 의해서만 의미를 지닌다. 오규원이 [죽고 난 뒤의 팬티]라는 시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과거나 미래의 흔적이 차이로 존재하고, 현재의 삶이 곧 죽음과 같이 있다는 사실, 그러기에 우리는 현재에 충실해야만 한다는 그것 이다. 카르페디엠..

 

멀리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다고 했는데도 잘 하지 못하는 것, 항상 가슴속에서 미진한 무엇인가를 남기는 것,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타자가 나에게 기쁨의 감정과 함께, 질투 혹은 독점욕과 같은 상반된 감정을 주는 것 이라고 한다. 질투란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사람과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언제라도 나를 떠나갈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발생 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키스나 애무는 사랑하는 사람의 자유를 잠시나마 내 손끝에 두려는 의지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약속시간이 다가오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쳐다보며, 그녀 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녀가 아님을 알고 고개를 돌리지만, 문소리에 또 다시 쳐다보는 심정을. 그래서 황지우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란 시에서, 당신이 곁에 있어도 항상 그리운 것이 사랑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디우는 사랑이란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상대방 역시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내 곁에 있어도 그리울 수밖에 없는 것 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마저도 지금은 곁에 없다.

 

강신주는 철학과 시를 포함한 모든 인문학의 궁극적인 꿈이자, 인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기쁨과 자유라고 말한다. 나 또한 내 삶을 건강하게 다시 시작하여 기쁨과 자유를 얻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서너 꼭지가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서 나왔던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철학에 관한 내용을 책으로 쓴 것 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처음엔 어디선가 보았던 글들이 나와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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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시의 감성을 철학의 이성적 사유로 풀어가다-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평점9점 | e****0 | 2011.12.06 리뷰제목
내겐 시가  애매했다. 분명 보통 쓰는 일상 언어로 씌여져서 읽으면 못 알아듣는 말은 없지만, 그렇다고 시가 지닌 의미를 다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게 했다. 반면에 철학은  대놓고 어렵다 못해 난해하기만 했다. 용어부터 일상 언어와는 확연하게 구분됐고, 그 뜻이 어려워서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읽긴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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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시가  애매했다. 분명 보통 쓰는 일상 언어로 씌여져서 읽으면 못 알아듣는 말은 없지만, 그렇다고 시가 지닌 의미를 다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게 했다. 반면에 철학은  대놓고 어렵다 못해 난해하기만 했다. 용어부터 일상 언어와는 확연하게 구분됐고, 그 뜻이 어려워서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읽긴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설명을 봐도 여전히 헤매기 일쑤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물 밑에 더 큰 덩어리가 감춰져 있는 빙산같다고 한다면, 철학은 넘어설 수도 열 수도 없는 단단한 철벽같다고 할까.

 

그런데, 강신주의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에서는  이렇게 어렵게 다가오는 시와 철학을 함께 사유하며 현대 철학과 인간답게 사는 길을 조망하고 있다.

미학을 쉽게 풀어서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는 필자가 진중권이라면, 철학에서는 강신주가 그런 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신주를 처음 만난 것이  '철학, 삶을 만나다' 였다. 그 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으면서, 쉽게 쓰는 필자 강신주의 면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도 그답게 시를 관통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과 삶의 문제를 포착해서 철학가가 사유한 방식으로 그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시의 감성이 철학의 이성적 사유로 전환되는 과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시에서 속삭이고 있는 문제의식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걸 보면, 시와 철학이 성공적으로 만난 것이다.

 

강신주는 박노해에게선 네그리의 연대의식을, 기형도에게는 비트켄 슈타인의 언어를 김남주에게서는 아렌트의 사유의 책임 등의 키워드를 발견했다. 강신주는 시 21 작품을 통해,  시인은 시인대로, 철학가는 철학가대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 고민한 주제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주제인데도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아서 21편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강신주가 다작하는 것 같아서 안이하게 관성적으로 책을 내는 것이 아닌가 우려도 했었지만 이 책을 보니 그런 생각은 순전히 기우였다.

 

인간답게 사는데 걸림돌이 되는 괴물들이 있다. 특히 자본과 권력이란 괴물이 만들어내는 환경은 인간을 끊임없이 대상화하고 객체화 시키고 있다. 경쟁하게 만들고, 인간성을 잃어 버리게 유혹하고 있다. 권력과 자본이 바라는 것은 무비판적으로 복종하는 인간, 또 쾌락에 물들어서 소비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와 철학은  대중들에게 권력과 자본에 길들여지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잘 사는 것인지 고민하라고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다움을 추구하며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파고 들어가는 것이 문학과 철학, 인문학이 존재하는 뿌리인 것이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제목처럼 즐겁게 읽었지만, 그 시가 내포하고 있는 철학적 의미나, 문제의식을 짚어보고 나면 마냥 즐거울 수 만은 없었다. 검색해보니 얼마 전에 이 책의 후속작으로'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이 나와 있었다. 괴로움을 각오하고라도, 조만간 이 책 역시 일독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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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사랑의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c******4 | 2012.01.01 리뷰제목
이 책 읽을때 친구녀석이 무슨 책 읽고 있느냐며  다가와 제목을 보더니 등에 소름 돋는다고 손사래를 친 기억이 난다. 책 제목에 일단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철학'과 '시'가 있는데 거기서 '즐거움'까지 느낀다고 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 시집이나 철학책은 다른 장르의 글보다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주관적이고 낯선 이미지와 개념들이 친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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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을때 친구녀석이 무슨 책 읽고 있느냐며  다가와 제목을 보더니 등에 소름 돋는다고 손사래를 친 기억이 난다. 책 제목에 일단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철학'과 '시'가 있는데 거기서 '즐거움'까지 느낀다고 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 시집이나 철학책은 다른 장르의 글보다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주관적이고 낯선 이미지와 개념들이 친절한 설명도 없이 추상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시인과 철학자의 내면을 오롯이 따라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런 낯섬과 익숙함에서의 탈출이 바로 우리가 시와 철학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랑의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없다면 지금 우리가 사랑에 빠져 있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니체의 책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자유를 꿈꾸는 그런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시인과 철학자를 만난다는 것은 잃어버린 내마음속의 중요한 그 무엇을 찾아나서는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와 철학의 세계로 가는 길은 혼자서 찾아가기에는 너무 가파른 등산로이다. 경험많은 노련한 전문가의 조언과 안내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길잡이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우선 우리에게 친숙한 김수영, 김춘수, 황동규, 황지우, 기형도, 최영미 등 현대 시인의 시를 소개한다. 그리고 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삶의 단면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21명의 철학자를 매칭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럼으로써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을 조용히 사색하고 들여다보게 해 준다. 니체, 하이데거, 들뢰즈, 벤야민, 비트겐슈타인, 알튀세르, 아도르노, 데리다, 푸코, 아감벤…… 이런 철학자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도 이러한 저자의 친절한 안내 덕분인 것 같다. 

 

여기 소개된 시와 철학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에로티즘, 사유의 의무, 망각의 문제, 대화의 중요성, 소비사회의 욕망, 상대방으로부터의 인정, 작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과 같이 소소한 일상의 문제들이다. 비록 위대한 시인과 철학자들의 입을 통해 한 단계 비틀어진 시각에서 새로운 언어들을 통해 삶의 단면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지혜들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친절한 안내가 있지만 21명의 시인과 철학자가 말하는 내용중에서 이해가 되고 가슴에 와 닿는 것보다는 여전히 베일에 쌓인 부분들이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일상에 찌든 삶이라도 가끔씩 시인의 마음, 철학자의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야말로 타인의 모습에서 내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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