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긍익의 <연려실기술>을 대표적 기사본말체로 쓰여진 역사서이다. 대표적 역사 서술방식인 기전체나 편년체와 달리 해당사안에 대한 상반된 견해의 사료를 수록함으로써 역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공자가 논어의 술이편에서 '옛것을 전하기만 할 뿐 지어내지 않는다'는 술이부작(述而不作)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으로 채색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버림받았던 사람들의 인생을 재조명하고 있다. 승자의 눈으로 보면 ‘시대의 질서와 이념에 도전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이단아로 배척받았거나, 멸문지화를 당한 비극의 삶을 살아간 불우한 사람들이다. 주자학 이론에 반기를 든 윤휴, 주자학 세상에서 양명학자라고 선언한 정제두, 인조반정을 쿠데타라고 꾸짖은 유몽인, 오랑캐의 역사로 인식되던 발해사를 우리의 역사라고 주장했던 유득공, 놀고먹는 자들이 나라의 좀이라며 양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박제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을 살아간 선각자들의 삶을 조명한다.
역사를 발전과 변화는 기득권층이 아닌 변방세력에 의해 촉발되는 법이다. 당시 본인들의 삶은 고단하고 온갖 핍박을 받았겠지만,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던 선각자라는 측면에서 저자는 이들의 삶과 도전을 재조명한다. 때론 기성사회의 틀에 도전하고, 죽음과도 맞서면서 절개를 지키며,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한 바를 끝까지 추구했던 선조들의 삶을 통해 우리사회의 진정한 문제는 무엇인지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주류에 의해 기록된다고 하지만, 그래서 역사를 비주류의 관점에서 읽는 것은 교훈적이면서도 흥미롭다. 이덕일의 시각이 대체로 그렇다. 그는 분명 그게 옳다고 여기겠지만, 그게 옳든 그렇지 않든 역사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에도 이덕일은 역사, 특히 조선의 역사에 대해 보편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시대와 사건, 인물들을 조명해왔지만 이 책 『조선이 버린 천재들』에서는 제목에서부터 비주류에 대해 쓰겠다는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여기서 어떤 사람은 ‘천재’에 관심을 두고 이 책을 고를지 모르지만, 이 책의 방점은 분명하게 ‘버린’에 두고 있다. 그 시대의 주류에 반기를 들었다가 처형당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또는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들을 소환하여 그들의 삶과 생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천재적이라는 표현은 거의 없다. 김시습이나 허균 같은 이들을 제외하고는.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조선이라는 나라의 폐쇄성보다는 오히려 역동성을 느꼈다. 그들은 비록 핍박 받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새로운 정치를 꿈꾸고 실현하고자 했던 정도전이나 윤휴, 이징옥, 김개남 같은 이들이 있었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조식과 이경석, 김육 같은 이가 있었으며 주류의 학문(이를 테면 주자학)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학문을 버리지 않았던 정제두와 같은 이들도 있었다. 끝까지 절개를 지키며 살아가고, 혹은 죽음의 길을 걸어간 김시습이나, 유몽인 같은 이들도 있었다. 나라가 바르고 부강하게 나아갈 길을 나름대로 제시한 박세당, 이익 같은 이들, 우리나라의 역사를 중국이 아닌 우리의 역사로 기술한 유득공, 이긍익 같은 이들도 있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끝내는 일제에 의해 망했기에 허약해 보이고, 못마땅해 보이지만, 외세에 굴욕을 여러 차례 당했지만, 그래도 500년을 버틴 나라가 된 것은 그런 비주류의 역동성이 그나마 존재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제목은 ‘조선이 버린’ 인물들에 대한 얘기이지만, 조선은 그런 이들을 낳았고, 또 그런 이들이 있어 조선은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그들이 더욱 우대받았다면 조선의 마지막은 달랐을 것이지만 말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승자와 승자의 편에 선 인물의 이야기에 익숙하다. 그러기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패자와 패자의 편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낯설 수 밖에 없다.
