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에게 돌멩이와 다이아몬드가 있다면 이 둘을 어떻게 취급하겠는가?
돌멩이를 다이아몬드처럼, 다이아몬드를 돌멩이처럼 취급할 수 있을까?
누군가 돌맹이를 달라면 줄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를 공짜로 달라고 하면?
분명 돌멩이와 다이아몬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다를 것이다. 왜? 그 둘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시작부분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이 책의 핵심이다. 우리가 화 내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돌멩이처럼), 나를 소중하게(다이아몬드처럼)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즉, 자존감이 낮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존감이 낮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동양인은 '상대적'인 위치를 스스로 판단하는 사고를 가졌다고 한다. 남들과의 경쟁이 중요한 것이지, 나 자신과의 경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느끼고 있을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마더쇼크> 참고)
대개의 부모는 자신들이 그렇듯 상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아이를 길러 왔을 것이고, 우리는 부모의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부모를 실망시켰다는 마음과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오랫동안 우리나라는 유교적 사회질서하에서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다. 체면은 감정 표현을 억제하여 직접적인 표현 대신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원하는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이 우회적인 소통 방식으로 우리는 화내는 일이 적어졌을진 몰라도 '삐침'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의사소통 양식을 만들어 냈다. 삐침이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다. 상대와의 직면은 피하되 나의 감정 상태는 알리고 그 감정을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 요상한 심리인 것이다.
이러한 체면과 삐침은 아이를 키우는 데에도 크게 작용한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아이의 감정을 알아봐주고 표현하게끔 존중하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재빨리 달래서 그치게 만들거나 억압해버리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셈이다.
이후 이런 아이들은 커서 성적으로 평가받는 학교 시스템에 의해 길러진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남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혹은 비교당하며 늘 부족함을 느끼고 삶에 만족할 줄 모르게 된다. 이런 인식은 자존감을 낮게 만들 뿐이다.
'화'란 무엇인가?
화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으로, 내면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 혹은 필요병(꼭 필요하지 않음에도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게는 이것을 획득하기 어려워 좌절에 빠진다.)과 당위적인 사고(개개인이 가진 '당연히'이래야 한다하는 가치관들)에 의해서 촉발된다. 화는 생존을 위해 우리를 전투태세에 돌입하도록 만들며,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의 중단과 해소를 가능케 한다. 화란 늘 부정적인 결론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에너지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강한 의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화를 내? 말아?
저자는 이 질문에 명쾌하게 "화는 꼭 내야 합니다."라고 말해준다. 화는 일종의 에너지와 같은 개념이다. 적절한 방식으로 분출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면 언젠가는 폭발하고야 만다. 이 폭발이 주위에 아주 강한 위해를 끼칠 수도 있지만 화가 밖으로 향하지 않고 안으로, 즉 자신에게 향하면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호의가 계속 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영화 <부당거래> 속 너무나 유명한 대사이다.
화를 내는 것은 나의 호의가 상대의 당연한 권리가 아님을 전달하고, 관계를 끝내지 않고도 상대의 그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상대방에게 화를 냄으로써 내가 허용할 수 있는 경계를 확실히 알려주고 더 이상의 불편한 상황을 반복시키지 않을 수 있다.
자존감 향상의 시작은 화내기로부터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괜찮은 존재로 바라보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온 경우가 많다.
우리가 관계에서 갈등하는 이유는 서로가 가진 당위적 사고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 때문에 받았던 부당한 과거의 경험에 대해 롸를 낸다는 것은 부모에게 그들과는 다른 '나의 가치관'이 있다는 것을 '선언'하면서 그것을 단단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화를 내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나로서 사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바락바락 대들며 부모에게 화를 내라는 것이 아니다.
화를 내기 전에 준비운동부터
필요병을 부르는 SNS는 멀리하고, 스트레스를 제거해 평온한 상태를 만든다. 필요병과 당위적 사고 고치기, 내면아이를 달래고, 비합리적 신념을 버린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들을 그림과 함께 알려주니 책을 참고하자.
화내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화를 내야 할 상황인가 잘 판단하는 방법으로, 나의 소중한 사람이 나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옆에서 이 사람을 위해 화를 내 줄 것인지 아니면 별것 아닌지 신경 쓰지 마라고 조언해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의 시간관리 매트릭스를 참고해 화내기의 순서를 정한 표를 제시한다.
진한 것에서 약한 순으로 화 내는 것을 추천한다. 연습해보기 딱 좋은 순서표다!
사실 이 책을 고르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다. 화내기 조차 책으로 배워야 하나? 내가 그렇게 감정 표현에 서투른가?하며 내 낮은 자존감이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읽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결국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당신이 제때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고, 이 책을 읽어도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이 내용들을 잘 이해는 했는지, 실천은 하고 있는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나는 읽자마자 평소 서운함을 쌓아두던 대상에게 전화가 왔을 때 내 감정을 드러내 보았다. '체면' 때문에, 이런 말을 하면 '뭐 별것도 아닌거 갖고 그래'라는 말로 상처입을까 봐 두려워 말하지 못했던 부분을 표현한 것이다. 의외로 상대는 웃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고, 나는 드디어 말 했다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슝- 사라져 버렸다!
이 책을 선택한다면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읽으시길 바란다. 그럼 후회 없이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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