'조선이 버린 천재들'은 처음부터 약자의 편에 섰거나, 모시던 주군이 몰락하면서 함께 도태돼버린 인물들을 기록한 책이다. 기록도 많고 후대의 평이 가혹하지 않아 익숙히 알고 있는 인물도 있지만 이제야 진면목을 알게된 인물들도 있다. 사실 현재의 우리는 이런 분들께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당시엔 역적이고 이단아였지만, 이들이 있었기에 역사는 줄곧 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우리가 이들을 알고 깨우치는데 인색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책 제목은 '조선이 버린 천재들'이지만 등장인물들은 '천재'보다는 옳은 바를 위해 열심히 생을 살다간 '양심인'에 가깝다. 어떻게 보면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소신대로 살기란 죽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양심인'들께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시대에 앞선 생각을 했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대개 선각자라고 불리면서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대개 시대와 불화한 탓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신 꿈꾸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과연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품었을까
늘 역사에서 그 결과까지 지켜보았던 후대의 사람들은 그런 부분이 때로는 궁금하기도 하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인물들 중에서 시대와 불화했던 인물들의 삶을 재구하고 있는데, ‘역사의 선각자로 부활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대체로 당대의 주류적 가치에 대항하는 담론을 펼치거나, 혹은 그러한 행동으로 맞서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1부에서는 ‘틀을 깨다’라는 제목 아래 정도전과 조식 등 모두 8명의 사람과 그들의 행적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다.
2부에서는 조선의 체제에 맞서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정하상과 김개남 등 5명의 삶에 대해서 ‘죽음으로 맞서다’라는 제목으로 서술하고 있다.
3부에서는 ‘가난을 구제하다’라는 제목으로, 민중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때로는 그러한 정책을 펼치려고 노력했던 김육과 이익 등 4명의 지식인들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다.
마지막 4부는 당대 주류의 권력에 대항하며 자신들의 삶을 지키고 살고자 노력했던 5명에 대해서, ‘절개를 지키다’라는 제목으로 논하고 있다.
저자는 ‘천재란 대다수 사람이 상식이라고 믿는 개념과 구조에 반기를 들고 싸운 사람들’이라는 관점에서,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이 모두 ‘조선이 버린 천재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 인물들이 모두 천재이면서, 조선에 의해 버려진 인물들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견지하면서, 때로는 세상과 불화하며 삶의 원칙을 지키며 살고자 노력했던 인물들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 하겠다.(차니)
천재란 어떤사람일까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것은 아닐것이다
일반인들과는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시대를 앞선사람이 바로 천재가 아닐까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그 옛날 시대를 앞서간다는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 급진적인 생각은 혁명가가 되고
시대에서 받아들이지 못했던것같다
이책에 나온 22명역시 성공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고
평탄한 일생을 살지못했다
조선개국의 일등공신이자 개혁가였던 정도전역시
재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결국 이방원의 칼날앞에 무너지고 말았고
동학접주였던 김개남
전봉준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사실은 김개남은 전봉준보다 더 급진적이었다고 한다
홍길동의 저자이기도 한 허균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를 못마땅해하는 사람들마저 인정할정도로 빼어난 글솜씨를 가졌지만 서자들과 어울리고
튀는 행동을 일삼은 지금말로 하면 자유로운 영혼이었던것같다
그가 생각했을때는 백성들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진 혁명적인 사람이었으나
왜인지 이이첨세력에 합류하면서 권력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그가 권력과 멀어져있었다면 그의 더 많은 소설이나 글을 접할수있지않았을가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득차있었고 홍길동전에 나왔던 율도국을 꿈꾸었던가 싶기도 하고
역적으로 몰려 능지처참을 당했지만 사실 이이첨과 그 일당들에게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않고 사형당한걸 보면 진짜 반역을 꾀하진않았을것같은데 급진적이고 자유로운 그의 존재자체가 위험하게 느껴졌을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전까지 통일신라만을 우리의 역사로 인식하던 당시의 시류를 깨고 발해를 우리역사로 편입해야한다고 주장했던 유득공
지금은 당연한듯이 발해를 우리역사라고 인식하지만 조선후기때까지만 해도 발해는 우리역사로 보지않았던것이다
또 조선후기의 여러정책중 가장 개혁적이라 부를수있는 대동법의 시행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육..
그외에도 여러 인물들을 만날수있었다
잘 알려진 인물도 있었고 생소한 인물도 있었고 잘 알려진 인물이라 하더라도 그의 일생을 더듬어가며 몰랐던 사실도 알수있었다
22명 모두 재능과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었지만 제목처럼 버려졌다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현재에는 그런일이 일어나지않기를 바랄뿐이다